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70
570화 혈맥각성이라고?
죽여라!
진천의 음성이 떨어지자, 서른 명의 집법자들이 무문 등을 향해 번개처럼 수직으로 낙하했다.
순식간에 무원 무인들은 물론 월무진을 제외한 검종 검수들은 모두 포위되고 말았다.
혼자남은 월무진이 곧장 출수하려 할 때, 두 개의 강대한 기운이 양쪽으로 떨어졌다.
두 명의 증도경 강자들.
월무진이 경계의 자세를 취하며 무문을 향해 소리쳤다.
“무 원장, 조심하시오!”
말과 동시에,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한 월무진이 두 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두 증도경 강자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눈앞의 무인은 말로만 듣던 초범검성이기에 긴장을 한 것이다.
무원 상공은 이내 세 고수들의 전투로 어지러워졌다.
한편, 무원의 도경 강자들은 집법자들을 상대로 용기백배하여 달려들었지만, 순식간에 열세에 빠지고 말았다.
두 집단 사이에는 엄연한 실력 차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전투가 점점 격렬해져 가던 때, 갑자기 검은 그림자 하나가 무문과 엽령을 향해 날아들었다.
무문이 사납게 표정을 짓는 순간, 그의 주먹이 빠르게 정면을 강타했다.
쾅-!
주먹으로부터 흘러나온 강대한 기운이 마치 화산처럼 폭발했다.
이에 맞서는 그림자 역시 마찬가지로 일 권을 내질렀다.
평범해 보이는 주먹.
하지만 이 평범한 주먹은 무문이 방출한 기운을 집어삼킨 것도 모자라, 무문을 뒤로 물러나게 만들기까지 했다.
무문을 멀찌감치 밀어낸 그림자는 재차 공격을 하는 대신 곧바로 엽령을 향해 방향을 꺾었다.
엽령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드는 그림자.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엽령의 눈동자에는 그 어떤 두려움도 비치지 않았다.
마침내 그림자가 엽령과의 거리를 일 장가량 남겨 두었을 때, 갑자기 엽령의 우측 공간이 박살 나면서 한 자루 창이 날카롭게 날아들었다.
엽령이 손에 잡힐 거리에 있었지만, 그림자는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머리가 날아가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창끝에 깃든 위력은 그림자에게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자리에 멈춰선 그림자는 곧장 날아드는 창을 향해 일장을 뻗었다.
쾅-!
간신히 창을 막아낸 그림자.
하지만 창의 위력은 그를 뒤덮고 있던 흑영(黑影)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흑영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 장발을 길게 늘어뜨린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이 순간, 장내에 흐릿한 하얀 신영 하나가 등장하더니, 발바닥으로 창신을 강하게 밀어 넣었다.
쾅-!
창과 대치하고 있던 중년인이 순식간에 십여 장 뒤로 밀려났다.
하얀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안란수였다.
엽령의 앞을 가로막고 선 안란수.
그녀가 무심한 눈으로 상대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 중년인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안란수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양팔로 황급히 앞을 가로막았다.
쾅-!
찰나의 순간, 안란수의 신형이 백 장 밖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콰쾅-!
엽령의 바로 앞에서 강한 충격이 일면서, 막 엽령을 향해 손을 뻗고 있던 중년인이 그 자세 그대로 튕겨져 날아갔다.
안란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엽령의 앞을 지켰다.
안란수를 바라보는 중년인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진다. 엽령에게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눈앞의 여인을 제거해야 했다.
이를 깨달은 순간, 중년인은 주먹을 강하게 쥐며, 발을 강하게 굴렀다.
쾅-!
순간 지면이 갈라져 나가면서, 그의 신형이 앞으로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중년인이 안란수의 앞에 도착한 순간, 그의 신형은 이미 여러 개로 분리되어 어느 것이 진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때 안란수가 손을 펼치자, 그녀의 손안에 시뻘건 화염과 같은 창이 들어왔다. 이윽고 창이 반원을 그리자, 마치 화룡이 불을 토해내듯이 사방이 화염으로 물들었다.
콰쾅-!
화염에 의해 분신들이 소멸되는 와중에 사람의 그림자 하나가 백 장 밖으로 순식간에 밀려났다.
이는 바로 장발의 중년인이었다.
멀찌감치 밀려난 중년인이 별안간 오른손을 펼쳤다가 아래를 향해 내리눌렀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이 향한 곳 주변에서부터 마치 고요한 호숫가에 돌멩이를 던져 놓은 듯 잔잔한 파문을 일었다.
파문이 점점 자신 쪽으로 밀려오는 것을 본 안란수가 순간 안색이 급변하여, 들고 있던 창을 정면에 냅다 밀어 넣었다.
콰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안란수의 신형이 장장 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심지어 자리에 멈춘 순간, 그녀의 입가에선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이때, 중년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순간 안란수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들고 있던 창을 놓고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는 한 발을 내디디며 정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임계(臨界)!”
쾅-!
안란수의 기합과 동시에 정면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지고, 그녀가 서 있던 자리를 제외한 사방의 지면이 거대한 구덩이로 변했다.
잠시 후, 흙먼지가 걷히고, 십여 장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매우 침착한 눈으로 안란수를 바라보는 중년인.
“과연 하늘은 멈추지 않고 천재를 쏟아내는구나.”
안란수는 중년인에 말에 반응하지 않고, 그저 엽령의 앞을 지켰다.
한편, 이때 무원과 검종 제자들 쪽에서는 연이어 비명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무리 두 종문이 힘을 합쳤다고는 하지만, 질서문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심지어 각종 진법의 보조를 받지 않았더라면, 무원의 도경 강자들은 이미 전멸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한편, 공중에 있는 진천은 여전히 출수하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엽현.
그가 경계하는 것은 바로 엽현이었다.
암살이 장기인 엽현이 장내에 나타난다면, 질서문의 무인들은 영문도 모르고 죽어 나갈 수밖에 없다.
진천은 혹시라도 있을 엽현의 암습을 대비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순간, 신무성 밖에는 또 다른 불청객이 대기하고 있으니, 바로 당족의 무인들이었다.
이들은 이미 질서문이 무원을 칠 때 도착한 상태였다.
당청, 당액 그리고 당풍을 필두로, 서른 기의 당족기병이 그들의 뒤에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당족기병은 모두 지도경의 강자들이었다.
조용히 성문을 바라보던 중, 당풍이 나직이 읊조렸다.
“당시 주아부가 있었을 당시 무원은 얼마나 강했던가. 그 한 사람만으로 질서문 전체를 찍어 누를 때가 있었는데. 허나 지금은…….”
당풍이 말을 끝마치는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에 당액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 강성했던 태고족도 결국엔 사라지지 않았더냐? 범인들은 운명은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고들 하는데, 이는 모두 헛소리다. 운명의 거대한 흐름 앞에 그 누가 저항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둘째 형님의 실력 정도면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 형님은 일곱째 형을 제외하면 당족 최고의 기재 아니십니까?”
당칠(唐七)!
당풍이 당칠을 언급하자 당액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당칠은 당족의 여제인 목남지 이후 최고의 재능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재목이었다. 다만 후계자 자리에 별 관심이 없었고, 천하를 주유하며 사는 것을 좋아하기에 족장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덧붙이자면, 당칠은 현재 도방 이 위를 차지하는 고수였다.
“후후…당칠…….”
바로 이때였다.
쾅-!
성 안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그러자 당염 등 세 사람은 황급히 발아래 무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의 무원은 그 많은 진법들이 모두 소실된 상태였다. 무원 제자들과 그들을 지원하러 온 검수들은 하나씩 제거되고 있었다.
무원 안.
장내를 둘러보는 안란수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한 것이다.
이때, 한쪽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고 있던 무문이 안란수에게 전음을 날렸다.
[란수, 엽령을 데리고 당장 떠나거라!]엽령과 떠나라.
이 전음은 안란수 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던 막사와 연만리에게도 들렸다.
아무래도 무문은 더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안란수 등 몇몇 천재들이라도 살려보려 하는 것 같았다.
안란수가 엽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령아, 갈래?”
“언니, 제자가 사문을 버리고 어딜 간다는 말이에요?”
“그렇지?”
안란수가 엽령을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연만리와 막사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이때 눈을 감고 있는 막사의 몸에서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공에 있던 진천이 이를 느끼고는 막사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막사는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고, 몸 주위로 점점 붉은 기운이 퍼지고 있었다.
이때, 막사가 갑자기 하늘로 솟구치더니, 곧바로 근처에 있던 집법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상대 집법자 역시 이를 눈치채고는 검은 잔상을 남기며 막사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쾅-!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집법자가 멀리 튕겨져 나갔다. 그가 공중 어느 지점에 도착했을 때, 그의 전신이 갈라지며 선혈이 터져 나왔다.
어느새 원래 있던 자리에 돌아온 막사.
그의 손은 온통 붉은 화염에 휩싸여 있었고, 전신에서는 강대한 기운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를 보고 있던 진천의 안색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한편, 성 밖 상공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당액이 막사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 자… 혈맥각성을 하는 건가?”
혈맥각성에 도달한 자는 극히 드문 천재라 할 수 있었다.
당족 내에서도 이 경지에 이른 자는 당칠 하나뿐 아니던가.
모든 강자가 혈맥각성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혈맥각성을 한 자들은 예외 없이 강했다.
이때, 장내에서 연만리가 한 손에 도를 들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녀의 청룡도가 크게 떨림과 동시에 눈앞에 있던 집법자를 향해 떨어졌다.
청룡도가 떨어지는 순간, 장내에 천장 길이의 청룡이 돌연 모습을 드러냈다.
청룡의 울음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웠다.
콰득-!
연만리 앞에 있던 집법자가 순식간에 청룡의 입 안으로 사라졌다.
신무성 상공, 거대한 청룡의 위엄이 끊임없이 지면을 짓누르고 있었다.
천 장 길이의 청룡을 바라보는 진천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져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무원의 젊은 무인들을 경시했는지 깨달았던 것이다.
이때, 연만리가 돌연 진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 영감. 가만히 있기 심심하면 본왕의 청룡도나 받아 보거라.”
음성이 떨어진 순간, 그녀가 잔상을 남기며 진천을 향해 돌진했다. 이와 동시에 하늘 위에 떠 있던 청룡이 순간 빛으로 변해 청룡도 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때, 청룡도가 진천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장내를 뒤덮는 청룡의 울음소리!
한편, 진천은 표정의 변화 없이 가만히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손에 한 덩이의 백광이 응집된 순간, 진천이 머리 위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백광과 청룡도가 격돌한 순간.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