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74
574화 어째서 지금 이 순간에!
다시 한번 거대한 폭음과 함께 엽현이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왕지책 역시 수십 장 밖으로 밀리긴 마찬가지였다.
자리에 멈춰선 엽현의 입가에서는 다시금 선혈이 흘렀다. 뿐만 아니라, 이미 상처투성이인 그의 전신에서도 끊임없이 출혈이 일었다. 하지만 이 피는 곧 엽현 자신에 의해 다시 흡수됐다.
한편, 왕지책의 몸에도 이미 두 개의 검흔이 선명했다.
모두 엽현에게 당한 상처였다.
이를 보자 진천이 다소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때 한쪽에서 지켜보던 당청이 조심스레 말했다.
“엽현은 곧 한계일 듯합니다.”
“지금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
당청이 묻자 당액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때가 아니오, 누님. 지금 출수하면 우리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오.”
“당액 형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왕지책 외에도 아직 저 정체모를 노인이 남아있습니다. 지금 나서면 당족기병도 상당한 손실을 입을 것입니다.”
당풍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엽현이 무엇을 더 보유하고 있는지 잠시 더 지켜보시지요.”
“…….”
이에 당청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아래쪽의 엽현을 바라보았다.
다시 무원.
왕지책은 더 이상 엽현에 대한 살의를 숨기지 않았다. 그의 눈이 번뜩인 순간, 왕지책은 이미 엽현 앞에 도착해 있었다.
엽현 역시 물러나는 대신 두 손으로 도를 잡고 힘껏 내리쳤다.
쉭-!
다시 한번 핏빛 검기가 날카롭게 날아갔다.
하지만 이 검기는 곧바로 왕지책의 주먹에 의해 곧바로 파괴됐다.
쾅-!
왕지책의 공격에 타격을 입은 엽현은 순간 멀찌감치 날아갔다.
바로 이때,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진천이 돌연 엽령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기회를 틈타 엽령을 확보하려는 속셈이었다.
이를 본 엽현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순간 엽현은 왕지책을 무시한 채 순식간에 엽령의 앞에 나타났다.
엽현의 등장에 당황한 진천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이때, 엽현의 분노가 폭발했다.
“내 동생을 건드린 자! 모두 죽인다!”
엽현이 고함을 지르며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윙-!
붉은 기운을 가득 담은 검기가 진천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쾅-!
엄청난 충격에 뒤로 날아가 버린 진천. 바로 이때, 빛처럼 빠르게 날아온 비검 한 자루가 진천의 미간을 뚫고 지나갔다.
“…….”
한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이때 엽현이 붉은 눈으로 사방을 돌아보며 마치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다음은 누구냐!”
그의 포효가 쩌렁쩌렁하게 울리자, 엽현의 몸에서 흘러나온 짙은 살의가 순식간에 무원 전체를 뒤덮었다.
진천의 죽음.
이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심지어 왕지책 같은 강자라도 경악을 금치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진천은 무려 증도경, 그것도 보통의 증도경보다 강한 무인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엽현의 검에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다니!
게다가 엽현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처음과 비교하면 매우 강해져 있는 상태였다.
특히 그가 진천을 죽이면서 보인 검의 위력은 보통 강한 것이 아니었다.
진천이 죽음을 맞이한 후, 장내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모두의 시선은 엽현이라는 비정상적인 소년에게로 향해 있는 상태였다.
바로 이때, 엽현이 왼손을 천천히 감아쥐었다. 그러자 무원 지면을 가득 적시고 있던 선혈이 서서히 뭉치더니 수백 수천의 혈검을 만들어냈다.
혈검이 나타난 순간, 질서문의 무인들이 경계의 기색을 보이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엽현의 무력 자체도 두렵지만, 그가 날리는 비검은 정말로 두렵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엽현을 응시하고 있던 왕지책의 손에는 어느 순간 검은색 책 한 권이 들렸다.
바로 이때, 엽현이 손을 들어 왕지책을 가리켰다.
“참(斬)!”
그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수천 자루의 혈검이 일제히 왕지책을 향해 뻗어 나갔다.
각 혈검의 깃든 위력은 공간을 그대로 꿇어버릴 정도였다. 이는 혈검에 용혼지력의 힘이 깃들어 있는 까닭이었다.
눈앞의 비처럼 떨어지는 혈검을 바라보며 왕지책은 오늘 처음으로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때, 그가 검은 책을 몇 장 넘기더니, 무언가 입으로 읊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은 책 안에서 고대문자들이 흘러나오더니 엽현의 혈검들을 향해 달라붙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익-!
장내에 무언가 부식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와 함께 모든 이들의 시선 속에 붉은 비검들이 녹아 없어져 갔다.
어둠 속, 이 장면을 보던 당액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성언서(聖言書)!”
“성언서?”
당풍이 궁금한 듯 쳐다보자 당액이 설명했다.
“조화경 급의 보물이다. 하지만 왕지책이 사용한다면 그 위력은 어쩌면 도경 급에 맞먹을 수도 있지.”
당액이 다시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 너는 무엇을 보여 줄 테냐?”
이때, 엽현의 앞에 돌연 의자 하나가 나타났다.
신왕좌(神王座)!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엽현이 신왕좌에 오르더니 왼손을 쥐었다.
찰나의 순간, 엽현을 중심으로 반경 천 장 안의 영기가 눈 녹은 듯 사라졌고, 왕지책에게 있던 검은 책 역시 갑자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 순간, 혈검의 비가 왕지책을 향해 들이닥쳤다.
콰쾅-!
엽현의 정면, 왕지책이 거의 백 장 뒤로 물러나 자리에 멈췄다. 혈검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지만, 왕지책의 전신에도 크고 작은 검상 십여 개가 생겨났다.
순간, 장내가 고요해지며 모든 이들의 시선이 엽현 쪽으로 집중됐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신왕좌를 보고 있었다.
신왕자는 도경급 지보였다.
저런 물건은 설령 당족과 질서문 같은 큰 세력이라도 몇 개 없는 엄청난 보물이었다.
헌데, 엽현이 도경급 지보를 소유하고 있다니!
이때 사방에서 엽현 쪽을 향해 영기가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이 영기들은 엄밀히 말해 신왕좌로 가야 할 것이었지만, 엽현은 이를 중간에 가로채 자신이 흡수했다.
계속된 전투로 인해 영기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신왕좌가 가볍게 반항할 기미를 보이긴 했지만, 엽현의 혈맥지력이 한 번 꿈틀거리자 곧바로 순한 양처럼 잠잠해졌다.
게걸스럽게 심호흡을 하는 엽현.
이때의 그는 몸 안에 영기가 충만함을 느끼고 있었다.
엽현의 정면, 왕지책이 자신의 빈손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다. 성언서를 발동하려면 영기가 필요한데, 천 장 안의 영기가 고갈됐으니, 성언서도 쓸모없어져 버린 것이다.
반면 그의 적인 엽현은 주변의 영기를 홀로 독식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어쩌지?’
왕지책이 고개를 들어 엽현을 바라보았다.
이때, 엽현이 사라졌다.
이에 왕지책 역시 눈을 가늘게 뜨며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곧 두 사람의 전투가 재개됐다.
여전히 왕지책이 우위에 있긴 했지만, 그가 느끼기에 엽현은 점점 더 강해져가고 있었다. 특히 시시때때로 날아드는 비검은 그로서도 쉬이 볼 대상이 아니었다.
장내에는 이제 두 사람 말고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수많은 집법자들과 진천이 죽은 후, 질서문은 더이상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무원 쪽엔 막사와 안란수가 여전히 건재했다.
이 두 사람의 실력은 집법자들에게도 매우 껄끄러운 것이었다.
어둠 속, 당액이 미소를 지었다.
“교착상태에 도달했군.”
“그렇습니다, 형님. 이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에게 더욱 유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질서문은…….”
“후퇴하거나, 원군을 불러야겠지.”
두 사람의 대화에 당청이 끼어들었다.
그러자 당액이 웃으며 말했다.
“질서문이 지원군을 더 보내주면 좋겠는데… 아직 엽현의 밑천을 모두 본 것은 아니지 않소.”
“…….”
“뭐 어쨌거나, 우리가 엽현의 동생을 노리지 않았던 것은 옳은 판단이었소. 그랬더라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큰 피해를 입었을 테니까.”
당풍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우리 당족이나 질서문 모두 엽현의 전투력을 너무 얕잡아 보았던 것 같습니다.”
당액이 뭐라 대꾸하려 할 때, 그가 문득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때 그의 시선이 닿은 공간이 쩍 갈라지면서 노인 둘이 튀어 나왔다.
두 사람을 본 순간, 당액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저들의 경지는 증도경 이상이다!”
두 사람의 실력이 왕지책보다 뛰어난 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시점에 이 정도 강자들을 보낸 것만으로도 이미 승기는 질서문으로 넘어왔다는 것이었다.
이때, 두 노인의 뒤로 또다시 세 명의 흑의인이 모습을 나타냈다.
세 사람은 모두 증도경 강자였다.
도합 다섯 명의 집법자들이었다.
어둠 속, 당액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끝났군.”
이 순간, 다섯 집법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내 아래쪽에 있던 대전을 향해 다섯 개의 강대한 기운이 날아들었다.
목표는 엽령이었다.
이들의 움직임을 느낀 순간, 미친 듯이 왕지책과 싸우고 있던 엽현은 곧바로 엽령의 앞으로 퇴각했다. 다섯 무인들이 가까워졌을 때, 엽현이 괴성을 지르며 강하게 검을 휘둘렀다.
윙-!
검명 소리와 함께 핏빛 검광이 방출됐다.
하지만 이 검광은 다섯 무인들에 의해 허무하게 사라졌고, 이제는 왕지책마저 엽현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여섯 명의 절정고수!
이때 엽현의 귀에 들려오는 엽령의 목소리.
“오빠, 미안해! 나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 없나 봐! 그렇게 노력해 봐도 결국 짐만 되어 버리는걸…….”
이미 의식이 온전하지 않은 엽현이었지만, 엽령의 목소리에 손에 힘을 주며 반응했다.
“걱정하지마! 내가 있잖아!”
말과 동시에 엽현이 강하게 지면을 디뎠다. 순간 그의 미간 사이에 대지도칙이 나타났고,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엄청난 양의 대지지력과 지맥지력이 엽현을 향해 몰려들었다.
바로 이때, 갑자기 그의 눈앞에 검은 검집 안에 든 검 한 자루가 나타났다.
검집은 마치 자신을 뽑으라는 듯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용혼, 용력, 혈맥지력 그리고 대지지력과 지맥지력까지.
엽현은 가용할 수 있는 힘을 모두 끌어모은 최강의 상태였다.
검이 나타난 이유는 지금의 엽현이라면 충분히 자신을 뽑을 수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눈앞에 들이닥치는 여섯 무인들을 응시하며, 마침내 엽현이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위잉-!
한 줄기 검명 소리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엽현이 검을 치켜 든 순간, 신무성 상공에 갑작스레 흑운이 깔리더니, 구름 속에서 자색 번개가 쉴 새 없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하늘에서 거대한 위압이 흘러나와 신무성 전체를 무겁게 짓이겼다.
자색신뢰(紫色神雷)!
왕지책 등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황급히 자리에 멈춰 섰다.
“자색신뢰… 어째서 지금 이 순간에?”
왕지책이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색신뢰.
이는 역천의 천재가 일정 경지를 이뤄냈을 때만 나타난다고 하는 전설상의 현상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질서문의 고답천, 무원의 주아부 그리고 당족의 목남지에게서만 발생했다고 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