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8
58화 내 뒤엔 신(神)이 있다!
북신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엽현을 향해 일격을 날렸다.
그녀의 분노 섞인 일격을 받은 엽현은 그대로 멀리 날아갔다. 땅에 떨어진 엽현은 그대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구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번개처럼 빠른 손놀림으로 나뭇잎 사이를 뒤졌다. 아까 숨겨두었던 지계 무기를 회수하고는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엽현은 사라지고 남은 자들은 여전히 다투고 있었다.
엽현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신이 신형을 물려 두 남녀와 거리를 벌리고선 소리쳤다.
“이 멍청이들아, 당장 너희 배후의 사람에게 물어봐라!”
서로의 눈을 마주 친 남녀가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반각이 지날 무렵, 두 사람의 안색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당했다!
그들의 배후에 있던 자는 그들에게 빠르게 엽현의 소식을 전해주지는 못했다. 그 얼마되지 않은 시간 동안 엽현은 먼 거리를 도망칠 수 있었다.
북신이 엽현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렇게까지 파렴치한 검수가 존재할 줄이야…, 오늘 교훈을 하나 배웠군!”
남자 무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어차피 도망 칠 수 없다. 그 지계 상품 무기는 결국 우리 저국(貯國)의 손에 들어올 것이다!”
‘저국(貯國)이라고?!’
북신이 남자를 한 번 쳐다보고는, 말없이 사라졌다.
저국, 강국, 당국…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그녀에겐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목표는 그런 조그만 나라들이 아닌, 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 * *
양계성 성문 앞.
팔짱을 낀 구 공주가 성벽에 기대어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한 명의 여인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흰 눈처럼 하얀 옷을 입고 나타난 여인은 바로 안란수였다.
구 공주의 곁에 다가온 안란수는 멀리 펼쳐진 산맥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네가 잘못 짚었어.”
구 공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안란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
구 공주가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지계 상품 무기. 그걸 보고도 욕심내지 않을 자는 세상에 없어.”
그러자 안란수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를 믿어!”
그를 믿어!
안란수의 목소리는 크진 않았지만 또렷했다.
성벽에 기대 있던 구 공주가 말했다.
“란수, 그럼 내기할까?”
안란수가 구 공주를 향해 돌아보았다.
그러자 구 공주가 웃으며 대답했다.
“만약 그가 정말로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면, 여기에 일 년 더 머무르기로 하자.”
“만약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안란수가 묻자 구 공주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내 금도를 넘길게.”
‘금도를 넘긴다고?’
안란수의 표정이 살짝 떨렸다.
구 공주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설마 질투하는 건 아니겠지?”
안란수가 먼 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난 질투가 뭔지 몰라.”
“…….”
* * *
어느 깊은 산 속.
엽현은 여전히 어둠을 뚫고 달리고 있었다. 그의 목표는 양계성이었다.
강국의 총본영이 위치한 양계성이라면, 제 아무리 저들의 배후라도 함부로 휘젓고 다닐 수는 없으리라.
엽현이 빽빽한 밀림에 접어들었다. 이 곳만 빠져나간다면 양계성은 가시거리에 들어올 것이다.
엽현은 슬쩍 미소 지으며 속도를 높였다.
바로 이때, 웬 중년남자 하나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엽현은 급히 신형을 멈췄다.
화려한 백의를 입고서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린 중년인은 뒷짐을 진 채, 엽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건을 내 놓으면 목숨은 살려주마.”
엽현의 안색이 급히 어두워졌다. 이 자는 분명 저들이 배후라고 말하는 자가 틀림없었다.
그가 직접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계 무기를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할 것이라는 의미기도 했다.
엽현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중년인이 코웃음을 쳤다.
“덤비려고?”
“물건을 넘긴다 하더라도 날 죽이려는 것을 알고 있다. 틀렸나?”
“하하…. 보기보다 똑똑하구나. 그래, 어차피 넌 죽는다.”
자세를 고쳐 잡는 중년인을 향해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몸에 그 중요한 물건을 지니고 다닐 정도로 바보라고 생각하나?”
그 말을 들은 남자가 눈썹을 치켜떴다.
“상관없다. 널 붙잡은 후에 네 입을 열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년인이 일보 전진했다.
그러자 그의 발밑의 지면이 갈라졌다.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순식간에 엽현을 엄습했다.
엽현이 깜짝 놀라 전력을 다한 일 권을 뻗었다.
눈앞의 남자의 실력은 적어도 통유경이었다. 그런 강자를 향해서 방심은 절대 금물이었다.
권세와 전의가 깃든 일 권이 중년인의 힘과 부딪친 순간, 엽현의 신형이 수십 장 밖으로 속절없이 튕겨 나갔다.
바닥에 떨어진 엽현이 신음소리를 흘리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의 오른팔은 이미 완전히 부러진 상태였다.
“네가 널 조금 얕잡아 본 모양이구나. 나의 일격을 버틸 정도로 강한 육체라니.”
중년인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신의 오른발을 굴렀다. 그러자 그의 발아래에 있던 주먹크기만한 돌이 마치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과 같이 공기를 찢으며 엽현을 향해 날아갔다.
이때, 엽현의 손바닥에 한 자루의 검이 나타났다. 순간, 한 줄기의 검망이 번뜩였다.
위잉-!
돌멩이를 반으로 쪼갠 검망이 그대로 중년인을 향해 날아갔다.
중년인이 비웃으며 자신의 장삼을 한 번 털었다.
쾅-!
검망이 폭발하며 엽현이 십여 장 밖으로 날아갔다.
“역시 검무쌍수(劍武双修)라는 건가?”
중년인이 눈을 들어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아무도 나서지 않은 것을 보니, 정말 네 놈의 배후엔 아무도 없는가 보구나.”
중년인이 천천히 엽현을 향해 걸음을 뗐다.
그가 지금까지 손속에 사정을 둔 것은, 혹시나 있을 엽현의 배후를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엽현 정도의 기재에게 정말로 세력이 없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런 개입이 없었다. 엽현은 진정으로 배후가 없는 산수무인이란 확신이 들었다.
정말로 산수(散修)라면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다!
엽현은 살기 가득한 눈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중년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가 수 장 거리에 들어오자, 엽현이 갑자기 그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중년인이 콧웃음을 쳤다.
사실 두 사람의 무공의 간극을 생각할 때, 중년인이 엽현을 얕본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바로 이때, 엽현의 왼쪽 손에 또 다른 검이 하나 나타났다. 이내 다른 손에 든 검과 하나로 합쳐졌다.
두 검이 하나로 융합할 때, 그 압력에 의해 엽현의 양팔이 갈라지며 선혈이 터져 나왔다.
하나로 합쳐진 검은 영검을 뛰어 넘은 명검(明劍) 급의 신병으로 재탄생했다!
검은 허공을 갈랐다!
일정검생사(一劍定生死)!
지금의 일 검은 엽현의 원래 실력을 훨씬 상회하는 위력을 뿜어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중년인의 눈동자가 순간 쪼그라들었다. 그의 상상을 넘어선 위력이었다.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다. 중년인은 바로 오른 손을 빙글 돌렸다.
의 손바닥으로부터 선풍이 방출되어 엽현의 검을 거칠게 휘감았다.
그 순간!
쾅-!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중년인의 신형이 족히 스무 장 밖으로 밀려났다. 그의 오른팔 소매는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의 팔은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있었다. 그 사이로 무수한 선혈이 꿀렁이며 분출되고 있었다.
중년인은 자신의 팔을 바라보더니,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의 표정엔 이전까지는 없던 진지함이 엿보였다.
“명검…, 그리고 이다지도 패도한 검기(劍技)라니…….”
중년인의 목소리엔 두려움마저 깔려 있었다.
만약 엽현의 경지가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중년인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방금의 공포스러운 일 검은 중년인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중년인을 바라보던 엽현이 자포자기라도 한 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역시, 두 단계나 되는 경지의 차이를 넘는 것은 너무나 무모한 일이다. 만일 내가 능공경만 됐더라면, 싸워볼만 했을 텐데. 이제 어떡하지?
싸워? 못 이긴다.
도망가? 불가능해.
구원을 요청할까? 누가 나를 도와준단 말인가?’
빠르게 두뇌를 회전하던 엽현의 눈에 순간 한 줄기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엽현이 고개를 들어 중년인에게 소리쳤다.
“도망가려면 지금 가는 게 좋을 거요. 조금 있으면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테니.”
중년인이 비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네 뒤에 배후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렇소. 내 안에는 한 명의 대단히 강력한 대신(大神)이 머물고 있소.”
“네 안에 신이 있다고? 하하하! 혹시 머리를 너무 세게 맞은 게 아니냐?”
이때, 중년인이 엽현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만약 정말 몸 안에 신이 있다면, 한 번 보여 주거라.”
이때, 몸 뒤로 감추고 있던 중년인의 오른팔에서 기이한 녹색 기운이 나와 팔을 휘감았다.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그는 엽현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역시, 이 근처를 배회하고 있을 다른 고수들을 고려해 자신의 몸을 정상 상태로 돌려놓아야 했다.
엽현이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그대가 너무 약해서 대신께서 흥미가 없다고 하시는구려.”
“하하하하! 흥미가 없다고? 내가 무서워서 숨어 있는 건 아니고?”
바로 이때였다.
짝-!
경쾌한 소리와 함께 중년인의 신형이 순식간에 뒤로 날아갔다.
엽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날아나기 시작했다.
몸을 일으킨 중년인의 오른쪽 뺨엔 붉은 손톱자국이 나 있었다.
중년인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누가 나를 때렸지?’
중년인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점점 그의 안색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아주 조심스럽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누구십니까?”
그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중년인은 감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연신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한편, 엽현은 이미 울창한 숲속을 달리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 이제 양계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엽현은 속도를 더욱 올렸다. 엽현의 입가에선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의 두 팔에서도 마찬가지로 선혈이 흘러나왔다. 아물어 가던 그의 가슴 부위의 상처 역시 다시 터졌다. 그 흘러나온 피가 그의 옷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미 엽현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만약 금신경을 수련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움직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 누군가 그를 잡으러 온다면 더 이상 상대할 힘이 없었다.
다행히도 엽현은 양계성 앞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