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96
596화 그놈들은 반드시 몰살시켜야 하오!
삼 일 후, 계옥탑 안.
진혼검은 여전히 엽현의 검의를 미친 듯이 흡수하고 있었다. 이때 엽현의 표정은 마치 시체처럼 창백해져 있었다.
이 삼일의 시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검의를 방출한 탓에 소모가 엄청났던 것이다.
바로 이때, 진혼검이 몸을 부르르 떠는가 싶더니 강대한 기운이 폭발했다.
쾅-!
폭발의 충격에 엽현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벽에 부딪히고서야 멈춘 엽현이 고개를 들어 진혼검을 바라보았다. 이때, 잔뜩 흥분한 소혼의 음성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주인, 성공했습니다!]“도, 도경?”
[그렇습니다!]이때 진혼검이 마치 춤을 추듯 엽현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엽현이 살포시 검 자루를 쥐는 순간,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폭포수처럼 밀려들어 왔다.
“소혼, 이 기운은!?”
[혼력(魂力)입니다.]“혼력? 영혼지력을 말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소혼이 매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는 영혼의 힘으로 앞으로 주인 역시 필요할 때면 이 힘을 빌릴 수 있습니다. 이 영혼지력은 주인의 영혼을 강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수도 없이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혼지력을 이용하면 주인의 비검이 훨씬 더 빨라질 것이고, 웬만한 영혼류 공격에는 간지럽지도 않을 것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훨씬 더 강해졌다는 점입니다.]“얼마나 강해진 게냐?”
엽현이 활짝 웃으며 묻자 소혼이 대답했다.
[아마 증도경 강자 정도는 쉽게 죽일 수준은 될 것입니다. 또한 상대의 영혼이 특별히 강하지 않은 한, 육신과 혼백을 분리하는 것이 더 수월해질 것입니다. 그 외에도 주인이 저를 들고 전투할 때, 상대의 영혼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섭혼탈백(攝魂奪魄)이라 하는 것인데… 주인은 그냥 엄청 대단한 능력이라고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날 무시하는 게냐? 아무튼 잘 됐구나! 하하하!”
[감사합니다. 다 주인이 도와준 덕분입니다.]소혼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사이에 고맙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 게다가 지금까지 나도 네 덕을 많이 보지 않았느냐?”
[그럼 고맙다는 말은 취소하겠습니다.]그 말에 한바탕 웃어 재낀 엽현은 곧바로 자리에 앉아 신정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대략 한 시진 가량 지났을 때, 엽현은 동굴을 나서 신국으로 방향을 잡았다.
엽현은 신국에 대해 매우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그만큼 신국은 매우 신비로웠던 것이다.
잠시 후, 엽현은 얼마 전 자신이 잠입했던 성을 다시 한번 빠르게 훑어본 후, 신도를 향해 이동했다.
신도는 신국 권력의 핵심지역이다. 그가 신도로 향하는 것은 비단 신국의 실력을 확인해 보려는 것 이외에 도칙을 찾으려는 목적도 있었다.
신국의 변경을 지난 후, 엽현은 이 땅의 영기가 다른 황계보다 확연히 풍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많은 산들은 대부분 영맥을 보유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 중엔 선품 영맥도 주인이 있었다.
대부분의 영맥은 주인이 없는 상태로 보였는데, 이는 거의 모든 영맥이 세력들에 의해 점거당한 다른 황계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엽현은 다소 욕심이 나긴 했으나, 영맥들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그의 생각에 이는 매우 비정상적인 일 같았기 때문이다. 분명 어딘가 강자들이 숨어서 영맥을 지키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도칙을 찾는 것이 먼저였다.
그렇게 탐스러운 영맥들을 지나친 엽현은 삼 일을 달려 신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문 바로 앞에서 본 신도성은 그리 큰 규모가 아니었다. 심지어 다소 낡아 보이기까지 했다. 다만 성 전체에서 중후하고 고풍스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는 오랜 세월 풍파를 견디며 버텨온 고성의 정취라 할 수 있었다.
엽현은 곧바로 성 안으로 잠입할 채비를 했다.
바로 이때, 그의 앞에 웬 여인 하나가 나타났다.
“…….”
여인은 겉보기에 대략 이십 대 중반 정도였다. 윤기 나는 머리를 가지런히 묶어 뒤로 넘긴 상태였고, 티끌 하나 없는 정결한 백의는 마치 안란수를 연상케 하는 인상을 주었다. 전체적으로 화사하면서도 영기를 지니고 있는 여인이었다.
여인이 엽현을 가볍게 훑어보고는 운을 뗐다.
“엽 공자 되십니까?”
엽현은 놀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여인이 가볍게 미소를 머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엽 공자. 소녀는 남궁원(南宮婉)이라 합니다. 전하의 곁에서 작은 직책을 맡고 있지요.”
“…엽현, 신무성 성주요.”
엽현이 잠시 대답을 지체하자 남궁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엽 성주는 경계하실 것 없습니다. 우리 신국은 손님을 매몰차게 대하는 법이 없습니다. 물론 그 손님 역시 신국을 존중할 때 한해서 말입니다.”
“…나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었소?”
엽현이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야,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요.”
엽현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생각만큼 신국은 만만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찌 되었든, 전하께서는 일찌감치 엽 성주가 신국의 실력을 보러 온다는 보고를 받으셨습니다. 이에 저를 보내 엽 성주를 영접하고, 신국의 여러 주요 시설을 둘러볼 수 있도록 안배하라 하셨습니다.”
“그대들이 이렇게 나를 환대해 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소. 사실 조금 겁이 나려 하는군.”
이에 남궁원이 웃음을 터트렸다.
“성주께서는 농담도 잘하십니다. 혈혈단신으로 신국의 중심부까지 오신 분이 겁이 난다니요. 엽 성주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직접 성을 안내해 드릴 것이고, 떠나고자 하신대도 누구도 막지 않을 것입니다.”
“어째서?”
“아무 이유 없습니다.”
엽현이 잠시 고민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남궁 소저에게 신세 좀 지겠습니다.”
그 말에 남궁원이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엽현은 봄날에 꽃송이가 흩날리듯이 주변이 밝아오는 느낌을 받았다.
“남궁 소저, 웃는 모습이 참 아름답소.”
“엽 성주께서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럼 저와 함께 성으로 드시지요.”
엽현은 앞서가는 남궁원을 따라 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으로 들어온 엽현이 처음으로 느낀 것은 적지 않은 수의 기병들이 시시때때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기병들은 하나 같이 강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상당한 수준이군!’
또한 이들 기병들은 남궁원을 지나칠 때마다 곧장 말에서 내려 고개를 숙였고, 남궁원 역시 이에 가볍게 답례를 하곤 했다.
엽현이 방금 전 지나간 기병을 바라보며 물었다.
“보아하니 남궁 소저의 신분이 평범하진 않은 것 같소.”
“소녀는 그저 전하를 비교적 가까이서 모시고 있을 뿐입니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제를 전환했다.
“그나저나 신국엔 젊은 강자들이 많이 있소?”
“적다고 할 수는 없지요.”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소.”
“음… 신국에는 신무방(神武榜)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명단에는 단 열 사람만 이름을 올릴 수 있는데, 이들이 곧 신국 최고의 신진 무인들이라 할 수 있지요.”
이때 엽현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내가 얼마 전에 도를 쓰는 여인을 만난 적이 있는데, 나이는 열예닐곱 정도고… 혹시 그녀는 신무방 몇 위쯤 되는지 아시오?”
“도를 쓰는 여인 말씀입니까?”
남궁원이 엽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여인에 대해 생각나는 인상을 설명했다.
설명을 듣자 남궁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엽 성주가 본 것은 아마 좌청이라는 아이일 것입니다. 도종의 제자일 것인데, 그녀는 신무방에 들지 못했습니다.”
순간 엽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없단 말이오? 어째서?”
“간단합니다. 그녀는 아직 신무방의 무인을 꺾은 바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 말을 듣자 엽현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자신조차 버거워했던 무인이 열 손가락 안에도 들지 못하다니,
혹시 남궁원이 그를 겁주려는 것일까?
엽현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듯, 남궁원이 웃으며 말했다.
“성 안에 신무방 무인이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만나 볼 기회를 드리지요.”
“좋소!”
남궁원은 엽현을 데리고 어느 서원 앞에 도착했다.
창해서원(滄海書院).
남궁원이 막 서원 앞에 도착했을 때, 중년인 하나가 나타나 남궁원에게 인사를 했다.
“남궁 국사께서 예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미리 기별을 주셨다면 미리 사람을 보냈을 것을.”
“소(蘇) 학사께서는 그런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은 여기 엽 성주께 창해학원을 소개하고자 왔는데, 혹시 불편하진 않으신지요?”
“하하, 그런 일이라면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두 분, 이리로 드시지요.”
그렇게 세 사람은 산 위로 향해 있는 오솔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가끔씩 학생으로 보이는 자들이 그들을 지나칠 때면 예외 없이 걸음을 멈추고 소 학사와 남궁원을 향해 예를 갖췄다.
길을 걷던 중, 남궁원이 문득 엽현에게 물었다.
“엽 공자가 있는 곳에도 서원이 있는지요?”
“음… 내가 알기론 없는 것 같소.”
“그저 무공 수련만 한단 말입니까?”
남궁원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묻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남궁원이 고개를 저었다.
“어찌 그럴 수 있습니까? 한 사람의 무인이 오직 수련만 중시하고 학문은 등한시한다면, 제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생각이 매우 편협해질 것입니다.”
“하하, 내 설명이 다소 부족했소. 특별히 글을 공부하는 서원이 없다뿐이지, 그렇다고 무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아니오. 물론 신국만큼 중시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오.”
그 말에 남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우리 신국이 그대들 성역으로 진출하게 되면 반드시 많은 서원을 열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예뿐만 아니라 많은 책을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에 엽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남의 땅을 침략하겠다는 말을 어찌 그리 당당하게 할 수 있소?”
“엽 성주, 그대들의 문명은 여전히 많이 낙후돼 있습니다. 우리가 가서 새로운 문명을 전수해 준다면 모두에게 나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오.”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후대를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이에 엽현이 남궁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물에 살지 않은 자가 어찌 물고기의 행복을 논할 수 있겠소? 역시 서로 싸우지 않고 화목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오.”
“화목 말인가요?”
남궁원이 돌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보에 의하면 그대 쪽 무인들은 이미 신국으로 진격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더군요.”
“우리가… 선공을 한단 말이오?”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그러자 남궁원이 웃으며 말했다.
“엽 성주 생각과는 다르게 그대 쪽 사람들이 원하는 건 평화가 아니에요. 만약 질서문이 우리보다 더 강했더라면, 신국은 이미 그들의 발에 모두 짓밟혔겠지요.”
“…….”
“이 혼돈우주는 거대하고, 네 개의 황계에는 무수히 많은 세력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매년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지요. 만약 신국이 혼돈우주를 통일하고 모두가 화목하게 살도록 통제한다면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침략 행위지 않소? 어쨌거나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갈 것이오.”
“하지만 그대들이 먼저 출수한다면 전쟁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듣자 엽현이 잠시 심각하게 고민한 후에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대들 마음대로 하시오. 다만 전쟁이 개시되면 질서문 놈들을 몰살시키는 것을 잊지 마시오. 그놈들이 나는 예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