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04
604화 제일 강한 놈이 나와라!
만산장성 상공.
신국에서 온 노인은 결사항전을 다짐하는 무인들을 아무 표정 없이 내려다보았다.
이때, 성주가 노인 앞에 나타났다.
“성주, 그대의 뜻은 어떻소?”
“어떨 것 같소?”
노인이 물음에 성주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그러자 노인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께서는 분명 덕을 베풀려 하셨소. 마지막 기회를 거부했으니, 이제 남은 결과는 온전히 그대들 몫이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노인은 떠나갔다.
성주는 노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항복?
그런 선택은 있을 수 없었다.
현재 신국을 제외한 혼돈우주는 요족, 질서문 그리고 당족에 의해 삼분 된 상태였다.
혼돈우주의 주요 자원은 모두 이들 세 세력에 의해 통제된다. 항복을 한다는 것은 이들 자원에 대한 이익을 포기한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왕으로 군림하던 그들이 앞으로는 누군가의 밑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항복은 불가능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반드시 신국을 저지해야만 하는 것이다!
한편, 멀리 떨어진 어느 산봉우리, 엽현과 막사는 고성이 울려 퍼지는 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세만 보면 천하무적이 따로 없군.”
엽현의 말에 막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지금은 스스로가 강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일이 닥치고 나면 뿔뿔이 흩어질 자들이지.”
“하하하! 그래도 이해해야지. 저들은 모두 주둥이 빼면 시체인 자들이니까.”
막사가 고개를 돌려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제 계획이 뭐야?”
“잠시 조용히 있어야지. 당분간은 관망할 생각이야.”
“음 알겠다. 또 뭔가 음흉한 계략을 꾸미려는 거구나?”
“…….”
막사가 문득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신국, 도대체 얼마나 강한걸까.”
엽현 역시 막사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미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자, 수련이나 하러 가자!”
이를 끝으로 두 사람은 봉우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 * *
신국, 장신원과 인접해 있는 고성.
성문 앞에는 삼천의 병력이 운집해 있고, 그들의 가장 앞쪽에는 지난번 연합군의 공격을 막아낸 월(越) 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월 통령 양쪽에는 손에 낫을 든 서른 명의 흑의인이 도열해 있는 상태였다.
이들은 모두 무언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잠시 후, 성문 밖으로 황금빛을 띠는 거룡 한 마리가 출현했다. 천장에 이르는 황금거룡의 몸집은 태양을 가릴 만큼 거대했고, 그 출현과 동시에 용의 위엄이 만천하를 가득 메웠다.
혼돈우주 최후의 황금거룡이었다.
그리고 황금거룡의 머리 위에는 여인 하나가 서 있었다.
다소 달라붙는 백의와 허리에 한 자루 검을 착용한 여인은 무심한 눈으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인의 뒤에는 두 명의 노인이 있었는데, 이들은 각각 품에 한 자루씩의 검을 안고 있는 상태였다.
신국의 국사인 남궁원 역시 여인의 뒤편에 있었지만,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인의 왼편에서 몇 장 떨어진 곳에 보이는 소년과 소녀도 보였다.
소년은 준수해 보이는 용모에 하얀 장포를 입고 있고, 한 손은 뒤로 하고 다른 한 손에는 한 권의 책을 들고 있었다.
소년의 곁에 있는 소녀는 꽃무늬가 새겨진 짙은 녹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기다란 검은 피리가 들려있었다.
황금거룡의 아래쪽에는 한 무리의 기병이 고성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약 천 명 정도로 구성된 기병들은 모두 황금 갑옷을 착용하고 손에는 황금 창을 들고 있었는데, 그들의 경지는 모두 증도경이었다.
또한 이들은 조화경 급의 추풍구(追風駒)를 몰고 있었다.
근위군(近衛軍).
이들은 바로 신주의 명령만 듣는다는 신주의 근위군이었다.
천 기의 기병과 천 마리의 추풍구가 혼연일체로 움직이니, 그 기세만으로 이미 천군만마를 압도하는 듯했다.
그리고 이들의 뒤로 세 개의 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기사단(聖騎士團).
성기사단은 총 삼천 명이었다. 세 명의 성기사 단장이 이들을 이끌고 있었다. 이 단장들 역시 신주의 명령만 받들게 돼 있다.
그 뒤로는 아홉 개의 군단이 있었다.
각 군단은 만 명의 병사로 조직되어 있었는데, 이들은 하나 같이 날카롭게 훈련되어 있었다. 개개인의 실력은 근위대나 성기사단에 비할 바 아니지만, 결코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만인이 군진(軍陣)을 펼치면 능히 장도경 강자를 무찌를 수 있고, 만약 구만 명이라면 능히 천도경 강자를 상대할 수 있는 위용을 보였다.
이때 황금거룡이 고성 상공에 멈춰 섰다. 그러자 아래쪽에 대기하고 있던 월 통령 등의 병사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때 용의 머리에 있던 여인이 가볍게 손을 까딱였다.
그러자 월 통령 등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여전히 고개는 숙인 상태였다.
여인이 거룡의 머리 위에서 내려서더니, 천천히 허공을 밟으며 하강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자들이 차례로 그녀의 뒤를 따라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윽고 여인이 성 안에 도착하자, 월 통령이 황망히 여인의 앞으로 달려왔다.
“폐하! 성 안의 모든 병력은 이미 천리 떨어진 남산성에 배치 완료했습니다!”
여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
여인의 음성에 남궁원이 앞으로 나섰다.
“전하!”
여인이 만산장성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저쪽에서 가장 강한 자가 누구인가?”
“알려진 바로는 질서문의 성주, 당족의 당염, 요족의 요왕, 남파무사, 초진인 그리고 신도군 통령인 엽전천(葉戰天)이 가장 강한 자들입니다.”
“변수는?”
“변수가 있다면 당시 실종된 무원의 주아부, 당족의 천재 목남지, 이천 오백년 전 검종에 존재했던 검남산. 요족의 남명요왕(南明妖王) 그리고 도검쌍절(刀劍雙絕), 전무쌍(戰無雙)입니다.”
여인이 천천히 성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젊은 무인들 중에는 누가 출중하더냐?”
“가장 먼저 도방 일위인 소부자(小夫子)가 있는데 이 자의 내력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습니다. 다음으로 도방 이위인 당칠은 다툼을 좋아하지 않아 일찌감치 당족을 떠나 유람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 남파무사의 제자 조목과 초진인의 휘하에 있는 철우(鐵牛)입니다.”
남궁원이 잠시 뜸을 들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들 말고도 주목해야 할 삼인방이 있습니다. 먼저 무신(武神)의 혈통을 이어받은 무방의 안란수, 연만리 그리고 마가족의 후계자인 막사입니다.”
“그 엽현이란 자는?”
“…….”
“어찌 대답이 없느냐?”
“그것이… 그자에 대해서는 뭐라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아는 거라도 대강 말 해 보거라.”
그 말에 남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자는 매우 특이한 유형의 무인으로 경계와 그 실력의 괴리가 매우 큽니다. 게다가 그의 전투력도 매우 들쭉날쭉해 한 마디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음? 계속해 보거라.”
호기심이 동한 여인이 남궁원을 재촉했다.
“평상시 그의 실력은 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역천이라 할 것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그가 분노했을 때의 전투력은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상승합니다. 게다가 그에게는 한 무더기나 되는 신물이 있습니다. 도경급을 뛰어넘는 검이 있는가 하면, 명족의 진혼검도 그의 손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왕좌와 신왕검 그리고 오유계의 탑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거울 정도입니다.”
“탑이라면, 그때 신국에 나타났던 그 검은 탑 말이냐?”
“바로 그것입니다.”
“흠… 보아하니 놈의 내력이 범상치 않은가 보구나.”
남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범상치 않은 게 아닙니다. 다만 자존심이 강하고 억울함을 참지 못하는 편입니다. 이 때문에 서쪽의 몇몇 강자들과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질서문은 엽현을 죽이고자 혈안이 되어있을 정도입니다.”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멈췄다.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은데 그녀는 이미 만산장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신원에 도착해 있었다.
그녀의 뒤를 이어 신국의 군대가 장신원에 도착했다.
잠시 후, 만산장성 위에는 여러 황계에서 달려온 무인들이 새까맣게 몰려들었다.
그들은 넓은 평원에 도열해 있는 신국의 군대를 발견하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특히 가장 앞서 있는 천 명의 근위대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마치 천군만마가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만산장성 위의 모든 무인들의 안색이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신국은 정말로 그들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강해 보였던 것이다!
성주 등 오인의 안색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이때서야 엽현의 말이 정말로 거짓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신국의 전력이 이게 끝이라면 그들에게도 승산은 있었다.
수천 년을 이어온 거대 세력들인 만큼 그들에게도 비장의 한 수쯤은 존재했던 것이다.
이때, 성주가 여인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나타났다. 잠시 여인을 바라보던 성주는 이내 시선을 그녀 바로 뒤에 있는 두 노인에게로 돌렸다.
두 사람을 보았을 때, 비록 성주의 안색은 평온해 보였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성주는 두 노인의 깊이를 조금도 가늠할 수 없던 것이다.
잠시 후, 성주가 정면의 여인을 향해 말을 걸었다.
“이번 전쟁의 결말은 양패구상으로 끝나게 될 것이오. 그러니 지금이라도 병력을…….”
“양패구상? 너희가 그 정도 실력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 말에 성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뭐라고 하려 할 때, 여인이 먼저 말을 가로챘다.
“먼저 젊은 무인들의 실력부터 보도록 하지.”
음성이 떨어지자, 여인의 뒤편에 서 있던 백의를 입은 소년이 여인의 곁으로 나아왔다. 소년은 먼저 여인에게 가볍게 예를 차린 후, 정면의 만산장성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신국, 무량종(無量宗)의 소종주 임소백(林少白)이 한 수 가르침을 청하오!”
이에 성위에서 한 명의 장한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꼬마야, 너 정도는 이 형님이 간단하게…….”
바로 이때, 임소백의 신형이 사라졌다.
쾅-!
모두가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의 육신이 걸레짝으로 변했다.
이를 본 순간, 장내 무인들의 안색이 순간 흙빛으로 바뀌었다.
장도경!
한눈에 봐도 어린 소년의 경지는 무려 장도경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약한 자 말고, 조금 더 강한 자가 내려오면 좋겠소!”
임소백의 도발에, 이내 한 남자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남자의 등장에 성 안의 누군가 소리쳤다.
“도방 육위의 묵운산(墨雲山)이다!”
도방 육위!
묵운산이 임소백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겠소.”
“조심하시오!”
임소백의 음성이 떨어짐과 동시에 묵운산을 향해 강대한 기운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 강대한 기운에 공간마저 견디지 못하고 찢겨져 나갔다.
이를 본 묵운산이 진중한 표정으로 손목을 움직였다. 그 순간, 한 자루 창이 공간을 뚫고 나아갔다.
쾅-!
두 기운이 맞부딪치는 순간, 묵운산의 신형이 뒤로 튕겨 나갔다. 그의 발이 아직 땅에 닿지도 않은 순간,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묵운산을 향해 날아들었다.
쾅-!
묵운산은 제대로 반항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성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마구잡이로 갈라진 그의 육신에서는 끈적끈적한 선혈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가볍게 두 사람을 처리한 임소백은 가볍게 가슴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는 성 위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냥 도방 일위부터 나오면 안 되겠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