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05
605화 검수라기보다는 사기꾼이라고 하더군
도방 일위!
이 순간, 만산장성 위의 모든 무인이 동시에 침묵했다.
도방 칠위인 묵운산을 단박에 격파한 임소백이 중간은 다 건너뛰고 도방 일위를 지목한 것이다.
한편, 봉우리 위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조목이 뛰어내리려 하자, 누군가의 손이 그녀를 낚아챘다.
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뭐?”
조목이 불쾌하다는 듯 손을 뿌리치며 말하자, 엽현이 멀리 보이는 소년과 소녀를 가리켰다.
“아직 신국에서 가장 강한 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때, 두 사람의 시선을 느꼈는지 엽현에게 지목당한 소년과 소녀는 엽현쪽을 응시했다.
여인은 이내 고개를 돌렸지만, 남자는 활짝 웃으며 이쪽을 향해 손까지 흔들었다.
“저 두 사람, 네가 보기에 어때?”
엽현의 말에 조목이 차갑게 엽현을 노려보았다.
조목의 행동에 엽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보였다.
“이봐, 저들이 어떠냐고 물었는데 왜 나를 보고 있는 거야? 내가 그렇게 잘생겼어?”
조목의 손이 움찔거린 순간, 엽현이 번개처럼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헤헤, 농담 한 번 한 걸 가지고 왜 그래? 잘못했어, 내가 미안해…….”
조목의 날카로운 눈빛에 목이 따가워진 엽현은 황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그건 그렇고 두 사람의 실력이 어때 보여?”
조목은 아무 말 없이 먼저 손으로 엽현을 가리킨 다음, 아래쪽의 임소백을 가리켰다.
임소백을 상대하라는 의미 같았다.
“아니, 나는 할 수 없어.”
엽현이 거부하자 조목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지난번 성주에게 당한 상처가 아직 낫질 않아서 어렵다는 말이야, 헤헤…….”
“…….”
한편, 성벽 아래의 임소백은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자, 다시 한번 위를 향해 소리쳤다.
“아무도 없는 것이오?”
바로 이때, 그의 앞에 건장한 장정 하나가 떨어졌다.
그는 다름 아닌 초진인의 제자, 철우였다.
도방 사위에 올라있는 철우.
“네가 신국에서 가장 강한 자인가?”
신국 최강자?
그 말을 듣자 임소백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신국 사람들 앞에서 그 말을 했다간 웃음거리가 될 것이니 말조심하시오.”
“그럼 누가 가장 강한가?”
철우의 물음에 임소백이 고개를 돌려 신주 곁에 서 있는 소년과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한가득 존경심이 담겨있었다.
저 두 사람이야말로 신국의 미래를 책임질 진정한 천재들인 것이다.
물론, 신주를 제외하고.
철우 역시 눈을 돌려 소년과 소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두 사람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강자라고 하기엔 너무나 평온해서, 심지어 일반 백성이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철우는 이내 정면의 임소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시작하지!”
임소백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철우가 정면을 향해 무쇠와 같은 일권을 내질렀다.
쾅-!
일권이 방출된 순간 사방의 공간이 뒤흔들리더니, 임소백이 순식간에 원래 있던 위치로 되돌아왔다. 이때 임소백의 발밑은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크게 갈라져 있었다.
엄청난 힘!
산 위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엽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철우의 역량이 너무나도 강했던 것이다.
아래쪽, 임소백이 철우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야 할 만하겠군.”
음성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다시 한번 사라졌다.
이에 철우 역시 정면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조금 전과같이 아무런 기교도 없는 단순한 일권!
콰쾅-!
대지가 요동치더니, 이번에는 철우가 뒤로 물러났다.
이 순간, 철우의 사방에서 무수히 많은 그림자가 나타나 빗발처럼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속절없이 뒤로 밀려나는 철우.
성벽 위에서 지켜보던 무인들의 표정이 일순 차갑게 식어갔다.
그러나 공중의 초진인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봉우리 위.
“조목, 네가 볼땐 누가 유리한 것 같아?”
엽현의 물음에 조목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엽현이 갑자기 조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임소백이라는 자는 분명 너보다는 강할 거야, 그치?”
그러자 이번에는 조목이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글자를 휘갈겼다.
짜증나.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서는 조목. 이에 엽현이 그녀의 뒤를 쫓았다.
“이봐, 혼자서 구경하는 건 재미없단 말야.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같이 보자, 응?”
“…….”
바로 이때, 아래쪽에서 강한 폭발음과 함께 누군가 튕겨 날아갔다.
다름 아닌 임소백이었다.
임소백이 채 멈추기도 전, 철우가 돌연 괴성을 지르더니 마치 한 마리 야수처럼 전방으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임소백이 미간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들어 허공을 쥐었다. 순간, 그의 앞 공간이 겹겹이 압축되어 하나의 벽을 만들었다.
이때 날아드는 철우의 주먹!
콰쾅-!
엄청난 괴력의 주먹이 공간의 벽을 뚫은 것은 물론 그대로 임소백마저 수백 장 뒤로 날려 보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임소백이 지면에 착지한 순간, 어느새 다가온 철우가 임소백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우악스럽게 공간을 찢어발기는 강대한 힘!
이에 임소백은 표정을 구기며 황급히 양손을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콰쾅-!
다시 한번 멀찌감치 날아가는 임소백. 철우의 주먹을 정면에서 받은 임소백의 양팔은 이미 아스러졌고, 입가에선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순간, 만산장성 쪽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편, 멀리 신주의 곁에서 이를 바라보던 남궁원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천신신력(天神神力)… 나쁘지 않군요. 만약 신력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알게 된다면 신무방 오위 안에도 능히 들 실력입니다.”
바로 이때, 신주 곁에 있던 남자가 신주를 향해 말했다.
“전하, 제가 나서겠습니다.”
신주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나설 때가 아니다.”
그녀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한 남자가 철우의 앞에 나타났다.
“신국 신무방 오위, 임환(林歡)이다!”
“철우!”
임환이란 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먼저 움직였다. 그 순간, 그의 주변 공간이 길게 찢겨 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공중에 있던 초진인의 안색에 변화가 일었다.
“장도경 절정이라니!”
철우 역시 방금전과는 달리 긴장한 얼굴로 전력을 다한 일권을 뻗어냈다.
쾅-!
이 순간, 철우 주변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지더니, 그의 신형이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어둠 속에서 폭음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렇게 대략 일각 가량이 흘렀을 때, 공간 밖으로 검은 물체가 튀어 나왔다.
철우였다.
모든 이가 경악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철우의 신형이 뒤편의 장벽에 형편없이 처박혔다.
바로 이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장내를 가로지르며 빛처럼 날아들었다.
지면에 누워있던 철우가 벌떡 일어나 양팔로 정면을 막았다.
순간, 임환의 발이 철우의 팔을 강타했다.
쿵-!
철우의 신형이 다시 한번 날아 성벽에 부딪혔다. 성벽은 큼지막하게 갈라졌고, 철우는 입으로 쉴 새 없이 선혈을 토해냈다.
이때, 철우의 머리 위로 임환의 일장이 떨어졌다.
철우는 고개를 들어 날아오는 손바닥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미 그는 대항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임환의 손은 철우의 머리에서 손가락 한 마디를 남겨놓고 멈춰 섰다.
임환은 손을 거두고서 뒤편으로 물러났다.
“네가 졌다.”
임환의 말에 철우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물었다.
“그래, 내가 졌다. 그런데 왜 죽이지 않는 거지?”
“너 역시 임소백을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지.”
임환은 방금 전 임소백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철우가 마지막 순간에 힘을 뺐기 때문이란 걸 알고 있었다.
철우가 어두운 표정으로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공중에 있는 초진인을 바라보았다.
“사부, 제자가…….”
“너는 할 만큼 했다. 돌아가서 몸을 돌보도록 하거라.”
철우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성 안으로 사라졌다.
그가 떠난 후, 임환이 성벽을 향해 소리쳤다.
“조금 더 강한 자는 없는 건가!”
철우의 외침에 성벽 위 무인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바로 이때, 모두의 앞에 조목이 나타났다.
조목은 일언반구 없이 눈을 감고선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조목의 육신이 점점 투명하게 변하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영혼이 보일 정도가 된 것이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이때, 조목이 돌연 주먹을 뻗었다.
아무런 사전 동작도 없는 일격!
멀리 이를 보고 있던 신주 뒤의 여인이 조용히 말했다.
“반박귀진(返璞歸真), 초범무성(超凡武聖) 절정… 재밌군요.”
곁에 있던 남자는 말 없이 미소를 지었고, 신주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눈을 감아 버렸다.
이 상황에서 누구보다 놀란 것은 조목의 공격을 받아내야 하는 임환이었다. 그가 황급히 두 주먹에 힘을 준 순간, 강대한 기운이 그의 오른팔로 집중됐다.
다음 순간, 그가 전방을 향해 맹렬하게 일권을 내질렀다.
때마침 도착한 조목의 주먹!
쾅-!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임환이 피를 쏟으며 수백 장 멀리 날아갔다. 그의 육신은 곳곳이 처참하게 터져 나갔으며, 그 사이로 붉은 선혈이 강처럼 흘러나왔다.
반면 조목 역시 안색이 매우 창백해져 있었다. 방금 전의 일격은 그녀에게도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던 것이다.
이때, 잠시 바닥에 쓰러져 있던 임환이 피를 닦으며 일어섰다.
“초범무성이라니… 패배를 인정하겠소.”
바로 이때, 마침내 신주 뒤에 서 있던 여인이 한 손에 피리를 들고 조목 앞에 나타났다.
여인의 등장에 공중에서 지켜보던 남파무사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이때 여인이 조목의 상태를 쓱 한 번 살펴보며 말했다.
“상처를 치료할 시간을 주겠소.”
조목은 확실히 많은 기운을 소모한 상태로 정상이라 볼 순 없었다.
하지만 조목은 고개를 저으며 자세를 잡았다.
이때, 그녀의 앞에 엽현이 나타났다.
“치료하라고 하면 고맙습니다, 하고 치료할 것이지, 왜 고집을 피우는 거지?”
조목이 매우 귀찮다는 표정으로 엽현을 노려보았다.
엽현은 이를 못 본 척,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기운을 회복하고 다시 오겠소!”
말을 마친 엽현이 조목의 팔을 잡아끌었다. 조목이 막 반항하려 할 때, 엽현이 조목에게 전음을 날렸다.
[이 상태로 싸우면 질 수밖에 없어.]그러나 들은 척도 않고 여인을 향해 다가가는 조목.
이에 엽현이 한숨을 푹 내쉬며 조목을 앞질러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내가 상대해 주겠소.”
“그대가 엽현인가?”
“오? 나를 아시오?”
여인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엽현이 즐거운 마음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보아하니 이 몸의 명성이 이미 신국에서도 자자한 모양이로군!”
“그게 아니라…….”
여인의 음성에 엽현이 웃음을 뚝 그쳤다.
“정보에 따르면 후안무치하고 주제를 모르며, 음흉하고, 낯가죽이 두꺼워 검수라기보단 사기꾼에 가깝다…라고 쓰여 있더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