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12
612화 바로 여기야!
잠시 후, 좌청은 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대전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그 반대쪽에서 한 여인이 열심히 영초를 심고 있었다.
여인은 대략 이십 대 초반으로, 천으로 지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허리에 작은 제초용 낫을 차고서, 열심히 호미질을 하는 중이었다.
좌청은 곧바로 엽현을 질질 끌면서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야! 잠깐 여기 좀 봐봐!”
“바쁘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저리 가라.”
여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퉁명스레 대답했다.
“이 놈 몸 안에 엄청나게 많은 보물이 있어!”
그 말에 여인이 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 이 자는 신무성 성주 엽현!”
“어, 네가 이놈을 어떻게 알고 있어?”
좌청이 이상하다는 듯 여인을 바라보았다.
“혼돈우주에서 오유계 보물을 가진 엽현을 모르는 자도 있나?”
“음, 그건 그렇지. 그것 말고도 다른 보물도 매우 많아. 그런데 어디에 숨겨 놨는지 아무리 털어도 안 나오더라고!”
이때 여인이 엽현의 복부에 손을 올렸다.
“오장육부가 손상을 입었고, 혈맥도 불안정하군……. 그냥 갖다 묻어버려.”
“묻으라고!? 살리려는 척이라도 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여인이 좌청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공짜로?”
“…지금은 빈털터리지만, 성주니까 돈은 많을 거야. 일단 구해놓고 나중에 청구하자.”
여인이 잠시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답과 동시에 여인이 품 안에서 백옥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백옥병을 열자 기분 좋은 향과 함께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단약 한 알이 튀어 나왔다.
여인이 단약을 엽현의 입에 넣자, 엽현의 체내에서 옅은 녹색 연기가 전신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엽현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어떻게 된 거야?”
“이 자의 혈액이 단약을 모두 흡수해 버렸어.”
여인이 엽현의 몸을 눌러보며 대답했다.
“오, 그래? 그럼 계속 먹여.”
좌청의 말에 순간 여인이 좌청을 노려보았다.
“미쳤어? 이거 엄청 비싼 거야!”
“신무성 성주가 그 정도 돈도 없을까 봐? 걱정하지 말고 계속 먹여봐!”
여인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다시 단약 한 알을 꺼내 엽현에게 복용시켰다.
대략 반 시진쯤 지났을 때, 엽현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반각이 지났을 때, 엽현이 두 눈을 번쩍 떴다.
이때 그의 눈동자는 온통 붉은색이었다.
순간 좌청이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으악-! 저게 도대체 뭐야! 괴물이다!”
이때, 여인이 침착하게 엽현의 미간에 얇은 침을 꽂기 시작했다.
이에 좌청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잠시 살기를 억제하는 거야. 혈맥 때문인 건지, 살기가 너무 강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건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지.”
바로 이때, 엽현의 앞에 갑자기 소령이 튀어 나왔다.
소령을 본 순간 좌청은 물론 여인도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소령은 두 여인을 쓱 쳐다보고는 엽현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번에 소령은 무슨 이유인지 계옥탑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엽현이 혈맥에 잠식당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단약을 삼킨 엽현의 상태가 호전되자 소령도 탑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때, 여인이 눈을 커다랗게 뜨며 소령을 가리켰다.
“너, 너, 너, 너는… 본원지령!”
본원지령(本源之靈)!
그 말에 좌청이 깜짝 놀라 소령을 바라보았다.
“정말 본원지령이잖아! 세상에!”
이에 소령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와, 인간이다. 참 신기하구나.”
“…….”
소령은 이내 한 무더기나 되는 영과를 쌓아 놓고 엽현에게 조금씩 먹이기 시작했다.
이때, 영과를 본 여인의 눈이 반짝였다.
“성영과(聖靈果), 기영초(奇靈草), 홍룡과(紅龍果)… 이럴 수가…….”
소령은 두 여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바로 이때, 계옥탑이 튀어나와서는 화가 난 듯 엽현의 앞에서 쿵쿵 발을 굴렀다.
그러자 소령이 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일부러 우릴 가둔 것도 아닌데, 왜 화를 내고 그래?”
이에 계옥탑이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계속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소령은 더 이상 탑을 상대하지 않고 계속해서 엽현에게 영과를 먹였다.
이때, 좌청과 여인의 시선은 온통 계옥탑에 쏠려 있었다.
오유계의 보물!
두 여인의 눈이 호기심에 마치 밤하늘의 별 마냥 반짝거렸다.
신국의 사람치고 이 탑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엽현의 세상에 성제현상방이 있듯, 신국에는 신기방(神器榜)이란 것이 존재했다.
성제현상방 가장 첫째 줄에 있는 보물이 계옥탑이듯, 신기방에서도 계옥탑은 가장 귀한 보물로 등재돼 있었다.
오유계의 신물, 이 자체만으로도 계옥탑은 신국의 모든 신물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최근 신기방에는 한 점의 보물이 추가됐다.
천주검.
천주검은 세상에 나타나자마자 신기방 삼위에 등극 되었다.
다시 말해, 신기방 일위와 삼위가 모두 엽현의 소유인 것이다.
바로 이때, 좌청이 계옥탑을 향해 소리쳤다.
“저 사기꾼이 싫으면 나한테 와! 내가 잘해줄게!”
“…….”
“그건 싫다고 그러네.”
소령이 좌청을 흘깃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좌청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왜 싫은데?”
“네 성격이 엽현보다 더 나빠 보인데.”
“…….”
한편, 이러는 동안 피처럼 붉었던 엽현의 눈동자는 차츰 원래 색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정신을 회복한 엽현이 다소 멍한 표정으로 소령을 바라보았다.
“안… 죽었어?”
“사기꾼 검수! 내가 널 구했어!”
“그리고 나도!”
좌청과 여인이 앞다투어 자신의 공로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때, 몸을 일으킨 엽현이 자신의 몸을 보더니 좌청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옷은?”
“그, 글쎄. 새가 물어갔나?”
“…….”
좌청이 먼 곳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웠다.
이때, 좌청이 눈을 반짝이며 엽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봐, 내가 생명의 은인인데 뭐 좀 없어? 보물이라든가…….”
“흠… 그냥 몸으로 때우면 안 될까? 힘쓰는 일은 자신 있는데.”
엽현이 옷을 찾아 입으며 말하자, 좌청이 엽현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야 이 뻔뻔한 놈아! 목숨을 구해 줬더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내가 아니었으면 너는 상경 할아버지한테 이미 죽었을 거라고!”
“아, 그건 고마워.”
엽현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만약 제때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노인의 검에 두 동강 나고 말았을 테니까.
뭔가 고민하던 엽현은 납계 하나를 꺼내 좌청에게 건네주었다.
“신정 오백만 개면 되겠지?”
좌청이 납계를 확인하고는 계옥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에 엽현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줄 수가 없어. 네 목숨만 위험하게 된다.”
엽현의 거절에 좌청이 슬쩍 입맛을 다셨다.
“그럼 도라도 한 자루 줘. 당장 쓸 게 없단 말야!”
“신정 오백만 개면 쓸 만한 걸로 구할 수 있을 텐데?”
“그건 맞아. 그런데 내가 원하는 건 쓸 만한 게 아니라 아주 죽여주는 도라고!”
“그런 도는 어디 가면 구할 수 있는데?”
엽현이 묻자 좌청이 씩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봐 둔 게 있긴 한데… 따라와. 나랑 같이 훔치러 가자!”
말을 마친 좌청은 엽현의 뒷덜미를 잡고서 어디론가로 향했다.
“…….”
‘훔치러 가자고!’
엽현은 황당해서 할 말이 없었다.
이때, 좌청이 걸음을 멈추고 뒤편에 있던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채소린(蔡小鱗), 너도 같이 갈래?”
“나는 도둑질 같은 거 안 한다.”
“…….”
채소린이라 불린 여인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금 그대에게 들어간 단약이 총 열여섯 알이에요. 위아래 다 떼고 딱 신정 오백만 개만 받겠습니다.”
“오, 오백만 개? 확실하오?”
엽현이 다소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대가 복용한 단약은 선품(仙品) 단약이었어요. 선품 단약, 들어는 봤겠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비쌀 것 같진 않소만?”
“하! 비싸지 않다구요? 저 계집애가 데려온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신정 천만 개라 해도 팔지 않았을 거예요!”
엽현이 좌청을 바라보자 좌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엄청 비싼 거긴 해.”
이에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채소린에게 신정 오백만 개가 들어 있는 납계 하나를 날려 보냈다.
납계를 확인한 채소린이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손해 보았다고 생각할 필요 없어요. 정 궁금하면 가서 ‘성령단(聖靈丹)’이 얼마인지 직접 알아보세요.”
이 말을 끝으로 채소린은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갔다.
이때, 소령이 대뜸 제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무슨 약 하나가 저렇게 비싸! 그것도 별거 아닌 약 따위가!”
소령이 다소 화난 표정으로 한 무더기나 되는 영과를 바닥에 우르르 쏟아냈다.
채소린이 자신의 발에 부딪힌 영과를 들여다보고는 표정이 크게 변했다.
최상품 영과!
이 정도 품질의 영과로 단약을 만들면 그 효과를 최상급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때, 엽현이 소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달래 주었다.
“그렇게 심하게 말할 것 없어. 어떤 단약이든 내 목숨을 구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은혜를 입었으면 보은을 해야지, 원수로 갚으면 안 되잖아. 그렇지?”
엽현이 소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채소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채 소저, 목숨을 구해 준 것은 언제나 기억하겠소. 그리고…….”
엽현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영과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는 작은 성의니 받아 주면 고맙겠소.”
채소린이 엽현을 한 번 쳐다보고는 영과들을 줍기 시작했다.
“이제 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받아 줘서 고맙소. 그럼 이만.”
엽현은 그 길로 좌청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이봐, 저래 보여도 나쁜 녀석은 아니야.”
길을 걷던 중, 좌청이 말했다.
그러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화 난 거 아니야. 내 생명을 구해준 은인인데 신정 오백 개가 아니라 오천만 개라도 아깝지 않지.”
“정말?”
“진심이야.”
“그럼 나도 은인이니까, 반드시 그 도를 얻도록 도와줘야 해!”
“이봐, 정말로 훔칠 셈이야?”
좌청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훔친다고 하니까 어감이 이상하네. 빌린다고 하자.”
“…….”
얼마 후, 좌청과 엽현은 신국의 어느 종문에 이르게 되었다.
도종(刀宗).
도종은 신국에서 유가, 도가, 종횡문 다음으로 큰 세력이었다.
이때의 도종은 그리 북적대진 않았는데, 많은 제자들이 새로운 거점을 만들기 위해 북황계로 건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좌청은 엽현을 데리고 도종의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점점 깊이 내려갈수록 뜨거운 기운이 전해졌다.
그렇게 약 반 시진 가량 내려가자 두 사람은 붉은 우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바로 여기야!”
좌청이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