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14
614화 나는 너와 싸우고 싶다
한편, 신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 황계에는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신국 세력들이 몰려들었다. 비록 우려와 달리 학살은 없었지만, 토착세력의 이익에는 많은 피해가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감히 대항해 보려는 자는 없었다.
질서문과 신도군 그리고 당족과 요족은 모두 미천해역으로 피신해 있는 상태였다.
미천해역은 그 범위도 지극히 넓고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섬들이 존재하는지라 수비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게다가 신국의 대부분 병력은 새로이 점령한 땅을 안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에, 질서문 등의 잔당을 척결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 외에도 아직 신국이 점령하지 않은 지역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신무성.
현재 신무성은 여전히 신국과 군신 관계를 맺지 않고 있었고, 신국 역시 병력을 파견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신무성이 계속해서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신무성 안.
엽현은 신무성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안란수 등을 소집했다.
얼마 되지 않아, 무원과 검종의 모든 강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 중 표정이 밝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신국이 과연 얼마나 강한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만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이는 신무성은 결코 그들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어두운 분위기 속에 엽현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자, 다들 모였으니 각자의 생각을 얘기해 보시오!”
이때 무원의 강자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항복해야 합니다. 이건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후후… 확실히 승산이 희박하긴 하지.”
모두가 엽현의 입을 쳐다보고 있을 때, 엽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말이요. 만약 그대들이 나를 믿는다면 내게 한 번 맡겨 봄이 어떻겠소?”
그 말에 무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이미 그들은 엽현이 하는 말이라면 어떤 의심도 하지 않았다.
물론, 엽현 외에 이 일을 해결할 자신이 있는 자가 없기도 했다.
그렇게 회의는 빠르게 종료되고, 무인들은 신속히 해산했다.
잠시 후, 대전 안에는 엽현과 안란수,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이제 어떻게 할 셈이야?”
“후후, 글쎄, 어찌해야 할까?”
안란수가 한 걸음 다가서며 묻자 엽현이 오히려 되물었다.
“우리의 힘으로는 저들을 막을 수 없어. 알고 있지?”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알고 있어.”
“그럼 뭔가 결정되면 알려 줘.”
그렇게 안란수도 떠나가고, 이제 장내에는 엽현 혼자만 남았다.
엽현은 거의 한 시진 동안 대전 안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았다. 그 누구도 엽현이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한참이 지난 후, 엽현이 대전을 빠져나왔다.
이 시각, 한 소녀가 신무성 성문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다름 아닌 신국의 신주였다.
신주는 검은색 치마를 입고 허리에는 장검을 착용했다. 긴 머리는 자색 비단 끈으로 정갈하게 묶어 뒤로 넘긴 모습이었다.
신주에게서 백 장가량 떨어진 뒤편에는 열 명의 흑의인들이 있었다. 십인 모두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기다란 도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한 중년인이 서 있었다.
삼십 대로 보이는 남자는 검은 무복을 입고서 손에는 한 자루의 도를 들고 있었다.
이때, 신주가 성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에 뒤에 있던 무인들이 따라나서려 하자, 신주가 손을 번쩍 들어 모두 물리쳤다.
그렇게 신주는 단신의 몸으로 성에 진입했다.
성 안은 여느 때와 같이 매우 떠들썩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이곳에 와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소녀가 검을 차고 길을 걷자, 사람들이 때때로 그녀를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신주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이때, 웬 남자 하나가 웃는 얼굴로 소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얘야, 보아하니 신무성은 처음인가 보구나?”
신주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남자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신무성 안은 나쁜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게다.”
“…알았소.”
“그래서 말인데 내가…….”
“살고 싶으면 가던 길마저 가시오.”
신주의 단호한 태도에 남자가 다소 벙찐 표정을 짓더니 빠르게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쫓아가라. 만약 악인이거든 목을 베어라.”
그 말에 어둠 속에 있던 그림자 하나가 휙 하고 사라졌다.
신주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그녀는 검종으로 향하는 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 남자가 신주를 향해 서 있었다.
엽현이었다.
신주와 눈이 마주친 엽현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활짝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검종에 온 걸 환영해.”
“신무성의 수많은 백성들의 목숨이 네 말 한마디에 달려 있다.”
“…….”
엽현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신주를 향해 웃으며 다가왔다.
“자, 멀리까지 왔는데 그런 따분한 이야기 말고 먼저 요기라도 하는 게 어때?”
엽현이 소매를 펄럭였다. 그러자 백옥으로 된 상이 그들 앞에 차려졌다.
상 위에는 십여 가지의 음식이 냄새를 풍기며 올라와 있었다.
그야말로 거하게 차려진 한 상이었다.
신주는 코를 찌르는 냄새에 자신도 모르게 상 앞에 앉았다.
“다 네가 차린 건가?”
“물론이지!”
신주가 엽현을 한 번 쳐다보고는 젓가락을 들었다. 이때, 엽현의 곁에 갑자기 소령이 나타났다.
“나도 먹을래!”
허락을 구하듯 엽현과 신주를 번갈아 바라보는 소령의 모습에 엽현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래, 다 같이 먹자!”
그 말에 소령이 요리를 한 점 집으려는 순간, 엽현이 그녀의 손목을 탁 쳤다.
“손님이 먼저 시작해야지!”
“히잉…….”
소령이 울상을 지으며 보채듯 신주를 바라보았다.
“매우 특이한 본원지령이군. 성장 가능성이 아주 크다.”
신주의 말에 소령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강해질 수 있다는 거야?”
“그렇다.”
“얼마나?”
이에 신주가 엽현을 턱 끝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자와 함께한다면 그럭저럭 밥값 하는 정도겠지만, 나와 함께라면 매우 강해질 것이다.”
“하하…….”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엽현은 속으로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신주가 왜 소령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이때 소령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나는 이대로가 좋아.”
신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신주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번 계옥탑의 의사를 존중해 바로 엽현에게 돌려보낸 것처럼 말이다.
신주는 먼저 가지볶음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음… 맛이 괜찮군.”
신주가 식사를 시작하자, 소령이 빠르게 젓가락을 놀렸다.
소령은 엽현의 음식 맛을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식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 신주가 먼저 말을 꺼냈다.
“혼돈우주에서 신국을 제외한 어떠한 세력도 초연한 위치에 있을 수 없다. 유가도, 병가도, 종횡가도 그리고 너의 신무성도 마찬가지다. 혼돈우주는 반드시 하나로 통일 돼야만 한다.”
“이봐,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검수인 네가 무슨 권력에 욕심이 있을 리도 없고, 도대체 왜 그렇게 혼돈우주를 통일하고 싶은 거야?”
“그게 잘못된 건가?”
“하하, 그저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다.”
신주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사명. 혼돈우주의 일통은 역대 신주들의 사명이었다. 이제 내가 신주가 되었으니, 당연히 사명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신주가 엽현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세 개의 황계가 연합했음에도 왜 우리에게 패했는지 이유를 알고 있나?”
“그야 실력이 부족해서?”
신주가 고개를 저었다.
“반드시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너희는 귀속감이 너무나 부족하다. 세 황계가 모두 뭉쳤지만, 그들은 각자 이익만을 생각했을 뿐, 신국처럼 국가를 위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러니 조그마한 위기에도 버티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버린 것이다.”
신주가 엽현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우리 역시 이익을 위해 싸우긴 하지만, 그것은 모두 신념에 의한 것이다. 반면 너희는 그 어떤 신념도 존재하지 않지.”
엽현은 반박하지 못했다.
신주의 말처럼,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전쟁에 나섰을 뿐, 단단하게 결속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풍랑 앞에 지어진 모래성처럼 처참한 패배였다.
게다가 전쟁에 참여한 무인들도 자신들이 왜 싸우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단지, 신국을 약탈할 생각에 눈이 멀어있었을 뿐.
이때, 신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엽현을 향해 말했다.
“너는 한 명의 고고한 검수로서 신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개를 가지고 있다. 다만, 신무성 성주이기도 한 네 한 마디에 수많은 백성들의 생사가 결정된다는 점 또한 있어선 안 된다.”
신주가 엽현을 향해 다가가더니, 손가락으로 엽현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검은 부러질지언정 꺾이지 않는다는 이 말, 그것은 네가 홀몸일 때 적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너는 혼자가 아니지.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엽현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국의 힘이라면 단번에 신무성을 무너뜨릴 수도 있을 텐데, 어째서 굳이 나를 찾아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단순한 변심일 뿐, 별 의미는 없다. 자, 이제 너의 대답을 들어야겠다. 계속 대항할 텐가, 아니면 순순히 항복할 텐가.”
엽현이 잠시 고민한 뒤 대답했다.
“…나는 아직 싸워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신주의 뒤편에 십일 인의 흑의인들이 나타났다.
신무성 안에서는 이들 중 한 명이라도 꺾을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엽현의 말에 신주가 고개를 들었다.
“너와 내가 대결을 펼치는 거다. 만약 네가 이기면 신무성은 곧 신국에 속하게 될 것이고, 내가 이긴다면 신무성은 예전처럼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거다. 물론 내가 이기더라도 성 밖으로 나가 세력을 확장한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가?”
“그러니까… 다른 자들은 피를 흘릴 것 없이, 두 대표가 직접 담판을 짓자는 말인가?”
“그렇다.”
“네가 내건 조건은 너에게만 유리한 것이다. 그러니 나도 조건을 하나 제시하겠다.”
“무슨 조건?”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향후 너는 나의 일 한 가지를 도와야 한다.”
엽현이 잠시 심사숙고한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평하게 하려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좋다. 그럼 대결에 앞서 검종을 한 번 둘러봐도 좋을까?”
“그런 거야 얼마든지 환영이지.”
자리에서 일어난 두 사람은 곧 검종을 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검종에 도착한 신주의 시선이 대전 앞에 서 있는 조각상에 멈췄다.
그것은 바로 검종의 조사인 청삼남의 조각상이었다.
신주는 잠시 조각상 앞에 서서 말없이 청삼남을 바라보았다.
엽현 역시 방해하지 않고 그녀가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잠시 옆으로 물러났다.
한참이 지난 후, 신주가 조각상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물었다.
“만산장성에서의 전투 시에 왜 이 자의 분신은 나오지 않았지?”
“왜냐하면 검종이 이미 그 전에 분신을 소모했기 때문이지.”
“아쉽게 됐군.”
신주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네가 직접 싸울 텐가? 아니면 너 대신 싸워 줄 사람이 있나?”
“내가 직접 싸운다.”
“그럼 특별히 너에게 맞는 상대를 불러오겠다.”
“아니!”
엽현이 소리쳤다.
“나는 너와 싸우고 싶다!”
그 말에 신주가 말없이 엽현의 얼굴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