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20
620화 그럼 나는?
화염이 순간적으로 폭발하면서, 섬 전체 공간에 화염으로 된 해일이 들이닥쳤다.
하지만, 소칠과 백발 여인 주변의 공간은 매우 멀쩡했다. 어쩐 일인지, 그들 근처로 다가온 화염은 순식간에 사라졌던 것이다.
이제 소칠 곁에는 남은 신국의 무인은 총 넷.
노부자, 한유자, 왕경지 그리고 원일.
물론 전투력이 떨어지는 남궁원은 여기에서 제외였다.
이때, 노부자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셋은 누가 상대하는 것이오?”
“후후, 급할 것 없다.”
말을 마친 여인이 오른쪽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 순간, 섬 전체가 길게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공포스러운 기운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든 이들의 시선 속에 지면에서 거대한 흑색 요수 한 마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요수의 크기는 무려 열 장에 달했으며, 검은 털로 뒤덮인 전신에서는 기괴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요수가 등장한 순간, 엽현의 머릿속에 음성이 울려 퍼졌다.
[저건 체군수(諦君獸)다.]제견의 음성!
“체군수가 뭔데?”
[혼족(魂族)의 수호수(守護獸).]혼족의 수호수?
“혹시 너와 적대 관계라도 되는 거야?”
[맞아!]“그럼 잘됐네. 네가 나와서 놈과 싸우면 되겠다!”
엽현의 말에 제견이 화를 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놈은 전성기의 시절의 그 모습은 아니지만, 여전히 어느 정도 그 때의 힘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그런데 날 보러 지금 놈과 싸우라고?]“제견, 근데 너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거 아니었어?”
[그게 문제가 아니야! 지금 나는 혈맥진화 중인 몸이라고! 이런 중요한 때에는 출수할 수 없다는 말씀!]“…….”
이때, 백발 여인이 요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체군, 가서 여기 엽 성주와 놀아 드려라.”
“뭐라고! 나는 왜?”
엽현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치자, 여인이 엽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사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네게 관심이 있었다. 다만 신국을 견제하느라 직접 나서지 못했던 것이지. 그래서 성주를 보냈던 것인데… 그 멍청이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네가 제 발로 날 찾아온 만큼 절대로 도망가게 내버려 두진 않을 것이다!”
그녀의 음성이 끝나는 순간, 체군수가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체군수가 질주하자, 그 강대한 기운에 엽현은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이에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 엽현이 돌연 진혼검을 꺼내 체군수를 겨눴다.
“이놈아! 이게 무슨 검인 줄 아느냐? 나는 명왕의 환생이다. 어서 내 앞에 무릎을 꿇지 못할까!”
“…….”
엽현의 외침에 장내 무인들은 모두 당황했다.
체군 역시 갑자기 제 자리에 멈춰 섰다.
“인간, 그 검이 왜 네게 있는 것이냐!”
체군이 의혹 가득한 시선으로 엽현을 향해 말했다.
한편, 체군이 공격을 멈추자 엽현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지금 그의 상태로 눈앞의 괴물과 싸우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던 것이다.
“어떻게 내 손에 있냐고? 너는 생각이란 게 없는 게냐?”
“생각? 무슨 생각?”
체군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묻자 엽현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머리가 있다면 혼족과 진족의 신검이던 진혼검이 어떻게 내게 있는지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느냐!”
“…훔쳤느냐?”
“…….”
엽현이 대답이 없자, 체군은 점점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에 체군의 눈빛이 점점 흉악해지려 하는 순간, 진혼검이 체군의 눈앞으로 홀연히 날아들었다.
[체군, 나를 알아보겠느냐?]소혼!
소혼이 말하자 체군의 눈빛이 격렬히 흔들렸다.
“너, 네가 어떻게…….”
[체군, 이 자는 주인께서 직접 선택한 전인이다. 만약 그를 상하게 하면 주인께서 반드시 너를 벌하실 것이다.]주인이라는 두 단어를 듣자 체군의 안색이 빠르게 변했다.
명왕.
그는 단 한 번도 그를 잊은 적이 없었다. 명왕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주인 아닌가!
체군이 황급히 엽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주인께서는 어째서 저런 허약한 놈을 택한 것인가?”
[그건 주인의 선택이었으니 네가 알 바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자면, 그는 간자재의 동생이기도 하다. 잘 생각해 보거라.]간자재!
소혼에게서 간자재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체군의 눈에 두려운 기색이 드러났다.
당시 신족이든 명족이든 간자재를 두려워하지 않던 자가 어디 있었던가?
심지어 그녀는 자신의 부족마저 스스로의 손으로 멸망시켜버린 희대의 광인 아니던가!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체군이 백발 여인을 바라보았다.
“나는 저자와 싸울 수 없소.”
이에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상관없다. 다른 자와 싸우도록 해라.”
그 말에 체군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뒤편에 있던 원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때 무표정으로 체군을 바라보던 원일의 지팡이가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내에 하나둘, 풍비(風刃)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순간, 수천수만의 풍비가 공간을 찢으며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체군은 강대한 육신을 이용해 날아드는 풍비를 모조리 튕겨내고는 곧장 원일에게로 다가갔다. 두 사람의 거리가 채 몇 장 남지 않았을 때, 원일이 순식간에 천 장 밖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동시에 사방에서 무수히 많은 뇌전이 체군에게로 한꺼번에 쏟아졌다.
콰콰콰쾅……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체군이 뇌전을 뚫고 튀어 나왔다. 뒤이어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원일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원일이 여전히 두 눈을 감은 채, 지팡이를 쥐고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주변으로 순식간에 강대한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때, 원일이 두 눈을 번쩍 뜸과 동시에 지팡이로 체군을 가리켰다.
“파(破)!”
콰쾅-!
장내에 큰 폭발이 일어나면서, 체군이 순식간에 수백 장 뒤로 튕겨 나갔다.
체군이 제자리에 멈춰 섰을 때, 원일의 지팡이가 다시 한번 움직였다.
“쇄(鎖)!”
그녀의 음성이 떨어지자, 투명한 사슬이 공간을 뚫고 튀어나와 체군을 휘어 감았다.
공간쇄련(空間鎖鏈)!
순식간에 사슬에 꽁꽁 묶인 체군.
기다렸다는 듯 체군의 몸 위로 엄청난 수의 뇌전이 폭우처럼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때, 잠시 두들겨 맞는가 싶던 체군이 돌연 괴성을 지르며 공간쇄련을 모두 끊어냈다. 자유의 몸이 된 체군은 믿기지 않을 속도로 원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원일은 당황하지 않고, 왼손에 황금부적을 꺼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점점 손 안의 황금부적이 격렬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제 체군과의 거리는 열 장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때, 원일의 손에서 황금부적이 홀연히 떠나가더니, 멸천(滅天)의 위력을 지닌 폭발을 일으켰다.
쾅-!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던 체군이 이 폭발에 가로막혔을 때, 갑자기 잔잔하던 바닷물이 일제히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체군을 뒤덮었다.
졸지에 해수 안에 갇혀 버린 체군이 괴성을 지르며 빠져나가려는 순간, 해수가 빠르게 얼어붙더니, 순식간에 체군을 완전히 얼음 속에 가둬버렸다.
백발 여인은 이 장면을 보고도 옅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원일이 여인을 한 번 쳐다보고는 조용히 한 쪽으로 물러났다.
엽현은 원일을 바라보며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주술은 과연 보통 대단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제견의 음성이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조심!]이에 엽현이 황급히 원일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심! 아직 안 끝났소!”
원일이 의아한 듯 엽현을 쳐다보는 순간, 꽁꽁 얼어있던 얼음을 깨고 체군이 튀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강대한 기운이 원일을 향해 날아갔다.
콰쾅-!
순식간에 천 장 밖으로 날아가 버린 원일!
이때의 체군의 기운은 방금 전과는 매우 달라져 있었다.
[큰일 났다! 놈이 폭주하고 있어!]제견의 말에 엽현이 체군을 바라본 순간, 체군은 이미 방금 전보다 두 배는 빨라진 속도로 원일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이를 본 순간, 평온하기만 했던 원일의 표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원일이 황급히 지팡이를 휘두르자, 그녀 앞의 공간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사방에서 신비한 화염이 솟구치더니, 체군을 향해 일제히 날아들었다.
콰콰콰쾅-!
무수히 많은 화염이 빗발치듯 쏟아졌지만, 이 정도로 체군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는 없었다.
한편, 이때 백발 여인은 엽현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진혼검이 네게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성주를 보낸 것이 너였던가?”
엽현이 굳은 표정을 보자 여인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글쎄, 누가 보냈을까?”
“…….”
엽현은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았어도 눈앞의 여인이 꾸민 일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는 불리한 상황에 있던 성주가 무리해서 자신을 공격하려 했을 리 없을 테니까.
과연 이 백발 여인이 뒤에서 모든 일을 조종했던 흉수였던 것이다.
이때, 여인이 엽현을 향해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혼돈우주의 대부분 보물을 모아왔지만, 네가 가진 탑과 비교할 만한 것은 없다. 어때, 내게 넘기겠느냐?”
이에 엽현이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왜, 내 몸뚱이도 달라고 하지?”
“하하하하! 그동안 감히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한 것은 네가 두 번째로구나!”
“두 번째? 첫 번째는 누군데?”
여인이 턱으로 소칠을 가리켰다.
“바로 대단하신 신국의 신주님이시지. 그러나 너희는 곧 스스로의 무지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여인이 말을 마치자, 그녀의 뒤편에 세 명의 노인이 나타났다.
세 노인이 출현하자 소칠이 미간을 찌푸렸다.
“과연, 오늘을 대비해 놓고 있었군.”
“후후, 당시 신국이 나의 형제를 죽였을 때,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니 순순히 포기하는 게 좋을 게다. 천 년 전, 신국의 정예들이 ‘그녀’에게 몰살당하지 않았더라면 혹시 몰랐겠지만.”
소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인생이란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생기는 법이다. 다만, 이번에는 그런 의외의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말을 마친 순간, 뒤편에 서 있던 노부자 등 삼 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이내 노부자 등과 세 명의 노인 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로써, 장내에 남은 것은 엽현과 소칠 그리고 남궁원뿐이었다.
이때 소칠이 고갯짓을 하자 그나마 남아있던 남궁원마저 예를 차리고는 멀리 사라졌다.
무인이 아닌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남궁원이 떠난 후, 소칠이 백발 여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너와 나 둘의 차례인가?”
“후후… 네 상대는 이미 따로 마련해 놓았다.”
여인이 말을 마치자, 장내에 등이 굽은 노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다리도 팔도 각각 하나뿐이었고, 머리카락도 겨우 세 가닥밖에 남지 않아 매우 처참한 모습이었다.
소칠이 평온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있는 노인을 보자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이에 백발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널 얕본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전혀 그렇지 않다. 너는 이 혼돈우주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검수임에 틀림없으니까.”
“그럼 나는?”
가만히 듣고 있던 엽현이 갑자기 튀어 나왔다.
이에 여인이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잠시 후에 내가 친히 손봐줄 것이니 가만히 기다리고 있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