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22
622화 아무도 나를 막을 수는 없다
한 줄기 검광이 어두운 우주를 밝히며 날아가 그대로 백발 여인의 몸에 박혔다.
순간, 여인의 육신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사라져 가던 여인의 몸이 순식간에 다시 원래 형상으로 돌아왔다.
백발 여인이 소칠을 향해 뭐라 말하려는 순간, 소칠의 검이 다시 번뜩였다.
검광이 날아들고 여인의 몸이 두 개로 잘려나갔지만, 또다시 순식간에 원래 형체로 되돌아왔다!
소칠이 공격을 멈추자, 백발 여인이 소칠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너와 나의 입장은 결코 같지 않다. 오늘 이 자리에서 널 죽인 후, 곧바로 혼돈우주를 개편할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탄생한 우주에서는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인간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흉물스러우니까.”
“그렇다면 가장 먼저 날 쓰러뜨려야겠군.”
소칠의 말에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물론이지. 네가 바로 가장 흉물스러운 존재다!”
말과 동시에 여인이 양손을 합쳤다. 그러자 그녀의 앞 공간이 길게 갈라지더니, 그곳에서 거대한 검은 손 하나가 공간을 쥐어뜯으면서 모두의 눈앞에 나타났다!
소칠은 동요 없이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가볍게 휘두른 평범한 일 초.
하지만 이 일검에 검은 손은 곧바로 잘려나갔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한 줄기 검기가 여인의 미간으로 향했다.
푹-!
여인의 미간을 뚫고 지나간 검기는 계속해서 공간을 뚫고 들어가, 먼 우주에 가서야 마침내 소멸됐다.
한편, 미간이 뚫린 여인은 몸이 희미해지는 듯하다가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이를 본 엽현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녕 저 여인은 불사신이란 말인가!
백발 여인이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소칠을 바라보았다.
“나는 천도다. 네 검이 아무리 강해도 이 우주가 사라지지 않는 한 나 역시 소멸되지 않는단 말이다. 알겠느냐?”
이때, 엽현이 끼어들었다.
“이봐, 그 건 도대체 어디서 배운 술법이야? 나도 좀 배워볼 수 있을까?”
“후후, 엽현. 신주 다음에 바로 네 차례가 될 테니, 조용히 기다리고 있거라. 나는 그때 네가 본원지기를 훔쳐 간 일을 아직 잊지 않고 있다.”
“…….”
“검! 너의 그 검을 빌려줘!”
갑자기 소칠이 소리치자 엽현이 당황해하며 그녀에게 검 한 자루를 날려 보냈다.
천주검!
천주검을 잡아 든 소칠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이 검이 널 죽일 수 있을지 모르겠군?”
순간, 백발 여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엽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능히 한 사람을 죽일만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이때, 소칠이 손에 든 천주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떨 땐, 외물도 필요하긴 해.”
“…….”
소칠의 손에 천주검이 들어가자, 여유롭던 백발 여인의 표정에도 마침내 변화가 일었다.
혼돈우주 안에서 그녀는 확실히 불사의 존재였다.
하지만 눈앞에 저 검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진혼검이 영혼체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면, 천주검은 천도와 같은 영물에 치명적인 물건인 것이다!
바로 이때, 소칠의 모습이 사라졌다.
쉭-!
눈부신 빛을 뿌리며 날아드는 검광!
깜짝 놀란 백발 여인이 순식간에 천 장 밖으로 신형을 물렸다.
그녀는 감히 천주검과 맞설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때, 소칠이 천천히 백발 여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잔영일 뿐, 본체는 이미 백발 여인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빛과 같은 움직임이었다.
엽현이 백발 여인이 있던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나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나 소칠과 맞설 용기가 없던 것이다.
이때, 제자리에 멈춰선 소칠이 멀리 체군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때 그는 원일과 혈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소칠이 다시 백발 여인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검을 든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쾅-!
천장 밖에 있던 체군이 갑자기 날아온 검광에 맞아 수천 장 멀리 날아갔다.
그가 자리에 멈춰 섰을 때, 바위같이 단단하던 그의 육신은 갈기갈기 찢겨, 붉은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소칠을 바라보는 체군.
이때 그의 눈동자엔 두려움의 기색이 역력하게 박혀 있었다.
알려진 바대로, 신수의 육신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튼튼하다. 하지만 이런 그의 육신조차 천주검 앞에는 종잇조각에 불과할 뿐이었다.
소칠은 다시 백발 여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여인 역시 소칠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칠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번뜩이는 한 줄기 검광.
눈으로는 도무지 쫓을 수 없는 극한의 속도였다.
검광이 방출된 순간, 백발 여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로 후퇴했다. 하지만 검광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여인을 바짝 추격했다.
이에 백발 여인이 황급히 손을 뻗자 그녀의 손안에 검은 창 한 자루가 나타났다.
콰쾅-!
창과 검광이 만난 순간, 창이 순식간에 터져 나갔고, 여인 역시 거의 천 장 가까이 뒤로 밀려났다.
백발 여인이 소칠을 응시하며, 이번에는 검고 긴 척(尺)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바로 이때, 소칠이 여인 바로 앞에 나타났다.
백발 여인이 기다렸다는 듯 힘을 실어 척을 내리쳤다.
쾅-!
다시 한번 강대한 폭발이 두 여인 사이에서 일어났다.
백발 여인은 그 충격에 재차 수천 장 밖으로 밀려났다. 그녀가 들고 있던 척은 비록 완전히 부서지진 않았지만, 완전히 갈라져 이미 고물이나 다름없었다.
이를 보자 여인의 안색이 점점 굳어져 갔다.
평범한 무기도 아닌 상고시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도경 급 신물이 단 한 방에 부서지다니!
백발 여인이 고개를 들어 소칠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 소칠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백발 여인 역시 잔상을 남기며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곧바로 백발 여인이 있던 자리에 나타난 소칠. 그녀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이미 여인의 기운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어디지?’
“혹시 천기종(天機宗)이?”
바로 이때, 소칠의 머릿속에 남궁원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아직 이 근처에 있습니다!]소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어디 이래도 안 나오는가 보자!”
말과 동시에 번뜩이는 천주검.
쉭-!
단 한 번의 칼질에 오행성령 중 하나인 나뭇가지가 단박에 잘려나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소칠의 검에 오행성령 들이 하나씩 터져 나갔다.
잠시 후, 오행성령은 장내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그러자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던 시원제(始元帝) 등이 공격을 멈추고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고요해진 성공.
모든 이의 시선은 천주검을 든 소칠에게로 향했다.
이때 소칠이 천천히 시원제를 향해 다가갔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나?”
“…천주는 이미 이 혼돈우주와 한 몸이 되었다. 그녀를 죽이면 이 세상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뒷일은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 신국이 잘 처리할 테니까.”
“…….”
바로 이때, 성공 전체가 거세게 흔들리더니, 사방에 수많은 광막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곧, 장내의 모든 무인들이 이 광막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이에 소칠이 무심하게 검을 휘둘렀다.
쾅-!
검광에 전통으로 맞은 검막 하나가 그대로 터져 나갔지만, 순식간에 원래 모습을 회복했다.
‘진법!?’
황급히 사방을 둘러보던 엽현은 광막 위쪽에 기이한 문양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하! 큰일 났습니다. 수명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상경이 소스라치듯 소리치자, 무인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했다.
이때, 시원제 등이 성공 중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진법 안에 남은 자들은 서서히 수명이 줄어들고 있었다.
소칠이 크게 한 발을 내디디며 검을 휘둘렀다.
퍽-!
그녀의 일검이 한쪽 광막이 파괴되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이때, 소칠이 엽현을 바라보았다.
“공간도칙!”
“뭐?”
“공간도칙으로 공간을 바꿔라!”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엽현이 곧바로 공간도칙의 힘을 개방했다. 하지만 그가 막 공간을 변화시키려 할 때, 사방에서 신비한 힘이 불어 닥쳐 공간을 오히려 더욱 공고하게 했다.
그러나 공간도칙은 이와 같은 방해를 모두 이겨낸 후, 서서히 공간의 구조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을 가두고 있던 광막이 하나둘 분해되더니,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
이를 보자 상경 등이 놀란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별 쓸모도 없는 자인 줄 알았더니, 중요할 때 한 건 해낸 것이다.
바로 이때, 백발 여인이 표정을 잔뜩 구긴 채로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유계의 도칙인가?”
방금 전 여인의 진법 역시 공간도칙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진법을 가볍게 파훼할 수 있는 것은 오유계의 도칙이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엽현이 여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오유계의 도칙이다.”
“네 놈… 정말로 거추장스럽구나. 처음부터 네 놈을 없애버렸어야 했는데…….”
“하하하! 사실 난 너에게 별 악감정은 없다. 소칠과의 약속을 지키려, 함께 온 것일 뿐. 헌데 뒤에서 성주를 조종한 것이 바로 너였다니…… 아직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너 정도 되는 존재가 어찌 이런 꼬질꼬질한 탑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냐? 이 탑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물건인가?”
“꼬질꼬질하다고? 그러면 나에게 넘기면 되겠구나!”
이때 엽현이 손을 펼치자, 손바닥 위로 작은 탑이 나타났다. 엽현이 백발 여인을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
“잘 봐. 갖다 버리는 한이 있어도 네게는 넘기지 않는다.”
말과 동시에 엽현이 계옥탑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
엽현의 돌발행동에 장내 무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백발 여인의 눈에서도 차가운 살기가 흘러나왔다.
바로 이때, 끝없이 추락하던 계옥탑이 갑자기 한 줄기 묵광으로 변해 엽현에게 날아들었다.
퍽-!
그대로 힘없이 날아가는 엽현!
하지만 계옥탑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연거푸 엽현을 이리저리 날려 버렸다.
“으헉! 자, 잠깐! 농담이었어, 농담! 내가 널 버릴 리가 없잖아, 헤헤헤… 으아악-!”
퍼퍼퍽……
한동안 검은 성공 위에 둔탁한 소리가 구슬피 울려 퍼졌다.
한편, 엽현이 신나게 얻어터지고 있는 와중에, 소칠이 백발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제 끝내자!”
이때 소칠이 들고 있던 천주검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를 본 백발 여인 역시 자신도 모르게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천주검!
하늘을 베기 위해 만들어진 검!
소칠이 표정 없는 얼굴로 검을 치켜들었다. 그녀가 막 여인을 향해 검을 내리치려는 순간, 갑자기 한쪽 성공에서 강대한 기운이 나타났다.
이를 느낀 백발 여인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아무래도 나를 죽이기는 그른 것 같구나.”
소칠이 고개를 돌려 기운이 느껴지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두운 성공 속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이쪽으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상대의 기운을 느낀 순간, 소칠을 포함한 신국의 모든 무인들이 미간을 찌푸렸다.
“보아하니, 여기까지 미리 준비해 놓은 것 같군?”
“후후, 글쎄다.”
“그렇다고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은가? 천만에! 나는 널 죽일 것이고,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이때, 소칠 바로 앞에 마침내 그 그림자가 나타났다.
무표정한 얼굴, 허리춤에 보이는 검.
검남산(劍南山)!
그는 바로 검종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대 검종 종주, 검남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