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23
623화 이건 또 누구지?
검남산!
멀리서 장내를 지켜보고 있던 남궁원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신국의 책사인 그녀조차 검남산이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더욱이 그는 이 시대 사람도 아니지 않은가!
검남산이 소칠을 마주 보고 섰다. 그가 그녀를 향해 막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소칠이 전진하며 검을 내밀었다.
쉭-!
이 순간, 검남산의 허리에 걸려있던 검 또한 검집을 빠져나왔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신속한 동작이었다.
쾅-!
두 검수의 검이 맞부딪치자 검남산이 그대로 수백 장 뒤로 밀려났다.
소칠 역시 같은 거리만큼 물러난 상태.
“검신(劍神)!”
소칠을 바라보는 검남산의 눈빛이 다소 무거워졌다.
그가 놀란 부분은 소칠이 검신이란 것이 아닌, 그녀의 어린 나이였다.
겨우 십여 세 밖에 되어 보이지 않은 소녀가 검신이라는 사실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공포였던 것이다.
이때 소칠이 말없이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윙-!
한 줄기 검명 소리가 천지를 울린다.
이에 검남산 역시 눈을 가늘게 뜬 상태로 허리춤의 검을 단단히 잡았다. 다음 순간, 그의 검이 비스듬히 뽑혀 올라갔다.
쉭-!
한 줄기 날카로운 검광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간다.
이때, 소칠의 음성이 장내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파(破)!”
소칠의 음성과 동시에 검남산의 검광이 펑 하고 터져 나갔다. 이와 동시에 검남산의 검마저 그대로 파괴되었다.
이를 본 순간, 백발 여인이 눈을 심각하게 찌푸렸다.
“좋은 검이군!”
검남산의 말에 소칠은 아무 표정도 없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천주검이 엽현에게로 돌아갔다.
소칠이 검남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최소한의 존중은 해주겠소.”
말과 동시에 그녀가 가볍게 한 발을 내디뎠다.
쉭-!
장내에 다시 번뜩이는 검광.
이에 검남산이 정면을 향해 손을 뻗자, 마찬가지로 한 줄기 검광이 튀어 나갔다.
벼락같은 검광이 방출되자 공간이 순식간에 찢겨 나갔다.
쾅-!
두 사람의 눈앞에서 각자의 검광이 터져 나갔다.
바로 이때, 소칠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곧바로 한 줄기 검광이 검남산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쾅-!
수천 장 밖으로 밀려난 검남산!
그가 아직 자세를 잡기도 전, 소칠의 검이 허공을 찔렀다.
“참(斬)!”
짧은 한마디와 함께, 한 줄기 검광이 검남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후후… 흥미진진하구나!”
검남산이 오른발로 강하게 허공을 밟았다.
콰쾅-!
성공 전체가 뒤흔들림과 동시에 한 줄기 검광이 솟구쳤다.
쾅-!
그대로 터져 나가는 소칠의 검광.
하지만 이때 소칠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쾅-!
검남산이 다시 수천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이때,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시 검광이 날아들었다.
쾅-!
검남산이 다시 한번 뒤로 밀려났다.
이 순간, 소칠이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잠시 적막감이 흐르는 순간, 그녀가 눈을 번쩍 뜸과 동시에 검남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일검인종멸(一劍人蹤滅)!”
쉭-!
한 가닥 실처럼 가느다란 검광이 소칠의 손가락에서 방출됐고, 검광이 지나간 자리는 그대로 투명하게 변해갔다.
이를 본 장내 모든 무인들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왜냐하면 투명해진 공간은 곧바로 완전히 소멸됐기 때문이다.
이 소멸된 공간은 천도의 도칙으로도 다시 회복되지도 않았다.
소칠의 검광을 본 검남산은 표정이 굳긴 했지만, 검을 꺼내 들진 않았다.
왜냐하면, 소칠 역시 검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가 검을 사용하게 되면 기에서 밀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남산이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곧 그의 앞에 투명한 검이 나타났다.
윙-!
청아한 검명 소리와 함께 검남산의 투명한 검이 허공을 갈랐다.
검남산의 검은 마치 고요한 우주를 스쳐 지나가는 유성같이 빠르게, 그러나 조용하게 날아갔다.
쾅-!
두 개의 검이 맞붙은 순간, 성공 전체가 뒤흔들렸다. 이때, 검남산의 검은 소멸했으나, 소칠의 검은 살아남은 상황이었다.
소칠의 검이 검광을 흩뿌리며 검남산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검남산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한 발 전진하며 날아오는 검광을 점지했다.
쾅-!
검남산의 손가락이 소칠의 검을 막아 세웠다.
바로 이때, 소칠이 순식간에 검남산 앞에 나타났다.
검남산이 미간을 찌푸린 순간, 두 사람의 주위로 무수한 검광들이 흘러나와 그들을 집어삼켰다. 그렇게 약 일각이 지났을 때, 검광이 점점 걷히더니, 그 안에서 소칠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이를 본 순간, 백발 여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반면, 신국의 강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소칠의 등 뒤에서 검광이 모두 사라지고 검남산이 모두의 눈앞에 나타났다.
검남산은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양팔이 있던 곳은 소매만 펄럭이고 있었다.
검남산이 고개를 들어 소칠을 바라보았다.
“왜 죽이지 않은 거냐?”
소칠이 걸음을 멈췄다.
“왜 천도를 돕는 것이오?”
“…그녀에게 갚을 빚이 있었다.”
소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원은 끝났으니 떠나도 좋소.”
“왜 날 죽이지 않는지 말해주지 않는 거냐?”
“검수는 많지 않소. 그리고 강한 검수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소.”
검남산이 한동안 소칠을 응시하더니 그대로 등을 보이며 떠나갔다.
검남산이 떠난 후, 소칠이 백발여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내가 널 죽이는 걸 막을 수 없다.”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소칠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러자 백발여인이 미간을 찌푸린 상태로 천천히 희미해졌다. 이내 그의 잔상이 소칠의 주변을 가득 메웠다.
콰콰쾅-!
곧, 강대한 힘이 사방에서 몰아치니, 성공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 소칠이 검을 휘두르자, 그 많던 잔상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한편, 이보다 앞서 천장 밖으로 피신한 백발 여인.
그녀가 살기 어린 눈으로 소칠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죽게 되면 혼돈우주에 산재해 있는 본원지기 역시 죄다 소멸되고 말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 세상엔 더 이상의 봉제경 강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소칠이 여인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지금 협박하는 건가?”
“하하하! 그렇다고 해 두지!”
“제법 고고한 존재인 줄 알았다만 역시나…….”
음성과 동시에 소칠의 신형이 사라졌다.
쉭-!
이와 함께 장내에 번뜩이는 한 줄기 검광.
바로 이때, 시원제가 백발 여인의 앞을 막아섰다.
“빨리 가시오!”
말과 함께, 시원제가 정면으로 맹렬하게 일권을 뻗어냈다.
콰쾅-!
그의 앞의 공간이 갈라져 나갔지만, 소칠의 공격을 막아내긴 역부족이었다.
쾅-!
시원제의 몸이 힘없이 튕겨 나가더니, 무수한 검광들이 그의 육신에서 번뜩였다.
시원제가 자리에 멈춰 섰을 땐, 이미 그의 육신은 사라지고 영혼만 남게 되었다.
소칠을 바라보는 시원제의 눈에는 경악과 두려움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백발 여인은 여전히 장내에 남아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여전히 세 명의 노인도 남아있었다.
이때, 여인이 입을 열었다.
“모두 떠나도 좋다.”
여인의 말에 세 노인과 시원제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에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과의 은원은 모두 끝났다. 이제 더 이상 내게 빚진 것은 없다.”
그 말에 세 노인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곧바로 장내를 떠났다.
그들이 봤을 때, 소칠을 상대로 전혀 승산이 없던 것이다.
세 노인이 떠난 후, 여인이 웃으며 소칠에게 말했다.
“나를 죽이고 싶다고? 그렇게 간단하진 않을 것이다!”
말을 마친 여인이 두 팔을 활짝 펼쳤다. 그러자 성공 전체가 뒤흔들리더니, 무수한 영기가 그녀를 향해 집중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녀의 기운은 마치 홍수가 난 강물처럼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이를 본 장내 무인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설마 천도가 자폭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천도가 자폭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적어도 혼돈우주 전체가 폭발에 휘말리고 말 것이다!
소칠이 무덤덤하게 여인을 바라보며 검 자루를 쥐었다.
바로 이때였다.
“안 돼!”
먼 우주 끝에서 다급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와 함께, 한 남자가 공간을 뚫고 장내에 나타났다.
양쪽 허리에 각각 한 자루 도와 한 자루 검을 차고 있는 남자.
도검쌍절(刀劍雙絕), 엽전천(葉戰天)!
엽전천의 등장과 함께, 막 폭발할 듯 불어나던 여인의 기운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이를 본 엽전천이 겨우 한숨을 돌리며 여인에게 말했다.
“천도, 그대의 존재는 혼돈우주 전체의 안위와 직결돼 있소. 그런데 어찌하여 자폭을 하려는 것이오?”
그러자 여인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궁지에 몰리지 않았더라면 자폭할 이유도 없었겠지.”
그녀의 말에 엽전천이 몸을 돌려 소칠을 바라보았다. 그가 막 대화를 시도하려 할 때, 소칠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에 미간을 찌푸리며 검을 뽑아 드는 엽전천.
윙-!
검명 소리와 함께 한 줄기 검광이 두 사람 사이에서 폭발했다. 이 충격에 엽전천의 신형이 곧바로 수백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겨우 자리에 멈춰선 엽전천, 소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매우 어둡다.
“어린 나이에 벌써 이만한 경지에 이르다니, 대체 너는…….”
어린 시절 천재 중의 천재란 소리를 들었던 엽전철. 하지만 소칠과의 일합 후, 그는 진정한 천재는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칠이 대답 없이 한쪽 성공을 올려다보았다.
“천도, 도대체 얼마나 불러댄 것이냐?”
“…….”
“너무 번거롭군. 잠시 기다렸다가 한 번에 처리하겠다.”
“광오하구나!”
어느새 천도 곁에 나타난 엽전철이 소칠을 향해 소리쳤다.
“네가 강한 것은 알겠다만, 그런 말투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소칠이 엽전천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대는 분명 엽전천… 듣자하니 도검쌍절이라던데…….”
“그렇다. 그게 어쨌다는 것이냐?”
“왜 개나 소나 ‘절(絕)’자를 갖다 붙이는 거지?”
“뭐! 이런 고약한…….”
엽전천이 참지 못하고 화를 내려는 순간, 소칠이 검지를 들어 올렸다.
“꺼져라.”
순간, 한 줄기 검광이 공간을 뚫고 날아들었다.
이에 황급히 검을 뽑아 드는 엽전천!
쾅!
거대한 폭발음이 성공 전체를 울렸다.
폭발 중에 엽전천은 천 장 밖으로 날아갔고, 그의 검은 단번에 바스러지고 말았다.
자리에 멈춰 선 엽전천이 칼자루만 남은 검을 보며 멍하니 있을 때, 소칠이 천천히 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멍청히 서 있지 말고 도를 꺼내 보거라. 마침 신국의 도를 쓰는 자들도 여기 와 있으니, 그들에게 네 실력을 한 번 보여주거라.”
소칠의 말을 듣자, 한쪽에 있던 염도가 앞으로 나섰다.
“전하, 저자와 한번 붙어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소칠은 고개를 저었다.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말을 하며 소칠이 백발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는 오늘 반드시 죽는다.”
“누가 그러던가?”
이때, 누군가의 음성이 소칠의 바로 곁에서 울려 퍼졌다.
순간, 장내 모든 무인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상대가 소칠의 곁에 다가올 때까지 그 누구도 눈치챈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이건 또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