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26
626화 나 곧 진화할 것 같아!
전송진!
그 말을 듣자, 무인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만약 저 어두운 공간에서 누군가 걸어 나온다면 그것이 누구일지, 얼마나 강할지 누구도 알 수 없던 것이다.
“저 비석을 부숴야 한다!”
백발 여인이 소리치고는 소칠을 바라보았다.
이에 소칠이 검을 휘두르자, 한 줄기 검광이 날아가 비석 위를 강타했다.
쾅-!
비석이 크게 휘청거렸지만, 비석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이에 소칠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특수한 물질로 만들어진 비석이다.”
소칠이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의 엽현은 마치 곧 죽을 사람처럼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매우 고통스러워 보였다.
계옥탑의 힘을 사용한 대가를 고스란히 치르고 있던 것이다.
“남궁 소저, 녀석을 돌봐 주거라.”
소칠의 말에 남궁원이 황급히 엽현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입에 손톱만한 금단을 넣어 주었다.
이를 바라보던 천도가 소칠을 향해 말했다.
“정말로 놈을 지켜줄 셈인가?”
소칠이 천도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천도가 무뚝뚝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네가 실력에 굉장한 자신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엽현 덕분에 너희 신국이 위험에 처하리라는 것은 걱정되지 않느냐?”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지?”
소칠이 더 이상 천도를 상대하지 않고 돌아섰다. 이때, 문득 무언가 떠오른 소칠이 걸음을 멈추고 천도를 돌아보았다.
“혹시 우주지도 같은 걸 가지고 있나?”
“우주지도?”
“그렇다. 이 혼돈우주 주변에 우주가 몇 개나 더 존재하지?”
소칠의 말을 듣고 있던 천도가 갑자기 눈을 치켜떴다.
“설마, 너…… 혼돈우주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게냐?”
순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목남지와 주아부의 표정이 변했다.
도대체 소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설마 혼돈우주를 통일한 걸로 모자라, 사유계 전체를 통일하겠다는 건가!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생각을 할 수가!
천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소칠 뒤에 있던 신국의 강자들마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자 소칠이 주변을 돌아보며 물었다.
“안 될 건 또 뭐야?”
이때 목남지가 나섰다.
“너는 사유계가 얼마나 광대한지 모르는 게냐?”
소칠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모르오. 어쨌든 이후에 모두 우리 신국이 차지하게 될 것이오.”
“그런…….”
목남지는 말문이 턱 막혔다.
자만?
확실히 소칠의 태도는 자만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왜냐하면 사유계 전체는 혼돈우주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하기 때문이다.
이때 천도가 말했다.
“지금까지 사유계를 통일한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내가 첫 번째가 되겠군!”
말을 마친 소칠이 남궁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혼돈우주 전체의 인재들을 긁어모으도록. 그게 무인이 됐든, 학자가 됐든 상관없이 전부. 그리고 유가와 병가 그리고 종횡가가 책임지고 이들의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도록 한다!”
남궁원이 소칠을 향해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전하의 명을 받듭니다.”
소칠은 다시 천도를 바라보고 돌아섰다.
“이제 너에게 세 번째 선택지를 주겠다. 사흘을 줄 테니, 우리 신국의 일원이 될지 결정하도록 해라. 만약 그 안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네가 어디에 있든 찾아서 멱을 따 버릴 것이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칠이 돌아섰다.
“저 물건은 어쩌고 이렇게 가 버리는 게냐?”
천도가 비석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러자 소칠이 비석을 잠시 응시하며 말했다.
“상관없다. 놈들이 오기만 하면 내가 단칼에 모두 베어 버리면 그만이니!”
“…….”
잠시 후, 소칠과 신국 무인들을 태운 황금거룡이 순식간에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저 어린 계집의 야심이 정말 보통이 아니구나!”
주아부가 소칠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탄성을 뱉어냈다.
이때 목남지가 천도를 향해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오?”
“계획이라…….”
떠난다? 그것은 천도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혼돈우주 그 자체인 그녀가 가면 어디로 간단 말인가?
혹시 떠난다 해도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다른 우주로 가면 그곳에 있는 천도가 그녀를 몰아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우주를 떠나게 되면 그녀의 힘은 대폭 줄어들고 말 것이다.
“내게 생각이 있소.”
목남지가 말하자 천도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저들과 손을 잡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할 수도 있소.”
그 말에 천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주아부 역시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은…….”
주아부가 말끝을 흐리자 목남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황금거룡이 사라진 자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야심도 대단하지만, 그만큼 강한 실력도 갖추고 있소. 그녀와 함께 한다면 어쩌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을지 모르오.”
주아부와 천도는 섣불리 어떤 말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천도가 성공 가운데 흉물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비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국과 손을 잡는 일은 둘째 치고, 당장은 저 안에서 나올 자들을 물리치는 게 먼저다.”
목남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전송진 뒤편에 도대체 어떤 세력이 존재할지…….”
말끝을 흐린 목남지가 천도를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엽현 그 녀석에 대해서는 이제 손을 떼는 게 좋을 것이오. 그 녀석은 감히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가?”
“그건 바로… 놈의 배후에 엄청난 존재가 있기 때문이오. 지금 당장은 이곳에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된다면 그땐…….”
“남지, 똑바로 말해 보거라. 녀석의 운명에서 도대체 뭘 본 것이냐?”
“…아무 것도 보지 않았소. 어쨌든 내가 한 말을 잊지 마시오. 자, 모두 갑시다. 나는 오래간만에 당족에 한 번 들러야겠소.”
말을 마친 목남지가 그대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자리에 남은 천도가 주아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일은 고맙구나.”
그러자 주아부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오랜 벗 사이에 고맙다는 인사는 생략해도 좋소.”
그 말을 듣자 가슴이 뭉클해진 천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과 같은 날을 위해 주아부나 목남지 등과 교류해 온 그녀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흔쾌히 자신을 위해 달려와 줄 것이라고는 천도 역시 확신하지 못했던 것이다.
잠시 후, 천도와 주아부 마저 떠난 성공에는 검은 비석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지게 되었다.
* * *
질서성.
질서성에 돌아온 소칠은 즉시 신국의 모든 신하들을 불러놓고 긴 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이 시각, 성주부 어느 방 안에 누워 있는 엽현.
그를 치료하는 것은 약왕종의 제자인 채소린이었다.
방 안에는 그녀 외에 좌청도 엽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 앉은 좌청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별일 없겠지?”
“…….”
“죽는 건 아니겠지?”
“…….”
“이년아, 사람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
이때, 엽현의 손가락이 가볍게 움직였고, 이를 본 좌청이 황급히 엽현의 상태를 살폈다.
“이봐 사기꾼, 아니, 엽현! 이제 깨어 난거야?”
잠시 후, 엽현이 천천히 눈을 뜨더니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거지?”
“…죽진 않을 것 같다.”
엽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좌청이 계속해서 엽현에게 말을 걸려 하자, 채소린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우선 혼자 쉬게 놔둬.”
그 말에 좌청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떠나고 엽현 홀로 남은 방 안.
엽현은 침대에 걸터앉은 채, 고개를 파묻었다.
그는 그 자세로 반 시진 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때, 아월이 홀연히 엽현의 앞에 나타났다.
“네가 약하다고 생각해서 풀이 죽어있는 것이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엽현.
얼마 전에 치른 천도와의 전쟁에서, 엽현은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되었다.
“네가 약한 건 사실이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 당장 네 실력을 끌어올려야만 한다.”
엽현이 멍하니 아월을 바라보았다.
이에 아월이 말을 이어갔다.
“첫째, 너는 당장 경지를 올려야만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대한 경지를 끌어 올려라. 둘째, 가능한 빨리 칠층에 진입해야 한다. 그 안에 들어있는 무공을 연마한다면, 어떤 강자와도 해볼 만할 것이다. 셋째, 검도에 관한 것이다. 최소 검신의 경지까지는 도달해야 한다. 넷째, 염가와 육층 도칙 등, 모든 도칙을 빠르게 회복시켜서 계옥탑의 힘을 완전히 이끌어내야만 한다.”
이때, 계옥탑이 둘 앞에 나타나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월의 마지막 한 마디에 동의한다는 표현이었다.
아월이 곧바로 계옥탑을 엽현의 몸 안으로 던져 놓고는 말을 이어갔다.
“지금 너는 다른 건 볼 것도 없이 경지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너무 급하게 하다가 일을 그르치게 되지 않을까?”
엽현의 말에 아월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당장 죽게 생긴 놈이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더냐?”
“그건 그렇지… 참, 그 현황대세계인지 하는 곳은 신국과 비교하면 어때?”
“오유계를 호시탐탐 노리는 놈들이다. 그런 자들이 약할 리가 있겠느냐?”
엽현이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주먹으로 자신의 무릎을 내리쳤다.
“젠장! 한 놈 보내면 더 강한 놈이 나타나고! 도대체가 끝이 없구나! 다들 내가 그렇게 만만한 거냐! 내가 만만해!?”
아월은 애꿎은 자신의 무릎에 화풀이하는 엽현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럼 아니야?”
“…….”
“정신 바짝 차려라. 지금 너에겐 풀 죽어있을 시간조차 없다.”
엽현이 아월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월이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반드시 칠층에 진입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탑에 있는 두 자루의 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라.”
엽현이 칠층에서 보았던 광세무학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검무량(一劍無量)!
제대로 배우기만 한다면 하늘도 베어버릴 수 있다는 검기!
그리고 탑의 검!
사실 그렇지 않아도 매우 오래전부터 탑의 검에 눈독을 들여왔던 엽현이었다.
이때 엽현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네 말이 맞아. 지금 당장 최대한 실력을 끌어올려야 해!”
엽현은 곧장 얼마 전 성주 등에게서 받은 검을 바닥에 펼쳤다. 그가 가진 검은 조화경 급 검 열일곱 자루였다.
지금 당장은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그럼 얌전히 수련하고 있거라. 나는 나가서 염가 이 계집을 찾아보겠다.”
“정말?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고마울 것 없다. 이건 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멍청한 탑이 남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니까!”
이 말을 마지막으로 아월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제 방 안엔 엽현 홀로 남게 되었다.
이때, 계옥탑 안에서 제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이제 곧 진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