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30
630화 너의 장기를 마음껏 부려봐라
대지지력!
“그렇게도 가능한 것입니까?”
[속고만 살았느냐?]이에 엽현이 즉시 오른발로 지면을 가볍게 디뎠다. 그 순간, 사방에서 지령지력이 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대략 일각이 지났을 무렵, 엽현이 포효하며 일권을 뻗어냈다.
콰쾅-!
그의 주먹이 나간 순간, 반경 천장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지며 칠흑처럼 어둡게 변했다.
“…….”
한동안 멍청하게 정면을 응시하던 엽현은 한참 후에나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역천(逆天)!
장권에 담긴 위력은 그야말로 역천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엽현은 지체없이 수련에 돌입했다.
그는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봉제경의 육신과 장권만 있으면 봉제경 강자와도 해 볼만하다는 생각에 흥분을 주체할 수 없던 것이다.
사실 지금의 엽현은 이미 평범한 봉제경 강자를 죽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특히 대지지력이 깃든 장권은 봉제경 강자를 단숨에 절명케 할 만큼 위협적인 것이었다.
엽현은 곧 미친 듯이 수련에 임했다. 그의 일차적인 목표는 단연 장권의 위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수련을 시작한 지 오 일째가 되었다.
엽현은 수련을 갑자기 멈추었다. 사방의 땅이 밑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꺼져버린 탓에 더 이상 수련을 할 수가 없던 것이다.
이때 육층 존재가 말했다.
[일단 이 정도면 그럭저럭 쓸 만은 하겠구나.]“선생, 도대체 장권은 누가 창안한 것입니까? 어떤 미친 자가 이런 무공을 만들었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정말 알고 싶으냐?]“그렇습니다!”
엽현이 재촉하자 육층 존재가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내가 바로 그 미친놈이다.]“……어쩐지 위력이 너무나 대단하다 했더니 선생이 만든 무공이었군요! 평소에도 존경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오늘은 더더욱 존경심이 샘솟는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선생의 실력은…….”
[그만, 그만! 너의 그 알량한 말에 넘어갈 노부가 아니다. 방금 네가 미친놈 어쩌구 한 것은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
[자, 쉴 틈이 없다. 바로 태허검총으로 이동한다!]엽현은 육층 존재의 인도 아래 어검을 타고 남쪽 하늘로 사라졌다.
공중에서 바라본 세상은 생기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미 오래전 영기가 고갈된 듯했다.
“선생,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겁니까?”
[누가 알겠느냐? 내가 이 탑에 갇힌 지도 수천 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생겨도 생기지 않았겠느냐?]“흠… 이곳은 혼돈우주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습니까?”
[그리 멀진 않다. 지금의 네 실력으로 어검을 타고 비행하면 한 삼십 년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놀랄 것 없다. 사유계는 네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곳이다. 헌데 이런 사유계를 그 어린 것이 통일하겠다고 큰소리쳤으니…….]엽현은 육층 존재가 누구를 말하는 것이 소칠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선생께서는 그녀가 실패할 거라 보십니까?”
[그건…….]육층 존재가 말을 아끼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시도할 것입니다.”
[…어쨌거나 대단한 존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성장 속도를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새로운 경지를 개척할 수도 있을 것 같구나.]그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 역시 더 정진해야 하겠군요!”
이때, 엽현이 무언가 생각난 듯 헤헤 웃으며 물었다.
“선생, 혹시 이것 말고 달리 창안한 무공은 없으신지요?”
[있긴 있다만… 네게 어울릴 만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 너는 네 검도 외에도 장권까지 연마해야 하는데, 다른 무공을 건드릴 시간이 나겠느냐?]그 말을 들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
엽현은 더 이상 대화를 잇지 않고 어검의 속도를 올리는데 주력했다.
잠시 후, 거대한 산맥을 하나 넘은 엽현은 아래쪽에서 한 줄기 검의를 느낄 수 있었다.
엽현은 곧장 검의가 느껴지는 곳으로 날아갔다.
이윽고 지면에 내려선 그는 어느 산문 앞에 이르렀다. 이때 산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온통 폐허나 다름없었다.
산문을 통과한 엽현은 정면의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폐허 한복판에 다다르자, 무수히 많은 검들이 지면에 아무렇게 버려져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이 검들은 너무나 오래되고 낡아서 대부분 영기마저 소멸된 상태였다.
“선생, 이곳이 태허검총이 맞습니까?”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변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구나.]엽현이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황량한 기운만 무심하게 감돌고 있을 뿐, 어디서도 생기는 찾을 수 없었다.
“조금 더 들어가 보자꾸나.”
육층 존재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그는 어느 흉물스런 대전 앞에 멈춰 섰다. 대전 입구에는 중년인의 모습을 한 조각상이 서 있었는데, 두 팔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훼손 정도도 매우 심각했다.
엽현이 조각상을 보며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육층 존재가 갑자기 장중에 소리쳤다.
[검태허(劍太虛), 당장 나오너라!]“…선생 아무래도 아무도 없는 것…….”
바로 이때, 엽현 앞에 있던 조각상이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웬 중년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육신이 소멸된 듯 투명한 상태의 중년인은 곧장 엽현의 단전부위를 바라보았다.
“마주(魔主)?”
이때 엽현의 몸 안에서 육층 존재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검태허, 오랜만이로구나.]“왜 그런 곳에 있는 것이오? 나와서 이야기합시다.”
[지금은 사정상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그나저나 검태허, 내가 떠난 후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후…….”
검태허가 무심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재앙이 닥쳤소.”
[무슨 재앙? 너조차 막을 수 없는 그런 재앙이었단 말이냐?]검태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무지 막을 수 없는 것이었소.”
검태허가 엽현의 복부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마주, 그대는 산 것이오, 아니면 죽은 것이오?”
[확실히 아직까진 살아있긴 하다.]“후후, 그대도 제법 명줄이 길구려.”
[검태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없는 것이냐?]검태허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소. 이미 이 근방의 생명체는 모두 다 전멸해 버리고 말았는데…….”
검태허가 다시 하늘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마주, 혹시 현황대세계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소?”
“현황대세계!”
엽현이 자신도 모르게 외치자 검태허가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대해 들어보았느냐?”
“그렇습니다.”
엽현은 분명 아월을 통해 현황대세계라는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곳은 오유계를 넘보는 강자들이 있는 곳이었다.
“혹시 이게 그 현황대세계에서 온 자들이 저지른 일입니까?”
엽현이 묻자 검태허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현황대세계가 어찌하여 이렇게 오래도록 강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고 있느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다른 우주에 침략해 사람들을 죽이고 그 세상의 영기를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그들은 영기고갈에 시달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강성해질 수 있지. 내 장담컨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다음 먹잇감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을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엽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현황대세계라는 곳이 강한 곳인 줄은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다른 우주의 영기를 도적질 하는 집단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계속해서 도적질에 성공한다면 그들은 영원히 풍족한 영기를 누릴 수 있겠지만, 다른 우주는…….
‘혼돈우주?’
엽현은 문득 혼돈우주를 떠올리고는 안색이 급변했다.
얼마 전 거인이 혼돈우주 한복판에 남겨진 비석, 아니 전송진.
아월은 분명 그 전송진이 현황대세계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인 즉, 그 전송진을 통해 현황대세계의 무인들이 들이닥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석에 큼지막이 쓰여 있던 ‘엽현’이란 두 글자를 볼 때, 그들은 분명 자신을 찾고 있었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이제 도둑놈들까지!’
엽현은 갑자기 밀려드는 고통에 이마를 부여잡았다.
이때, 육층 존재가 말했다.
“전인? 여기 이 아이 말이오?”
[그렇다.]“흠… 자질은 괜찮게 보이는군. 그러나…….”
[그러나?]“이미 그대 마문의 사람이 아니오?”
[왜, 싫은가? 그럼 마땅한 자가 올 때까지 몇 년이고 기다릴 셈이냐?]“흠…….”
검태허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녀석이 비록 뻔뻔한 면이 있긴 하지만, 다른 부분은 모두 봐줄만 하다. 적어도 너희 종문에 먹칠할 일은 없을 것이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한동안 신중하게 고민하던 검태허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조건이 있소.”
“무슨 조건?”
“반드시 우리 태허검종(太虛劍宗)의 제자가 되어야 하오. 종문을 다시 일으키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태허검종의 전승을 결코 소실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만 하오.”
말을 마친 검태허가 엽현을 바라보았다.
“할 수 있겠느냐?”
“그 조건이라면 제가 충분히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엽현이 승낙하자 검태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다. 지금 초범검성인 것이냐?”
“그렇습니다. 오늘 이렇게 찾아오게 된 이유는 검신이 되는 방법을 찾기 위함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검신이 되는 것.
이는 아월이 떠나면서 가장 강력히 주문했던 것이었다.
“검신이 되려면 깨달음이 필요하다. 물론 약간의 계기도 필요하지. 일단 나를 따라서 오너라.”
검태허가 바람처럼 사라지자, 엽현이 황급히 그 뒤를 쫓았다.
잠시 후, 엽현은 검태허를 따라 어느 낡은 대전에 도착했다. 대전 안에는 아홉 개의 기둥이 있었는데, 각 기둥 꼭대기에는 한 자루씩의 검이 꽂혀 있었다.
아홉 자루의 도경급 검이었다.
눈앞의 검을 본 엽현은 순간 표정이 진중해졌다. 척 보기에도 모두 매우 훌륭한 검이었던 것이다.
이때, 검태허가 엽현을 향해 돌아섰다.
“아홉 개의 기둥은 각각 태허검종의 아홉 선조들을 의미한다. 모두 초범검신의 경지에 이르신 분들이지. 그분들의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는 본신의 실력과 조금의 기연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 행운을 빈다.”
말을 마친 검태허는 곧바로 엽현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홀로 남은 엽현은 눈알을 굴려 대전 안을 살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고요하기만 할 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왜 이리 조용하지? 혹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이때, 육층 존재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 지금이야말로 너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할 때인 것 같다. 자, 어서 털어 보거라. 너의 그 현란한 주둥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