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38
638화 그녀는 왜 안된다는 거지?
물론 이번에도 영과니 영초니 하는 것들은 모두 소령에게 빼앗기고 말았지만, 그래도 엽현은 싱글벙글했다.
이번에 거둔 수확은 지난번보다도 훨씬 많았던 것이다.
[그 여섯 구의 시체로 마시(魔屍)를 만들면 좋을 것이다.]“마시?”
마주의 음성이 들리자 엽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마시가 무엇입니까?”
[마시란 너의 명령을 듣는 꼭두각시 같은 것이다. 우리 마족은 대대로 시체를 이용해 마시를 제작하곤 했다. 다만 그 수단이 악랄한 것이 단점이라 할 수 있지. 그래도 하겠느냐?]“물론입니다!”
엽현이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자신을 죽이러 온 자들 아니던가!
그런 자들에게 자비나 인정은 가당치 않았다.
[좋다. 그럼 이번만큼은 내 특별히 너를 위해 마시를 만들어 주겠다.]“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선생!”
이때 엽현이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경지가 어떻게 됩니까?”
[봉제경 위.]“봉제경 위의 경지라면?”
[아마 신경쯤 되지 않겠느냐? 미지경 이하는 거기서 거기라 잘 모르겠다만.]마주의 말을 들은 엽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미지경 아래가 거기서 거기라면 자신은 얼마나 더 많은 경지를 거쳐야 한다는 것인가?
“아무래도 저는 앞으로도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그야 당연하지 않느냐? 다만 지금의 너는 그럭저럭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끔찍해질 테니까.]“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 너는 말해줘도 모른다.”
“…….”
엽현은 여섯 구의 시신은 마주에게 넘겨주고는 계옥탑을 나섰다.
신경 강자들의 시신으로 만든 마시.
이 마시들은 앞으로 엽현의 또 다른 비장의 패가 될 것이 분명했다.
알다시피 혼돈우주의 최강자들은 겨우 봉제경 급이 아니던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주가 이미 나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옥탑에 머물러 있길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야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엽현으로서는 마주 정도의 강자를 써먹을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운 것이 사실이었다.
엽현은 일단 이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고 눈앞에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장 그가 해야 할 일은 조금이라도 더 실력을 쌓고서, 현황대세계의 위협을 물리치는 일이었으니까.
계옥탑에서 빠져나온 엽현은 다시 천도와 마주하게 되었다.
천도는 아직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모두 죽였느냐?”
“내가 왜 말 해 줘야 하지?”
엽현이 퉁명스레 내뱉고는 등을 돌렸다.
그에게 있어 천도의 존재는 눈엣가시와도 같았다.
이때, 돌아선 엽현의 앞에 천도가 나타났다.
“엽현, 확실히 지금까지 너의 실력에 의문을 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허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짧게 하고 끝내라. 바쁘니까.”
“…네게 있는 그 본원은 매우 특수한 존재이지만 너와 함께 있는 한 제힘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니 차라리 내게…….”
이때, 엽현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여기서 문제. 내가 너를 죽일까? 죽이지 않을까?”
“…….”
“만약 한 번만 소령에게 눈독 들였다간, 그대로 목을 쳐버리겠다. 알겠나?”
말을 마치자 엽현은 그대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홀로 남은 천도는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참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엽현은 그녀가 느끼기에도 매우 위험했다.
비단 계옥탑의 존재 때문만이 아니라, 엽현이 뿜어내는 기운 자체가 매우 위협적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 천도는 어두운 성공 속으로 몸을 날렸다.
한편 엽현은 이번에는 비석을 다시 되돌려놓지 않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똑같은 방식으로 세 번은 당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지금 당장 현황대세계의 강자들이 나타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그가 원하는 것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엽현이 아직 멀리 떠나지 않았을 때, 그의 뒤편의 공간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엽현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의 정면에서 멀지 않은 곳의 공간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려 천 장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이와 거의 동시에 구멍 안에서 그림자 하나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순간, 강대한 기운이 폭풍처럼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콰쾅-!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뒤흔들리는 성공!
이때, 이 폭음 속에서 백의를 입은 남자가 엽현과 천도 앞에 나타났다.
백의 남자의 눈빛은 곧장 엽현에게로 날아들었다.
“그들은 어떻게 죽었느냐?”
“어떻게 죽었냐고?”
엽현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냥 멍청하게 죽었는데?”
“…….”
백의 남자가 엽현을 노려보더니 갑작스레 한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손으로부터 강대한 기운이 마치 화산처럼 폭발했다.
콰쾅-!
순간적으로 성공 전체가 크게 흔들렸고, 이 충격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천도는 천 장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이때, 엽현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전방을 향해 맹렬하게 일권을 내질렀다.
장권(葬拳)!
쾅-!
그의 주먹에 실린 위력은 남자의 공격을 넉넉하게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반경 수천 장의 공간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천 장 밖에 있던 천도는 이 장면을 보자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언제 엽현이 저렇게 강해졌단 말인가!’
한편, 엽현의 공격에 백의 남자 역시 미친 듯이 뒤로 밀려나더니, 무려 천 장 밖에 가서야 멈춰 설 수 있었다.
이때 엽현을 바라보는 남자의 표정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방금 전의 그 권기(拳技)는… 대단하구나!”
엽현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감아쥐었다. 그러자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다시금 주먹에 집중됐다.
이때 백의 남자가 천천히 손을 폈고, 그러자 엽현 주변의 공간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 순간, 엽현이 오른발을 들어 발밑을 세차게 찍어 눌렀다.
쾅-!
이 한 번의 동작으로 공간의 떨림이 멈췄다.
“너…….”
남자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엽현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뒤이어 엽현의 주먹이 공간을 찢어발기며 날아들었다.
남자 역시 피하지 않고, 같은 주먹을 내밀어 응수했다.
콰쾅-!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엽현이 원래 자리로 튕기듯 돌아왔다. 하지만 엽현은 숨도 돌리지 않은 채, 다시 남자를 향해 돌진했다.
전투!
그는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후, 아직까지 누군가 겨뤄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자신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도 못했다.
때문에 엽현은 남자를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확실히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엽현의 육신은 봉제경, 여기에 강력한 장권까지 장착하니, 단순한 육신의 역량에 있어서 엽현은 남자를 압도할 수 있었다.
콰콰콰쾅……
끊임없이 폭음이 울려 퍼지는 검은 성공.
이 장면을 바라보며 천도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검수인 줄로만 알았던 엽현이 검 없이도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이 도대체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백의 남자는 그저 그런 무인이 아닌 봉제경, 아니 그 이상의 강자 아닌가!
쾅-!
바로 이때, 폭음과 함께 엽현이 뒤로 밀려났다. 그가 고개를 들자 백의 남자의 손에는 어느새 장창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우리가 너를 너무 얕잡아 봤었구…….”
순간, 엽현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쾅-!
순식간에 남자 앞에 나타난 엽현이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연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엽현의 공격에 남자는 어찌어찌 겨우 방어만 해내며 그대로 천 장 밖으로 밀려났다.
바로 이때, 비어 있던 엽현의 손에 한 자루 검이 나타났다.
천주검!
천주검을 발견한 순간 남자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엽현의 검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에 백의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검을 향해 창을 내밀었다.
쾅-!
그대로 터져 나가는 남자의 창.
그리고 남자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엽현.
이때 엽현이 검을 거둬들이고는 남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상대의 납계를 챙긴 엽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유유히 장내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장내에 남겨진 남자의 육신은 투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한편, 한참 동안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천도는 남자의 육신이 완전히 소멸되고서야 자리를 떠났다.
모두가 떠나고 사라진 자리, 그곳엔 백의 남자가 출현했던 갈라진 공간만이 덩그러니 놓이게 되었다.
* * *
질서성.
엽현은 곧장 소칠이 기거하는 대전을 찾았다.
대전 안에는 이내 엽현, 소칠 그리고 상관선아가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나오너라!”
소칠의 외침과 동시에 이십삼 인의 무인이 귀신처럼 엽현의 뒤편에 나타났다.
전신을 검은 무복으로 감싸고 허리에는 장도를 찬 자들.
암위(暗衛)!
이들은 평소 어둠 속에 숨어서 소칠의 안전을 책임지는 신국의 최정예 살수, 암위였다.
“지금부터 이들은 너의 말을 따를 것이다.”
소칠에 말에 엽현은 이들 이십삼 인을 훑어보았다.
그들의 몸에서는 하나 같이 살벌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만약 안란수와 막사가 없다면 이들만으로 충분히 신무성을 제압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때 소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이번에 온 자들을 모두 죽인 건가?”
“그래. 모두 일곱 명이었다.”
소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보나 마나 이번에는 더 강한 자들이 오겠군.”
“그야 물론이지.”
이때 소칠이 엽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다.”
“무슨 생각?”
“우리가 저들을 먼저 치면 어떨까?”
그 말을 듣자 상관선아가 놀란 눈으로 소칠을 바라보았다. 이는 책사인 자신과 상의조차 없었던 내용이었던 것이다.
“먼저 반격을 하잔 말인가?”
소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전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전쟁은 혼돈우주에서 일어나선 안 돼. 현황대세계의 강자들이 몰려온다면 이 우주는 그들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붕괴될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혼돈우주 밖에서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게 어딘데?”
“바로 그들이 이용하는 통로 안. 그 공간이라면 안심하고 싸울 수 있다.”
“흠… 내 마음에 쏙 드는 전략이군. 괜찮은 생각이야.”
대전 밖을 바라보던 소칠이 엽현을 향해 몸을 빙글 돌렸다.
“그들은 이쪽 우주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니 대군을 파견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거다. 대신 실력이 강한 자들을 선별해서 보내오겠지. 물론 이번에 오는 자들은 네게 죽은 자들보다 더 강할 것이다.”
“우리 쪽은 몇 명이나 준비됐나?”
“너와 나뿐이다.”
엽현과 소칠?
겨우 두 사람이서 현황대세계를?
소칠이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의 엽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필요한 인원은 많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정예여야만 하지.”
“…….”
“어찌, 문제 있나?”
“그래도 한 사람 정도는 데려가고 싶은데.”
“누구?”
“신무성에 있는 안란수.”
안란수?
“그녀는 안 된다.”
소칠이 거부하자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안 돼? 그녀만큼 강한 자는 얼마 없을 텐데?”
“그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초살(秒殺)이다.”
초살(秒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