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42
642화 그저 가난한 것뿐이지
엽현이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소칠이 무언가 떠오른 듯 엽현을 바라보았다.
“만약 돈이 부족하거든 나중에 한 번 들르도록 해. 신국 보고에 역대 신주들이 모아 놓은 보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까.”
“보물!? 하, 하지만 나도 사람이라 염치라는 게 있는데…….”
“그런가? 그럼 할 수 없…….”
“어허이! 그렇다고 준다는 걸 마다하면 또 사람의 도리가 아니지! 언제 시간 날 때 들러서 너의 ‘성의’를 받아 가도록 하지!”
“…….”
엽현과 소칠은 가볍게 성을 한 바퀴 돌았다.
성 안에는 그 큰 규모와 달리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마저도 대부분 물건을 파는 상인들일 뿐, 거주하는 주민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상인들이 판매하는 물건들 대부분이 도경 급으로 매우 진귀하다는 것이었다. 엽현 역시 이곳에서 도경 급 검 두 자루를 구매했다. 큰 수확이었다.
성 안을 모두 둘러본 두 사람은 다시 이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들이 막 성문을 나서려 할 때, 두 명의 노인이 앞을 가로막았다.
각각 손에 검을 들고 있는 것을 보니 검수들이 분명했다.
“너희가 감히 살인을 했느냐?”
두 노인 중 한 명이 엽현과 소칠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소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죽였는데, 문제 있나?”
“흥! 일 처리가 너무 극단적이었던 것 아닌가?”
그 말에 소칠이 엽현을 향해 물었다.
“죽을 만하지 않았어?”
“죽을 만했지.”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칠이 다시 노인을 바라보았다.
“죽을 만해서 죽였는데 문제 있나?”
“이놈들! 마음대로 사람을 죽여 놓고 반성의 기미도 없다니! 노부가 오늘 너희들의 사지를…….”
이때 소칠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푹-!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른 검이 노인의 미간을 관통했다.
미간에 구멍이 난 노인은 몸을 부르르 떨며 불신의 눈빛을 보냈다.
“어떻게…….”
이때 다른 한 노인이 등을 보이며 달아났다. 하지만 소칠의 검이 더 빨랐다.
서걱-!
노인의 머리가 힘없이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두 노인을 처리한 후, 소칠은 그들의 납계를 엽현에게 건넸다.
“자, 가자.”
“어… 나 사실 이렇게까지 돈을 밝히는 놈은 아닌데…….”
“알아. 그저 가난한 것뿐이란 거.”
“…….”
잠시 후, 두 사람은 성문을 나섰다.
수소문한 결과 현황대세계의 또 다른 공간거점은 그들이 위치한 곳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때문에 두 사람은 어검이 아닌 제성함을 타고 가기로 했다.
제성함 위에 올라탄 후, 소칠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이 물건은 매우 쓸 만하군. 나중에 돌아가게 되면 한 번 빌려줄 수 있나? 공종에게 맡긴다면 금세 양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정도 부탁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원하는 대로 빌려 가.”
소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먼 성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우주… 참 넓기도 하군.”
“넓지…… 엄청.”
그들이 속한 사유계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서 그 개념조차 잡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이 사유계 밖에는 또 오유계가 있지 않은가.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며, 엽현은 자신이 그저 한 마리 개미처럼 느껴졌다. 검신이 된 지금도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빠르게 성공을 헤치던 제성함이 돌연 자리에 멈춰 섰다. 두 사람 앞에 거대한 산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마치 한 자루 검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생긴 산은 잠잠히 어두운 성공 위에 부유해 있었다.
산 주변에는 시시때때로 선학이 비행하고 있었다. 가끔씩은 선학의 등 뒤에 올라탄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보아하니 어떤 무도 종문인 듯하군.”
엽현의 말에 소칠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들러서 길이나 물어보자.”
엽현은 정면의 산을 향해 제성함을 전진시켰다. 바로 이때, 젊은 남자 하나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대들은 우리 선운종(仙雲宗)의 규칙을 모르는 것이오?”
선운종?
“무슨 규칙 말이오?”
엽현이 묻자 남자가 차가운 태도로 대꾸했다.
“선운종의 허가 없이는 이 영역에 침범할 수 없소. 이런 규칙을 모른단 말이오?”
말을 이해한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미안하게 됐소.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나겠소.”
곧바로 뱃머리를 돌리려 하는 엽현.
하지만 남자는 어쩐 일인지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이에 엽현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남자가 차갑게 외쳤다.
“그대는 우리 선운종이 그리 만만해 보이시오?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고?”
바로 이때, 엽현의 체내에서 한 줄기 검의가 솟구쳤다.
윙-!
이와 함께 청아한 검명 소리가 천지간에 울려 퍼졌다.
검신(劍神)!
순간, 안색이 변한 남자가 황급히 두 사람을 향해 예를 차렸다.
“검신이셨군요. 미처 몰라뵀습니다!”
“…….”
“방금 전은 저의 실수였으니,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가도 되는 것이오?”
“그야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떠나셔도 좋습니다!”
그 말에 엽현이 조용히 뱃머리를 돌렸다. 제성함이 막 자리를 벗어나려 할 때, 한 노인이 배 앞을 가로막았다.
노인을 본 청년이 그를 향해 가볍게 예를 차렸다.
“종(宗) 장로!”
“너는 물러가 보거라.”
남자는 다시 한번 종 장로에게 예를 차린 후,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난 후, 종 장로가 밝은 미소를 보이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리 젊은 나이에 이미 검신에 오르다니, 실로 대단한 성취가 아닐 수 없구려!”
“과찬이십니다. 혹시 노인장께서는 현황대세계의 공간거점으로 가는 길을 알고 계십니까?”
“…현황대세계로 가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가는 길을 알고는 있긴 하지만, 그리 갈만한 곳은 아닐 텐데…….”
“걱정 마십시오. 그저 구경이나 해보려는 것이니까요.”
엽현이 웃으며 말하자, 종 장로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배를 타고 간다면 공간거점까지 족히 한 달은 걸릴 것이오. 게다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소.”
“위험이라 함은?”
“최근 들어 현황대세계의 강자들이 이쪽 우주에 나타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소. 분명 또 무슨 나쁜 짓을 꾸미고 있는 거겠지.”
종 장로가 짐짓 걱정스런 표정으로 엽현과 소칠을 바라보았다.
“만약 그대들이 원한다면 우리 선운종의 전송진을 사용하도록 해주겠소. 전송진을 사용하면 반나절이면 공간거점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오.”
종 장로의 제안에 엽현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리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허허, 별말씀을. 어려울 때 다 돕고 사는 법 아니겠소? 그럼 배에서 내려 나를 따라오시오.”
엽현과 소칠은 종 장로를 따라 선운종으로 향했다.
가까이서 본 선운종은 확실히 선기(仙氣)가 가득한 곳이었다. 정교하고도 웅장한 산 주위로 자욱한 운무를 보자니, 마치 선경에 발을 디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 종 장로는 선운종 내의 연무장으로 엽현과 소칠을 인도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짧게 한 마디를 남기고서 종 장로는 어디론가로 향했다.
이때 소칠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뭔가 냄새가 나는데?”
이에 엽현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때, 갑자기 그들이 서 있던 지면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땅 밑으로부터 수많은 뇌전이 솟구치더니, 이내 하나의 감옥을 만들어 엽현과 소칠을 가둬버렸다.
“내가 뭐랬어.”
이때, 두 사람의 앞에 방금 사라졌던 종 장로가 다시금 나타났다. 심지어 십 인의 무인들을 대동한 상태였는데, 이들은 하나 같이 봉제경의 강자들이었다.
종 장로가 방금 전과는 사뭇 달라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생각 보다 놀라지 않는구나?”
“후후… 너 역시 이미 내가 누군지 알고 있던 거겠지?”
엽현이 말하자 종 장로가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엽현 앞에 한 장의 그림이 펼쳐졌다. 그림 속의 인물은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듣자 하니, 네게 오유계의 보물이 있다더구나?”
“하하하! 아주 정확하시군.”
“후후, 생각지도 못하게 호박이 넝쿨째로 들어오다니… 하늘이 선운종을 도우시는구나.”
“하늘이 돕는다라…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엽현이 종 장로를 향해 한 발 전진했다.
쉭-!
공간을 뚫고 날아가는 검광!
이 검광은 정면의 뇌전을 파괴하고서 곧바로 장로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종 장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손에 한 자루 창이 나타나는 순간, 종 장로가 보법을 밟으며 맹렬하게 창을 찔러 넣었다.
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종 장로의 신형이 뒤편으로 주르륵 밀려났다.
이때, 엽현이 자신들을 가두고 있던 진법을 향해 일권을 뻗어냈다.
장권(葬拳)!
장권이 방출된 순간, 사방의 뇌전이 단숨에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이를 본 선운종 강자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진법이 이리도 간단하게 파괴돼 버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진법을 뚫고 나온 엽현은 천천히 종 장로 등을 향해 다가갔다. 제자리에 멈춰 선 엽현은 긴말하지 않고 대지지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를 감지한 종 장로 등의 표정이 더욱더 어둡게 변해갔다.
바로 이때, 엽현이 공중으로 솟구침과 동시에 그들의 머리 위로 일권을 방출했다.
장권(葬拳)!
장권이 떨어진 순간, 엄청난 기운이 종 장로 등의 머리 위로 휘몰아쳤다. 이에 안색이 창백해 진 종 장로가 황급히 소리쳤다.
“함께 출수한다!”
그 말과 동시에 십일 인의 무인이 일제히 출수했다.
콰쾅-!
연무장 주변의 공간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으며, 그 충격으로 인해 엽현 역시 백 장 너머로 밀려났다.
대지지력에 장권까지 합쳐진 일격이었지만, 열한 명의 봉제경 강자의 방어를 뚫기란 다소 부침이 있던 것이다.
“엽현, 아무래도 우리가 널 조금 얕본 것 같군.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너는 여기에서 죽게…….”
종 장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엽현이 날아올랐다.
윙-!
장내를 둘로 나누며 날아드는 한 줄기 검광!
이에 종 장로가 황급히 자신의 양팔을 교차해 정면을 막았다.
쾅-!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종 장로의 양팔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니, 팔 뿐 아니라, 그의 육신도 산산이 쪼개져 버렸다.
육신이 소멸되고 달랑 영혼만 남은 종 장로.
“너, 너는 도대체 누구…….”
“내가 누구냐고? 보면 몰라? 검수잖아!”
엽현이 가볍게 웃으며 검 끝을 장로에게로 향하게 했다.
쾅-!
순간, 장로의 영혼이 순식간에 진혼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장로의 죽음을 지켜본 선운종의 무인들은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고, 몇몇은 도망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때, 엽현이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무인들의 머리 위로 아홉 자루의 검이 뚝 떨어져 내렸다.
검광난무(劍光亂舞), 절살검진(絕殺劍陣)!
쉬쉬쉬쉬쉬쉭……
무언가 잘려나가는 소리와 함께, 아홉 개의 검광이 무인들 주위에서 휘몰아쳤고, 이 공격에 두 명의 봉제경 강자들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