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45
645화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이들 중 일곱은 봉제경이었고, 나머지 중 가장 경지가 낮은 자도 장도경이었다.
이들 백 명이 한 번에 덤벼들면 아무리 엽현이라도 압도당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일 대 일이라면 모를까. 이미 인원수에서 너무 차이가 났던 것이다.
쾅-!
아니나 다를까. 엽현이 그대로 수백 장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게다가 그가 막 멈춰 섰을 때, 십여 개의 날카로운 창끝이 쉴 틈을 주지 않고 날아들었다.
이때, 엽현의 손에 천주검이 들렸다.
쉭-!
날아드는 창들을 모두 잘라낸 엽현은 곧바로 방위를 밟으며 전방으로 일권을 질렀다.
장권(葬拳)!
일순간, 가장 앞에서 달려들던 병사 십여 명의 육신이 장권에 맞아 그대로 으스러졌다.
그러나 이때, 한 자루 창이 엽현의 미간을 향해 날카롭게 날아들었다.
퍽-!
엽현의 신형이 그대로 수십 장 뒤로 날아갔다.
그러나 창은 다행히도 엽현의 몸을 뚫진 못했다.
마신의 선혈을 마신 그의 피부는 이미 금강석과 같았던 것이다.
엽현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지면을 박차며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쉭-!
그의 칼질에 병사 몇의 목이 피를 쏟으며 잘려나갔다. 이와 동시에 그의 신형도 재차 뒤로 밀려났으나, 엽현은 다시 병사 무리를 향해 빛처럼 달려들었다.
이렇게 몇 차례 반복되자 병사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북경군 병사들의 창끝이 그의 요혈을 노리고 들어왔지만, 엽현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살(殺)!
이 순간 엽현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모두 죽이겠다는 살념뿐이었다.
마치 마른 나뭇가지처럼 목이 잘려나가는 적들을 보며 엽현은 아무런 동정심도 들지 않았다.
이는 현황대세계가 그를 찾아 왔을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던 운명인 것이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경군의 수는 빠르게 줄어갔고, 일각이 지나자 그 규모는 처음의 절반가량밖에 되지 않았다.
엽현 혼자서 오십 기에 가까운 병사들을 죽인 것이다.
물론 엽현 역시 여러 군데 상처를 입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의 육신은 봉제경일뿐 아니라, 도경 급 방어구까지 착용한 상태였기에 목숨이 위험할 만한 부상은 전혀 입지 않고 있었다.
퍽-!
십여 자루의 창이 동시에 밀려온 순간, 엽현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때 북경군을 지휘하던 장수가 번쩍 손을 들었다.
“철수한다! 철수!”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엽현의 실력은 만만치 않았으며, 그들의 병력 손실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이 상황에서 계속 싸워봐야 이긴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니 과감하게 후퇴를 결심했던 것이다.
명령이 떨어진 순간, 오십 명가량의 병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엽현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의 신형이 순간 잔상을 남기며 순식간에 북경군 가운데로 날아들었다.
이를 보자 북경군 장수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빨리! 빨리 전송진으로 후퇴한다!”
그 음성에 남은 병사들이 황급히 성 밖을 향해 앞다투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후방에서는 하나둘 병사들이 계속해서 쓰러져갔다.
엽현의 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았으며, 그의 검은 누구보다도 빨랐다.
북경군의 후미, 한 자루 비검이 마치 먹잇감을 앞에 둔 뱀처럼 병사들을 바짝 추격했다.
잠시 후, 살아남은 병사들이 성 밖에 설치돼 있던 전송진에 올라타자, 푸른 광막이 그들을 감쌌다.
바로 이때, 엽현의 미간 사이로 ‘空(공)’이라는 글자가 번뜩였다.
공간도칙!
순간, 북경군 주위의 공간이 일순 뒤틀리면서, 전송진의 기능 역시 소실되고 말았다.
전송진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순간, 북경군 장수의 안색이 검게 타 들어갔다.
“너, 너는 우리가 누군 줄 아느냐! 우리는 바로 현황대세계 북경왕(北境王)의 휘하…….”
“으하하하! 그러는 너는 내가 누군 줄 아느냐!”
엽현이 광인처럼 웃으며 말을 끊자, 장수가 엽현을 노려보며 되물었다.
“네 놈은 도대체 누구냐!”
“본좌는 엽현! 현황대세계를 멸하러 온 저승사자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엽현의 신형이 모두의 시야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윙-!
순간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검명 소리.
“주, 죽여라!”
장수가 흉악하게 소리치자, 오십 개의 창이 동시에 공중으로 향했다.
이로부터 반 시진 후.
산처럼 쌓인 시체들 사이에서 대자로 뻗어 숨을 헐떡이는 엽현.
일백의 북경군 병사 중 살아남은 자는 전무했다.
그야말로 완전한 학살이었다.
반쯤 탈진한 채 하늘을 바라보는 엽현, 그의 주위로 붉은 안개가 옅게 흐르고 있다.
혈맥지력은 아니었다.
이는 그의 몸 안에 있는 마성(魔性)이 발현한 탓이었다.
마혈을 마시고 입마(入魔)한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마성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엽현 스스로가 이 사실을 눈치채고 있다는 것.
하지만 엽현은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마성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니까.
북경군을 몰살시킨 엽현은 조금도 후회스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후련했다.
죽여야 할 자들을 죽인 상쾌함이 들었다.
바로 이때, 멀리 하늘 끝에서 날카로운 검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소칠이 엽현의 곁에 나타났다.
“괜찮은가?”
소칠의 물음에 엽현은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다.
“조금 전 우리를 훔쳐보고 있던 자를 처단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지원군을 부른 듯하다.”
지원군!
“차라리 잘된 일이군. 그렇게 되면 우리가 그들을 찾아갈 수고를 더는 셈이니.”
엽현의 말에 소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은 납계 하나를 건넸다.
“네 거야.”
“아니… 나는 정말 그렇게 돈에 미친놈이 아니라니까?”
“나도 알아.”
“그런데 왜…….”
“언젠가 책에서 읽었는데, 가난은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했어. 그러니 너도 힘내서 가난을 이겨내도록 해.”
“…….”
잠시 후, 기운을 회복한 엽현은 콧노래를 부르며 전리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가 이번 전투로 거둔 납계는 모두 백 개!
바닥에 펼쳐 놓은 백 개의 납계를 바라보며 엽현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이로써 그의 재산은 신정 오십칠억 개, 도경 급 보물 오십이 점으로 늘어나게 되었으며, 그 외 잡다한 물품은 계옥탑 일 층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무려 신정 오십칠억 개였다.
엽현은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그 옛날, 주린 배를 안고서 소령과 함께 소면집 앞에서 군침만 삼키던 그가 지금은 벼락부자라니.
인생역전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던가.
물론 이 재물은 일을 해서 번 돈이 아닌 사람을 죽여 번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엽현은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가 죽인 자들은 대부분 나쁜 마음을 품고 자신을 죽이려던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죽인 현황대세계의 무인들은 다른 우주를 침략해 잔악한 방식으로 부를 축적한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의 재산을 거둔 것은 오히려 떳떳하게 자랑할 만한 것이었다!
바로 이때, 싸움이 시작되기 전 홀로 도망쳤던 흑의여인이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열대여섯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하나도 데리고 왔는데, 아이는 안색이 창백하긴 했지만, 전혀 겁에 질린 표정은 아니었다.
흑의여인은 주변에 쌓여 있는 북경군의 시체를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엽현과 소칠을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흑의여인이 감사를 표하자 소칠이 여인을 향해 물었다.
“이 땅에 아직 살아 있는 자들이 있느냐?”
“…많진 않지만 분명 어느 정도는 남아 있을 겁니다.”
“그럼 그들을 데리고 혼돈우주로 가거라. 그곳에 도착하면 누군가 너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혼돈우주?”
흑의여인의 표정이 다소 의아해졌다.
“그대들은 혼돈우주에서 온 겁니까?”
“들어보았느냐?”
“물론 들어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오유계의 보물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이곳에 돈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현황대세계가 혼돈우주를 노리고 있다고 하던데…….”
“흥! 내가 아직 버젓이 살아 있는데, 누가 감히 혼돈우주를 노린단 말이냐!”
흑의여인이 소칠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우리 모두 혼돈우주로 가도 괜찮은 것입니까?”
“물론이다. 다만 그만한 대가는 지불해야 할 것이다.”
“허나, 이쪽 세계에 있던 세력들은 이미 재물을 챙겨 달아난 지 오래입니다. 저희에게 남은 것이라곤…….”
“상관없다. 너희들이 가져가야 할 것은 이쪽 세계의 무도문명이다. 혼돈우주에 가게 되면 너희들의 무도문명을 전파하도록 하거라. 물론 혼돈우주에서는 모두 신국의 백성이니, 우리의 규칙을 따라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흑의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때 소칠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한 줄기 백광이 여인의 미간 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이 길을 따라서 가면 될 것이다. 준비되는 대로 어서 떠나거라.”
흑의여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자아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때 남자아이가 걸음을 멈추고는 엽현을 향해 돌아섰다.
“방금 그대가 이들을 모두 죽인 것인가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거죠?”
그 말을 들은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우쭐거렸다.
드디어 사람들이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일까?
몸을 일으킨 엽현이 소년을 향해 다가갔다. 소년 앞에 선 엽현은 도경 급 검 한 자루를 꺼내더니 소년의 손에 꼭 쥐여 주었다.
“열심히 하면 강해질 수 있다. 반드시 강해져서 주변 사람들을 지켜 주거라. 알겠느냐?”
소년이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잠시 바라보더니 엽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강해질 거예요!”
말을 마친 소년은 흑의여인의 손을 붙잡고 씩씩하게 걸음을 뗐다.
그들이 떠나고 얼마 후, 살아남아 있던 자들이 줄을 지어 혼돈우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렬을 바라보고 있던 소칠이 문득 어두운 성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곧 올 때가 됐군.”
엽현이 소칠의 곁에 바짝 다가섰다.
“이번엔 더 강한 자들이겠지.”
“아무래도 상관없다. 조만간 내 검이 현황대세계 한복판에 꽂히게 될 테니까.”
“그게 무슨 뜻이야?”
엽현이 묻자 소칠이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나는 그들의 존재가 싫다. 그러니 그들을 모두 이 세상에서 쓸어버릴 것이다.”
“…….”
이때 소칠이 문득 엽현을 바라보았다.
“내가 현황대세계라는 악당을 물리치는 건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거겠지?”
“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엽현의 대답에 소칠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나도 처음부터 좋은 사람이었을지도.”
‘좋은 사람?’
엽현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좋은 사람이라니 방금 잘못 들은 걸까?
이때 그의 머릿속에 마주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미 늦었다. 너와 함께 있은 후부터 저 아이의 성격이 점점 뻔뻔하게 변해왔다. 이미 돌이키기엔 늦어버렸어…….]“…….”
바로 이때, 두 사람 앞의 공간이 길게 갈라지더니, 그 사이에서 음산한 분위기의 중년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 부리부리한 눈으로 엽현과 소칠을 바라보던 중년인은 이윽고 그들 곁에 산처럼 쌓여 있는 시신들로 고개를 돌렸다.
“…….”
잠시 침묵하던 중년인이 마른침을 삼켰다.
“…지나가던 과객이오. 그럼 계속 지나가겠소.”
말을 마친 중년인은 갈라진 공간 사이로 스르르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