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47
647화 생각보다 어려운 싸움
그 말에 소칠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춤에 있는 칼집으로 손을 가져갔다.
바로 이때, 두 사람 뒤편으로 또 다른 영혼 하나가 나타났다.
아니, 하나가 아니었다. 처음엔 하나였던 영혼이 점점 불어나더니, 순식간에 다리 전체가 무수히 많은 영혼들로 바글바글하게 되었다.
이들의 영혼은 하나같이 매우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핏 봐도 정상적인 영혼은 아닌 듯했다.
이때 소칠이 소리쳤다.
“악령! 이들은 악령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악령?’
“신국의 역사서에 이런 사문의 공법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내 예상이 틀림없다면 이 다리는 신경급 물건이고, 누군가 이 다리를 이용해 악령들을 배양해 내고있는 거야!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자!”
소칠의 말을 들은 엽현이 재빨리 제성함의 방향을 틀었다. 그들이 막 자리를 떠나려 할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다리 위에 울려 퍼졌다.
“지금 가겠다고? 너무 늦은 것 아니냐?”
음성이 떨어진 순간, 다리 위의 수많은 악령들이 엽현과 소칠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에 소칠이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엽현이 그녀를 막아섰다.
“기다려봐. 해 볼 게 있어.”
“…….”
엽현이 가장 두렵지 않은 존재가 무엇인가? 바로 영혼체가 아니던가!
그가 진혼검을 들거나 혹은 일검정혼을 사용한다면 그가 두려워할 만한 영혼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불나방처럼 날아드는 악령들을 바라보며, 엽현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진혼검이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윙-!
성공 전체에 검명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기괴한 표정으로 날아들던 악령들이 일순 겁에 질렸다.
이때, 어둠 속에서 경악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진혼검! 네가 어떻게 진혼검을……!”
음성이 끊김과 동시에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자 소칠이 미간을 찌푸리며 들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쾅-!
그 순간, 강렬한 폭발과 함께 소칠 정면에 있던 그림자 하나가 수백 장 뒤로 밀려났다.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마른 체구를 한 노인이었다. 등이 매우 굽은 노인은 눈은 한쪽밖에 없었고, 한 손에는 검은 깃발을 들고 있었다.
“초범검신!”
노인이 외치자 소칠이 눈살을 찌푸렸다.
“못생겼어!”
“…….”
아닌 게 아니라, 노인의 얼굴은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얼굴엔 검은 혹이 가득해서 누가 봐도 거부감이 들 법한 외모였다.
하지만 사실이야 어쨌든, 이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낸 것은 분명 당사자에겐 상처일 수 있었다.
“계집이 제법 입이 거칠구나……. 너는 노부가 누군지 아는 것이냐?”
노인이 인상을 쓰며 묻자 소칠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치워! 네 얼굴은 보고 싶지도 않다!”
“건방진 년!”
순간 노인이 대노하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때 강대한 기운이 소칠을 향해 휘몰아쳤다.
이를 느낀 소칠이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쾅-!
노인의 신형이 원래 있던 자리로 튕겨 나갔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노인이 놀라기도 하고, 분하기도 한 표정으로 소칠을 노려보았다.
“네 이년!”
이때, 소칠이 엽현을 돌아보더니, 구원의 눈초리를 보냈다.
“제발… 네가 대신 처리 해 주면 안 되겠느냐? 도저히 저자의 얼굴을 마주 볼 자신이 없다!”
“…….”
한편, 엽현은 진혼검을 이용해 악령들을 흡수하는 중이었다.
이때 기분이 좋아진 진혼검이 다소 흥분된 음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주인, 이번에 들어오는 영혼의 양과 질은 굉장합니다! 아무래도 곧 진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진화!?
“그럼 신경이 된단 말이냐? 알겠다, 계속 흡수해 보자꾸나!”
[감사합니다, 주인!]이때, 꼽추 노인이 서둘러 뒤로 수십 장 물러나더니 양손을 합장하고선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엽현이 딛고 있는 다리가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악령들 기운이 순식간에 난폭하게 변했다.
[주인, 영혼들이 갑자기 요혼(惡魂)으로 변하고 있습니다!]“요혼?”
[그렇습니다. 요혼이 되면 이전보다 더 강해지기는 하나, 영원히 저자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다행히 제가 흡수하게 되면 저들을 해방시킬 순 있습니다.]소혼의 말을 들은 엽현이 다리 위의 영혼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이미 이지를 상실한 듯했다.
“네가 상대할 수 있겠느냐?”
[주인, 아직 저를 잘 모르시는군요. 이래 봬도 왕년에 영혼 진압을 전문적으로 해 오던 저입니다. 이까짓 요혼들 따위는 제게 한 끼 식사도 안 된단 말입니다!]“아이고,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엽현이 능청스레 말하자, 진혼검이 한 줄기 흑광으로 변해 솟구쳤다. 이와 함께 무수히 많은 요혼들이 진혼검으로 딸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를 보자 꼽추 노인의 표정이 더욱더 일그러졌다.
“명족의 진혼검이 어째서 네 놈에게 있는 것이냐!”
“하하하! 안 가르쳐 주지!”
“놈! 노부가 누군지 정녕 모른단 말이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는데? 내가 알아야 하나?”
“이노옴! 노부는 현황대세계 북경왕의 부하다!”
현황대세계!
“너… 현황대세계의 무인이었는가?”
“흥! 증거를 보여줘야 믿겠느냐?”
“아, 아니.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어떻게 명족을 알고 있는 거지? 명족은 분명 혼돈우주에서 탄생한 걸로 알고 있는데?”
“혼돈우주? 너는 명족의 후인이 아니구나!”
“아니, 어떻게 알았지?”
엽현이 능청스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꼽추 노인이 차갑게 엽현을 노려보며 대답했다.
“명족은 확실히 혼돈우주 출신이긴 하지만, 그중 몇몇 다른 우주로 떠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명왕, 그 역시 오래전 현황대세계에 온 적이 있었지.”
“명왕이 현황대세계에 나타났었다고?”
“흥! 보아하니 네 놈은 혼돈우주 출신인가 보구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어쩌면 아직 소식을 듣지 못했을 수도 있겠구나. 우리 현황대세계는 이미 혼돈우주를 칠 계획을 짜고 있다. 늦어도 한 달, 그 안에 혼돈우주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때, 엽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말이 많은 걸 보니 시간을 끌고 있군. 원군을 불렀나?”
그 말에 노인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노부의 의중을 파악했으면서도 어찌 도망치지 않는 게냐?”
“글쎄… 어째서일까?”
이때 엽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노인의 표정이 일순 크게 변했다.
“너, 너는… 네가 설마 엽현!?”
“어라, 나를 알고 있어?”
“그야 물론이지… 오유계의 보물은… 아직 네게 있느냐?”
순간, 노인의 눈동자에서 붉은 탐욕이 일어났다.
이를 본 엽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엽현이 시인하자 노인은 아무 말 없이 엽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바로 이때, 성공 일부분이 좌우로 갈라지더니, 그곳에서 자색 장포를 입은 노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의 시선은 곧바로 꼽추 노인에게로 향했다.
“고진(枯盡), 무슨 일로 지원 요청을 한 것이오?”
고진이 이 곱추 노인의 이름이었다.
“설명은 잠시 후에 하고, 우선 저 계집아이부터 막아 주시오!”
고진의 말에 자색 장포의 노인이 소칠을 바라보고는 웃으며 물었다.
“저 아이를 해결해 주면 내게 떨어지는 게 있소?”
“신정 오억 개를 주겠소!”
“십억 개!”
자색 장포 노인이 탐욕스레 웃으며 말하자, 고진이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끝나면 십억 개를 주리다!”
원하는 대답을 들은 자색 장포 노인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소칠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자질이 썩 괜찮은 아이로구나.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살펴볼까?”
그 말과 동시에, 노인의 신형이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때 흐릿하게 다가오는 그림자를 응시하던 소칠이 움직였다.
윙-!
검명 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노인의 신형이 순식간에 천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이때, 그의 팔도 어디론가 날아간 상태였다.
천 장 멀리 자리에 멈춰 선 노인이 경악에 찬 눈으로 소칠을 바라보았다.
“너… 어떻게…….”
이때 노인이 갑자기 근처에 있던 고진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나를 함정에 빠트린 것이오!?”
“…….”
고진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소칠을 응시했다.
소칠의 실력은 그의 생각보다 너무나도 강해서, 자색 장포의 노인은 상대할 수가 없었다.
이를 깨달은 순간, 고진이 그대로 돌아섰다.
떠나가는 그의 걸음걸이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자색 장포 노인이 짐짓 성난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고진의 뒤를 쫓았다.
소칠이 그들의 뒤를 막 추격하려던 순간, 문득 자리에 멈춰 서서 엽현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때 다리 위에 무수히 많은 영혼들이 엽현의 진혼검을 향해 흘러 들어가고 있었는데, 진혼검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이미 예전보다 몇 배 이상 강해져 있는 상태였다.
순간 소칠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엽현이 서 있는 다리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험하다!
소칠은 곧장 엽현을 향해 몸을 날리고는 그의 허리를 붙잡고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바로 이때, 다리가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엽현과 소칠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장내에 한 중년인이 두 명의 노인을 대동한 채로 장내에 나타났다.
그중 한 노인은 다름 아닌 고진이었다.
장내를 두리번거리던 고진이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그건 됐고, 그 여인이 초범검신인 것이 확실하오?”
중년인이 사방을 살피며 묻자 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합니다.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흠… 신국 국주…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군.”
“방야(方夜) 장군. 혼돈우주를 정복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 둘을 제거해야만 할 것입니다.”
“제거라… 그대가 하겠소?”
중년인의 날카로운 한 마디에 고진이 목을 움츠렸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의 중년인은 다른 이도 아닌 북경왕의 세 무쌍전장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무쌍전장(無雙戰將)!
이들은 현황대세계를 수호하는 장수들로 개개인의 실력, 용병술, 어느 것 가릴 것 없이 정점에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인 중년인은 병사 십만을 거느리고 현황대세계 북쪽 변경을 지키는 어마어마한 실권을 가진 존재였다.
방야라 불린 중년인은 고진에게서 시선을 돌려 먼 쪽 우주를 응시했다.
“인왕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 결코 살려둘 수 없지!”
곁에 있던 고진이 그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정말 그 아이가 인왕이 될 상이란 말입니까?”
방야는 고진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채, 뒤편에 있던 다른 노인을 향해 말했다.
“원정군 전 병사를 소집하시오. 내일 이 시간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혼돈우주 변경에 집결해야 하오. 만약 불응하는 자는 군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오.”
“분부 받들겠습니다.”
“참, 그리고. 신국 신주의 자료를 구해다 주시오. 그녀뿐만 아니라, 신국이 탄생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를 빠짐없이 준비해 주시오. 전쟁 전에 먼저 그들에 대해 파악하고 싶소.”
명령을 전달받은 노인은 가볍게 예를 차린 후, 자리에서 사라졌다.
노인이 사라진 후, 방야가 멀리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어쩌면, 생각보다 어려운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