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5
65화 불복한다!
그렇게 한 시진이 지났다. 엽현의 갈라진 피부는 이미 완전히 아문 상태였다. 게다가 그의 피부는 옅은 금색을 띠고 있었다.
엽현이 천천히 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을 한 번 바라본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았다.
그의 몸 주변에서 황금색 기운이 터져 나왔다. 마치 황금 갑옷을 걸친 것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이…게…….”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엽현에게 천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대지전갑(大地戰甲) 네가 땅을 밟고 있을 때면, 대지의 힘을 응집해 대지전갑을 발현할 수 있다. 이 때, 너는 대지의 힘 또한 빌려 쓸 수 있다. 너의 경지가 아직 일천하기에, 대지전갑을 걸칠 수 있는 시간은 반 시진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 이상 대지의 힘을 사용하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대지전갑? 대지지력?’
“천녀님? 그럼, 그 도칙은 이미 제 것이 된 것입니까?”
[꿈도 야무지구나. 지금 네 몸에 있는 힘은 그저 대지의 도칙으로부터 ‘빌린’ 것일 뿐이다. 게다가 너는 아직 도칙을 제대로 깨닫지도 못했다. 언젠가 도칙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큰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지금 네가 집중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첫째, 검을 수련하는 것. 둘째, 무(武)를 수련하는 것. 셋째, 검을 찾아 흡수하는 것. 그리고 이 도칙은 네게는 아직 너무 강하다. 현재로써는 너는 그 힘의 단 2할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것만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황금색 전갑을 바라보았다.
“천녀님, 비록 제 경지가 기변경이지만, 이제 능공경 강자를 상대로도 가능하겠습니까?”
[지금 너의 상대는 통유경(通幽境) 강자들이지, 능공경 따위가 아니다.]통유경?
“두, 두 단계나 뛰어 넘는단 말입니까? 혹시 너무 과장된 것 아닙니까?”
[과장?]천녀의 목소리가 차갑게 변했다.
[나때만 해도, 두 단계 정도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천재라 부를 수도 없었다.]“…….”
[얼마 전, 그 흑의를 입은 계집애를 봉인할 때 그리고 방금 전 너 대신 도칙의 힘을 제압했을 때 난 이미 많은 힘을 썼다. 이제 좀 쉬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이……, 어쨌든, 지금부터는 너 자신에게 기대야 한다. 혹시 다음에 도칙을 마주치게 된다면, 계옥탑이 네게 신호를 보낼 것이다.]“천녀님…, 괜찮으신 겁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말거라. 너와 계옥탑에 있는 놈들이 다 죽는다 해도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단지 휴식이 좀 필요할 뿐이다. 몸 조심하거라. 다음에 깨어났을 때, 이미 시체가 되어있지 않길 바란다.그리고 너는 이제 탑의 힘을 사용할 순 있지만, 너무 과용해서는 안 된다. 잘못하면 탑의 봉인이 느슨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부디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기 바란다.
그리고 너는 계옥탑의 주인이기는 하지만 아직 탑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니 절제절명의 순간을 제외하고는 탑의 힘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만약 탑의 힘에 너의 몸이 잠식되어버린다면, 너는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엽현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천녀님, 이건 마치 유언처럼 들리는데 말입니다……. 정말로 괜찮은 거 맞습니까?”
[왜 자꾸 했던 말을 반복하게 하느냐!]“…….”
천녀가 말을 이어갔다.
[마지막 한 가지! 2층의 그 놈은 네게 살의가 없다. 그저 나가고 싶은 것뿐이다. 단, 너는 아직 그 놈을 풀어줄 능력이 부족하다. 있다 하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 놈이 나온다 하더라도 수많은 세월을 탑 안에 갇혀 있으면서 대부분의 힘을 잃은 상태다. 그러니 현재로써는 너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그 놈은 틈만 나면 절 때립니다!”
엽현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아픕니다요…….”
[너 그거 아냐? 나도 너 때리고 싶을 때가 엄청 많다는 거?]“…….”
[이만 가야겠다. 부디, 잘 살아 가거라.]그 말을 끝으로 천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의 말대로 깊은 잠에 빠져든 것이리라.
엽현은 어두워진 얼굴로 깊은 한 숨을 내뱉었다. 이제부터는 정말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엽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그의 이마 가운데 작게 황금색으로 ‘土(토)’ 자가 새겨졌다.
도칙!
그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자 그의 발밑으로부터 무궁무진한 대지의 기운이 마치 밀물이 밀려 들 듯이 한데 모였다. 그리고 눈 깜빡할 사이에 그의 전신은 황금색 전갑에 둘러싸였다.
대지전갑(大地戰甲)!
엽현은 전갑을 만져 보았다. 그 두터운 정도는 확실히 대단했다. 통유경 강자의 일 격을 막아내는 것은 물론, 흑포녀의 번개 공격에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아직 확실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막을 수 있다 해도,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엽현은 대지전갑 외에도, 강대한 대지의 힘이 체내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엽현은 지하를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갔다. 동굴 밖으로 나온 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다시 한번 주먹을 움켜쥐었다.
순간,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강대한 대지의 힘이 그의 전신에 집중됐다.
그리고 그는 주먹으로 냅다 바닥을 내려쳤다.
권붕!
이 일 권은 대지의 힘과 권세, 그리고 전의까지 담긴, 그야말로 전력을 담은 주먹이라 할 수 있었다!
쾅-!
그 순간, 그를 중심으로 삼십여 장의 지면이 흙과 바위 파편을 토해내며 그대로 붕괴됐다!
그의 주변엔 반 장 깊이의 구덩이가 생성됐다. 수십 장의 땅이 점점 갈라지고 있었다.
‘단지 한 번의 주먹질로 이 정도의 파괴력을 보이다니!’
엽현은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이는 지계 하품 무기 급의 위력, 즉, 일검정생사 정도의 위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의 검이 명검 급에 이른 후, 일검정생사의 파괴력은 더욱 강해졌다.
현재의 그는 통유경 강자라고 해도 마음 놓고 겨뤄볼 수 있게 되었다!
엽현은 대지의 힘을 갈무리했다.
기분이 좋아진 그는 웃으며 길을 나섰다.
* * *
엽현은 양계성에 도착했다. 그런데, 양계성 상공엔 무인들의 신형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황급히 성 안으로 들어왔다. 때마침, 강구가 병사들을 데리고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가 엽현을 훑어보았다.
“괜찮아?”
그녀의 물음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난 괜찮아. 근데, 이게 무슨 일이야?”
“일단 들어가서 말하자.”
엽현을 막사로 데리고 들어온 강구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성안에서 느껴지는 기운들은 모두 취선루 강자들의 것이야. 정보에 의하면, 취선루는 그 흑포인을 놓친 것 같아. 지계 상품 무기 또한 잃어버리게 된 셈이지!”
“취선루가 네게 보상을 할까?”
“나도 잘 모르겠어.”
이때, 막사 바깥쪽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전하! 취선루의 지배인이 찾아왔습니다!”
그 말을 듣자 강구가 엽현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보상을 받게 될지, 이제 알 수 있겠네!”
잠시 후, 취선루의 지배인 서청이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엽현을 보고는 순간 흠칫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 체를 했다.
서청이 강구를 향해 예를 올리며 말을 꺼냈다.
“전하, 오늘 찾아 뵌 것은 그때의 지계 상품 무기의 일 때문입니다.”
“취선루에선 이미 물건을 찾은 것이오?”
강구의 물음에 서청은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황공하오나,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세 명의 신합경(神合境) 강자를 파견했으니, 며칠 안으로 기별을 받아 볼…….”
“만약 못찾으면?”
강구가 서청의 말을 잘랐다.
“반드시 찾을 것입니다. 부디 우리 취선루를 믿어주시기를 바라…….”
“서 지배인, 만약 못 찾으면, 이라 물었소.”
서청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만약 찾지 못한다면 취선루에서 합당한 보상을 해 드릴 것입니다.”
“얼마나?”
“… 황금 일천만 냥을 드리겠습니다.”
일천만이라는 소리에 엽현은 턱이 빠질뻔 했다.
그러나 강구의 표정은 오뉴월에 서릿발 날리듯 차가웠다.
“일천만? 지금 나와 농담하는 것이오?”
서청이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하, 이는 상부에서 정한 금액입니다. 물론 전하께서는 조금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 대가로 우리 취선루에서는 앞으로 전하께 많은 특혜를 제공해 드릴 것입니다.”
강구가 근엄한 표정으로 서청에게 다가가 눈을 마주쳤다.
“지계 상품 무기의 가격은 최소 황금 오천만 냥이오. 그런데 겨우 천만 냥을 부른다는 것은 우리 강국 황실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서청이 강구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전하, 취선루로서는 그게 최선입니다.”
그녀의 말투엔 협박이 묻어 있었다.
순간, 강구가 두 눈에 살기를 드러냈다.
서청의 표정은 여전히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취선루는 강국 내에서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엽현이 나섰다.
“취선루가 이리 나오는 것은 너무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오?”
서청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도리? 보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취선루는 도리를 다한 것이오!”
이어 그녀는 강구를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전하,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서청이 그대로 막사의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이때, 강구의 표정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 있었고, 눈에는 살의가 가득했다. 이것은 분명히 강국 황실에 대한 모독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취선루와 적이 되는 것은 그녀로서도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때, 엽현이 굳은 표정으로 서청의 앞을 막아섰다.
“내 생각엔 그대들은 좀 더 성의를 보이는 것이 좋겠소. 황금 오천만 냥짜리 물건을 잃어버려놓고선 천만 냥만 보상하겠다니, 이건 억지가 너무 심하오.”
서청이 엽현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한 푼도 더 못주겠다면 어쩔 텐가?”
“힘을 믿고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는군…….”
“하하하! 취선루 정도의 힘이 있다면 누구도 업신여길 수 있지. 그렇다고 불복하기라도 하겠단 말이냐?”
바로 이 때, 엽현이 허리춤에서 금도를 뽑아 들었다.
서걱-!
스산한 소리와 함께 서청의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선혈!
한 편에 서 있는 강구조차 놀란 나머지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엽현의 도가 이번에는 서청의 목을 겨눴다.
“불복한다.”
엽현이 손에 힘을 주자, 그의 도가 상대의 살갗을 파고들어 금세 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