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55
655화 널 과소평가했구나
그의 명령과 동시에 황금거룡이 크게 울부짖으며 힘차게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런데 거룡이 막 출발하려는 순간, 장내에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란수, 연만리 그리고 막사였다.
“하하하! 안 그래도 부를까 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흥! 거짓말쟁이.”
엽현이 연만리에게 해명을 하려 할 때, 또 다른 무인이 등장했다.
바로 조목이었다.
그리고 그녀 뒤에서 남파무사가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하지 않더냐!”
이에 엽현이 가볍게 웃으며 소리쳤다.
“전군, 출격!”
그의 음성과 함께 황금거룡이 창공으로 솟구치더니, 순식간에 어두운 성공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거룡의 뒤를 혼돈우주의 정예들이 곧 뒤따랐다.
* * *
어두운 성공을 비행하는 황금거룡.
가장 앞쪽에는 엽현과 상관선아가 나란히 서 있다.
이때, 흑의인 하나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방금 전해 받은 정보입니다. 이번 원정대를 이끌고 있는 자는 북경왕 휘하의 대원수, 연소천이라는 자입니다. 정확한 실력은 아직 알려진 바 없으며, 그가 데리고 오는 병력은 북경의 백인단(百人團)이라 합니다.”
“백인단?”
“그렇습니다. 이들은 북경 삼대 군단 중 하나입니다. 그 수는 백을 넘지 않지만, 정예 중의 정예로만 구성돼 있고, 공법과 장비는 모두 최상위 급입니다. 세인들은 이들을 일컬어 ‘백인적(百人敵)’, 혹은 ‘백인무적(百人無敵)’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백인무적!
“그들의 실력은 어떠한가?”
“이에 대한 정보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거리는?”
“한나절이면 조우할 것입니다.”
“계속 주시하도록.”
엽현의 말에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인 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거룡의 날개 위, 엽현이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상관선아는 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엽현이 돌연 눈을 떴다.
이때 그의 입가에 잠시 쓴웃음이 나타났다.
압박감.
엽현은 신주의 자리가 얼마나 압박을 받는 위치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절대 권력의 이면에는 이러한 어두운 면도 존재했던 것이다.
그의 어깨에는 무수히 많은 신국 병사와 백성들의 목숨이 달려 있다.
전쟁에서 패한다면, 이들은 모두 죽게 되리라.
그 잔인하기로 유명한 현황대세계에게 자비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으니까.
엽현이 문득 들고 있던 천주검을 내려다보았다.
“어쩌면, 우리가 함께 싸우는 마지막 전투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이에 천주검이 대답이라도 하듯 가볍게 몸을 떨었다.
엽현이 빙긋 웃음을 보이고는 이번에는 계옥탑을 꺼내 들었다.
“이봐 친구, 내가 죽더라도 너는 살아남겠지? 만약 내가 죽거든 날 위해 복수 해 줄 수 있어?”
계옥탑이 가볍게 진동했다.
“네가 죽으면 자기는 현황대세계에 가서 모든 봉인을 풀어버릴 거래!”
“정말 스스로 봉인해제가 가능한 거야?”
“음…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소령의 말에 엽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쩌면 계옥탑은 정말 봉인을 해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탑에 봉인된 자들은 반드시 계옥탑에 깊은 원한을 지고 있기 때문에 자유가 된 그들이 가장 먼저 손을 댈 것은 현황대세계가 아닌 계옥탑 자신일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전히 각성하지 못한 계옥탑이기에 그들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엽현은 생각을 멈추고 손안의 계옥탑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내가 죽으면 복수를 부탁해. 하하하!”
그로부터 한나절 후, 엽현은 성공 한 가운데서 연소천의 부대와 조우하게 되었다.
연소천이 타고 있던 대붕(大鵬)이 황금거룡과 눈을 마주친 순간, 천년지기 원수라도 만난 듯 갑자기 흥분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황금거룡은 어쩐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듣자 하니, 네 뒤에 소복을 입은 검수가 존재한다던데, 그녀도 함께 왔느냐?”
연소천의 물음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자 연소천이 뒤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신기(神機).”
연소천의 음성이 떨어지자, 뒤편에서 한 노인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노인이 오른손을 펼치자, 성공 중에 거대한 제단 하나가 나타났다.
이때 노인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물건이나 그림이 있으면 내놓거라. 너를 대신해서 그녀를 찾아 주겠다!”
“…….”
‘천녀를 찾아 주겠다고?’
엽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설마하니 그들이 자진해서 천녀를 찾아 주겠다고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연소천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찾아서 뭐 하려고?”
“후후, 화근이 될 것은 미리미리 제거하는 게 후련하지.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엽현은 그제야 연소천의 의도를 이해했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죽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천녀를 죽이는 게 가능한가?
이 생각이 들자, 엽현은 웃음을 터트릴 뻔 했다.
눈앞의 연소천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상대는 천녀 아닌가.
계옥탑을 찍소리도 못 하게 누르고 있던 그 천녀를!
육층의 마주조차 경외하는 인물을 찾아내서 죽이겠다고?
“어찌, 그녀가 죽을까 봐 겁나는 것이냐?”
엽현이 그 말에 연소천을 잠시 응시하더니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한 장의 그림이 연소천 앞에 펼쳐졌다.
그림의 주인공은 바로 천녀였다.
비록 그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소복을 통해 아름다운 자태가 느껴졌다.
“이거면 되겠나?”
엽현은 오히려 현황대세계가 천녀을 찾아 주길 바라는 심정이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천녀, 지금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이때 연소천이 신기라는 노인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신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올리자, 천녀의 화상이 제단 위로 떨어졌다.
“시간이 좀 걸릴 것입니다.”
“얼마나 걸리느냐?”
“거리에 따라 다릅니다. 만약 근처에 있다면 일각도 충분하나, 다른 우주에 있다면 한 시진 이상도 걸릴 수 있습니다.”
“잠시 기다리도록 하지.”
연소천이 고개를 돌려 엽현을 잠시 응시했다.
“주군의 양자가 되는 것은 현황대세계의 모든 무인이 바라마지 않는 일이거늘… 네가 제안을 거절한 것은 매우 우매한 짓이었다.”
“후후, 나는 아버지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
“흥! 조금 있으면 알게 되겠지. 네가 차 버린 것이 얼마나 대단한 기연이었는지를.”
이때 엽현에게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네가 북경에서 왔다면… 남경이나 동경도 있는 건가?”
“어찌, 우리 현황대세계에 대해 관심이라도 생긴 게냐?”
“하하, 그야 매번 오는 것이 너희들 북경의 무인들인지라 궁금했던 것뿐이다. 설마 다른 자들은 혼돈우주나 오유계의 보물에 관심이 없는 건가?”
엽현의 질문에 연소천이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그들도 관심이 없진 않다. 그러나 이쪽의 공간거점은 우리 북경의 영역, 우리의 허락 없이는 두 달에 달하는 거리를 빙 돌아와야만 한다. 물론 그들은 벌써 이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겠지만, 그들이 도착할 때 즈음엔 모든 상황이 끝나고 난 후겠지.”
이때 연소천이 무언가 생각난 듯 엽현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듣자 하니 신국에 또 다른 천재가 있다던데, 그자는 오지 않았느냐?”
엽현은 연소천이 말하는 자가 소칠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보아하니 북경은 소칠의 실종과 무관한 듯했다.
“뭐, 무인 하나가 더 있다 해서 결과가 달라지진 않겠지만. 그나저나 엽현, 내 휘하 장수 중에 검을 쓰는 자가 있는데 한 번 겨뤄보겠느냐?”
그가 말을 마치자 연소천의 뒤편에서 한 젊은 무인이 걸어 나왔다.
상대는 검은 무복을 입고 있었다. 얼굴에는 상처가 가득한 것이 다소 흉악한 인상을 주었고, 왼손에는 한 자루 장검을 들고 있었다.
비무?
엽현이 가볍게 웃으며 뭐라 대꾸하려는 순간, 신국 진영에서 원일이 앞으로 나섰다.
“내가 상대한다. 아무리 대리라 해도 신국의 신주가 일개 장수를 상대할 순 없는 일이다.”
원일이 남자를 향해 출수를 준비하려 할 때, 엽현이 웃으며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미안하지만, 검수를 후드려 패는 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라서 말이야. 이번엔 내게 양보해 줘.”
검을 뽑아 든 엽현이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한 수 양보 할 테니, 어서 덤벼 보도록!”
양보!
그 말을 듣자 장내 무인들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적을 상대로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닌가?
상대 남자 역시 아무 말도 하진 않았지만,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진 상태였다.
이때, 연소천이 남자를 향해 말했다.
“아대(阿大), 기왕 상대가 한 수 양보한다니, 유감없이 실력을 뽐내 보거라.”
아대라 불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그대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윙-!
검명 소리와 함께 장내에 검은 검광이 번뜩였다.
검신!?
이를 보자 신국 모든 무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엽현은 피하거나 혹은 막는 자세를 취하지 않은 채, 평온한 표정으로 날아드는 검광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때, 검은 검광이 순식간에 엽현의 미간을 꿰뚫었다.
경악에 찬 신국 무인들의 얼굴!
그런데 이 순간, 아대의 표정이 어딘가 기이해졌다.
그리고,
서걱-!
그대로 아대의 머리가 잘려나갔다.
이 장면을 보자 장내 모든 무인들의 표정이 멍청해졌다.
찰나의 순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연소천 역시 눈을 가늘게 뜬 채 표정이 다소 굳어 있었다.
“어디, 검을 쓰는 자가 또 있는가? 한꺼번에 덤비거라. 어차피 날 이기지는 못할 테지만.”
엽현이 이 말을 내뱉은 순간, 신국 병사들의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방금 전 엽현이 적의 선봉을 단숨에 죽인 것은 그들의 사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이와 함께 엽현을 바라보는 신국 무인들의 눈빛도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강자위존(強者為尊)!
이것이야말로 혼돈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법칙인 것이다.
이때, 엽현의 정면, 연소천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널 과소평가했구나.”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창을 든 남자가 엽현 앞에 나타났다.
남자는 부리부리한 시선으로 엽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방금 전 그가 진 것은 네 특수한 신체 특성 때문인 거지 결코 실력 때문이 아니다.”
“후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게냐? 내 몸은 실력의 일부가 아닌 건가?”
“흥! 나는 검수가 아니니 방금 전과는 다를 것이다!”
이때, 엽현이 비릿한 미소를 보이며 몸을 날렸다.
윙-!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뜸과 동시에 창에 힘을 주었다. 순간, 그의 장창이 마치 한 마리 용처럼 패도 넘치게 뻗어 나갔다.
모든 이들의 시선 속에 창과 검이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쾅-!
엽현의 검은 남자의 창을 박살 낸 것도 모자라, 상대의 미간마저 자비 없이 꿰뚫어 버렸다!
순간 정적이 흐르는 장내.
초살(秒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