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61
661화 위험한 기운이다
수백 장 밖.
신국 무인들의 기세에 눌린 막산행이 어두운 표정으로 엽현을 향해 말했다.
“엽 성주, 무슨 오해가 있던 것 같소. 우리는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 있던 게 아니라…….”
엽현이 뭐라 대꾸하려는 순간, 상관선아가 그에게 말했다.
“혼돈우주와 전쟁 중입니다. 굳이 저들의 땅에서 교전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
엽현이 잠시 고민 끝에 막산행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다 죽여라!”
엽현의 한 마디가 터져 나오자, 당황한 상관선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엽현이 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
“죽이지 않으면? 저들이 나중에 보답이라도 할 거라 생각하는 거요?”
적(敵).
엽현은 지금까지 적을 상대하면서 인정을 베푼 적이 없었다. 인정은 고사하고 가능하면 모조리 죽여 왔다.
만약 여기서 요원종을 놓아준다면, 그들은 앞으로 조용히 지낼 것인가?
결코 아니다.
이는 훗날 요원종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현황대세계라는 대적을 앞에 둔 상황에서 엽현은 자신의 등 뒤로 비수가 날아오길 바라지 않았다.
엽현의 명령이 떨어지고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암위였다.
암위들이 요원종 진영에 나타나자 요원종의 무인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신무군이 움직였다.
압도!
암위와 신무군의 기세 앞에 요원종의 무인들은 순식간에 압도되고 말았다.
신국의 실력은 현황대세계와 비교해서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다른 지역 세력들에게는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 천도를 제거하고 천도본원을 마음껏 흡수해왔던 신국이 요원종 같은 일개 세력에게 뒤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까웠다.
굳이 적수를 꼽으라 한다면 지금으로서는 현황대세계가 유일한 것이다.
물론 사유계는 매우 넓으니 어떤 강자가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긴 했다.
한편, 막산행은 무섭게 달려드는 신무군을 보고는 안색이 새파래졌다.
“후퇴! 빨리 후퇴하라!”
요원종 무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
신국무인들과는 전투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그들이 승리하고자 한다면 엽현을 죽여야만 할 것인데, 그러기엔 엽현이 너무나도 강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신국이 얼마나 강한지 똑똑히 깨닫게 된 막산행.
그는 더 이상 음양종을 건드릴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하지만 암위와 신무군 그리고 마시들은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엽현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한 사람도 살려 보낼 수 없던 것이다.
이때 엽현이 뒤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와 눈이 마주친 설정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양종 봉제경 강자들은 전원 출수한다!”
순간, 여러 개의 강대한 기운들이 음양종 안에서 튀어 나왔다.
“요원종 구경을 해 보고 싶군.”
엽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황금거룡 한 마리가 엽현 앞에 천천히 내려섰다.
이내 거룡은 엽현과 조목, 설정비 그리고 상관선아를 태운 채 하늘로 솟구쳤다.
“설 종주, 만약 저 요원종을 제거한다면 호한우주를 통일할 수 있는 것이오?”
“그렇소! 엽 성주가 그렇게만 해 준다면 호한우주 사람들은 매우 기뻐할 것이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상관선아를 바라보았다.
“상관 소저, 곧바로 호한우주를 관리할 만한 자들을 파견하도록 하시오.”
“그리하겠습니다.”
상관선아는 즉시 혼돈우주와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엽현 일행을 태운 황금거룡이 요원종에 도착했다.
이때의 요원종은 이미 진법이 작동하고 있는 상태였다.
요원종의 모든 무인이 고개를 들어 공중의 엽현 등을 바라보았다.
막산행 역시 어느 틈엔가 요원종으로 돌아와 있었다.
“엽현, 우리를 치려면 너희들도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피해? 너희들이 그 정도로 대단한가?”
말을 마친 엽현이 소매를 흔들자, 한 자루 검이 공간을 뚫으며 요원종을 향해 날아들었다.
천주검이었다.
천주검의 검 끝이 요원종 상공에 다다른 순간, 진법이 순식간에 붕괴됐다.
이때 엽현이 다시 손을 들었다.
“죽여라!”
그 순간, 종문 안으로 무수히 많은 신무군이 들이닥쳤다.
이때 엽현을 태운 거룡 역시 수직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거룡이 날아드는 것을 본 순간, 아래쪽에 있던 요원종 강자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용위(龍威)!
거룡에게서 흘러나오는 위엄에 그들은 감히 숨쉬기조차 어려웠던 것이다.
이때, 엽현이 지면을 향해 뛰어들었다.
지금의 엽현을 막으려면 최소 신경 절정, 아니 그 이상의 무인이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 무인은 오직 현황대세계에만 있었다.
엽현이 달려드는 것을 본 순간, 막산행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엽현의 실력을 감당할 수 있는 자는 요원종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잠시 망설이던 막산행이 돌연 소리쳤다.
“조사를 모셔 오너라!”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요원종 내에서 한 줄기 백광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뒤이어 그 빛 안에서 한 중년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장내 모든 무인의 시선은 중년인에게 집중된 상황.
이때 중년인이 눈을 뜨고서 엽현을 바라보았다.
“검수라……. 음!?”
순간, 중년인의 시선이 천주검에게로 향했다.
“그 검은…….”
“나의 천주검을 알고 있소?”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중년인이 엽현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찌 너에게 있는 것이냐?”
그 말에 엽현이 천주검을 바라보았다.
“아는 양반이야?”
“위윙-!”
엽현이 다시 중년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모른다는데?”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검이 어찌하여 네게 있는지 물었다!”
“하하, 말로 하자면 한도 끝도 없소. 일단 한 판 붙고 나서 이야기합시다.”
“좋다!”
중년인이 동의한 순간, 엽현이 가볍게 지면을 밟았다.
쾅-!
엽현의 신형이 공중으로 솟구치는 동시에 한 줄기 검광이 번뜩였다.
공중, 이를 바라보던 중년인이 무심한 얼굴로 일권을 내밀었다.
콰쾅-!
순간적으로 사방의 공간 전체가 흐릿해졌다가 되돌아왔다.
곧, 공중에선 엽현과 중년인의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가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아 엽현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이때 공중 중년인의 몸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를 보자 아래쪽에 있던 막천행의 안색은 극도로 어둡게 변했다.
이때, 공중의 중년인이 엽현을 향해 말했다.
“너는 그녀의 전인(傳人)이로구나. 허나 내가 알기로 그녀는 권(拳)을 쓰는 무인이었는데…….”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이오?”
“음? 그녀를 모르느냐?”
중년인 역시 기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천주검의 주인을 말하는 것이오?”
이에 중년인이 입을 열어 말하려 할 때, 그의 모습이 완전히 소멸됐다.
“…네 전 주인은 여인이었느냐?”
“위잉-”
“그렇군. 강했느냐?”
“위이이잉-!”
“매우 강했다라… 그럼 그녀에게 한 번 연락을 취할 수 있느냐? 잠깐 혼돈우주에 와서 얼굴이라도 비추라고 말이다.”
“…….”
엽현의 말에 천주검이 갑자기 풀이 죽었다.
이에 엽현이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막산행이 한 줄기 검은 빛으로 변해 순식간에 구름 밖으로 사라졌다.
도망?
막산행이 도망치는 것을 보자 엽현은 다소 멍청해졌다.
엽현뿐만 아니라, 요원종 무인들 역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단 말인가?
이때, 요원종 무인들이 각자 탈출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종주가 종문을 버린 상황에서, 더 이상 자리를 지킬 이유가 없던 것이다.
사실 엽현이 나타났을 때부터 그들은 저항할 마음을 잃은 지 오래였다.
엽현은 막무행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막무행 정도 되는 강자가 마음먹고 도망치고자 한다면 아무리 그라 해도 잡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요원종을 곱게 보내 줄 생각은 없었다.
“암위!”
그의 부름에 이십여 명의 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망친 요원종 무인들을 처리하도록.”
암위가 사라짐과 동시에 신무군 역시 요원종 잔당들을 쫓기 시작했다.
한편, 모두가 떠나고 한산해진 장내.
엽현은 상관선아 등 세 명의 여인들과 함께 요원종 내부로 진입했다.
이때 주변을 둘러보던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쟁여둔 게 적진 않겠지?”
말을 마친 순간 바람처럼 사라진 엽현.
“…….”
약 반 시진이 지났을 때, 엽현이 세 여인에게로 돌아왔다. 이때 그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어나 있었다.
엽현이 헤헤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납계 하나가 상관선아에게로 날아갔다.
“오늘 수고해 준 무인들에게 나눠 주시오.”
“그건 안 됩니다.”
상관선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엽현이 기이하게 여겼다.
“어째서 말이오?”
“신국에는 신국만의 상벌제도가 있습니다. 만약 매번 이렇게 전리품을 나눠준다면 제도가 결속하는 힘도 약해질 뿐 아니라, 점점 다른 마음을 품기 시작할 것입니다. 물론 신국은 논공행상을 확실하게 하고 있으니, 무인들이 불만을 갖게 될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음… 알겠소. 상관소저 말에 따르도록 하겠소.”
고개를 끄덕인 엽현이 설정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설 종주, 여전히 혼돈우주로 이주할 생각이 있소?”
“그렇소.”
“하지만 요원종도 사라진 마당에 굳이 번거롭게 그리할 필요가 있을…….”
여기까지 말한 엽현이 문득 말을 멈췄다.
호한우주의 영기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이에 상황을 이해한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가 되면 말하시오. 모두 함께 떠납시다.”
“준비는 모두 끝났소.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떠날 수 있소.”
설정비가 대답하자 엽현이 고민 끝에 상관선아를 향해 말했다.
“상관 소저, 이쪽으로 사람을 파견하게 되면 가장 먼저 자질이 우수한 자들을 찾아 혼돈우주로 귀의 여부를 물어보도록 하시오. 물론 강요는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음… 아니지, 자질이 좀 떨어지더라도 원하는 자가 있다면 받아들이도록 하시오. 자질이 우수하다 해서 꼭 큰 성취가 보장된 것은 아니니 말이오.”
“그리 안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때, 말을 이어가던 엽현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순간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하늘로 솟구쳤다.
이에 설정비가 그의 뒤를 쫓았다.
“무슨 일인지 보고 오겠소!”
설정비가 떠나자 조목 역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이내 장내에 홀로 남게 된 상관선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상공을 응시했다.
* * *
어두운 성공.
엽현이 멈춰 선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하얀 장포를 입고 허리에는 호리병을 달아 놓은 여인에게서는 어쩐지 영웅의 기개가 느껴졌다.
이때 엽현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워져 있었다.
본능적으로 눈앞의 여인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인은 본체가 아닌 하나의 분신일 뿐이었다.
누군가의 분신에게서 흘러나오는 위험한 향기였다.
이때, 엽현의 허리춤에 있던 천주검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