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63
663화 불공평하다
삼 일 후.
대전 안의 엽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쾅-!
그의 몸 안에서 강대한 기운이 분출되면서 대전 전체가 크게 요동쳤다.
뒤이어 엽현이 깊게 숨을 내쉬자, 그의 입을 통해 탁한 기운이 밀려 나왔다.
무상지경(無上之境).
삼 일간의 노력 끝에 마침내 무상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대로 순조롭게 흘러간다면 성경에 도달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터였다.
아니, 좀 더 욕심을 내 보자면 봉제경까지도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어 보였다.
그리고 역경수련을 통한 봉제경이기에 일반 봉제경 강자는 그의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는 지금도 봉제경 강자 정도는 단숨에 죽일 수 있는 엽현이었지만.
현재 그의 실력은 경지를 통해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잠시 후, 엽현은 대전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문밖에서 그를 기다리던 것은 다름 아닌 상관선아였다.
그녀는 이미 매우 오랫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던 것처럼 보였다.
“아니, 무슨 일로 기다리고 있었소?”
“…전하의 소식이 있었습니다.”
“빨리 말해 보시오!”
이때, 갑작스레 천기종 종주가 엽현 앞에 나타나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신주, 천문을 통해 알아본바, 전하를 데려간 이들은 현황대세계의 도문(道門)이란 사실을 파악했소.”
“도문?”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들에 대한 정보는 있소?”
천기종 종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소. 이들은 현황대세계 내에서도 지극히 신비한 조직으로, 세속의 일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소. 그러나 그 실력은 누구도 얕보지 못할 정도라 하오. 일례로, 현황대세계에는 현황신무방(玄黃神武榜)이란 것이 존재하는데, 여기서 일 위와 이 위 모두 도문의 사람이오.”
천기종 종주가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도문은 분명 현황대세계 최강의 세력은 아니오. 다만 그곳에서 가장 강한 세력도 도문을 건드리는 것은 꺼린다고 하오.”
‘도문이라고?’
“그럼 그들과 연관된 단서는 아무것도 없단 말이오?”
“찾으려면 찾을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그러려면 특별한 지역에 잠입해야 하오.”
“그게 어디요?”
“천기성(千機城).”
천기성?
“이곳은 혼돈우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소. 정보에 따르면 도문의 무인들이 종종 이곳에서 출몰한다고 하오. 이 때문에 이 천기성이 도문의 구역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소. 다만 이곳에 파견된 무인마다 하나도 빠짐없이 실종되는지라…….”
“그렇다면 내가 한 번 가보겠소.”
그러자 천기종 종주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노부가 볼 때 모험을 하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소. 신주 자리에 있는 그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신국은 그대로 붕괴되고 말 것이오.”
소칠이 실종된 지금, 엽현마저 사라진다면 신국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현재 신국은 엽현의 강력한 힘으로 통제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수많은 세력들이 제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리되면 신국은 짧은 시간 내에 여러 조각으로 갈라질 가능성마저 있었다.
천기종 종주의 걱정을 알아차린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할 것 없소. 그들 중 나를 잡을 만한 고수는 없을 테니까.”
이 말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엽현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포위망도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마주 정도 되는 괴물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하지만…….”
“괜찮소. 금방 다녀오겠소.”
엽현이 상관선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내가 없는 동안 신국의 일을 부탁하오.”
“엽 성주, 부디 조심하십시오.”
“하하, 걱정하지 마시오. 도망치는 것 하나는 자신 있으니!”
엽현이 다시 천기종 종주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천기성은 어느 쪽에 있소?”
“…….”
“거 참, 나 엽현의 실력을 못 믿는 것이오? 내가 마음먹고 도망치면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걸 알지 않소? 게다가 소칠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소. 그렇지 않소?”
천기종 종주가 침묵 끝에 손가락을 들었다. 그러자 두루마리 한 권이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안에 길이 있소.”
“고맙소. 신국의 일은 두 사람에게 맡기겠소. 상관 소저는 현황대세계가 쳐들어온다면 곧바로 알려주시오.”
“그리하겠습니다, 엽 성주.”
고개를 끄덕인 엽현은 곧장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엽 성주와 전하는 진정으로 친구가 된 것 같습니다.”
상관선아가 엽현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말하자, 천기종 종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다 검수인데다 솔직한 성격까지 매우 닮아소. 게다가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엽 성주는 신주 자리에 전혀 욕심이 없소. 만약 전하가 아니었다면 신주 대리도 하지 않았을 것이오.”
상관선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지금까지 곁에서 지켜본바, 엽현은 권력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었다.
물론 재물에 대한 집착이 다소 강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신국의 국고를 건드린 것도 아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엽현이 소칠의 재물을 건들지 않은 것은 상관선아에게는 의외라고 여겨질 만한 일이었다.
소칠이 다시 엽현이 사라진 성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기를…….”
* * *
어두운 성공 중.
엽현이 어검을 타고 신속히 이동하고 있었다.
황금거룡은 대동하지 않았다. 발각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엔 전투가 아닌 소칠의 소식을 빼 오는 게 목적이었기에 은밀한 움직임이 가장 중요했다.
약 두 시진 후, 엽현은 마침내 천기성 부근에 도착했다.
천기성은 성공 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대륙 위에 지어져 있었다. 천기종 종주가 준 지도에 의하면 이 대륙은 이름이 없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커다란 대륙 위에 존재하는 것이라곤 달랑 성 하나뿐이었다.
천기성.
신국 제일의 정보 조직인 천기종 조차 이 신비한 성에 대한 자료는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람을 파견하기만 하면 백이면 백,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엽현은 우선 혼돈지기로 기운을 감추고서 천천히 천기성 성문을 향해 이동했다. 열려 있는 성문 안으로 보이는 광경은 다소 한산했고, 사람의 이동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사람들의 복장이 다소 특이하다는 것이다. 동물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뼈로 만든 장신구를 걸치고 다니는 등 보통 사람들과는 다소 달랐다.
‘사람이 아닌 걸까?’
엽현은 이런 생각을 하며 성 안으로 진입했다. 가까이서 본 성의 건축 양식은 과연 그가 지금까지 봐 왔던 성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성 내부의 많은 집들이 매우 간단한 움막 형식을 띄고 있던 것이다.
원시인(原始人)?
엽현은 문득 이 세 글자를 떠올렸다. 태초의 인간이 막 동굴에서 나왔을 때, 이런 형식의 집에서 살았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던 것이다.
과연 성 안의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그들의 생김새는 현재 인간과는 분명 상이하다고 할 수 있었다.
엽현은 천천히 성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성 중앙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발견한 엽현은 이들의 기운이 매우 강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사람들의 육신의 강도가 매우 강해 보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육신의 경지가 봉제경에 이를 정도였다.
엽현은 의심스런 생각을 품으며 계속해서 전진했다.
잠시 후, 그가 도착한 곳은 성 안의 유일한 궁전이었다. 이 궁전 역시 매우 간단하게 지어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엽현이 막 궁전 안으로 들어서려는 때, 그의 앞에 중년인 하나가 나타났다.
순간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제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완벽하게 은신했다고 생각했건만, 상대의 시선은 자신을 향하고 있던 것이다.
‘들켰나!? 혼돈지기를 느낄 수 있단 말인가!’
발각됐다고 판단한 엽현은 은신을 풀었다.
엽현이 모습을 드러내자 중년인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너는 누구냐?”
“혼돈우주 신국에서 온 사람이오.”
“혼돈우주?”
엽현의 대답에 중년인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게냐?”
이에 엽현이 대답 대신 소매를 펄럭였다. 그러자 소칠의 화상이 그려진 두루마리가 중년인 앞에 펼쳐졌다.
“본 적 있소?”
소칠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중년인이 두 눈이 가늘게 뜨더니, 돌연 엽현을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이에 엽현이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검을 휘둘렀다.
쾅-!
검이 떨어진 순간, 엽현의 신형이 수백 장가량 밀려났다.
동시에 그가 멈춰선 자리에도 크게 균열이 일었다.
이에 엽현의 안색이 다소 딱딱하게 굳었다. 상대 육신의 강도가 매우 강했던 것이다. 봉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았다.
“소칠에 대해 아는 것이 있구나!”
중년인은 엽현의 말을 무시한 채, 자리에서 사라졌다.
순간, 강대한 기의 폭풍이 엽현을 향해 휘몰아쳐 왔다.
엽현이 가늘게 눈을 뜨고는 폭풍 중앙으로 검 끝을 박아 넣었다.
퍽-!
엽현의 검에 막힌 중년인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중년인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의 오른팔에는 어느 틈에 깊은 검흔이 생겼던 것이다.
이때 중년인의 시선이 엽현이 들고 있는 천주검으로 향했다.
“훌륭한 검이로군!”
반대편, 중년인을 바라보고 있는 엽현의 표정도 그리 좋진 않았다.
천주검에 가격을 당하고도 육신이 멀쩡한 자는 거의 처음이었던 것이다.
‘무슨 이런 괴물이 다 있는거지?’
“말해라! 소칠은 어디에 있느냐!”
“…네가 안다고 해서 어찌할 방법은 없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겠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엽현이 괴성을 지르며 전진했다.
다음 순간, 한 줄기 설백의 검광이 중년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순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검광을 향해 달려드는 중년인!
콰쾅-!
거대한 폭음과 동시에 엽현과 중년인 두 사람이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중년인이 백 장 밖에 멈춰 선 반면, 엽현은 무려 이백여 장을 튕겨 나갔다.
자리에 멈춰 선 엽현이 입가의 피를 닦으며 멀리 중년인을 향해 소리쳤다.
“어디 네 영혼도 육신만큼 강한지 보자!”
말이 끝나자마자 엽현은 천주검 대신 진혼검을 꺼내 들었다.
또 한 자루의 검이 나타나자 중년인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서렸다.
“어째서 그리도 많은 검을 지니고 있는 게냐! 게다가 영혼을 상대하는 검이라니… 외물을 쓰지 말고 정정당당히 싸울 순 없는 건가!”
“…….”
외물을 쓰지 말라고?
중년인의 말을 듣자 엽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말, 어딘가 이상하지 않나? 검수에게 검을 쓰지 말라고 하면, 뭐 주먹으로 싸우란 말인가?”
“…그 검은 평범한 검이 아니다. 그러니 이 대결은 매우 불공평하다.”
“불공평한 건 그 평범하지 않은 검에 맞고도 멀쩡한 몸뚱이겠지. 그런 생각은 안 드나?”
“…네가 검을 쓰지 않는다면 나도 한 손을 쓰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