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65
665화 그 말을 믿는 것이냐
“오유계…….”
중년인의 이마에 새겨진 붉은 글씨를 발견한 노인은 작게 한숨을 쉬며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를 만나게 해주마.”
“정말이오?”
“그렇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계옥탑이 사라졌다. 그와 함께 중년인의 미간에 박혀 있던 글씨도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글씨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중년인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엽현의 손짓 한 번이었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엽현을 바라보는 중년인의 눈빛이 점점 두려움으로 물들어갔다.
엽현은 실력으로 따지자면 특별히 천재라 부를 수준은 아니었지만, 너무나 많은 신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신물 하나하나는 모두 가공할 만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이때 노인이 엽현을 향해 말했다.
“과연 그 오유계의 신물은 대단하구나.”
“…그녀는 어디 있소?”
“따라서 오너라.”
노인이 어디론가로 향했고, 엽현은 그의 뒤를 쫓았다.
잠시 후, 노인과 엽현은 어느 밀실로 들어섰다.
밀실 안에는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노인이 상자를 열자 하얀빛과 함께 사람의 형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칠이었다.
빛무리 안에 보이는 소칠은 어느 동굴 같은 곳에 앉아 수련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저곳이 어디요?”
“현황대세계.”
“하지만 말도 없이 이렇게 떠날 사람이 아닌데…….”
곁에서 보아온 소칠은 신국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 그리고 사유계를 통일하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그녀가 제 발로 신국을 떠났다는 게 엽현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처음에는 확실히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뜻을 따르기로 했지.”
“어째서?”
“왜냐하면 누군가 그녀를 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떠나지 않으면 신국은 북경뿐만 아니라, 현황대세계 전체의 사냥감이 되었을 것이다.”
“그게 무슨…….”
이때 노인이 엽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절대 함께 있어선 안 되는 존재들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전 우주의 주목을 받는 존재들인데, 함께 있게 된다면 혼돈우주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
그 말을 듣자 엽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듣자 하니 자신들을 무슨 재앙을 불러들이는 존재처럼 묘사하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너를 벗으로 인정했고, 너 역시 그녀를 친구라 부를 자격이 있다. 때문에 특별히 너를 이곳에 데려온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말 것은 그녀 역시 너처럼 특별한 존재라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녀를 데리고 있는 것은 혼돈우주나 그녀 모두를 위한 것이란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럼 영영 혼돈우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이오?”
“그것은 그 아이 스스로의 의지에 달려 있다.”
“…….”
엽현이 잠시 무언가 고민하더니 노인을 향해 물었다.
“그대는 도문의 무인이오?”
“아이야, 우리는 너와 이런 일로 얽히고 싶지 않다. 우리의 일에 대해서 더이상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친구 사이란 말이오!”
“…….”
노인이 침묵하자, 엽현은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엽현은 소칠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일단은 안심이 됐다.
사실 그는 지금까지 소칠의 실력을 믿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원하지 않았더라면 그 어떤 세력도 억지로 끌고 갈 순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떠나는 결정을 했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
“아이야.”
엽현이 막 밀실 문을 열고 나가려 할 때, 노인이 그를 불러 세웠다.
걸음을 멈춘 엽현이 노인을 향해 돌아섰다.
“무슨 볼일이 남았소?”
“외공을 수련한 적 있느냐?”
“그렇소만.”
엽현이 퉁명스레 말하자 노인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외공에 정통한 자들이다. 게다가 이 방면에 대한 여러 가지 신통술도 알고 있지. 혹시 관심이 있느냐?”
“어째서 그런 말을 내게 하는 것이오?”
“다른 의도는 없다. 다만 네가 흥미가 있다면 이곳에 머물면서 외공에 대해 배워가도 좋다. 짧은 시간이라도 익혀 놓으면 필시 질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다.”
엽현이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관심이 있소.”
방금 전 중년인의 육신이 얼마나 단단한지 직접 경험한 엽현이었다.
만약 자신이 그런 몸을 갖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엽현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마음먹었다면 나를 따라오너라.”
잠시 후, 노인은 엽현을 데리고 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산에 도착했다.
막 산에 발을 디딘 순간, 엽현은 지면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느끼고 발을 뗐다.
그곳은 살아있는 화산이었던 것이다.
노인은 엽현을 데리고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시뻘건 용암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춤을 추고 있었다.
이때 노인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녹색 단약 한 알이 엽현을 향해 날아왔다.
“삼키거라.”
엽현은 아무 의심 없이 단약을 복용했다.
상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 번거롭게 독살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단약을 삼킨 순간, 엽현은 어떤 정체 모를 기운이 전신을 뒤덮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때 노인이 손가락으로 용암을 가리켰다.
“들어가거라.”
‘들어가라고? 여기로? 독살이 아니라 태워 죽이려 했던 건가!?’
엽현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진심이오?”
“봉제경의 육신을 가진 놈이 용암 따위를 두려워한단 말이냐?”
엽현은 고민 끝에 아래쪽의 용암을 향해 몸을 날렸다.
용암에 빠진 순간, 의복이 순식간에 재로 변하는 동시에, 엽현은 전신이 타들어 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노인의 말대로 그의 육신은 용암의 뜨거움을 견뎌낼 수 있었다. 다소 고통스럽긴 했지만 죽음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
‘생각보다 별거 아닌데?’
바로 이때, 위쪽에 있던 노인이 백옥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가 뚜껑을 열고 병을 거꾸로 들자, 피같이 붉은 진주 한 알이 떨어졌다. 붉은 진주가 용암에 닿은 그 순간, 용암 전체가 마치 불에 기름 부은 듯 맹렬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귀청을 뜯어낼 것만 같은 처절한 비명 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고통.
붉은 화염이 그를 뒤덮은 순간, 엽현은 뜨거운 것이 아니라,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겪었다.
이때 노인이 이번에는 검은 병 하나를 꺼냈다. 병 안에 들어있던 액체가 용암 속에 풍덩 빠진 순간, 용암이 폭발함과 동시에 검은 기체가 엽현의 몸을 뒤덮었다.
“으아아아악-!”
용암 속, 엽현의 비명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죽음보다 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이때 엽현은 자신의 육신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검은 기체가 닿는 부분은 마치 뾰족한 바늘이 살을 파고드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극심한 고통에 엽현은 여러 번 혼절할 뻔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지금의 고통은 육신의 강도를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한 기회였다. 지금 포기하게 되면 그 기회를 잃게 될 수 있었다.
비록 노인이 어떤 이유로 자신을 도우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우선이었다.
엽현이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이때, 노인의 곁에 한 중년인이 나타났다. 바로 얼마 전 엽현과 겨뤘던 그 남자였다.
“장로, 왜 녀석을 돕는 것입니까?”
남자의 물음에 장로라 불린 남자가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녀석의 체질은 무척이나 특이하다. 게다가 전하와는 좋은 친구 사이니 훗날 쓸모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인왕혈(人王血)과 요혈(獸血)까지 사용한 것은…….”
“이미 봉제경에 달한 육신을 단련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기왕 인정을 베푸는 거라면 확실히 베푸는 게 좋지 않겠느냐?”
그 말에 중년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이 아래쪽의 엽현을 응시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자질은 전하보다 떨어지긴 하지만, 기구한 운명에 얽혀 있는 놈이다. 심지어 전하보다 더……. 어쨌든 우리는 그에게 선의를 베풀고 훗날 도움을 받아 내면 되는 것이다.”
“확실히 보통 무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그가 창안했다는 그 검기는 정말이지…….”
중년인이 엽현이 펼쳤던 일검무량을 떠올리고 있을 때,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그 말을 믿는 것이냐?”
노인의 말에 중년인이 다시 한번 엽현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다지 믿음이 가는 놈은 아닙니다. 말만 그럴듯하지, 썩 마음에 들진 않습니다.”
“확실히 그 점은 다른 검수들과 다르긴 하구나.”
바로 이때, 아래쪽의 용암이 갑자기 크게 끓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주변에 만연해 있던 붉은 기운과 검은 기체가 엽현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쾅-!
순간, 분화구 안의 용암이 한순간에 증발하면서, 엽현이 몸을 벌레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성공한다면 그의 육신은 역천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노인이 말하자 중년인이 부러운 시선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인왕혈로 혈맥을 바꾸는 자가 세상에 몇이나 있겠습니까? 하여간 운수 하나는 타고난 놈입니다.”
“그것도 살아남았을 때의 일이지 않겠느냐.”
바로 이때, 아래쪽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엽현의 혈맥이 갑자기 미친 듯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쾅-!
커다란 폭발과 함께 그의 몸 안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붉은 구름이 되어 하늘 전체를 가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자 노인이 불신 가득한 표정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마, 말도 안 돼… 어찌 인왕혈을 흡수할 수가……. 큰일… 큰일났다!”
텅 빈 분화구.
엽현은 마치 간질에 걸린 환자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의 체내에선 혈맥이 미친 듯이 날뛰는 한편, 강대한 혈맥의 힘이 전신을 끊임없이 찔러댔다.
위쪽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는 노인의 표정이 마치 불에 그을린 것처럼 어둡게 변했다.
“혈맥… 혈맥에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다!”
혈맥!
이러는 사이 엽현은 오공에서는 피가 뿜어 나오고 있었다.
한편 아직 정신 줄을 잡고 있던 엽현은 답답한 심정이었다.
엽현은 지금까지 최대한 혈맥을 깨우지 않으려 조심해 왔다. 왜냐하면 그의 실력으로 혈맥의 힘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방금 전 노인이 떨어뜨린 액체가 혈맥을 건드리려 했고 이에 혈맥지력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엽현은 본능적으로 혈맥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그는 지금의 상황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제 하다 하다 혈맥까지 자신을 괴롭힌단 말인가.
‘내가 살 수가 없다, 살 수가!’
이때 혈맥지력이 더욱 광분하는 것을 느낀 엽현이 황급히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
“혈맥을 제압하는 것을 도와주시오!”
그 말에 엽현 곁에 나타난 노인이 엽현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순간,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엽현의 체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