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71
671화 이게 다인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엽현은 두 눈을 감고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무상지경(無上之境).
무려 여섯 자루의 도경급 검을 흡수한 후, 그는 결국 무상지경 절정에 도달했던 것이다.
성경까지는 고작 한 걸음만 남은 상태였다.
‘성경까지 얼마 남지 않았군.’
잠시 후, 엽현이 눈을 뜨자 상관선아가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신주, 보고 드립니다. 얼마 전 호한우주의 무인들을 흡수하는 작업을 마쳤습니다. 호한우주에서 온 봉제경 강자들은 총 서른아홉으로, 신국의 무인들까지 합치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닙니다. 다만 신경 강자는 단 열둘 밖에 되지 않고, 심지어 지경 강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지경(至境) 강자!
엽현은 잠시 침묵했다.
신경 다음 경지인 지경.
혼돈우주와 호한우주를 모두 합쳐도 한 명의 지경 강자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이대로 현황대세계와 싸우게 된다면 막대한 피해를 막을 수 없으리라!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소.”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우리에게 강력한 진법이 여럿 있다는 것입니다. 진법의 정비는 이미 끝났으니, 언제든 발동할 수 있습니다.”
“수고했소. 인심은 어떻소?”
“매우 단결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도망치는 자도 없고, 혼란을 야기하는 자도 없이 현황대세계와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말고 상황을 명확히 설명하시오. 맞서 싸우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도록 말이오.”
“강구 소저와 상의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그리고… 신무성 무인들을 소집할 때가 된 것 같소.”
“그렇지 않아도 어젯밤 안란수 소저께서 검종과 무원의 무인들을 데리고 입성했습니다. 현재 성 안에서 대기하면서 신주의 명을 기다리는 상태입니다.”
“수고했소. 그리고…….”
엽현이 말을 이어나가려던 이때, 갑작스레 천기종 종주가 엽현 앞에 나타났다.
“그들이 도착했소!”
엽현은 ‘그들’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다름 아닌 현황대세계 무인들이 쳐들어온 것이다.
엽현이 상관선아를 향해 말했다.
“내가 먼저 가서 둘러보고 오겠소. 병력을 대기시키시오.”
“그건 안 됩니다!”
상관선아가 돌연 엽현의 앞을 막아섰다.
“신주에게는 어떤 일도 일어나선 안 됩니다!”
상관선아의 강경한 모습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시오. 내게 다 생각이 있으니.”
“가게 내버려 두시오!”
바로 이때, 한편에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상관선아가 고개를 돌리자, 그 자리에 강구가 서 있었다.
강구가 상관선아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대의 신주는 도망치는 재주 하나는 기가 막힌 사람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소.”
이에 엽현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강구,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엄살 부리지 말고, 무사히 다녀와.”
“그래, 다녀올게!”
엽현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순식간에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사라졌다.
그리고 여전히 걱정스런 표정으로 엽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상관선아.
이때, 강구가 웃으며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걱정할 것 없소. 그는 결코 무리하지 않을 것이오. 왜냐하면 그의 동생이 이곳에 있으니까.”
“여동생?”
상관선아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강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을 얼마나 끔찍하게 여기는지.”
강국에 있을 때, 그가 얼마나 과도하게 엽령을 보호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를 건드리는 자는 혹시 살아남을지 몰라도, 그의 동생을 건드리는 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으니.
그리고 그 엽령이 이곳에 있는 한, 엽현은 반드시 죽지 않고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강구의 말에도 상관선아의 수심은 더욱 깊어만 갔다.
“이번에… 우리가 버틸 수 있겠습니까?”
“…….”
강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현황대세계.
사유계 내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이들은 무인의 숫자나 실력 면에서 확실히 혼돈우주를 압도하고 있었다.
혼돈우주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이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 * *
질서성을 떠난 엽현은 어두운 성공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미 어검비행의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상태.
북경.
엽현이 이번에 홀로 나선 것은 북경이 과연 얼마나 많은 강자를 끌고 왔는지 정탐하기 위해서였다.
예전에는 지켜야 할 사람이 엽령뿐이었다면, 지금은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이 그의 어깨에 달려 있다.
신무성, 검종, 신국…….
마음에 짐이 있는 검수는 검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엽현이 보기에 누군가를 책임지는 것은 짐이라 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면 어찌 마음속의 검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엽현은 고개를 흔들어 사념을 떨쳐내고는 속도를 더욱 끌어 올렸다.
대략 두 시진을 더 날아간 엽현은 검에서 내려섰다. 그의 앞으로 보이는 것은 예전에 소칠과 함께 찾아냈던 현황대세계의 공간거점이었다.
그리고 공간거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제성함보다 몇 배는 더 커다란 전함 한 척이 떠 있었다.
전함의 크기가 어찌나 큰지, 성공의 절반을 가리고 있을 정도였다.
엽현은 고개를 들어 전함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황금갑옷을 입고 손에 금색 창을 쥐고 있는 병사들이 도열 해 있었다. 그 수가 족히 수만은 되어 보였다.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수만 병사들이 뿜어내는 기세를 보고 있자니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러한 기세는 수많은 전장을 해쳐온 백전의 무인만이 가질 수 있는 것.
이 광경을 보자 엽현은 드디어 북경이 제대로 마음먹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엽현은 전함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출현한 순간, 무수히 많은 기운들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하하! 나는 신국의 신주 엽현이다. 북경에 강자가 많다 하여 한 번 들렀는데, 내게 가르침을 줄 만한 자가 있는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백의를 입은 남자가 엽현 앞에 등장했다.
“네가 바로 그 엽현인가?”
백의인이 엽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묻자 엽현이 미소로 화답했다.
“나에 대해 들어 보았는가?”
“네가 북경왕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확하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의인이 코웃음을 쳤다.
“어떻게 그렇게 멍청한 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북경을 대표해서 나온 건가?”
“그렇다면?”
백의인의 대답을 들은 엽현이 순간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백의인이 놀라서 황급히 정면으로 창을 찔러 넣었다.
순간, 창끝에서 벼락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의 창은 엽현의 검에 부딪히자마자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이를 본 백의인이 다급한 얼굴로 신형을 뒤로 물렀다.
이때, 어느 틈에 비검 한 자루가 백의인의 안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백의인이 헛숨을 들이키며 몸을 비틀었지만, 결국 머리 대신 팔 한 쪽을 내주고 말았다.
“그 검…….”
백의인이 채 말을 마치기도 전, 비검 한 자루가 재차 그의 미간을 향해 날아왔다.
푹-!
그대로 미간을 뚫고 나온 비검.
그걸로 끝이었다.
백의인의 기운은 순식간에 약해졌고, 그의 눈에는 불신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상대를 죽인 엽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전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좀 더 강한 놈으로.”
아무런 응답 없는 북경 측 무인들.
이에 엽현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다들 겁쟁이들만 모여 있는 건가?”
바로 이때, 전함 위쪽에서 하얀빛이 번뜩이더니, 흰옷을 입은 여인 하나가 순식간에 엽현 앞에 나타났다.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흰옷을 입은 여인은 자태가 곱고, 용모가 매우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엽현 앞에 선 여인이 무언가 말하려 할 때, 엽현이 다짜고짜 양손으로 검을 쥐고 돌진했다.
엽현이 달려드는 것을 본 여인은 재빨리 소매를 펄럭였다. 그 순간, 길고 가느다란 끈이 순식간에 엽현의 전신을 휘감으며 날아왔다.
그러나 엽현의 검이 횡으로 번뜩이는 순간, 여인의 끈은 조각조각 잘려나가고 말았다.
이와 함께 엽현을 포박해 놓고 공격하려던 여인이 날아온 검광을 맞고 뒤로 날아갔다. 그녀가 막 자리에 멈춘 순간, 어느새 공중에 나타난 엽현이 여인의 머리를 향해 맹렬하게 검을 내리쳤다.
쉭-!
검이 떨어지자 마치 종이처럼 잘려나가는 공간!
이에 눈이 휘둥그레진 여인이 서둘러 양손을 펼치자, 무수히 많은 비단 끈들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이 끈들은 엽현의 검과 몸을 휘감는 듯했으나, 천주검에 가로막혀 썩은 나뭇가지처럼 우수수 썰려 나가고 말았다.
이 모습을 본 여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함으로 퇴각했다.
퇴각!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여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엽현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백옥 같은 피부에는 십여 개의 검상이 생겨나 있었다. 여인이 엽현의 천주검을 바라보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 검을 사용하지 않고 공평하게 싸울 용기가 있느냐?”
“좋다! 그러나 공평하게 하려면 너 역시 무상지경으로 경지를 낮춰야 한다. 가능하겠는가?”
그 말을 듣자 여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자 엽현이 조롱어린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더 이상 여인을 상대하지 않고 전함을 향해 소리쳤다.
“좀 상식이 통하는 자는 없는가!”
이때 전함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방자하구나!”
음성이 떨어짐과 함께 중년 남자 하나가 전함 밖으로 튀어 나왔다. 이와 동시에 한 자루 창이 마치 뇌전처럼 빠르게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지나간 자리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일 정도였다.
이때 엽현의 손을 벗어난 천주검이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창을 향해 날아갔다.
퍽-!
천주검과 정면으로 부딪친 창은 머리부터 그대로 반으로 쪼개져 버렸다.
이 순간, 자리에서 사라진 엽현이 순식간에 중년인 앞에 나타나 그의 면전에 일권을 꽂아 넣었다.
장권!
장권이 펼쳐진 순간, 반경 수만 장의 공간이 바둑판처럼 갈라져 나갔다.
콰쾅-!
장권에 직격당한 중년인은 그대로 전함까지 날아가 처박혔다. 그리고는 바닥에 엎드린 채 온몸으로 피를 쏟아내니 그 모습이 매우 처참할 지경이었다.
전함 위의 무인들은 엽현을 바라보며 표정이 매우 어두워져 있었다. 엽현의 실력은 그들의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이때 무표정으로 아래쪽의 전함을 내려다보던 엽현이 소리쳤다.
“너무 약해! 고작 이 정도뿐인가!”
조금 전 엽현과 상대했던 중년인의 눈에는 두려움의 기색이 흐르고 있었다. 그제야 그는 신국 신주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달았다.
특히 눈앞의 검을 사용할 때의 엽현은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천주검에 대항할만한 신물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찌, 이렇게 싱겁게 꼬리를 내리는 것인가?”
엽현이 차갑게 소리친 이때, 엽현의 정면에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 하나가 나타났다. 긴 머리에, 기품이 흐르는 남자는 몸이 반쯤 투명한 것이 누군가의 분신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