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72
672화 꿈속에 들어가라
남자가 등장하자, 전함 위에 있던 모든 무인이 모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주군을 뵈옵니다!”
주군?
순간 엽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남자의 정체는 바로 현황대세계의 북경왕이었던 것이다.
드디어 주인공이 등장한 건가?
엽현이 진중한 눈으로 남자를 응시하자, 남자 역시 그와 눈을 마주쳤다.
이에 엽현은 언제라도 출수할 수 있도록 천주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북경왕은 엽현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본왕의 수하들을 여러 번 물리친 이유가 있었구나.”
말하는 중에 남자가 엽현 뒤편의 혼돈우주로 시선을 옮겼다.
“혼돈우주… 생각대로 영기가 충만하군…….”
“본체는 오지 않은 건가?”
엽현의 물음에 북경왕이 웃으며 엽현을 바라보았다.
“날 죽이고 싶으냐?”
“…….”
엽현이 말없이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이 모습을 보자 북경왕이 웃음을 터트렸다.
“순진한 녀석, 본왕의 강함을 모르고서 하는 말이구나. 먼 훗날이라면 내게 도전해볼 법도 하겠지만, 지금의 너는 죽었다 깨어나도 날 이길 수 없다. 알겠느냐?”
“길고 짧은 건 재 봐야 아는 법! 전력을 다한다면 내게도 승산이 있다!”
“승산? 하하하하! 혼돈우주는 어찌하여 나의 북경을 상대로 목숨을 거는 것이냐? 정녕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인가?”
엽현이 여유 있게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싸우다 죽는 게 낫겠지. 안 그래?”
북경왕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너에게 살 기회를 주었는데도 제 발로 차 버린 것은 너 자신이지 않느냐?”
“죽을 때 죽더라도 남 밑으로 기어들어 가진 못하는 성격이라 말이지.”
엽현이 가슴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말하자, 북경왕이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검수의 기개가 있구나. 하지만 걱정 말거라. 네 뒤에 있는 여인을 처리한 후에, 네가 그토록 염원하던 장렬한 죽음을 선사해 줄 테니까.”
순간 엽현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내 뒤의 여인? 설마 그녀를 노리겠다는 건가?”
“그렇다. 그녀가 죽지 않으면 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엽현의 표정이 흉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용무가 있는 건 난데, 어찌 그녀를 찾아가 귀찮게 한단 말이냐? 이 일은 그녀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 그러니 내게만 집중하라고!”
‘뭐라?’
엽현이 흥분하며 말하자 북경왕이 엽현의 눈을 응시했다.
“엽현, 사실 너도 내가 그녀를 찾아가길 바라지 않느냐?”
북경왕의 말에 엽현의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글쎄다.”
“후후, 보아하니 너는 그녀를 믿고 있는 듯하구나. 아쉽지만 너는 본왕과 북경의 실력을 너무 얕잡아보는 것 같구나.”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너희를 얕잡아 본 적은 없다. 너희들이 혼돈우주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엽현이 말끝을 흐리며 북경왕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너희가 그녀를 노리는 것이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너희의 목적은 오유계의 신물과 혼돈우주 아니었나?”
엽현은 확실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대가 쉽사리 혼돈우주를 장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먼 길을 돌아가려 하는지를.
이때 북경왕이 웃으며 대답했다.
“알아듣게 설명해주마. 사실 너는 우리에게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는다. 다만 네 뒤를 봐주고 있는 그 여인은 위험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이제 알겠느냐?”
“나는 위협이 아니라고? 이거 그냥 듣고 있자니 기분이 상하는군.”
“후후, 기분 나빠할 것 없다. 네가 계속 살아남는다면 분명 미래의 위협이 될 것이다. 다만 현재의 위협은 그 소복을 입은 여인일 뿐이다.”
“…너희는 그녀의 강함을 알지 못한다.”
“그럼 너는 본왕의 실력을 알고 있느냐?”
그 말에 엽현이 잠시 침묵했다.
“뭐, 사서 고생을 하겠다고 하니, 행운을 빌어주지.”
이때 돌아서서 떠나려는 엽현의 뒤에서 북경왕이 말했다.
“엽현, 너는 현황대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 반항한 것이 얼마나 무지한 일이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이에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는 뒤돌아서서 말했다.
“그럼 힘들 내 보라고!”
이 말을 끝으로 엽현은 북경왕에게서 멀어졌다.
엽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북경왕이 나지막이 말했다.
“북경 전 병력은 혼돈우주로 집결한다.”
그렇게 북경왕이 사라진 후, 전함은 혼돈우주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성공 깊은 곳.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월, 방금 전 그 자의 실력은 어땠어?”
잠시 후, 아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감히 대항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역시… 천녀와 비교하면?”
[…….]“왜 대답이 없어? 혹시 천녀보다도 더 강하다는 거야?”
[하도 어이없는 질문이라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던 것뿐이다. 어째서 그녀와 비교하려 드는 것이냐? 그녀는 이미… 무적이거늘.]무적?!
“정말로 적이 없는 건가?”
[어쩌면 가장 강한 무인은 아닐지 몰라도 최소 사유계 안에서는 무적이라 불릴만하다.]“그렇게 강했구나…….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래서, 저들이 그녀를 찾아간다는 건가?]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북경왕의 생각은 먼저 위협이 되는 그녀를 제거한 뒤, 나와 혼돈우주를 치겠다는 거야.”
[사유계의 존재들은 참 끝도 없이 멍청하구나.]“…….”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는 걸까. 그녀의 포악한 성격을 건드리면 현황대세계는 그날로 사라지게 될 텐데. 너처럼 약한 녀석을 가만두는 대신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겠다고? 흥! 후환을 없애려다가 놈들이 세상에서 없어지고 말 것이다!]아월의 말을 듣고 있던 엽현의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아월, 사실을 말해줘서 참 고맙군. 내가 그렇게 약했을 줄이야.”
[아니면, 넌 방금 전 그 남자와 싸워서 이길 자신 있나?]“…….”
엽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냉정히 판단하자면 북경왕을 상대로 이긴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네 주제를 알았으면 하루빨리 실력을 끌어올리도록 해라. 지금의 너는 사유계 최강자들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다. 마침 그들이 천녀를 찾는다고 시간 낭비하는 지금이 너에게는 절호의 기회다.]“말은 쉽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겠어?”
[몽지도칙!]몽지도칙?
아월의 말에 엽현은 그동안 잊고 있던 몽지도칙을 떠올렸다.
“아월, 혹시 몽지도칙이 가진 위력을 온전히 이끌어 내는 방법을 알고 있어?”
몽지도칙은 그가 가진 도칙 중 가장 기이하고 위험한 존재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여전히 몽지도칙이 가진 힘을 완전히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 힘을 사용하고 싶다면, 반드시 꿈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꿈속? 그게 내 꿈을 말하는 거야, 아니면 상대방 꿈을 말하는 거야?”
[너의 꿈속이다.]이에 엽현이 눈썹을 튕겼다.
“아니, 내 꿈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상대를 공격한다는 거지?”
[적당한 자리를 찾도록 해라. 내가 직접 지도해 주겠다.]엽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대략 한 시진 후, 혼돈우주로 돌아온 엽현은 한적한 땅을 찾은 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아월, 이제 준비됐어.”
[먼저 힘을 개방해.]그 말에 엽현이 몽지도칙의 힘을 개방했다. 그러자 그의 미간 사이에 몽지도칙이 떠올랐다.
[몽, 이 녀석을 데리고 몽경(夢境)으로 들어가 줘.]아월의 말이 떨어진 순간, 몽지도칙에 진동이 일더니, 하얀빛이 엽현의 전신을 뒤덮었다.
이에 엽현이 가볍게 몸을 떨고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엽현은 주변이 온통 새하얀 공간 안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너는 꿈을 꾸면서 네가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느냐?]아월이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이곳은 몽지도칙이 만들어 낸 몽중세계(夢中世界)다. 몽지도칙은 이곳에서 다른 자의 몽중세계로 이동할 수 있지. 그 말은 즉, 도칙의 주인인 너 역시 다른 이의 꿈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다른 자의 꿈속… 그다음은?”
[죽인다!]엽현은 다소 이해가 되질 않았다.
“꿈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게 정말 효과가 있나?”
[멍청한 소리! 그게 아니면 몽지도칙이 왜 탑 안에 갇혀 있었겠느냐? 이 도칙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은밀하게 다른 이의 꿈속에 침투하는 것이다. 일단 꿈속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상대를 더욱 간단하게 살해할 수 있다.]“꿈에서 죽이는 것과 현실에서 죽이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지?”
[현실에서는 둘 다 맨정신이겠지만, 꿈속에서는 너 혼자 깨어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 꿈속에서 사람의 모습은 다양하게 변한다. 어떤 때는 노인일 수도, 어떤 때는 어린아이일 수도 있다. 상대의 실력은 그가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너는 원래 너의 실력을 유지한다. 이 상태에서 싸우면 너는 커다란 이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그럼 혹시 단점 같은 것도 있나?”
[물론이다. 꿈에 침투하는 것은 정신력 소모가 매우 큰일이다. 지금의 너라면 하루 최대 한 번까지 침투할 수 있을 것이다.]“흠… 그러면 정신력이 특별히 강한 자는 몽지도칙을 방어할 수도 있나?”
[그렇다. 방금 전 북경왕처럼 신혼이 강한 자는 몽지도칙의 힘으로도 몽경에 진입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 설령 진입하더라도 상대를 죽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애당초 둘의 실력 차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그 말을 듣자 엽현의 표정이 다소 침울해졌다.
“도대체 나와 그자의 차이가 얼마나 큰 거야?”
[일검무량과 이 멍청한 탑이 없다면 그의 분신 하나를 제압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일검무량을 사용한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검기는 경지를 무시하는 특성이 있으니 말이다.]일검무량!
엽현이 한결 밝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아월, 혹시 팔층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어?”
[…….]“왜, 갑자기 말이 없어?”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탑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바로 이때, 계옥탑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소령아! 탑이 뭐라는 거야?”
“음… 그러니까, 오유계의 영과를 맛보고 싶대!”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말해줘!”
“어… 탑이 말하길, 팔 층에 있는 존재는 전혀 강하지 않다는데? 그렇다면 빨리 혼내주러 가자! 나도 검을 들고 도와줄게!”
“소령! 아무 짓도 하지 마! 검도 건들지 말고!”
엽현은 탑의 검을 쥐었을 때의 소령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검을 휘둘러 팔 층의 봉인이 정말로 풀리기라도 하면 그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랐다.
탑에 갇힌 존재들이 모두 육층의 마주처럼 호의적이길 기대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인 바람인 것이다.
탑 안의 소령은 눈을 끔뻑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아월의 음성이 엽현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