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73
673화 한번 가보세
[저 계집의 사고방식이 다소 위험한 것 같구나. 최근 틈만 나면 팔 층 입구에서 기웃거리는 꼴이… 아무래도 조만간 큰일을 저지를 것 같으니 주의 깊게 지켜보도록 하거라.]“큰일이라고?”
[내 말을 허투루 듣지 말거라. 지금의 저 아이는 팔 층에 있는 자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어째서?”
[그녀는 매우 수상쩍어 보이는 두 개의 상자를 가지고 있다. 내가 느끼기에 그 안에는 너의 목숨을 위협할 만한 것이 들어 있다. 기회를 보아 빼앗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물론 네가 사용한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그랬군…….”
엽현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당시 소령이 불러낸 ‘하얀 아이’가 성주를 마치 어린아이 취급했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잠시 후, 엽현은 아월의 지도 아래 몽지도칙을 익히기 시작했다.
* * *
혼돈우주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어느 성공 중, 화려한 장포를 입은 남자가 어둠 속을 향해 서 있다.
그는 다름 아닌 북경왕이었다.
북경왕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오래된 성 하나가 공중에 둥둥 떠 있다.
한동안 성을 응시하던 북경왕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신책종(神策宗)을 불러 그 여인을 찾아내게 하거라.”
말을 마친 북경왕은 천천히 고성을 향해 이동했다.
신책종.
이는 북경 내에서도 매우 신비한 조직으로, 오직 북경왕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장기는 주로 정보수집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북경은 물론 현황대세계 전역에서 그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한편 북경왕의 명령이 하달되자, 신책종 무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신책종 뒷산의 한 제단.
길이 백 장에 달하는 거대한 제단 위에 기이한 부적들이 깔려 있고, 그 중앙에는 한 여인의 화상이 공중에 떠 있었다.
그림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천녀였다.
이때 제단의 네 귀퉁이에 흑의인 네 명과 노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노인이 바로 신책종 종주인 창고(蒼古)였다.
창고는 두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진의 시간이 지나고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걸린 순간 창고가 두 눈을 번쩍 떴다.
“혈제(血祭)!”
음성이 떨어진 순간, 거대한 제단 위로 붉은 선혈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이와 동시에 사방에 붙어 있던 부적들도 미친 듯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은 창고가 주문을 외우면 외울수록 더욱더 강렬해져 갔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창고가 하늘을 바라보며 나직이 읊조렸다.
“쫓아라…….”
그 순간, 제단이 찢어질 듯 흔들리더니, 붉은 안개가 천녀의 화상을 뒤덮었다. 이와 동시에 제단 주변의 공간이 기이하게 일그러져갔다.
* * *
이 시각, 북경왕은 이미 고성 안에 진입해 있었다.
성 안은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함 그 자체였다.
북경왕은 성 중심부를 지나 성주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성주부 문 앞에는 한 남자가 누워있었다. 그 남자의 머리는 매우 헝클어져 있었고, 의복은 원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이 남자는 북경왕이 여기까지 올 동안 만난 유일한 사람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북경왕이 먼저 말을 걸었다.
“야왕(夜王), 오랜 벗이 왔는데 일어나보지도 않는 건가?”
여전히 대답이 없는 남자.
이에 북경왕이 손을 펼치자, 그의 손바닥 위로 붉은 기운을 띠는 수정이 나타났다. 수정안에는 여인 하나가 누워있었다.
바로 이때, 바닥에 너부러져 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강렬한 눈빛으로 수정안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영혼은 이 영혼주(靈魂珠) 안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있네. 만약 신혼과 관련된 신물이 있다면 다시 부활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닐 걸세.”
남자가 눈을 들어 북경왕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눈에서 살의가 번뜩였다.
“날 죽일 수 있겠나?”
북경왕이 웃으며 묻자, 남자가 분을 삭이며 두 눈을 감았다.
“원하는 게 뭔가?”
“사람을 하나 죽여 줘야겠네.”
눈을 번쩍 뜬 남자가 북경왕을 쳐다보았다.
“네가 죽일 수 없는 자라면 나도 죽일 수 없다.”
“아니, 그대는 할 수 있네.”
“…상대는?”
“검수.”
야왕이라 불린 사내가 수정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북경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이 끝나면 주도록 하지.”
그 순간, 야왕의 표정이 흉흉하게 일그러졌다.
“내놔라. 나 야왕이 언제 말을 안 지킨적이 있느냐?”
“흠… 곤란한데…….”
북경왕이 잠시 고민 끝에 야왕에게 수정을 넘겨주었다. 붉은 수정을 받아 든 야왕은 여인을 바라보며 몸서리치기 시작했다.
“혼돈우주에 엽현이란 아이가 있네. 그 아이에게 혼을 다루는 신물이 있으니, 그것만 있으면 그녀를 되살릴 수 있을 걸세. 다만 지금은 건드려서는 안 되네. 그 검수를 유인하는 것이 먼저니까.”
야왕은 북경왕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오직 손안의 수정만을 들여다보았다.
이 모습을 본 북경왕도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음을 느끼고 야왕을 떠나갔다.
북경왕이 떠난 후, 야왕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옥(阿玉)… 미안하구나… 미안해……”
성 밖으로 빠져나온 북경왕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언제나 정이 많은 자들이 가장 비참한 법이지.”
이때, 어린 소녀 하나가 북경왕 곁으로 다가왔다. 열두어 살이나 되었을까, 북경왕의 이목구비를 쏙 빼닮은 소녀였다.
소녀가 성 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 야왕은 어떤 사람인가요?”
“나와 함께 이쪽 세계에서 이름을 떨쳤던 무인이란다.”
북경왕이 인자하게 소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음… 아버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나요?”
“아진(阿真)아. 겉모습만으로 한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되는 법이다.”
북경왕이 먼 성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우주가 이리 넓은데 강자들이 얼마나 많겠느냐? 이 애비 역시 사유계에서 가장 강하다고 할 순 없단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알겠어요, 아버지.”
아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북경왕이 그녀를 향해 웃어 보였다.
“너의 자질은 결코 모자라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애비의 이름 밑에서 안락하게 자란 나머지, 엽현에게 있는 그런 살기와 독기가 없다는 것이다.”
“엽현?”
아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 혼돈우주의 그 엽현을 말씀하는 거예요?”
“그렇단다. 자질은 최고라 할 순 없으나, 그 마음가짐이 매우 마음에 드는 녀석이지. 이런 마음가짐은 어려서부터 자갈길을 굴러 왔기에 가능한 것이란다.”
“그러나 남의 호의도 모르는 바보일 뿐이잖아요! 감히 아버지가 양자로 삼으려는 걸 거절하다니…….”
아진이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자, 북경왕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녀석이 더욱 맘에 드는 것이다.”
그 말에 아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기개! 그 녀석에겐 요즘 젊은 무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기개가 있단 말이지.”
“음… 그렇다 할지라도 결국 죽이실 거잖아요.”
“당연하지!”
북경왕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마음에 드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의 입장은 너무나 다르다. 녀석은 혼돈우주를 수호해야 하고 나는 북경을 위해 그가 지키는 것들을 무너뜨려야만 하지. 나도 그 녀석도 어느 한쪽이 악역을 맡아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각자의 신념을 내세울 뿐이지. 이해할 수 있겠느냐?”
“네, 아버지!”
“하하, 그럼 되었다. 앞으로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엽현과 혼돈우주는 우리의 적이라는 것을.”
말을 마친 북경왕이 아진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한다. 이 늙은이가 살아있으려나 모르겠구나…….”
잠시 후, 두 사람은 어두운 성공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로부터 대략 한 시진 가량이 지났을 때, 북경왕과 아진은 어느 울창한 숲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숲 안으로 발을 디딘 순간, 한 자루 투명한 검이 날아와 그들의 앞에 멈췄다.
“하하, 이따위로 밖에 환영하지 못하는 겐가?”
순간, 웬 노인 하나가 북경왕 앞에 나타났다.
삼베옷을 입고 백발을 휘날리는 노인은 북경왕을 응시하며 검을 거둬들였다.
“오랜만이군.”
북경왕의 말에 노인이 고개를 숙여 아진을 바라보았다.
“딸인가?”
북경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진에게 말했다.
“임(林) 노야(老爺)라고 부르거라.”
그러자 아진이 노인을 향해 공손히 예를 차렸다.
“임 노야, 소녀 아진이라 합니다.”
이때 노인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검신이 모두 푸른 보석으로 된 작은 검 한 자루가 아진 앞에 나타났다.
아진은 잠시 검의 영롱함에 넋을 잃었다.
“녀석아, 노야께 감사하다고 하거라.”
“가, 감사합니다, 노야!”
그러자 북경왕이 가볍게 아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두 사람이 할 이야기가 있으니, 근처에서 놀고 있거라.”
북경왕의 말뜻을 이해한 아진은 그대로 두 사람을 위해 자리를 피해 주었다.
두 사람은 대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속을 나란히 거닐기 시작했다.
“혼돈우주에서의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왔네. 그들 뒤에 검수 하나가 버티고 있는데…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네.”
“실력을 알 수 없다고?”
순간 노인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북경왕을 바라보았다.
“지금으로서는 측량할 길이 없네.”
“도대체 얼마나 강한 무인이기에…….”
“지극히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원정군 사령관을 일검에 죽인 무인일세. 어떻게 생각하는가?”
“본체가 그 자리에 없었단 말인가?”
“없었네.”
“…….”
노인이 침묵하고 있을 때, 북경왕이 웃으며 말했다.
“도와줄 수 있겠나?”
“불길한 예감이 든다. 가능하면 건들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나 역시 혼돈우주를 정복할 이유가 있네. 게다가 엽현에게 있는 그 신물도 반드시 얻어야만 하네.”
“그럼 왜 엽현을 직접 치지 않는 건가?”
북경왕이 고개를 저었다.
“그를 죽이는 건 어렵지 않지만, 만약 그 검수가 암중에 보복을 행한다면… 북경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걸세. 그러니 먼저 그녀를 제거한 후, 엽현은 차차 처리하자는 게 내 생각일세.”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북경왕이 말한 대로 상대가 가공할만한 강자라면, 그런 강자가 기습을 가한다면 북경의 피해는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상대가 복수에 눈이 멀게 된다면 그 수단이 더욱 악랄해질 것이 뻔하다. 이러한 이유로 북경왕은 일단 엽현을 살려두기로 한 것이다.
오히려 엽현이 살아있기만 한다면 그를 이용해 그녀를 유인하고, 더 유리한 위치에서 싸움을 거는 것이 가능해진다.
“앞장서게.”
“웬일로… 정말 이렇게 쉽게 허락하는 건가?”
“나의 검도는 이미 정체기에 빠진 지 오래일세. 여길 통과하려면 기연이 필요하지. 나보다 강한 검수와 한 번 붙어보는 것은 내게도 좋은 기회가 될 걸세.”
“그럼 피차 잘 됐군. 어디 그럼 출발해볼까?”
이 대화를 끝으로 두 사람은 어디론가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