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77
677화 그가 살아야 너희가 산다
공간이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날아드는 검광.
바로 이때, 마찬가지로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한 검수 노인이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윙-!
그가 사라진 자리에서 검명 소리가 애잔하게 울려 퍼졌다.
이 순간,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검명도 검광도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다만 공중에서 피투성이가 된 머리 하나가 천천히 떨어져 내렸을 뿐.
초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었던 노인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무표정하게 장내를 내려다보던 천녀는 이윽고 공중에 떠 있던 세 척의 전함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고정된 순간, 그녀의 검이 전함 위의 무인들 사이로 날아들었다.
“으아아악!”
“살려줘!”
잠시 후 비명 소리가 사라지고 전함 위는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천녀가 약속한 대로 전함 위의 봉제경 이상의 강자들은 모두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이를 목격한 신국의 무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봉제경과 신경 강자들을 닭 모가지 비틀 듯 죽여 버린 것은 그들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엽현 역시 같은 편이긴 하지만 다시 한번 목격한 천녀의 잔혹함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둘렀다.
이때, 천녀의 시선이 야왕에게로 향했다.
야왕은 제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덤벼봐야 개죽음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천녀가 야왕에게 물었다.
“북경이 어디 붙어 있느냐?”
잠시 망설이던 야왕은 손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천녀가 이제 막 소멸 직전인 북경왕을 향해 말했다.
“똑똑히 지켜보도록 하거라.”
말과 동시에 천녀가 소매를 펄럭였다.
“검!”
그 순간, 천녀의 검이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어두운 성공을 뚫고 날아갔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의 검에 쏠린 상황.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북경왕이 불안한 표정으로 천녀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검은 곧 현황대세계 북경 상공에 도착했다.
이상한 기분이 든 북경성 사람들이 문득 하늘을 바라본 순간, 검이 천천히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검의 낙하와 함께, 북경성 전체가 천천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목도한 북경왕의 안색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이, 이게 무슨 짓…….”
천녀는 북경왕을 무시한 채, 엽현을 바라보았다.
“똑똑히 보거라. 검수의 검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말을 마친 순간, 천녀가 손바닥을 아래쪽으로 지그시 내리 눌렀다.
북경성 상공, 천천히 내려오던 검이 돌연 지면을 향해 뚝 떨어졌다.
쾅-!
북경성 전체가 와르르 무너짐과 동시에, 성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이 와중에 무수히 많은 검기가 나타나 봉제경과 신경 강자를 닥치는 대로 죽였다.
북경성의 무인들은 천녀의 검 앞에서 한낱 갓난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학살이었다.
이내 가루가 돼 버린 북경성 밖으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봉제경과 신경 강자들은 도망칠 수 없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천녀의 검이 가볍게 몸을 떨자, 무수히 많은 검기들이 북경성 상공에 나타났다.
순간 이 검기들은 마치 소나기처럼 성 안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 죽음의 비 앞에서 봉제경 이상의 강자들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다.
혼돈우주 상공.
이 장면을 보고 있던 북경왕은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말았다. 이것으로 북경은 현황대세계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비록 북경의 모든 무인이 죽은 것은 아니지만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봉제경과 신경 강자들이 몰살당했으니 더 이상 하나의 세력을 이루지 못할 것이 자명한 것이다.
북경왕이 망연자실한 눈으로 천녀를 바라보았다.
“그대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천녀의 정체라도 알고 싶었다.
건드려서는 안 될 자를 건드린 것은 알겠다.
그런데 상대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정도로 강한 자라면 응당 잘 알려져 있어야 하거늘, 현황대세계 강자 중 하나인 자신도 그녀의 정체를 모른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하늘에서 떨어졌단 말인가?
하지만 이런 그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천녀는 북경왕을 무시한 채, 북경성에 있던 검을 회수할 뿐이었다.
이와 동시에 북경왕의 모습은 장내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마지막 소멸의 순간까지도 그의 눈은 천녀를 향하고 있었다.
잠잠해진 장내.
천녀의 시선은 이제 야왕에게로 향했다.
“항복하겠소!”
야왕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항복을 선언했다.
그 역시 북경 지역 최고의 천재 중 하나였다. 여태껏 단 한 번도 패배를 인정해 본 적이 없었다.
단,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만약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눈앞의 여인이 바로 그 신일 것이다.
신에게 항복하는 것을 두고 어찌 부끄럽다 할 수 있겠는가!
“…살고 싶으냐?”
“그렇소!”
야왕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천녀가 야왕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한 줄기 검광이 야왕의 미간 속으로 쑥 들어갔다.
잠시 후 다시 몸 밖으로 빠져나온 검광은 마지막으로 엽현 앞으로 날아갔다.
엽현이 검광을 살펴보니 기이하고 검은 기체가 검광 주변을 춤추듯 맴도는 것이 보였다.
천녀가 엽현을 향해 말했다.
“저 자의 영혼을 담은 것이다. 이제 그의 생사는 네 손에 달려 있다.”
야왕의 생사!
엽현은 곧바로 천녀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녀는 엽현이 야왕을 수족으로 부리길 원하고 있던 것이다.
엽현은 그 성의를 거절하지 않고, 검광을 받아들였다. 그와 함께 북경왕이 남긴 납계도 갈무리했다.
이 와중에 납계 안을 슬쩍 살펴본 엽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이때, 시선을 느낀 엽현이 천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천녀가 소매를 펄럭이자 그녀의 검이 엽현의 앞으로 날아왔다.
“이걸 왜…….”
“네가 두고 쓰도록 하거라. 다만 지금 너의 실력으로는 통제할 수 없기에 세 개의 검기를 안에 넣어 두었다. 위험한 순간이 닥쳤을 때, 세 번 정도는 네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엽현이 기쁜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검을 받아 들었다.
“이제 떠나는 것입니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엽현을 바라보는 천녀의 눈빛이 다소 복잡해 보였다.
“지금 너의 실력으로는 완전히 스스로를 지킬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네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없다. 그러니 앞으로는 매사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거라.”
“반드시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엽현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때, 천녀를 비추고 있던 광막이 서서히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엽현은 그녀가 곧 사라지리라는 것을 알았다.
“어,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습니까?”
“그건…… 우선 강해지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거라.”
이 말을 끝으로 천녀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갔다!
엽현은 천녀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헤어지면 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잠시 후, 엽현은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냈다. 우선은 이 일보다 급한 것이 많기 때문이었다.
엽현은 하늘에 떠 있는 세 척의 전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북경의 봉제경과 신경 강자가 모조리 죽긴 했지만, 그보다 약한 무인들은 여전히 전함 안에 생존해 있었다.
엽현의 시선을 느낀 순간, 전함 안의 무인들이 잔뜩 움츠리면서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이때 엽현이 훌쩍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전함 앞에 멈춰 섰다.
“두 가지 길이 있다. 항복하고 살아남던가, 아니면 죽든가.”
“항복?”
바로 이때, 엽현 앞으로 남자 하나가 걸어 나왔다. 남자가 살기 어린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북경의 무인들로서…….”
엽현이 상대의 말을 다 들어보지도 않고 검을 휘둘렀다.
서걱-!
깨끗하게 잘려나간 남자의 머리가 배 안으로 굴러떨어졌다.
“또 절개를 지키고자 하는 자가 있나? 나와라! 살을 모두 발라 줄 테니!”
엽현의 말에 북경 무인들은 그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너희 모두 가족이 있을 것이다. 만약 너희가 죽어버린다면 남은 가족들은 어찌 살아간단 말이냐?”
“…….”
“만약 여기서 투항하고자 한다면, 너희 가족의 안전은 내가 책임질 것이다. 더불어 북경의 백성들도 해치지 않을 것이다!”
“…….”
북경 무인들이 아무런 반응도 없자 엽현이 노기 띤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엽현이 검을 뽑아든 순간, 전함 안에서 병사 하나가 걸어 나와 엽현 앞에 섰다.
“정말… 북경을 파괴하지 않을 텐가?”
“나, 엽현. 약속은 지킨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병사가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항복하겠소!”
이를 시작으로 전함 안의 무인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 * *
혼돈우주에서 지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성공 중.
천녀가 바둑판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잊었을 때쯤, 천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성공을 바라보며 섰다.
“그가 살면 너희도 살겠고, 그가 죽으면 너희 오유계도 파멸이다.”
* * *
혼돈우주.
질서성의 대전 안, 신주 자리에 앉은 엽현. 그의 앞으로 신국의 모든 강자들이 도열해 있다.
그들의 표정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매우 밝았다. 북경을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신국 무인들의 피해는 전무했고, 오히려 세 척의 전함과 그 위에 있던 북경의 수많은 무인들을 흡수했다.
지금 이 순간, 신국은 유례가 없을 만큼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때, 한껏 들떠 있는 대전 안에 엽현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모두 준비하시오. 곧 북경으로 진격할 것이오!”
순간 대전 내의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상관선아 역시 멍하니 엽현을 쳐다보았다. 엽현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잘 들으시오. 현황대세계는 앞으로도 호시탐탐 혼돈우주를 노릴 것이오.”
바로 이때, 상관선아가 발언했다.
“우리에게 그 소복을 입은 여인이 있는데도 그들이 감히 쳐들어오겠습니까?”
장내 무인들이 모두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강함은 이미 모두의 뇌리에 똑똑히 박혀 있었다.
이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언제까지 외부의 조력에 기대고 있을 수만은 없소.”
천녀가 강하다는 걸 누가 모르는가? 그녀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현황대세계 전체를 충분히 진동케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현황대세계 역시 사유계 최강이라 불리는 무력 집단이었다.
조금 더 신중을 기할지언정, 단 한 명을 상대로 겁을 먹을 자들은 아니었다.
천녀의 강함은 직접 대면해 보지 않고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가 이번에도 그들을 대신해 현황대세계와 싸워 줄지는 엽현조차 모를 일이다.
때문에 지금 혼돈우주는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