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79
679화 가봤자 개죽음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나 엽현의 낯짝이 두껍다고 하던데, 이제보니 진짜 두꺼운 자는 따로 있었구려!”
“신주… 부디 저희의 진심을…….”
“듣기 싫소!”
엽현이 손을 들어 임창행의 말을 끊어냈다.
“말은 바로 해야지. 북경으로부터의 위협이 사라졌으니 다시 돌아온 것이 아니오!”
순간, 임창행의 안색이 어지럽게 변했다.
이때, 엽현이 임창행의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임종주, 내가 그런 말에 속아 넘어갈 정도로 바보인 줄 알았소?”
“신주,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임창행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위기가 왔어도 결코 신국을 버려선 안 됐는데… 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분골쇄신 충성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움을 함께하지 않는 자들과 어찌 영광을 함께 누릴 수 있겠소?”
그 말을 듣자 임창행의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엽현은 천천히 대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막 문을 나서려 할 때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선아, 저들을 혼돈우주 밖으로 내쫓거라. 거부하면 적으로 간주해도 좋다.”
말을 마치자 엽현은 대전 밖으로 사라졌다.
엽현의 명령을 들은 상관선아는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언제나 자신을 존칭으로 부르던 엽현이 갑자기…….
‘선아라고?’
상관선아는 재빨리 고개를 흔들어 잡생각을 떨쳐냈다. 어쨌든 상대는 신주, 자신을 어떻게 부르던 그의 마음인 것이다.
“암위, 이들에게 나가는 길을 안내하시오.”
상관선아의 말과 함께, 이십여 명의 암위들이 임창행의 뒤편에 나타났다.
이때 장내 무인들의 표정에는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상관선아는 그들을 내버려 둔 채 대전을 빠져나왔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 엽현이 했던 말이 맴돌고 있었다.
어려움을 함께하지 않는 자들과는 영광을 나누지 않는다!
* * *
전각을 빠져나온 엽현은 곧장 신무성으로 향했다.
성 안의 어느 방을 찾은 엽현.
그 안에는 백택, 묵운기 그리고 기안지가 모여 있었다.
세 사람을 본 엽현은 다짜고짜 세 사람 앞에 한 무더기의 물건들을 꺼내 놓았다.
그것은 엽현이 최근 획득한 전리품들로 최소 신경 급 보물이었다.
묵운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봤다.
“엽 강도. 이건 또 어디서 훔쳐 온 거야?”
“하하, 하나씩들 골라 봐!”
“아니, 받을 수 없어.”
묵운기가 고개를 젓자 엽현이 의아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뭐 잘못 먹었어?”
“그런 게 아니야. 더 이상 너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하하,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그래도 사람 성의라는 게 있으니 받아 주었으면 해.”
“그렇지만…….”
이때, 바닥에 놓인 보물들을 살펴보던 백택이 눈을 반짝이며 신경급 물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거 괜찮군!”
뒤이어 기안지 역시 방어구처럼 보이는 푸른색 명주실을 골랐다.
두 사람의 하는 짓을 보고 있던 묵운기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이내 물건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다수결 원칙에 의해서 이번 만은 대세를 따르도록 하지!”
“하하하…….”
엽현은 이번에는 백옥병 세 개를 꺼내 세 사람 앞에 내밀었다.
“현황대세계 무인들이 쓰는 단약이야. 체질에 변화를 주는 약과 경지 상승에 도움이 주는 약이 들어있어.”
엽현은 백옥병을 세 사람에게 하나씩 나눠 주었다.
“그럼 슬슬 준비하도록 해. 곧 현황대세계로 떠날 거니까.”
“현황대세계로 간다고?”
묵운기가 놀라며 묻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 셋의 실력으로는…….”
“걱정할 필요 없어. 큰물에서 놀면 그만큼 성장도 빠른 법이니까.”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우리도 따라간다.”
“다들 힘내자. 나는 여전히 언젠가 우리 모두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오리라는 걸 믿고 있으니까!”
그 말에 묵운기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기엔 네가 너무 많이 앞서 있는 거 아니냐?”
강국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네 사람의 실력은 비슷했지만, 그 이후로 엽현과 나머지 세 사람의 격차는 점점 벌어져, 지금은 손에 닿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이에 엽현이 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나도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어쩌겠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잔인한 세상이 날 가만두질 않는걸. 자, 모두 힘내자! 우리 스스로가 이 빌어먹을 운명을 바꿀 수 있을 때까지!”
묵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야. 나도 계속 노력하겠다!”
두 사람이 결의를 다지고 있을 때, 갑자기 기안지가 끼어들었다.
“창란학원의 학생들을 불러들였어. 학원을 이리로 옮길 생각이야.”
창란학원이라!
엽현이 기안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청창계를 벗어난다니, 그거 잘된 일이군.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해. 뭐든 도와줄 테니까.”
“네가 계속해서 원장을 하는 거지?”
“물론이지! 나는 창란학원을 재건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만둘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구!”
“그럼 됐어.”
엽현은 잠시 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는 방을 빠져나왔다. 그가 막 걸음을 옮기려 할 때, 기안지가 그를 따라나섰다.
“안지, 좀 걸을까?”
곧 엽현은 기안지와 함께 검종으로 향하는 길을 나란히 걸었다. 가끔씩 검종의 무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엽현에게 깍듯이 예를 갖췄다.
검종.
검종은 이미 혼돈우주 내에서 예전의 그 초월적인 지위를 회복한 상태였다.
왜냐하면 혼돈우주 내에서 엽현이 검종 종주라는 걸 모르는 자는 없기 때문이었다.
“안지, 요즘에 어떻게 지내고 있어?”
“아주 좋아.”
“너는 어때?”
“나는 뭐, 조금 바쁘긴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아.”
이때, 기안지가 엽현을 향해 물었다.
“아직 돌아갈 생각은 없는 거지?”
“돌아가?”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기안지가 말하는 ‘돌아갈 곳’이 어딘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청창계.
네 사람이 태어나고 자란 곳.
청창계로의 복귀, 엽현은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러기엔 지금의 상황이 다소 복잡했다.
“뭐, 완전히 돌아가는 건 어려울지라도 한 번 들르는 것은 상관없지.”
비록 그들의 위치가 청창계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지금 그들의 실력으로 청창계를 방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반 시진 가량이 지났을 때, 엽현은 기안지와 헤어졌다.
혼자가 된 엽현은 곧장 검종 대전 앞에 서 있는 조각상을 찾았다.
이는 다름 아닌 청삼남의 조각상이었다. 그의 어깨에는 몸이 하얀 작은 아이가 앉아 있었다. 물론 마찬가지로 조각상일 뿐이었다.
눈앞의 조각상을 바라보며 엽현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무언가 생각하던 엽현은 밤이 깊어서야 돌아섰다.
* * *
다음 날.
혼돈우주에 또다시 동이 텄고 이와 함께 여러 척의 전함이 현황대세계를 향해 날기 시작했다.
선두에서 이들을 이끄는 것은 거대한 황금거룡.
거룡의 머리 위에는 엽현이 먼 곳을 바라보며 서 있고, 상관선아와 강구가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현황대세계로 진군!
이 결정은 결코 감정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계속 혼돈우주를 지키고 있는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어차피 현황대세계와 끝장을 봐야 한다면, 이쪽에서 먼저 쳐들어가는 게 낫다는 것이 엽현의 생각이었다.
그야말로 도박이었다.
그러나 도박은 언제나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법이었다.
북경이 멸망한 것은 현황대세계 무인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올 일이다. 그들이 이번 일에 대해 조금이라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엽현의 강행돌파 작전은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엽현이 곁에 있던 상관선아에게 물었다.
“언제쯤 북경에 도착하지?”
“북경이 남겨 놓은 전송진을 이용하면 열흘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열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인들에게 미리 주의를 주는 게 좋겠어. 북경에서 누구라도 함부로 살인이나 약탈을 하면 극형에 처할 거라고.”
“이미 경고해 두었습니다.”
“음?”
엽현이 상관선아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죄, 죄송…….”
상관선아가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긴장할 것 없어. 나는 그저 네가 어떻게 내 생각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했을 뿐이야.”
“그것은… 우리 신국에게는 당연한 일입니다. 정복활동을 할 때 신국은 단 한 번도 학살을 자행한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신주께서도 북경을 완전히 멸망시키는 대신 그곳에 터를 잡기를 원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네 예상이 옳았다.”
상관선아의 생각대로 엽현은 북경을 기반으로 하여 현황대세계에 대항하고자 했다.
“허나,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혹시나 북경이 이미 다른 자들에 의해 점령됐다면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그렇다면 힘으로 뺏어야겠지.”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말입니까?”
“그게 누구든 상관없이.”
상관선아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을 때, 곁에 있던 강구가 대화에 참여했다.
“지금 저들은 우리 배후에 초월적인 존재가 있다고 믿고 있소. 이럴 때 우리가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에 대한 두려움이 사그라질 수 있소. 그러니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 초장에 기선을 제압해야 하는 것이오.”
그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깊은 성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현황대세계와의 조우.
과연 어느 쪽이 먼저 기선제압에 성공할 것인가!
* * *
그렇게 닷새가 지났다.
엽현을 태운 황금거룡은 현황대세계를 향해 순항 중. 그의 뒤를 혼돈우주의 강자들이 따르고 있다.
거룡 앞부분에 서 있는 엽현은 평온한 표정으로 정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번에 그는 자신을 따르는 무인들과 함께 미지의 영역을 침범하려 했다.
현황대세계.
사유계에서 가장 강하고 번성한 세계였다.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궁금증이 떠올랐다.
“아월, 너희는 예전에 현황대세계와 접촉한 적 없어?”
[없다. 그러나 오유계에 있을 때 그들에 대한 소문을 종종 듣곤 했지. 비록 오유계를 돌파하는 데 성공한 자는 없었지만, 현황대세계는 대대로 대단한 무인들을 배출해왔다.]“오유계로 가기 위해선 세 가지 방식이 있다고 했지?”
[그렇다. 그중 한 가지는 바로 두 차원 간에 있는 장벽을 억지로 깨부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무인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가능하지 않지. 사유계에서 이것이 가능한 자는 내가 알기론 검의 주인들 말고는 없다.]탑의 세 자루 검!
엽현은 잠시 세 사람을 떠올렸다. 그는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미 세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었다. 직접 본 그들의 실력은 엽현으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도대체 세 사람은 얼마나 강한 것일까?
그에게 줄곧 엽현에게 하나의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이때 아월이 말을 이어갔다.
[두 번째 방법은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꼼수?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네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계옥탑이 있으면 능히 오유계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계옥탑!
“그럼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오유계로 갈 수 있다는 거야?”
[그렇다.]“어떻게 하면 돼?”
[그런 걸 무엇 하러 물어보느냐? 가봤자 개죽음만 당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