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8
68화 황성 놈들은 악랄하기 그지 없다니
쿠우웅-!
엽현의 신형이 지면에 부딪쳤다. 주변에 큰 진동과 함께, 먼지가 하늘 위로 피어올랐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엽현은 바닥에 큰 대자로 뻗어 실성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영수검이 엽현을 데리고 잠시 올라갔을 때, 이미 떨어지는 힘은 대부분 없어진 상태였다. 비록 그의 몸은 여전히 십여 장 정도의 높이에 위치해 있었지만, 그의 강력한 육신은 그 정도의 충격을 받아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충격이 있긴했지만 그래도 목숨은 건지게 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방금 전의 생사의 갈림길에서 뜻밖에 어검술을 펼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로 말이다!
어검(禦劍)!
이기어검(以氣禦劍)!
얼마간 신나게 웃던 그는 별안간 몸을 일으켜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어느 숲속에 도착한 그는 황급히 나무 위에 올라가 몸을 숨겼다.
엽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
‘누가 운선을 공격한 거지? 그리고 왜?’
그가 생각해낸 첫번째 용의자는 창목학원이었다.
이 강국 전체에서 이런 악랄한 짓을 벌일만한 무리는 창목학원이 유일했다.
그런데 창목학원이 도대체 왜?
바로 이때, 먼 곳으로부터 한 줄기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엽현은 곧장 나무에서 내려와 나무 밑에 납작 엎드렸다. 바로 이때, 엽현의 미간 사이에 (토)’ 라는 작은 글씨가 나타났다.
도칙!
대지와 맞닿은 그는 마치 땅의 일부가 된 것처럼 그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잠시 후, 장내에 한 노인과 여인이 나타났다.
그들의 얼굴을 보자 엽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들은 바로 창목학원의 부원장인 막송과 북신이었다!
막송이 주위를 샅샅이 훑어보더니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왜! 왜, 그놈의 시체가 없는 것이냐!”
“사부,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만 했나 싶습니다. 결국 그 자는 훗날 있을 비무에서 제 손에 죽었을 것인데 말입니다!”
막송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조사 결과는 네 생각만큼 간단하지가 않았다. 준 검도종사에 대검수, 그 외에도 운선에서 취선루의 지배인을 죽이고서도 살아서 두 다리로 운선을 빠져나온 놈이다.
게다가 처음 그의 실력은 너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양계산에서는 너와 대적할 수준에 이르렀다. 그 짧은 시간에 도대체 얼마나 빨리 성장한 것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이 사부는 결코 너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비무에 있어서만큼은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창목학원 천년의 명성은 반드시 우리 손으로 수호해야 하는 것이다!”
북신은 대답 없이 침묵했다.
“너는 다른 생각 할 필요 없다. 너에 대한 청목학원의 믿음은 절대적이라고 봐도 된다. 단지 그 엽현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 게다가 정말로 그 놈이 전설상의 검체(劍體)라면, 머지않아 우리 창목학원의 거대한 적이 될 것이 뻔하다. 마침 그 놈이 혼자인 상태고 안 국사 또한 강국을 떠났으니, 지금이야 말로 그 놈을 죽여 후환을 없앨 적기라고 판단했기에 내 손을 쓴 것이다!”
북신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사부, 만약에, 혹시 만약에 이 일이 밖으로 누설되기라도 한다면…….”
“흥! 누설? 누구도 이번 일에 대해 아는 자는 없다. 혹시 우리 창목학원의 짓이라고 추측은 할 수 있어도, 감히 누가 우리를 공개적으로 지적하겠느냐?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세상에 이 일을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북신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막송이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시체는 어디에 있는 것이냐!”
“어쨌든 그는 어기경에 불과하니, 그 높이에서 떨어져 살아날 가능성은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공중에서 이미 산산이 분해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막송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일리가 있다. 시체 찾는 것은 포기한다. 황성으로 철수하자. 지금쯤이면 분절이 황성에 돌아왔을 것이다. 조만간 창란학원의 제자들에게 지옥의 맛을 보여주려 할 것이다. 만약 엽현이 살아있었다면 분절이 그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볼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좀 아쉽구나.”
막송과 북신은 이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한편, 그들의 말을 모두 엿들은 엽현은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과연, 창목학원 놈들 짓이었군!’
과연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실력은 창목학원에게 두려움을 주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이런 비겁한 수를 쓰다니….”
엽현이 바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치켜 뜬 그의 눈에는 강렬한 살의가 담겨 있었다.
“돌아가면 두고 보자…….”
엽현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 만약 그가 가까스로 어검을 깨닫지 못했더라면, 그는 이미 피떡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이번 일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청성의 세력들은 황성의 세력에 비하면 순진한 사람들이었다는 것!
황성 놈들은 졸렬하고 악랄하기 그지없다는 것!
이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았다.
엽현은 생각을 멈추고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잠시 후, 그는 양계성을 향해 달렸다.
황성 까지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2주일은 걸렸다. 이대로 걸어갈 순 없었다.
그렇게 양계성을 향해 달리고 있는 엽현의 앞에는 영수검이 날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엽현은 어검비행(禦劍飛行)에 번번히 실패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업현은 극적으로 어검에 성공했다. 이후로는 어검술을 이용해 싸우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만으로 그는 또 다른 강력한 살초를 얻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 * *
양계성 막사 안.
한 노인이 강구의 막사로 급히 뛰어 들어왔다.
“저, 전하! 엽 공자가 탄 운선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말을 들은 강구 안색이 변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운선이 공중에서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한 짓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노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사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높이서 떨어진 것으로 보아…….”
쾅-!
강구의 앞에 있던 책상이 그대로 박살났다.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분노에 차 있었다.
“분명 창목학원 놈들 짓이다! 죽여 버려야 해!”
“저, 전하…….”
강구가 노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기병 일백을 보내서 주변을 수색하게 해라. 반드시 그를 찾아야 한다. 반드시!”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막사를 빠져나갔다.
막사에 홀로 남은 강구는 품 안에서 금색 명패를 꺼내들었다. 명패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네가 죽게 되면 창목학원이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반드시!”
강구가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갔다.
“제발, 제발 살아만 있어줘…….”
.어두운 밤이 되었다. 엽현은 조용히 양계성으로 진입했다. 이때 그는 검은 장포를 입고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그는 강구를 찾아가지 않았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지금은 몸을 숨기는 것이 중요했다.
엽현은 취선루로 가서 조심스럽게 운선표를 구매했다.
그로부터 반 시진 후, 한 척의 운선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이내 어두운 밤하늘로 사라졌다.
운선의 일반 객실에 들어선 그는 우선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후, 계옥탑으로 들어섰다.
연검(練劍)!
지금 그가 연마해야 할 검술은 바로 이기어검(以氣馭劍)이었다.
계옥탑 내에선, 한 자루의 검이 끊임없이 번쩍이며 날고 있었다. 그러나 그 비행하는 모습이 굉장히 어지러웠다. 공중에 머무는 시간 또한 극히 짧았다.
아직 어검술이 손에 익지 않은 탓이리라.
그런 건 엽현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때까지 수련하면 될 일이다!
하루 그리고 반나절이 지날 무렵, 운선은 이미 황성에 가까워졌다.
엽현은 여전히 탑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는 미친 듯이 수련에 임하고 있었다. 그는 부단한 연습을 통해 점점 진보를 이루고 있었다.
두 시진 후, 운선은 성내가 훤히 보일 정도로 황성에 접근해 있었다.
* * *
황성 창란학원의 창란전 앞.
엽령은 돌계단에 앉아 작은 인형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엽현의 인형이었다.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가 먼 산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오빠, 보고 싶어…….”
그녀는 엽현이 떠난 후로부터 매일 같이 돌계단에 앉아 한 시진 이상 엽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기안지가 걸어와 엽령의 곁에 섰다. 엽령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언니, 또 배고파?”
기안지가 말없이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손에 들린 인형을 보며 물었다.
“네 오빠야?”
“응! 우리 오빠가 깎은 거야. 멋있지? 헤헤…….”
바로 그때, 갑자기 기안지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 곳에서 한 명의 남자를 필두로 십여 명의 무인이 천천히 그들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창목학원 학생들이었다!
기안지는 가장 앞에 있는 남자를 보고는 안색이 급히 어두워졌다.
분절(焚絶)!
그는 바로 북신과 함께 현재 창목학원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분절이었다!
분절이 기안지를 향해 물었다.
“엽현?”
기안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없다.”
이제 분절이 눈을 찡그렸다.
“내가 황성에 없는 동안 창목학원 학생들을 여럿 죽였다고 들었다. 누가 그런 배짱을 주었느냐?”
순간, 분절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와 함께 기안지 앞의 땅이 갈라졌다.
이에, 기안지가 도를 꺼내들고 곧장 휘둘렀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기안지의 신형이 내전 안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분절이 계속 출수하려는 때, 뒤에 있던 창목학원의 학생 하나가 엽령을 가리키며 그에게 말했다.
“저 계집아이가 바로 엽현의 동생입니다. 저 아이가 여기 있으니, 엽현 또한 이곳 어딘가 숨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분절이 엽령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엽령이 황급히 달아나려는 찰나, 분절이 어느새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분절은 그대로 엽령의 머리채를 강하게 휘어잡았다. 그 고통에 엽령은 곧바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때, 몸을 일으킨 기안지가 곧바로 자신의 도를 들고선 분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기안지는 다시 신형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분절이 엽령을 방패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안지가 살기등등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비겁한 자식!”
“비겁? 하하하!”
분절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장내를 울리다가 어느 순간에 뚝 그쳤다.
“나는 단지 네가 죽길 원하지 않을 뿐이다. 가서 엽현에게 전해라. 지금으로부터 한 시진 내에 창목학원으로 와서 목을 바치지 않는다면, 창산 위에 또 다른 시체 한 구가 더해질 것이라고!”
분절이 엽령을 끌고 돌아서려 하자, 기안지가 외쳤다.
“겨우 어린 여자아이를 인질로 삼으려 하다니, 너희 청목학원은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되도 상관없다는 것이냐!”
순간, 분절의 눈빛이 차갑게 물들었다.
“비웃음거리? 누가 감히 창목학원을 비웃을 수 있단 말이냐?”
“사내가 되어서 이런 방법이나 쓰다니, 스스로가 너무 치졸하다고 생각지 않느냐?”
“훗, 대장부는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려선 안 된다. 더 이상 너와 말싸움 하고싶지 않구나. 한 시진 후, 엽현을 창산 밑으로 불러와라. 그러지 않으면 이 계집애는 창란학원의 수많은 시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엽령을 데리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기안지는 황급히 품 안에서 전음석(传音石) 하나를 꺼내 으스러뜨렸다.
분절 일행이 사라진지 오래되지 않아, 하나의 그림자가 빠르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광풍처럼 내달리는 그의 얼굴에는 큰 미소가 만연했다.
“하하하하! 령아! 오빠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