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84
684화 선전포고
엽현이 막 대답하려는 찰나, 대전 안으로 한 줄기 밝은 검광이 들이닥쳤다.
잠시 후, 검광이 빠르게 사그라들더니, 등에 검을 지고 있는 노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 선검종은 오래전부터 엽 공자의 검도가 대단하다는 말을 들어왔소. 하여 그대를 초대해 검과 도에 대해 토론하고자 하는데 감히 용기를 낼 수 있겠소?”
선검종!
노인의 도전적인 태도를 보자, 엽현이 웃으며 상관선아를 돌아보았다.
“선검종이 우리의 수고를 덜어 주는구나. 지금부터 선검종은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
상관선아가 노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겠습니다.”
엽현이 검수 노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정말 토론하길 원한다는 건가, 아니면 시비를 거는 건가?”
“만약 그럴 용기가 없다면 거절해도 좋소!”
“오란다고 두말없이 가게 되면 북경왕 체면이…….”
“그렇다면 겁먹은 걸로 간주하겠소!”
바로 이때, 엽현의 모습이 흔들리더니, 한 줄기 검광이 장내에 번뜩였다.
이에 정면의 검수 노인이 황급히 검을 뽑아 들었다.
쉭-!
순간, 노인의 검이 두 동강 남과 동시에 검을 들고 있던 팔마저 피를 뿜으며 잘려나갔다.
“너…….”
대경실색한 노인이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엽현의 검 끝이 노인의 목을 뚫고 나왔다.
서걱-!
그대로 힘없이 잘려나가는 노인의 머리!
엽현이 피에 절은 노인의 머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지금 이 순간 부로 북경은 선검종에 선전포고하는 바이다!”
북경이 선검종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북경의 갑작스런 선전포고 소식은 현황대세계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 누구도 엽현이 선검종에게 선전포고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선검종이 어디 변방의 작은 세력이 아니었다. 현황대세계 내에서 실력으로 당당히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종파였다.
그런 선검종에 갑자기 전쟁을 선포하다니, 엽현은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일까?
설마 현황대세계를 제패하기라도 하겠단 말인가?
선검종.
현황대세계 남쪽에 위치한 선검종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검계(劍界).
오래 전 검계에 자리 잡은 이래로 무수히 많은 강자들을 배출한 선검종은 자타공인, 현황대세계 최강의 검수 종문이다.
이런 명성을 쌓아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수만 년 전 선검종이 배출해 낸 한 미지경 강자 덕분이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청운검제(聽雲劍帝).
선검종 내에는 이 불후의 검수를 기리기 위한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비록 선검종의 위세가 지난날만 못하다 할지라도 그 저력은 아직 이 조각상처럼 굳건하게 남아있던 것이다.
* * *
선검전(仙劍殿).
대전 안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그중 청색 장포를 입고 있는 중년인.
장발을 뒤로 넘긴 중년인의 얼굴은 매우 아름다웠고, 얼굴엔 있는 듯 없는 듯한 그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 위에는 한 줄기 작은 검광이 어지러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이 자가 바로 선검종 종주인 검십봉(劍十鋒)이었다.
현황대세계에는 젊은 고수들을 나열해 놓은 현황신무방 외에도 기성 고수들의 순위를 매겨 놓은 지존방(至尊榜)이 존재했다.
이 지존방에 이름이 오를 수 있는 자들은 너무나 당연히 현황대세계 최강자들뿐.
얼마 전 죽음을 맞이한 북경왕은 이 지존방 서열 칠 위에 오른 강자였다.
그리고 지금 보이는 이 검십봉은 그보다도 더 높은 오 위.
중년인의 정면에서 멀지 않은 곳, 한 노인이 자리하고 있다.
노인은 거대한 검은 장포 소매에 두 팔을 숨겨 놓은 상태로 등 뒤에는 보기만 해도 패도 넘치는 검은 철검을 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노인의 오른편에 서 있는 한 젊은 남자.
이십 대 전후로 보이는 남자는 백의 장포를 입고서 팔 안에 장검 한 자루를 품고 있다.
그는 바로 현황신무방 서열 육 위 월금조(越今朝).
“그 어린 녀석이 곧바로 선검종에 선전포고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군!”
검십봉이 웃으며 월금조를 향해 물었다.
“금조,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자가 이리도 거침없이 행동하는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로, 엽현 배후의 강자는 어쩌면 마음대로 모습을 드러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두 번째, 이와 관련하여 그는 현황대세계 전체와 심리전을 하려는 것입니다.”
“상세히 말 해 보거라.”
“그 소복 차림의 여인이 강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모종의 이유로 엽현과 동행할 수 없다는 가정을 했을 때, 엽현이 할 수 있는 것은 몸집을 부풀려 허장성세를 하는 것입니다. 과장된 행동을 하여 우리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서 자신이 우위에 서려는 것이지요.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우리 선검종은 차치하고라도 다른 세력들은 그를 함부로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너는 어찌 엽현의 배후가 출수하지 못하리라 생각하는 것이냐?”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녀는 지금까지 단 두 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첫 번째는 북경 원정군 총사령관을 죽일 때, 그리고 두 번째는 북경왕을 죽일 때였지요. 이 두 번 모두 그녀의 본체는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던 것도 북경왕이 먼저 그녀를 찾았기 때문이지요. 이 사실들로 감히 유추해 보건대 엽현은 자신이 먼저 그 여인에게 접촉할 수 없음이 분명합니다.”
“어찌 확신하느냐?”
“그저 추측일 뿐입니다.”
검십봉은 질문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종주, 감히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월금조가 묻자 검십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보거라.”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자를 적으로 돌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듯합니다. 그 여인의 경지는 최소 등봉경 이상일 것입니다. 그런 여인이 엽현의 복수를 하겠다고 덤벼들면 선검종의 손실도 적지 않을 것이며, 최악의 경우 현재의 위치에서 내려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설령 엽현을 죽이고 신물을 차지한다 한들 그 신물을 지킬 힘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검십봉이 웃으며 대꾸했다.
“네 말이 옳다. 오유계의 신물을 얻는다고 해도 지킬 힘이 없다면 결국은…….”
바로 이때, 검십봉이 갑자기 말을 끊었다.
“남산 장로, 금조. 그대들 먼저 내려가도록 하시오.”
그 말에 노인과 월금조가 예를 차리고는 대전을 빠져나갔다.
두 사람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내에 여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십 전후로 보이는 여인은 하얀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치마에 수 놓인 검은 늑대 한 마리가 날카로운 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여인은 용모 또한 흠잡을 데 없었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아름다운 몸매까지, 미인의 조건에 완벽히 부합했다.
검십봉이 여인을 응시하자 여인이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백옥병 하나가 검십봉을 향해 날아갔다.
백옥병을 확인한 검십봉은 한순간이었지만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기(祈) 소저, 등봉단(登封丹)이 왜 반 톨 밖에 되지 않소?”
“안심하세요. 일이 끝나면 나머지도 드릴 테니.”
“도대체 엽현의 배후는 어떤 인물이오?”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검십봉은 고민 끝에 백옥병을 여인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선검종은 이 일에서 빠지겠소.”
“…….”
“물론 더 높은 경지에 이르고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선검종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는 일이오.”
“등봉단은 이제 현황대세계에 열 알도 남지 않았어요. 만약 이 약이 없다면 그대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등봉경(登封境)에 오르지 못할 것입니다.”
“…….”
“검 종주께서도 지경과 등봉경의 차이를 잘 알고 있겠지요?”
등봉경!
그 말에 검십봉이 크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대가가 너무 크오! 선검종은 결코 엽현의 배후를 당해낼 수 없소!”
“대가?”
여인이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등봉경이 되면 선검종보다 열 배는 더 강한 종문을 새로 만들 수 있을 터인데, 여기서 그만두겠다는 겁니까? 게다가 그녀는 우리가 나서서 처리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북경왕의 말로를 벌써 잊은 것이오?”
검십봉의 말에 여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 우둔한 자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가 죽음을 맞이한 이유는 멍청하게도 스스로 그 여인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혼돈우주는 물론 엽현도 이미 그의 손에 떨어졌겠지요.”
“…….”
“검 종주, 아마도 이번이 그대가 등봉경에 이를 인생 마지막 기회일 것입니다. 그대가 정 원하지 않는다면 저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여인을 바라보는 검십봉의 눈매가 다소 무거워졌다.
“신 소저, 그대들은 어찌하여 직접 그를 노리지 않는 것이오?”
“훗, 왜냐하면 우리 목표는 엽현이 아닌 그 여인이니까요.”
“…그 여인의 경지는 도대체 어느 정도요? 설마 정말로 미지경인 것이오?”
여인이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는 모르나 최소 등봉경 이상일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만약 그녀가 미지경이라면 북경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단숨에 현황대세계 전체를 삭제해 버렸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그럴 실력이 없거나, 현황대세계의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는 증거겠지요. 게다가 사유계에 미지경 강자가 나타난다면 ‘그들’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미지경 강자가 아니라면 우리가 두려워할 이유가 있나요?”
“신 소저, 또 궁금한 것이 있소. 도대체 그 물건은 어디에 사용하는 것이오?”
“후후, 그 물건이 있으면… 오유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유계!
그 말을 들은 순간 검십봉이 눈이 번뜩였다.
“오… 과연…….”
사실 이는 검십봉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 정도로 대단한 이유가 아닌 이상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소복의 여인을 건드리려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유계로 건너간다는 것은 무인이라면 누구나 혹할만한 일이었다. 특히 사유계에서는 더 이상 발전할 곳이 없는 노괴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거품을 물 만한 일이었다.
간단히 말해 오유계는 그들의 인생 목표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검 종주, 시간을 더 드려야겠습니까? 아니면…….”
“완전한 등봉단을 주시오!”
“좋습니다.”
검십봉이 돌연 결심이 선 모습을 보이자, 여인이 두말하지 않고 백옥병 하나를 날렸다.
잠시 손안에 들어온 백옥병을 바라보던 검십봉이 소리쳤다.
“선검종 전원은 듣거라! 이 시각부로 선검종은 북경의 선전포고를 받아들인다!”
이 모습을 보자 여인이 가볍게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선검종의 선전포고!
이 소문이 돌자 현황대세계는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막 북경에 자리 잡아 굴기하려는 엽현과 이미 오랜 세월 현황대세계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해 왔던 선검종이 서로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이는 한동안 현황대세계의 평화로운 시간이 곧 끝난다는 의미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세력들은 대단히 반기는 모양새였다. 모두가 눈치만 보는 와중에 드디어 앞장서는 자가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