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98
698화 육신 강화!
혈맥지력!
그 말을 들은 엽현은 황급히 혈맥을 개방했다. 곧 그의 전신 곳곳에서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쾅-!
강대한 폭발이 엽현의 체내에서 일어나고 이 충격으로 염가가 뒤로 미끄러지듯 밀려났다.
재빨리 엽현 쪽을 바라본 염가는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혈맥지력이 정혈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아닌가.
당황하기는 엽현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종류의 피가 몸에 들어오기만 하면 격렬히 반응하던 혈맥이 소녀가 준 정혈을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심지어 잠시 후, 소녀의 정혈이 천천히 그의 혈맥 속에 녹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정혈이 스스로 혈맥 속에 녹아들자 다행히도 엽현의 육신 역시 점점 안정을 되찾아갔다.
이를 느낀 엽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염가 역시 그제야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만큼 방금 전 상황이 대단히 위험했던 것이다.
한 가지 의문점은 어째서 정혈이 스스로 혈맥 안에 녹아들기를 선택했느냐는 것이었다.
한 차례 위기가 지나고, 엽현의 기운은 점점 강해져 갔다. 이와 함께 그의 신체에도 기이한 변화가 매우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있었다.
한편, 변화는 계옥탑 이 층에 있던 제견에게도 발견되었다.
그 역시 소녀의 정혈을 흡수하고 있던 것이다.
정혈의 힘을 흡수한 제견은 전신의 털이 점점 검은색 비늘 형태로 변해갔다.
계옥탑 오 층.
아래쪽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소령이 콧노래를 부르며 영과에 물을 주고 있었다. 지금의 계옥탑은 일 층부터 칠 층까지 온갖 종류의 영과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상태였다.
잠시 후, 물주기를 마친 소령은 손바닥을 탁탁 털고는 문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가 곧바로 도착한 곳은 바로 팔 층 입구.
팔 층으로 들어가는 문은 다른 층들과는 달리 붉은색으로 되어 있었다.
게다가 문 위에는 온통 깊은 검흔이 새겨져 있었다.
한참 동안 가만히 선 채로 문을 응시하는 소령.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잠시 후, 소령은 문득 문 위에 깊게 패인 검흔에 눈을 가져다 댔다. 검흔 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짙은 어둠뿐이었다.
바로 이때, 소령이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뒤로 자빠졌다.
뒤이어 벌떡 일어난 소령은 천녀의 검을 꼭 붙들고 문을 향해 겨눴다.
“너… 도대체 누구야…….”
이때 문 안쪽에서 가벼운 진동이 느껴졌다.
이에 소령이 자리에서 펄쩍 뛰고는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온 그녀의 손에는 네 자루의 검이 들려 있었다.
천녀의 검을 포함해 소칠의 검, 엽현의 천주검 그리고 진혼검까지!
네 자루의 신병!
네 자루 검을 들고서 문을 노려보던 소령이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너, 나랑 한번 해 볼 테냐!”
“…….”
“아니면 다른 데로 가 주면 안 될까? 여기는 내가 써야 하는 땅이라…….”
“…….”
다음 날.
계옥탑 일 층의 엽현이 돌연 번쩍 눈을 떴다.
쾅-!
그의 몸 전체에서 흘러나오는 강대한 기운!
엽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허공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쾅-!
공간에 커다란 파동이 일면서 계옥탑 전체가 크게 휘청였다.
힘!
엽현은 눈을 감고서 전신에서 용솟음치고 있는 강력한 힘을 느껴보았다.
지경(至境)!
소녀의 정혈을 흡수한 그는 단숨에 지경 급 육신을 갖게 되었다. 그것도 그냥 지경이 아닌, 지경 절정의 육신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경지는 성경을 지나 조화경이 된 상태였다.
조화경(造化境).
성경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이렇게나 빨리 조화경에 이를 줄이야.
과연 정혈에 담긴 힘은 그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엽현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경지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줄체경으로 시작해 연역경, 내장경, 겸수경, 불식경, 기변경, 금신경, 어기경, 능공경, 통유경, 신합경, 만법경, 진만법경, 어법경, 진어법경, 파공경, 원경, 음경, 무상지경, 성경, 조화경, 도경, 시도경, 지도경, 증도경, 장도경, 천도경, 봉경, 신경, 지경, 반보등봉경, 등봉경, 반보미지경, 미지경.
그리고 먼 길을 돌아 그는 이제 조화경에 이르게 되었다.
경지 방면에 있어 그는 확실히 다른 무인들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
다만 단순 경지를 통해 강약을 가늠하는 것은 그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는 역경수련을 통해 남들보다 훨씬 먼 길을 돌아온 데다가 육신만 놓고 보자면 지경 절정에 이르는 강철 몸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등봉경 강자와 마주친다면 도망치는 방법 말고는 없겠지만, 반보등봉경 정도라면 충분히 해 볼 만한 상황이었다.
한편, 엽현의 앞으로의 목표는 도경을 돌파하는 것이었다.
경지는 육신과 마찬가지로 무도의 근본이라 할 수 있다.
경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강한 육신과 무기가 있더라도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이성하와 맞붙을 당시, 그의 경지가 봉제경이었더라면 의심할 여지 없이 일검무량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때 엽현이 염가를 향해 말했다.
“염가, 오유계 역시 경지의 구분이 있나?”
염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쪽 세계와 비슷한 형식인가?”
“그렇지 않다. 그곳과 이곳의 개념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공간, 물질, 시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르니 네가 아는 경지의 개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흠… 그렇군. 참, 이 탑의 도칙이 아홉 개가 존재하는 게 맞지?”
“그래.”
“만약 그 아홉 개를 다 모으면 어떻게 되지?”
염가가 잠시 뜸을 들이고는 대답했다.
“만약 네가 아홉 도칙을 모두 모은다면… 이 세상에서 널 죽일 수 있는 자는 단 한 종류 부류만 남게 될 것이다.”
“어떤…….”
“천녀 같은 자들. 다시 말해, 거의 무적이 된다고 볼 수 있지. 왜냐하면 널 죽일 수 있는 자들은 대부분 네 편에 서 있다는 얘기니.”
“…….”
“어쨌든 모든 도칙을 하나로 모인다면 너는 계옥탑의 진정한 위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계옥탑이 언젠가 영지(靈智)를 회복하면 너희는 어떻게 되는 거지?”
“다시 이 탑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되겠지.”
“반항할 순 없나?”
염가가 고개를 저었다.
“탑 안에 우리를 구속하는 물건이 존재한다.”
이에 엽현이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음… 이렇게 하는 건 어때? 너희가 나를 대신해서 다른 도칙들을 모아 와 준다면, 훗날 내가 탑 주인의 이름으로 너희를 모두 풀어주겠다.”
“…….”
“물론 너를 포함한 다른 도칙들은 탑에 구속당하는 걸 싫어하겠지만, 탑이 완전히 정신을 차리게 되면 어차피 끌려올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엽현이 염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 날 도와줘. 그럼 내가 너희를 도와줄게.”
“후… 사실 나와 아월 역시 이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었다. 우리 둘 모두 네가 탑을 장악한 후에 우리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있다. 다만 그때가 되면 네가 변심할까 두렵구나.”
“왜 그렇게 생각하지?”
“무적에 가까운 힘을 포기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느냐?”
“염가, 아직도 내 성격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나는 한 번 뱉은 말은 신용을 지킨다. 게다가 나는 정말이지 너희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참을 골몰히 생각하던 염가가 마침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가 한 번 찾아보겠다. 단, 그들이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고마워, 그걸로 충분해.”
“대신 엽령을 데려가겠다.”
“령이를? 왜?”
“마음에 드니까.”
염가가 웃으며 말하자 엽현은 그 말을 이해했다.
염가는 엽령을 맡아 키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네 동생과는 뭔가 통하는 게 있다. 그녀 역시 나와 똑같이 느낄 것이다.”
“령이를 선택해줘서 오히려 내가 고맙군.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혹시라도 밖에서 강적을 만난다면…….”
염가가 엽현의 고민을 알고 있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
“걱정 말거라. 내가 오유계의 도칙이란 걸 잊은 것이냐? 게다가 밖에 나가자마자 기운을 숨길 것이니 내가 원하지 않는 한은 누구도 우리를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안심이 되는군. 령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테고 말이지.”
염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엽현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꼭 살아남아야 한다. 네가 죽으면 이 세계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그건 계옥탑도 마찬가지. 그때 이 탑이 소멸하지 않았던 것은 아마 너와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아무튼, 탑이 소멸하게 되면 우리 역시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가만있지 않을 거란 것이다.”
말을 하는 중, 염가의 표정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엽현이 죽는다면 그녀가 과연 무슨 짓을 벌일까?
염가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염가는 엽령과 함께 계옥탑을 떠났다.
그들의 임무는 도칙을 찾는 것.
사실 염가와 아월은 이미 도칙을 찾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엽현의 상황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천녀의 존재가 있긴 하지만, 그녀라고 항상 엽현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엽현이 죽는 것은 도칙들의 입장에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계옥탑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엽현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뒤에 천녀가 있기 때문이긴 하지만.
두 여인이 떠난 후, 엽현은 탑을 빠져나왔다.
바깥세상으로 돌아온 엽현이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상관선아였다.
“진행 상황은?”
“지금까지 알아본 바로는 도문, 무족, 현황주 모두 동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근접한 자는?”
“셋 모두 가능성이 있지만, 현황주가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황주?”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현황대세계 내의 혼란이 발생하면 가장 득을 보는 것이 바로 현황주입니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현황계는 이미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지 오래인 데다가, 소동을 일으킬만한 실력도 없으니 말입니다.”
“일단 헌원가부터 살펴봐야겠다.”
곧 엽현은 상관선아의 앞에서 사라졌다.
대전에 홀로 남은 상관선아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엽현은 여전히 헌원가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던 것이다.
하지만 누가 그를 막을 수 있으랴. 애당초 엽령을 건드린 것이 실수인 것을.
헌원가가 엽현의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 * *
그의 말과는 다르게 엽현은 곧장 헌원가로 향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도착한 곳은 바로 현황계였다.
대전 안.
현황주와 마주 보고 서 있는 엽현.
“그대 짓이오?”
엽현의 무례한 태도를 보자, 현황주 곁에 있던 노인이 살기 넘치는 눈으로 엽현을 노려보았다.
이때 엽현이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던 현황주가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한 짓이 아니오.”
엽현은 현황주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동시에 그의 오른손은 이미 허리춤의 검 위에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이를 보자, 노인이 엽현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엽 왕, 정말 내가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게요?”
“…….”
“아니면 누군가 그대에게 그녀를 납치한 것이 나라고 알려 준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