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699
699화 드디어 연합인가
엽현이 말없이 현황주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에 노인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순간, 강대한 기운이 그의 전신을 타고 흘러나왔다.
반보등봉경!
이뿐 아니라, 어느새 엽현의 뒤에는 네 명의 흑의인이 위치해 있었다.
모두 지경 절정의 강자였다.
그러나 현황주가 가볍게 손짓을 하자,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현황주 앞의 노인은 요지부동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때 현황주가 웃으며 말했다.
“양로(陽老), 그만하거라. 너는 그의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양로는 엽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전하는 결코 네 누이를 노리지 않았다!”
양로가 근엄하게 외친 순간,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양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정면으로 일권을 내질렀다.
쾅-!
순간, 강대한 기운이 날아와 양로를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그가 황급히 자리에 멈춰 선 순간, 엽현의 검은 이미 현황주의 미간을 향하고 있었다.
“네 이노옴! 전하의 손가락 하나만 건드려도 널 씹어 먹어 버릴 것이다!”
양로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엽현은 검을 거두지 않았다.
“그대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지?”
“후후, 듣던 대로 성격이 급하구려. 그대가 궁금한 것을 내가 알려줄 수 있소.”
현황주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엽현 앞쪽에 커다란 광막이 생성됐다.
이윽고 광막 위에 헌원기와 헌원가 무인 한 명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들은 엽령을 옆구리에 끼고서 구름 속을 내달리는 중이었다.
바로 이때, 그림자 하나가 두 사람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두 사람이 깜짝 놀라 출수를 준비하려는 순간, 그림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때 사라진 것은 그림자뿐만 아니라, 엽령도 함께였다.
엽령이 사라지자 헌원기 등은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이때 화면이 중단됐다.
엽현이 현황주를 돌아보자 현황주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계속 보시오.”
엽현이 다시 광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때 흑의인이 다시 화면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 구름 속에 도착한 그는 그곳에서 노인을 만났다. 티끌하나 묻지 않은 백의를 입은 노인은 양손을 뒤로 하고 있었고, 흑의인을 등지고 있는 탓에 얼굴을 확인할 순 없었다.
흑의인이 노인에게 가볍게 예를 차린 후, 대화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흑의인은 엽령을 데리고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흑의인이 사라진 후, 뒤를 향해 서 있던 노인이 갑자기 화면을 향해 뒤돌아섰다.
그 순간, 그의 눈에서 벼락같은 것이 튀어나오더니 화면은 그대로 어둡게 변해버렸다.
다시 고요해진 장내.
“저 노인은 누구요?”
“…나도 모르는 사람이오.”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 현황주가 물었다.
“그대는 정말 현황대세계에 대해 다 알고 있다 생각하시오?”
“그게 무슨 소리요?”
“후후, 이 세계는 그대 생각보다 매우 크고 깊은 곳이오. 심지어 현황계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도 진정한 의미의 통일을 이룬 것은 아니었소. 그만큼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 이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세력들이 존재한다는 뜻이오.”
“…정말로 저자가 누군지 모르는 것이오?”
현황주는 대답 없이 엽현을 응시했다.
그러자 엽현은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돌아섰다.
잠시 후, 엽현이 대전 밖으로 사라지고, 현황주 곁에 있던 양로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엽현의 실력은 이전보다 강해져 있었다. 만약 제대로 싸운다면 자신이 현황주를 지켜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성장이 정말로 빠르군.”
“어느 경지에 이른 것을 보이십니까?”
“구체적으로 알 순 없지만… 재능이 대단한 것만큼은 확실하구나.”
“휴… 아무래도 헌원가는 화를 면하기 어려울 성싶습니다.”
“그들의 저력을 얕볼 순 없다. 검무문 역시 마찬가지고. 다만 엽현의 배후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배후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게다가 일전의 그 소녀는 정말이지…….”
양로의 말에 현황주가 고개를 흔들었다.
“나 역시 이해할 수가 없구나. 어디서 그런 강자가 갑자기 나타난 것인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닐 텐데 말이다.”
“천기를 훔쳐보면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부질없는 짓이다. 우리는 이곳에 앉아서 엽현과 헌원가 중 누가 한 수 위인지 지켜보기나 하자꾸나.”
* * *
반 시진 후, 현황주의 예상대로 엽현은 헌원계에 도착해 있었다. 그가 막 출현한 순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헌원무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헌원무가 말없이 엽현을 응시하자, 엽현이 두 눈을 감으며 먼저 운을 뗐다.
“그녀를 불러와라.”
“…엽현, 네가 정녕 죽고 싶은 게냐?”
“그녀를 불러오라 했다!”
엽현이 악에 받친 모습으로 소리쳤다. 이에 헌원무가 무어라 대꾸하려는 순간, 엽현 앞에 헌원기가 나타났다.
헌원기의 등장을 본 순간 현원무의 안색이 급변했다.
“너, 네가 여길 왜 왔느냐? 어서 돌아가지 못할까!”
헌원무에 외침에도 헌원기는 고개를 저으며 엽현을 향해 대화를 시도했다.
“엽현, 내가 네 동생을 납치한 것은 맞다. 하지만 결코…….”
바로 이때, 엽현의 모습이 사라짐과 동시에 한 자루 검이 헌원기의 미간을 관통했다.
푹-!
그대로 몸이 뻣뻣하게 굳은 헌원기.
헌원무 역시 멍청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때 엽현이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헌원기를 향해 소리쳤다.
“내 동생 몸에 손을 댄 자들은 누구든지 죽는다!”
헌원기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자신이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죽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엽현의 검은 순식간에 그녀의 육신뿐 아니라, 영혼에도 타격을 주었다.
헌원기는 급격히 희미해지는 자신의 몸을 보며 죽음을 직감했다.
문득 지금까지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자 입가에 쓴 웃음이 피어났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헌원기는 결국 영면에 들고 말았다.
“엽현!”
헌원기의 죽음을 바라보던 헌원무가 마침내 폭발했다.
“건방을 떠는 것도 여기까지다!”
쾅-!
순간,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공간을 부수며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엽현은 무심한 얼굴로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쾅-!
두 사람의 기운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 엽현은 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헌원무는 삼십여 장을 뒷걸음질 쳤을 뿐이다.
그러나 헌원무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어떻게… 더 강해질 수 있는 게냐!”
마지막으로 엽현과 마주한 것은 불과 며칠 전이었다.
그 사이에 자신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아낼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헌원무는 놀라는 한편, 가슴 깊은 곳에서 살의가 일었다.
지금 엽현을 처치하지 못하면 헌원가의 미래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고 잘못을 빈다면 혹시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헌원가가 그럴 수 있는가?
명가는 무너질지언정 비굴하게 굴지 않는다.
수만 년 동안 현황대세계의 강자로 군림해 왔던 헌원가가 적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엽현은 헌원가를 용서할 수 있느냐?
그것 또한 아니었다.
자신들이 엽령을 건드린 그 순간부터 엽현과 헌원가는 견원지간이 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헌원무가 엽현을 바라보며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점점 강대한 기운이 그의 팔을 타고 주먹으로 몰려들었고, 이와 함께 사방의 공간이 지진이 일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의 정면, 엽현이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쥔 손을 고쳐 잡았다.
마찬가지로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검세가 주변 공간을 잠식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순간, 헌원무가 움찔하더니, 순식간에 천 장 뒤로 후퇴했다.
검기!
그는 본능적으로 앞서 보았던 강력한 검기가 날아들 것을 감지한 것이다.
헌원무가 엽현에게서 두려움을 느끼는 두 가지였다.
그것은 바로 계옥탑과 일전에 등봉경 강자를 살해했던 일검무량이었다.
경계마저 무시하는 그때의 그 일검은 헌원무에게도 크나큰 위협이었던 것이다.
한편, 헌원무가 물러나는 것을 본 엽현은 검을 거두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헌원무 정도 되는 강자가 마음먹고 피하기 시작하면 제아무리 일검무량이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엽현이 떠나고,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헌원무의 표정은 숯을 태운 듯 어둡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엽현을 잡아 둘 엄두는 나지 않았다. 현재의 엽현은 등봉경 강자라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끙…….”
입 안에 쓴맛을 느끼며 돌아선 헌원무.
바로 이때, 돌연 그의 앞 공간으로부터 가벼운 파문이 일었다.
잠시 파문에 귀를 기울이던 헌원무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엽현… 네가 언제까지 발버둥 칠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
이 말을 끝으로 헌원무는 자취를 감췄다.
* * *
헌원가를 떠난 엽현은 곧장 검무계로 날아왔다.
둘 사이에는 아직 정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검무계에 도착한 그의 앞에 놓인 것은 하늘 전체를 뒤덮은 진법이었다.
잠시 정면을 응시하던 엽현이 검을 뽑아 들었다.
쉭-!
제법 강하게 휘두른 것 같았으나, 검진은 가볍게 울기만 했을 뿐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기분이 언짢아진 엽현이 이번에는 천주검을 꺼내 들고서 힘껏 내리쳤다.
쾅-!
이번에는 방금 전보다 효과가 있었는지, 진법에 깊은 균열이 일었다.
다만 이는 순식간에 정상으로 회복되고 말았다.
이후로도 몇 차례나 연속해서 검을 휘둘러보았으나, 진법은 요지부동이었다.
전혀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최후의 수단으로 꺼내 든 것은 공간도칙. 공간도칙의 힘을 뒤집어쓴 엽현은 항상 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진법 안을 통과하려 했다. 하지만 진법은 그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진법은 눈에 보이진 않는 공간마저 단단히 봉쇄해 놓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하릴없이 진법 앞을 서성이던 엽현은 결국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과연 수만 년의 전승을 이어온 세력답게 그럴싸한 한 수를 갖추고 있었다.
한편 엽현이 떠나자, 진법 안쪽에 있던 창기와 고경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미리 엽현이 돌아올 줄 알고 대비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오늘 검무문의 운명은 어찌 될지 몰랐다.
“그분께서는 어찌하고 계십니까?”
“조금 전 떠나셨소.”
“어디로 말입니까?”
“헌원가.”
‘연합?’
“우리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럴 리야 있겠소?”
창기에게 대답한 고경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마침내 현황대세계 세력들이 엽현과 그 배후를 치려고 결정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