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02
702화 항상 조심해!
이때 소칠이 아부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아부 장로, 이 친구가 원래 조금… 없이 사는 친구입니다. 그러니까…….”
“하아…….”
아부가 한숨을 쉬며 소매를 펄럭였다. 그러자 손바닥만 한 비늘이 엽현 앞에 떨어졌다.
“이게 무슨 물건입니까?”
“피 한 방울을 먹여라!”
아부가 시큰둥하게 대꾸하자, 엽현이 서둘러 피 한 방울을 비늘 위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비늘이 두어 번 꿈틀거리더니 묵광으로 변해 순식간에 엽현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
쾅-!
엽현의 몸 안에서 커다란 기운이 휘몰아치더니, 이윽고 그의 몸 위에 검은 비늘로 된 갑옷 하나가 나타났다.
이 정체 모를 갑옷은 멋있어 보이지도 않았을뿐더러 부피만 큰 것이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엽현의 뾰루퉁한 표정이 아부의 눈에 포착됐다.
“어찌, 맘에 들지 않는 게냐?”
“그런 게 아니라…….”
바로 이때, 아부가 돌연 엽현이 들고 있던 천주검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엽현을 향해 휘둘렀다.
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엽현의 신형이 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이때 비늘갑옷 위에 깊은 검 자국이 패여 있었는데, 이는 순식간에 원래 상태로 되돌아왔다.
이 장면을 목격하자 엽현은 깜짝 놀랐다.
‘천주검을 막아냈다고!? 쓸모없는 갑옷 인 줄로만 알았던 비늘갑옷이 실은 엄청난 보물일 줄이야! 게다가 흠이 난 곳이 저절로 아물기까지 하다니!’
한편, 천주검을 보고 있는 아부 역시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이렇게 예리한 검이라니……. 헌원가의 그 신검조차 능가하는구나!”
아부는 조금 더 천주검을 살펴보고는 다시 엽현에게 돌려주었다.
“네가 입고 있는 갑옷은 신귀현갑(神龜玄甲)이란 놈으로 등봉급의 신물이다. 내가 살면서 이 갑옷에 타격을 입힌 무기를 딱 세 번 보았는데, 그중 한 번이 네 검이다.”
“다른 두 개의 무기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무족의 혈부(血斧)와 헌원가의 신검이다.”
“헌원가의 신검이 그리 대단한 검입니까?”
엽현의 물음에 아부가 웃음을 터트렸다.
“헌원가의 신검은 이때까지 현황대세계 제일 검으로 불렸던 물건이다. 물론 네 검과 신검 중 누가 더 강한지는 직접 붙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혈부는 어떤 물건입니까?”
순간 아부의 표정이 다소 굳었다.
“무족의 보물인 혈부는 피를 응고시켜 만들어낸 도끼다. 사기가 너무 지독하여 보통 무인은 다룰 수 없다고 알려져 있지.”
“그럼 도문에도 혈부나 신검 같은 종문을 대표하는 무기가 있습니까?”
아부가 의심의 눈초리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건… 왜 묻는 것이냐?”
“헤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입니다. 별 뜻은 없습니다.”
“…다른 자들은 몰라도 네게는 절대 알려줄 수 없다!”
“…….”
아부가 다시 신귀현갑을 가리키며 말했다.
“신귀현갑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자가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엄청난 힘으로 단박에 박살 내지 않는 한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 물론 네 검과 같은 신물이 신귀현갑의 방어력을 넘어선 공격을 퍼붓는다면 그땐 별수 없이 소멸되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원가와 무족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무족의 혈부, 헌원가의 신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전은 어떻습니까?”
“…만약 신전이 너를 노린다면, 전력을 다해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이미 저를 노리고 있지 않습니까?”
아부가 고개를 저었다.
“신전은 아직 진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이 너를 지켜보고만 있는 까닭은 아직 네 배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그녀의 전력을 파악하고 나면, 그땐 지체없이 이빨을 드러낼 것이다.”
“…….”
신전,헌원가,무족 그리고 아직 숨어 있는 세력들까지…….
엽현이 한숨을 푹 쉬며 물었다.
“혹시 점을 볼 줄 아십니까?”
“갑자기 무슨 봉창 두들기는 소리냐?”
“답답해서 그럽니다, 답답해서! 전생에 무슨 대역죄인이었기에, 가는 곳마다 적들이 득실대는 것도 모자라, 끝도 없이 강해지는 것입니까? 점이라도 한 번 봐 주십쇼!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보게!”
“…….”
이때 소칠이 말했다.
“만약 다음에 신전이 너를 노리면 내게 알려줘.”
엽현이 소칠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너밖에 없구나!”
“그리고 아부 장로, 자리 좀 비켜 주십시오. 엽현과 둘이서만 할 말이 있습니다.”
소칠의 말에 아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등봉경 강자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오랜만에 보니 더 강해진 것 같네. 어디 실력 한 번 볼까?”
비무!
“벌써부터 근질근질하던 차였지!”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안 그래도 소칠과 한 판 붙어보고 싶었던 엽현이었다.
소칠이 어느 정도로 성장했는지, 또 자신의 실력은 얼마나 늘었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동시에 검을 뽑아 들었다.
대련!
엽현은 천주검 대신 평범한 검을 뽑아 들었다. 소칠의 손에도 보통의 검이 들렸다.
두 사람이 동시에 검을 치켜드는 순간, 장내에 두 개의 검명 소리가 날카롭게 교차했다.
쾅-!
한 줄기 검광과 검기가 정 중앙에서 폭발하고, 두 사람은 동시에 뒷걸음질 쳤다.
이 와중에 무수히 많은 비검들이 사방에 나타났다.
쉬쉬쉬쉭…….
소칠의 주변으로 비검이 종으로 횡으로 눈을 어지럽히며 날아들었다.
이때 비검의 폭우를 뚫고서 그림자 하나가 엽현 앞에 나타났다.
소칠!
엽현이 침착하게 고개를 비스듬히 눕히자마자, 소칠의 검이 그의 눈썹을 스치며 지나갔다. 이와 동시에 엽현이 손목을 비틀어 검을 휘둘렀다.
검이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는 순간, 소칠의 신형이 몇 장 뒤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눈 깜빡할 사이, 엽현의 미간 사이로 파고드는 소칠의 검.
한 줄기 뇌전처럼 날아든 검이 막 살갗에 닿으려는 찰나, 어느새 소칠 뒤편에 나타난 엽현이 그녀의 뒷덜미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퍽-!
공간이 터져 나가는 소리가 났지만, 소칠은 이미 그 자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순간 엽현이 황급히 돌아서며 검을 세웠다.
퍽-!
그대로 백 장 밖으로 튕겨나간 엽현. 그러나 그가 채 멈춰 서기도 전, 날카로운 검 끝이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순간적으로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엽현은 그대로 왼손으로 날아오는 검날을 잡았다. 이때 소칠이 검을 쥔 손을 가볍게 비틀었다.
검날이 박힌 손바닥이 이내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엽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찔러 넣었다.
쉬쉭-!
두 개의 파공성이 교차하는 순간, 소칠의 신형이 십여 장 뒤에 나타났다.
이때의 엽현의 미간에는 작은 생채기가, 소칠의 목 언저리에는 붉은 점이 생겼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점이었다.
“공격을 당하는 순간에도 검을 휘두르다니… 엽현이란 녀석, 꽤나 매섭구나.”
어둠 속에서 비무를 보고 있던 아부의 말이었다.
이에 곁에 있던 막우가 대꾸했다.
“검도 조예 부분만 떼 놓고 본다면 전하의 승리입니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지. 하지만 실전에서는 실력뿐 아니라, 얼마나 독기를 지녔는지가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엽현에게 점수를 주고 싶군.”
“하지만 전하는 아직 젊지 않습니까?”
“늙어 보여서 그렇지 저놈 역시 많은 편은 아니다. 게다가… 이 세상에서는 독한 자가 더 오래 살아남는 법 아니겠느냐?”
이때, 소칠과 엽현이 사라짐과 동시에 장내에 검광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두 검수의 대결은 한 마디로 장관이었다. 전투력으로 보나, 기술의 정교함으로 보나, 모두 사유계 최상위 검수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
소칠을 상대하며, 엽현은 오래전 청성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던 감각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한 번의 실수로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아찔함.
소칠과 같은 고수를 상대하는 것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동반되는 일이었다.
한편, 소칠 역시 비슷한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엽현을 상대하면서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전혀 몸을 돌보지 않고 달려든다는 점이었다.
이미 수차례 엽현은 피할 수 있는 검을 막고, 막을 수 있는 검은 몸으로 견디며 검을 휘둘렀다.
내가 공격을 받든 말든, 오로지 상대를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달려오는 자를 상대하는 것은 매우 고달픈 일이었다.
“멈춰라!”
이때 들려온 아부의 외침에 소칠과 엽현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이런 식으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 더 진행하다가는 정말로 둘 중 하나가 나자빠질 것이다.”
둘 중 하나가 죽지 않으면 가릴 수 없는 승부였다.
엽현과 소칠 두 사람은 아직 전심전력을 발휘하지 않고 있었다. 만약 승부를 보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먼저 검을 내려놓은 것은 엽현이었다.
“하하하, 다음에 다시 할까?”
“좋은 생각이야.”
소칠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엽현이 문득 아부를 돌아보았다.
“아부 선생, 그런데 이곳은 도대체 어디입니까?”
“이곳은 도문 제자들이 수련을 하는 곳이다.”
수련장!
“소칠, 그럼 너는 여기서 계속 수련을 해 온 거야?”
소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부 선생, 저도 간혹가다 이곳을 이용할 수 없겠습니까?”
“원한다면 그리하거라. 다만 ‘그 검’은 사용해선 안 된다.”
만약 엽현이 천주검을 들고 온다면 그것은 수련이 아닌 학살이 되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의 요수 중 천주검을 감당할 존재는 없으니까.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가 평소 천주검으로 수련을 하는 일은 드물었다.
여전히 검의 위력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그러니 강적을 만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 역시 천주검을 사용하길 꺼려했다.
“그럼 소칠, 그리고 아부 선생. 저는 이만 할 일이 있으니 돌아가 보겠습니다.”
“항상 조심해.”
“신전을 얕보아선 안 될 것이다.”
“조언 감사합니다!”
엽현은 두 사람을 향해 포권을 취해 보이고는 곧바로 뒤로 돌아 사라졌다.
엽현이 떠난 방향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긴 소칠.
“알고 있다. 그를 돕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신전과의 전쟁을 대비할 것이다.”
“신전…….”
소칠이 어두운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아부는 잠시 소칠의 뒷모습을 말없이 응시했다.
“신전의 최근 동향은 어떠하냐?”
아부가 입을 열자, 그의 곁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흰 소복의 여인을 찾는 중인 듯합니다.”
소복의 여인!
“우리 측에서 그녀에 대해 알아낸 것이 있느냐?”
“없습니다. 그녀의 출현은 언제나 엽현과 관련이 있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마도 엽현 외에는 그녀의 정체에 대해 알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흠.”
“그리고… 여러 세력들과 동맹을 맺으려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녀를 잡기 위해 힘을 합치겠다? 흠, 만약 그녀가 죽으면 엽현의 운명 또한…….”
아부는 말을 잇지 않은 채, 먼 곳을 바라보았다.
* * *
엽현은 곧장 북경으로 복귀했다.
이때의 북경은 강구와 상관선아의 관리 아래 점점 예전의 번화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고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북경인들은 점점 엽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신국의 통치 방식이 예전 북경왕의 그것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혼돈우주에서 온 세력들 또한 함부로 북경의 자원을 탈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많은 복지를 베푸는 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