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06
706화 내가 누군지 아느냐?
검수(劍首)!
왜 검수라 불리는가?
그것은 이 검이 천하에 있는 모든 검들의 머리(首)이기 때문이다.
노인이 황금색 검을 뽑아 든 순간, 엽현은 검에서 흘러나오는 강대한 검의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노인이 아닌, 검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검의였다.
하지만 이때, 엽현 손에 들린 천주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천주검!
사유계 내에서만큼은 가장 예리하다고 알려진 검이다.
비록 최강이라고 할 순 없지만, 나름의 기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때, 천주검의 검신에서 강대한 검의가 폭발했다.
상대 검에 대한 천주검의 전의(戰意)!
엽현은 천주검의 의지가 이끄는 대로 팔을 휘둘렀다.
검과 검 간의 자존심을 건 대결!
쾅-!
두 개의 검 날이 교차한 순간, 두 사람 사이에 강렬한 검광이 마치 불꽃처럼 터졌다. 이와 함께 사방 만 장 이내의 공간이 순간 바스러졌다가 다시 회복됐다.
이때, 피를 토하며 날아간 엽현이 다시 한번 기검의 벽에 강하게 부딪혔다.
잠시 고요해진 장내.
엽현과 꼽추 노인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두 자루 검 역시 날카로운 검의를 뿜어내고 있다.
이때, 두 검이 각자 주인의 손을 벗어났다.
쾅-!
또 한 번 검광이 터져 나온 것을 시작으로, 두 검이 미친 듯한 전투에 돌입했다.
검수와 천주검.
두 검의 기세는 매우 흉흉했는데, 엽현조차 천주검이 이리 흥분한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장내 모든 무인들의 시선은 두 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이는 마치 누가 당대 최강의 검인가를 가리는 것 같았다!
이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꼽추 노인이 검을 불러들이고자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검수는 그를 무시한 채, 계속 자존심 대결을 이어나갔다.
무안해진 노인이 얼굴을 붉히고 있을 때, 엽현이 소리쳤다.
“천주! 힘을 내! 부러질 때까지 후드려 패버려!”
엽현의 응원에 힘입은 천주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더욱 격렬히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에 꼽추 노인이 엽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기왕 네 배후가 나타나지 않으니, 대신 너라도 죽여야겠다!”
꼽추 노인의 말에 다른 세 무인이 출수하려는 순간, 엽현 곁에 안란수 등 삼 인이 나타나 자세를 잡았다.
이길 가능성은?
계산을 하기 민망할 정도로 낮았다.
두 무리 간의 실력 차이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이곳에 오기 전 그들은 이미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콰콰쾅-!
호기롭게 버티고 있던 세 사람은 순식간에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와 동시에 꼽추 노인 등은 곧바로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를 죽여 후환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지금 그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한편, 네 사람이 덤비는 것을 본 엽현은 흉흉한 표정을 지으며 포효했다. 다음 순간, 그의 미간 사이에 작은 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계옥탑!
쾅-!
이때 엽현의 몸에서 흘러나온 강대한 기운이 네 사람을 감쌌다. 이에 바람처럼 날아들던 네 사람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둔해졌다.
이들은 계옥탑을 보고서도 눈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는 그들을 겁먹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꼽추 노인 등이 속력을 올리자, 네 개의 강대한 기운이 엽현을 향해 휘몰아쳤다.
이에 엽현이 어금니를 깨물며 계옥탑의 힘을 개방하려 할 때, 네 사람이 돌연 제 자리에 멈춰 섰다. 그들이 막 뒤를 돌아본 순간, 한 줄기 거대한 기운이 그들을 덮쳤다.
콰쾅-!
장내에 커다란 폭음이 울려 퍼지면서, 네 무인이 무려 천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이에 엽현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웬 여인 하나가 천천히 대전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여인을 본 순간 엽현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곧바로 여인에게로 달려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누님! 드디어 오셨군요!”
엽현이 누님이라 불린 이 여인은 다름 아닌 간자재였다.
간자재.
오래전 계옥탑을 떠났던 신족 최강의 무인.
이때 엽현에게 안겨 순간 당황하던 간자재가 황급히 엽현을 밀어냈다.
“누님이라니?”
“헤헤, 왜 이러십니까? 오랜만에 봤더니 동생 얼굴도 까먹은 겁니까?”
“…….”
간자재가 아직 상황파악이 덜 되었을 때, 히죽히죽 웃고 있던 엽현이 갑자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누님,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엽현의 이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간자재에게 연락을 취하려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녀에게서 회신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 위기의 순간에 깜짝 등장할 줄이야!
‘간자재, 돌아왔구나!’
엽현은 오랜만에 만난 간자재가 매우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때 엽현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간자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그동안 놀고 있지만은 않았구나. 보아하니 반보등봉경 강자라도 쉽게 널 어쩌지 못하겠군.”
“누님, 저자들 좀 보십시오! 무려 네 명이서 저를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엽현이 꼽추 노인 등을 가리키며 고자질하자, 간자재의 시선이 그들 네 명에게로 향했다.
“등봉경 절정이로군.”
“그대는 누구시오?”
꼽추 노인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묻자, 간자재가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
“나? 간자재!”
“간자재? 들어 본 적 없는 이름…….”
이때, 간자재의 신형이 사라졌다.
퍽-!
순간, 꼽추 노인이 활처럼 뒤로 튕겨 날아갔다.
천 장 밖으로 밀려난 노인이 겨우 자세를 잡았을 때, 그의 오른뺨은 벌겋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이래도 모르겠느냐?”
간자재가 멸시의 눈빛으로 말했지만, 노인은 화를 내는 대신 오히려 조심스러워진 모습이었다.
“그대는… 반보미지경……?”
“반보미지경? 하하하! 가소롭구나!”
“…그대는 도대체 엽현과 어떤 사이오?”
“이분은 내 잃어버린 누님이시다!”
이때 엽현이 재빨리 나서며 소리쳤다.
그러자 간자재가 하하 웃고는 다시 노인을 바라보았다.
“이제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나오라는 소복의 여인은 나오지 않고 다른 이상한 여인이 나타났군.”
“소복의 여인?”
간자재가 노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말 그녀를 노리고 있었단 말이냐?”
“흥! 그러지 못할 이유라도 있소?”
“하하하하!”
간자재의 웃음소리가 한동안 장내에 크게 울려 퍼졌다. 이를 보는 꼽추 노인 등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엽현, 저자가 하는 소리를 들었느냐? 내 간만에 이리 웃어보는구나!”
“…….”
잠시 후, 눈물이 고일 정도로 웃은 간자재가 노인을 향해 물었다.
“너는 그 여인이 누군지 아느냐?”
“…모르오.”
“이런, 이런……. 너희는 정말 돼지만큼이나 멍청한 놈들이구나. 아니, 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돼지를 모욕하는 것이겠군!”
그 말을 들은 꼽추 노인이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녀가 나타나지 않으니, 대신 너라도 죽여야겠다!”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노인이 손을 펼쳤다. 그러자 기괴한 부적 한 장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쾅-!
순간 천지를 짓이겨버릴 강대한 위압이 그들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간자재가 고개를 들자, 순식간에 어두워진 하늘 위로 한 무더기의 성신(星辰)이 몰려든 것이 보였다.
그녀가 다시 꼽추 노인을 바라보는 순간, 그가 흉악하게 웃으며 오른손을 지면을 향해 회전시켰다.
“성하회신(星河灰燼)!”
음성이 떨어지는 순간, 머리 위의 수많은 별들이 갑자기 타오르더니, 그대로 화염의 별이 되어 간자재를 향해 소나기처럼 퍼붓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어두운 하늘 역시 벌겋게 불타올랐다.
떨어지는 별들을 보고 있던 간자재가 돌연 지면을 박차고 솟구쳤다.
쾅-!
어두운 하늘이 크게 뒤흔들림과 동시에 낙하하던 별들이 하나둘 소멸되어 갔다.
이를 보자 안색이 새파래진 꼽추 노인이 어딘가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참신승(斬神繩)!”
그의 외침과 함께 사방에서 네 줄기의 금광(金光)이 하늘로 치솟더니 어디선가 나타난 황금 동아줄이 간자재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와 더불어 불타는 성신들 또한 더욱 강하게 휘몰아쳤다.
이 장면을 보자 엽현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설마 이 정도로 천하의 간자재가 위험에 빠질까?
엽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때 간자재가 오른 주먹을 휘두르니, 오른쪽에서 날아오던 성신들이 완전히 소멸됐다. 다만 황금 동아줄들은 여전히 그대로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동아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황금색 실들이 촘촘하게 그녀의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에 간자재가 눈살을 찌푸리며 정면의 공간을 강하게 때렸다. 이에 황금 실들이 잠시 밀려나는 듯했으나, 이내 제자리로 돌아와 맹렬히 그녀를 포위했다.
이 모습을 본 간자재의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
“재밌는 물건이로구나!”
한편, 아래쪽에 있는 엽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기만 했다.
‘이대로 가다간 간자재가 갇히고 말겠어!’
이때, 꼽추 노인이 엽현을 향해 말했다.
“엽현, 저 황금 선이 무엇인 줄 아느냐?”
“모른다!”
고개를 젓는 엽현에게 노인이 웃으며 대답하려는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저 여자를 잡아 둘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일각 정도다! 헛소리나 하고 있을 때인가?”
그 말을 들은 노인이 돌연 입을 다물고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가 막 출수하려는 순간, 이번에는 엽현이 말했다.
“자, 너희가 원하는 게 이것 아닌가? 어디 가져가 보거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미간 사이에 있던 계옥탑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오유계의 신물이자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계옥탑.
계옥탑을 본 순간, 꼽추 노인 등은 자기도 모르게 움직임을 멈췄다. 이때 네 무인의 눈동자에는 탐욕의 기색이 가득했다.
이 순간, 하늘에서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청한 놈들! 놈은 단지 시간을 끄려는 것뿐이다! 어서 놈을 처리해라!”
이에 정신을 번쩍 차린 네 무인이 다시 엽현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때, 엽현이 돌연 계옥탑을 하늘 높이 던져버렸다.
“자, 그럼 네게 주마!”
이를 보자 꼽추 노인 등이 깜짝 놀라 동시에 하늘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잠시 후, 계옥탑은 천천히 추락하더니, 마침내 엽현 앞에 떨어졌다.
상대는 탑을 탐하지 않았던 것이다.
상대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 엽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로써 적들을 분열시키려던 그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놈이 화근이오! 저놈부터 죽이고 다시 이야기합시다!”
꼽추 노인이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엽현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뒤를 진별강 등 삼 인이 뒤따랐다.
잔꾀가 먹히지 않자, 엽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건 항전을 시작하려는 순간, 엽현의 앞에 갑자기 웬 어린 소녀 하나가 나타났다.
오른손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은 채, 커다란 사탕을 물고 있는 소녀는 다소 건들대는 모습으로 알 수 없는 곡조를 흥얼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