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11
711화 시작하자
천주검!
천주검이 타격을 입은 모습을 본 순간 엽현은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아청은!?
엽현이 고개를 들자, 구름 너머 깊숙한 곳, 희미하게 천문(天門)이 열린 것이 보였다.
천문은 약 백 장에 이를 정도로 거대했다. 이 위에 칠흑같이 검은 검 한 자루가 걸려 있었다. 검은 약 사 척에 이르렀고 검신 위에는 선명하게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죄연(罪淵)
그리고 천문 앞에서 아래쪽을 응시하고 있는 한 노인.
그의 시선은 정확히 엽현의 몸 위에 머물러 있었다.
순간 엽현은 노인이 마치 벌레 보듯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엽현은 이내 노인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손바닥을 열었다. 그러자 천주검이 그의 손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여기저기 균열이 가 있는 천주검을 보며 엽현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는 이번에야 말로 임자를 만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주검이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그것에 대한 강력한 반증이었다.
바로 이때, 천문 앞에 서 있던 노인이 돌연 엽현을 가리켰다.
쉭-!
순간, 하늘 위에 거대한 균열이 일더니, 그 사이에서 한 줄기 검은 광선이 번개처럼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를 본 순간, 장내 무인들의 표정이 급변했다.
이때, 엽현 곁에 있던 간자재가 순식간에 흑광 앞에 나타나 일권을 뻗어냈다.
쾅-!
간자재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고, 흑광은 산산이 흩어졌다.
천문 앞, 간자재를 향해 차가운 눈빛을 보낸 노인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이 순간, 간자재가 재차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노인을 따라 구름 안으로 진입했다.
적막함이 감도는 순간.
쾅-!
굉음과 함께 누군가의 그림자가 구름을 뚫고 추락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간자재였다.
쿵-!
간자재가 지면에 떨어진 순간, 땅이 갈라짐과 동시에 장내 무인들이 연거푸 뒷걸음질 쳤다.
엽현 또한 족히 수십 장 되는 거리를 튕겨 나갔다.
자리에 멈춰 선 순간, 엽현은 황급히 간자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입가에 흐르는 붉은 핏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간자재가 부상을 입은 것이다!
이를 확인한 순간, 엽현의 안색이 심각하게 어두워졌다. 간자재의 약한 모습은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들어 천문을 바라보는 간자재의 눈빛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진중했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현황주 등 장내 모든 무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신전의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때, 간자재가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쉽지 않을 것 같다.”
“…….”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엽현이 입을 열었다.
“우선 이곳을 빠져나간 뒤 생각합시다.”
엽현이 헌원가의 꼽추 노인과 무족 족장 부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둘은 깜짝 놀라며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긴말하지 않겠소. 나와 그대들의 조사가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확인했을 것이오. 만약 내 편에 서겠다고 하면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은 모두 없던 것으로 하겠소.”
자신의 편에 서라고?
꼽추 노인과 부유의 표정이 다소 기이해졌다.
자신들에게 항복을 강요하려는 것인가?
이때 두 사람의 생각을 파악한 엽현이 말했다.
“그대들의 복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관계를 맺자는 것이오. 몰론 그대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앞으로 그대들을 적으로 삼지는 않겠소.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신전이 그대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 같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꼽추 노인이 물었다.
“왜냐하면… 저들은 그대들의 선조가 나와 한패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오.”
“…….”
“어떻게 하시겠소?”
꼽추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부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그리 멍청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지금의 제안은 엽현이 이번 일에 자신들을 끌어들이려 하기 위함임을 알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자신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신전이 자신들을 가만두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엽현 말대로 신전이 자신들의 일을 망친 헌원가와 무족에 앙심을 품고 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엽현과 함께하자니 신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이고, 거절하자니 이번엔 자신의 선조들의 뜻에 반하게 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이때, 머뭇거리는 두 사람을 향해 엽현이 말했다.
“그대들은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잊었소?”
문득 머릿속에 천녀가 떠오르자, 두 사람의 표정이 일순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드는 생각은 신전이 강한 만큼 엽현 쪽의 전력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어쩌면 신전의 조사 역시 나와 아는 사이일 지도 모르지 않소. 아, 물론 어디까지나 내 바람이지만.”
“…….”
이때, 현황주가 대화에 참여했다.
“두 분, 무엇을 고민하는 것이오?”
이에 꼽추 노인과 부유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대들의 조사는 이미 신전을 향해 출수했소. 그들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엽왕을 선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오. 그대들 생각은 어떻소?”
그녀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꼽추 노인이 엽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엽왕, 지금까지의 일은 잊고 잘 지내보도록 합시다!”
부유 역시 엽현에게 포권을 취했다.
“엽왕, 그 간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바이오.”
“하하, 이미 한 편이 된 마당에 옛날 일을 들출 필요 있겠소? 자, 우선 여기서 빠져나가도록 합시다!”
엽현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현황주가 말했다.
“그럼 검무문은 어찌할 생각이오?”
“현황주, 수고스럽겠지만 그대가 검무문의 의중을 한 번 물어봐 주면 안 되겠소? 나와 함께하길 원하는지 말이오.”
“후후, 전혀 수고스러운 일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오.”
엽현에 대한 검무문 조사의 입장이 무엇일지는 사실 명확했다.
그녀는 엽현을 위해 검무문의 현 문주까지 죽여 버리지 않았던가.
물어보나마나 검무문은 엽현의 뜻을 따를 것임이 분명했다.
현황주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엽현은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 공중에는 신전이 만들어 놓은 천문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잠시 천문을 응시하던 엽현이 이내 고개를 돌렸다.
“누님, 일단 돌아갑시다!”
말을 마친 엽현이 돌아섰다.
이에 구름 위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간자재 역시 엽현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매우 어둡기만 했다.
두 사람을 필두로, 자리에 있던 모든 무인들이 순식간에 해산했다.
한편, 신전은 이들이 떠나가는 동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 * *
천강성으로 돌아온 엽현.
대전 안에는 엽현과 간자재가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신전이란 놈들… 보통이 아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그 아청이란 여인이 어떻게 해서 사라진 것인지 아느냐?”
“그야… 신전의 고수에 의해 그리된 것이 아닙니까?”
간자재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다. 이쪽 세상의 도칙에 의해 소멸된 것이다.”
“이쪽 세계의 도칙?”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묻자, 간자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황대세계의 도칙일 것이다. 다만 나 역시 어렴풋이 느꼈을 뿐, 그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도칙… 강합니까?”
“매우 강하다.”
“흠… 지금 누님의 경지는 어느 정도입니까? 미지경?”
간자재가 고개를 저었다.
“반보미지경이다. 다만 같은 경지의 무인 중에서는 내 상대를 찾을 수 없고 설령 미지경 강자라 할지라도 나를 쉽게 쓰러뜨리지 못한다. 게다가 내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미지경을 돌파할 수 있다.”
“그럼 왜 돌파하지 않는 겁니까?”
“아직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엽현은 이유가 궁금했지만, 더 묻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참, 누님! 이번에 번거롭게 한 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누님이란 칭호… 안 할 수 없느냐? 어색하기 짝이 없구나.”
“한 번 누님은 영원한 누님! 이건 양보할 수 없습니다!”
엽현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하자, 간자재가 고개를 흔들었다.
“말만 번지르르해서는… 아무튼 신전과를 상대로 결코 방심해선 안 될 것이다. 그나저나, 그녀와는 정말로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이냐?”
천녀!
엽현이 쓴 웃음을 지었다.
“도무지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 아!”
순간 엽현 머릿속에 무언가 번쩍하고 떠올랐다.
“어쩌면 현황주라면 무슨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엽현은 예전에 북경왕이 어떤 수를 써서 천녀를 찾아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 한 번 시도 해 보자꾸나!”
그 길로 엽현은 곧장 현황계로 달려갔다.
* * *
현황전 안.
“그 여인을 찾아 달란 말이오?”
현황주가 엽현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소. 방법이 있겠소?”
“흠… 한 번 시도를 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오.”
시도!
“뭐가 됐든 당장 한번 해봅시다!”
“그에 앞서 궁금한 것이 있소. 그대는 그녀의 실력이 신전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고 생각하시오?”
“그녀의 실력을 세세히 알진 못하지만… 전혀 질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구려.”
“확실하오?”
엽현이 대답대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황주가 곁에 있던 양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 바로 준비하거라.”
이에 양로가 순식간에 대전을 빠져나갔다.
양로가 사라진 후 엽현이 물었다.
“신전의 실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요?”
엽현의 물음에 현황주가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는 내가 신전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소. 다만 지금 보니 내가 알던 것은 그들의 꼬리에 불과했을 따름이오.”
현황주가 엽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으로서는 그 여인이 신전만큼 강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모두 죽게 될 것이오.”
엽현이 고개를 돌려 대전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청이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천녀를 찾아 도움을 구해라!
그녀가 이리 말한 것으로 보아 신전의 실력은 분명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었던 것이 확실했다.
이때, 양로가 다시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뒤편에는 네 명의 흑의인들이 함께였는데, 얼굴에 검은 면사를 착용하여 얼굴을 확인할 순 없었다.
현황주 앞에 도착한 흑의인들이 가볍게 예를 차리자, 현황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시작 하거라!”
그 말에 네 사람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엽현을 향해 말했다.
“엽왕께서는 찾고자 하는 인물의 초상을 가지고 있습니까?”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매를 펄럭이자, 한 장의 그림이 네 사람에게로 떨어졌다.
천녀가 그려진 그림이었다.
네 명의 흑의인은 곧바로 원을 만들어 선 후, 알 수 없는 구결을 외우기 시작했다. 곧, 사방의 공간이 들끓기 시작하더니, 천녀의 그림에 불이 붙었다. 잠시 후, 타오르는 화염 속에 무언가 희미하게 나타났다.
성공(星空).
어딘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은 어두운 성공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불길 속의 성공은 곧 다른 성공으로 교체되었고, 이런 작업이 연속해서 이뤄졌다. 그렇게 일각 가량이 지났을 무렵, 불길 안의 화면에 멈췄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 속에 어두운 성공 속에 서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