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14
714화 직접 겨뤄보는 수밖에 없다
엽현은 어이가 없었다.
설마 강족이 이런 음모를 꾸미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엽현 뒤편에 처음 보는 노인 하나가 나타났다. 노인은 양팔을 소매가 넓은 장포에 감추고 있었고, 가슴 부위에는 작게 ‘신(神)’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신전!?’
엽현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강목풍을 향해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봤더니 이미 신전과 결탁해 있었군.”
“엽현, 신전과 대적하는 자는 죽음뿐이다. 그러나 네가 투항할 마음이 있다고 한다면…….”
“이봐, 내가 두 번 속을 줄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그럼 안타깝지만, 명운을 빌어주는 수밖에!”
말을 마친 강목풍이 재빨리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엽현은 그를 막지 않았다. 애당초 그와 쓸데없는 대화를 나눈 것도 상대가 도망가길 바라고 한 것이었으니까. 계옥탑과 함께.
엽현은 뒤편의 노인을 향해 돌아섰다. 상대가 기운을 잘 갈무리한 탓에 경지를 알아낼 순 없었다.
그러나 결코 엽현보다 아래는 아니었다.
“…검을 뽑거라.”
노인의 담담한 어투에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이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볍게 땅을 박찼다. 그러자 엽현의 신형이 한 줄기 검광이 되어 날아들었다.
일검무량(一劍無量)!
그는 처음부터 가장 강력한 검기를 꺼내 들었다. 한 번 공격이 빗나가면 다음 기회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엽현의 검을 본 순간, 노인이 가볍게 눈을 찌푸리고는 반 보가량 물러났다. 이와 동시에 양손을 열 십자(十)로 교차하더니 가볍게 앞으로 뻗었다.
쾅-!
엽현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으나, 이 충격으로 노인 역시 수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이때, 노인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신식을 이용해 순식간에 반경 수십만 장의 공간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그러나 엽현의 기운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노인은 연신 눈썹을 튕기며 다시 한번 사방을 주의 깊게 살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노인은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앞에 있었던 엽현이 마치 증발하기라도 한 듯 사라져 버린 것이다.
노인은 이번엔 자신의 팔을 들여다보았다. 엽현의 검을 막은 그의 양팔엔 깊은 검흔이 패여 있었다.
“굉장한 검기로군!”
말하는 노인의 눈은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검이 조금만 더 깊었더라면 팔이 잘려나가는 것은 물론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아직 젊은 나이에 이 정도라니……. 절대 살려둘 수 없다!’
노인의 안광이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이때, 무언가 생각 난 노인이 몸을 돌려 어느 산봉우리로 올라갔다. 그곳엔 조금 전 도망친 강목풍이 자리하고 있었다.
헌데 무언가 이상했다. 강목풍이 넋이라도 나간 것처럼 멍하니 있는 것이 아닌가!
“오유계의 보물은 어찌 되었소?”
멍하니 있던 강목풍이 노인을 바라보며 입을 뻐끔거렸다.
“원(袁) 존사, 분명 제 손에 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장난치지 말고 보물을 내놓으시오!”
“원 존사… 분명 존사께 전해드리려고 잘 간직하고 있었는데, 놈이 제품을 빠져나가서는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 노옴-! 네가 노부를 바보 천치로 아느냐!”
“원 존사! 노여워 마시고 제 말을 믿어 주십시오! 정말 여기 이 손에 있었는데 발이라도 달렸는지…….”
이때, 원 존사가 돌연 일장을 뻗었다.
쾅-!
강한 충격과 함께 강목풍이 순간 뒤로 날아가 버렸다. 이때, 그의 발이 아직 땅에 닿기도 전, 원 존사의 손이 불쑥 나타나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워, 원 존사… 켁… 제, 제발……”
그러나 가차 없이 손아귀에 힘을 주는 원 존사.
콰득-!
쾅-!
강목풍의 몸이 노인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터져버리고 말았다.
이때 원 존사의 앞에 강목풍의 납계가 떨어졌다. 납계 안에는 검이 든 상자와 몇몇 물건들이 보였으나, 오유계의 신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원 존사가 노여움을 감추지 못하고 돌아섰다. 이때, 그의 앞으로 십여 명의 강자가 나타났다.
“버러지 같은 것들이… 모두 죽여라!”
원 존사의 얼음장 같은 한 마디에 몇 개의 강대한 기운이 장내에 출몰했다. 잠시 후, 비참한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지면서 강족의 고수들이 순식간에 전멸했다.
강족의 전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지만, 신전의 강자들 앞에서는 어린아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때, 한 무인이 원 존사 앞에 나타났다.
“존사,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설마 정말로 신물이 엽현에게 돌아갔단 말이냐?”
“천강성으로 추격합니까?”
“그건 안 된다.”
원 존사가 고개를 저었다.
“엽현은… 확실히 상대하기 껄끄럽구나. 게다가 천강성에 버티고 있는 그 여인의 실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지금은 잠시 내버려 둘 수밖에.”
“하지만 존사, 그러기엔 놈의 성장 속도가 불가사의할 정도로 빠릅니다. 이러다간 머지않아 우리들이 불리한 형국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은 윗분들이 고려할 문제다. 우리는 다음 명령을 기다린다. 그리고…”
원 존사가 손 안의 검이 든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엽현이 여기 온 이유는 바로 이 검 때문이다. 우리는 이 점을 잘 이용하면 된다.”
말을 마친 원 존사가 그대로 장내를 빠져나갔다.
그와 함께 신전의 병력도 곧 철수했다.
이제 장내에 남은 것은 강족 고수들의 시체뿐이었다.
* * *
어느 성공 중, 가부좌를 틀고 공중에 떠 있는 엽현.
그의 앞에는 계옥탑이 그를 마주하고 있다.
온전하진 않지만 계옥탑은 자신의 의사가 있는 영체였다. 그렇기에 그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실력이 충분하지 않은 자는 절대로 그를 강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강족 족장은 탑의 인정을 받기엔 너무나 약했다.
사실 강족 족장뿐만 아니라, 엽현 자신도 사실 계옥탑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었다.
어느 날 탑이 훌쩍 떠나 버린다고 하더라도 막을 수 없으리라.
다시 말해 누가 주인이 되느냐는 탑이 선택하는 것이지,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엽현은 계옥탑을 몸 안으로 돌려보내고는 머나먼 성공을 바라보았다. 문득 염가와 함께 떠난 엽령이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도칙!
경지를 끌어 올리는 것 외에 엽현에게는 한 가지 숙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계옥탑의 능력을 완전히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오래전 염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홉 개 도칙을 모두 모으는 순간, 탑의 주인은 진정으로 천하무적이 될 것이다!’
천하무적!
끝도 없이 몰려드는 게다가 매번 더 강해져 가는 적들.
이들에게서 가족과 친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말로 천하무적이 되어야만 하는 엽현이었다.
잠시 후, 자리에서 사라진 엽현.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다름 아닌 강족의 땅이었다.
이때 강족에는 신경 이상의 강자들의 씨가 모두 말랐고 남은 것은 약한 무인들뿐이었다.
신전은 강족 전부를 없애진 않았다. 위협이 될만한 자들이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자신!
신전은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강족의 보복이 전혀 두렵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자신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다면 다시 한번 밟아버리면 그뿐이었다.
강족의 대전으로 들어온 엽현.
대전 안에는 처음 그를 이곳으로 안내했던 미부가 서 있었다.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던 그녀는 엽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흉악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너… 너 때문에…….”
“흠… 신전의 작품인가?”
엽현이 대전 안에 쌓여 있는 시체를 둘러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순간, 엽현을 바라보는 여인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모두 너 때문이다. 네가 아니었더라면 강족이 이렇게 될 리가…….”
이때, 엽현의 손이 날아들었다.
짝-!
순간 미부가 뺨을 부여잡으며 멍한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나 때문이라고? 만약 강족이 주제를 알고 안분지족했더라면 이럴 일이 있었겠느냐? 그리고 원망을 하려거든 너희를 죽인 신전을 찾아가야지, 왜 내게 한단 말이냐?”
“…….”
미부는 엽현을 노려볼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검은 어디 있지?”
“…….”
“마지막으로 묻는다. 검은 어디 있지?”
엽현이 미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너희 강족과 나 사이에 아직 계산할 것이 남아 있다는 걸 잊지 마라.”
“원 존사, 원 존사에게 빼앗겼다!”
‘빼앗겨?’
순간 엽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필이면 신전에게 빼앗기다니, 골치 아프게 됐군!’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엽현은 곧 대전을 벗어났다.
강족의 땅을 떠나 다시 성공에 진입한 엽현.
그는 문득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창궁계(蒼穹界).
신전이 위치한 곳.
지금 그의 실력으로 신전에 쳐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가지 않으면 검 역시 구할 수 없었다.
엽현은 한동안 제 자리에서 고민을 이어 나갔다.
바로 이때, 그의 앞 공간이 일렁이더니, 익숙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염가였다.
“육층 도칙이라…….”
잠시 오른쪽을 응시하던 엽현은 그대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염가의 말은 육층의 도칙을 찾았으니 직접 가지러 가란 이야기였다.
육층 도칙!
엽현이 한 줄기 빛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진 직후, 그가 있던 자리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하얀 장포를 입고서 한 손에는 두꺼운 서적을 든 남자는 천생 서생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엽현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가볍게 미소를 짓는 서생.
“재미있군.”
이때, 그의 곁에 노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다름 아닌 신전의 원 존사였다.
“원 존사, 기왕 적으로 삼은 자인데 왜 바로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겁니까?”
“그를 죽이는 것은 쉬우나 그 배후에 있는 자는 결코 쉽지 않다.”
“그… 소복을 입은 여인 말입니까?”
원 존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생이 말을 이어갔다.
“효고금(曉古今) 그 녀석은 여전히 그녀의 내력을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까?”
원 존사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알아낸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그녀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그 실력이 어떠한지, 아무것도 알려진 바 없다.”
“어떤 경지인지도 모르는 것입니까?”
“짐작건대 최소한 미지…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 말을 듣자 서생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신전과 도문 외에 미지경 이상의 강자가 존재할 수 있습니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녀가 보여준 실력은 정말… 무시무시한 것이었으니. 게다가 엽현 그놈 또한 현황대세계 몇몇 세력들의 조사와 알고 있다는 것도 신경 쓰이는 점이다. 도대체 그와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직은 추측에 의존할 뿐이지.”
“그럼 그녀의 위치는 파악했습니까?”
“정확한 위치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녀를 이곳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미지의 성역에서 보았다는 첩보가 있었다.”
“미지의 성역이라… 제가 직접 한 번 가 보겠습니다.”
그 말에 원 존사가 서생을 바라보자, 서생이 가볍게 웃어 보였다.
“걱정 마십시오. 그녀의 실력을 알아내려면 직접 겨뤄보는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조만간 소식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서생은 한 줄기 백광이 되어 멀리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