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23
723화 신의 힘은 더 강해졌구나
이때, 엽현 곁에 있던 소칠이 하늘을 살피며 말했다.
“지금부터 조심해야 돼.”
“과연 신전이 크게 부딪쳐올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지.”
“그럼… 너도 조심하도록 해.”
소칠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미안해. 신국의 일을 모두 네게 전가해서…….”
“그런 말 하지 마. 우린 친구잖아!”
그 말을 들은 소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때, 소칠이 불현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때, 공중에 그때 그 천문이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소칠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근처에 있던 대장로 역시 안색이 바뀌더니 당장 하고 있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때, 천문 앞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엽현에게 향해 있던 백발노인의 시선은 곧 근처의 대장로에게로 옮겨갔다.
“죽여라.”
노인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의 뒤로 갑옷을 입은 무인 셋이 나타났다. 다시 눈을 한 번 깜빡였을 때 그들은 이미 대장로 머리 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세 명의 사람들을 향해 세 개의 그림자가 날아들었다.
그 모습을 보자 공중의 백발노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미 방비를 해 놓았는가?”
말이 끝남과 함께 노인의 신형이 사라졌다.
카캉-!
이때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노인이 있던 자리부터 하늘이 마치 거대한 괴수가 입을 쩍 벌리듯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 균열은 순식간에 아래쪽으로 뻗어 나가더니 곧 대장로의 머리 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미동도 없는 대장로.
바로 이때, 그의 머리 바로 위에 거대한 생명체가 나타나더니, 그대로 백발노인을 온몸으로 들이받았다.
쾅-!
그대로 수백 장 뒤로 튕겨 나가는 백발노인!
엽현은 고개를 들어 하늘 위의 생명체를 바라보았다. 이는 한 마리 거대한 요수였다. 외관은 호랑이를 닮은 듯했지만, 머리에는 소처럼 두 개의 뿔이 박혀 있었다. 게다가 네 다리는 마치 거대한 기둥처럼 두꺼웠으며, 전신은 검은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요수의 이빨은 사람의 팔정도 길이였는데 마치 날이 선 검날처럼 날카로웠다.
요수가 등장한 순간 엽현은 속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위험한 놈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요수에게서 위협을 느꼈던 것이다.
요수의 정면에 있는 백발노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천마호(天魔虎)!”
백발노인이 다그치듯 대장로를 향해 소리쳤다.
“너희 도문이 정녕 밑천을 드러낼 셈인 것이냐?”
이때, 천마호가 돌연 포효하더니 한 줄기 묵광으로 변해 백발노인에게로 달려들었다.
백발노인이 눈을 가늘게 뜨는 순간 그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쾅-!
땅을 뒤흔드는 굉음과 동시에 거대한 몸집의 천마호가 뒤로 밀려났다. 틈을 만든 백발노인은 곧장 신형을 돌려 대장로를 향해 날아들었다.
“소칠! 놈을 막거라!”
대장로의 음성이 떨어지자 한 줄기 검광이 백발노인 앞쪽에 번뜩였다. 노인조차 미처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쾅-!
결구 몸으로 검광을 받아낸 노인은 어쩔 수 없이 백 장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소칠의 정면에서 백발노인이 잔뜩 인상을 쓴 채 소칠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네가 바로 인왕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로구나!”
소칠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 손에 들린 검이 대변이라도 하듯 가볍게 몸을 떨 뿐이었다.
이에 백발노인은 코웃음을 치고는 멀리 기둥 위에 묶인 인왕을 가리켰다.
“보이느냐? 저것이 바로 인왕이 된 자의 말로다!”
이때 소칠이 몸을 날렸다.
쉭-!
한 줄기 검광이 파공성과 함께 노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백발노인이 소매를 펄럭이자, 그의 앞쪽의 공간이 마치 파도처럼 파문을 일으켜나갔다.
결국 소칠은 이 공간을 뚫지 못한 채,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마음이 급했던 백발노인은 소칠은 내버려 둔 채, 곧장 대장로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소칠이 어느새 그의 앞을 가로막고는 강하게 한 발을 굴렀다.
“만검비선(萬劍飛仙)!”
그 순간, 그녀의 몸에서 셀 수 없이 많은 투명한 기검들이 솟구치더니, 한 발, 한 발, 백발노인을 향해 날아갔다.
번개처럼 날아드는 기검들을 보자 백발노인이 깜짝 놀라며 황급히 신형을 물렸다. 그러나 기검의 속도가 더 빨랐다. 물러나는 동시에 검을 쳐내던 노인은 어느새 수천 장 밖까지 밀려났을 때, 그를 공격하던 비검들이 순식간에 한데 뭉쳐 하늘 끝까지 닿는 거대한 검 한 자루를 만들어냈다.
이에 백발노인은 감히 얕보지 못하고 황급히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에 황금빛을 띠는 기의 방패가 생성됐다. 이와 동시에 그의 앞쪽 공간이 수축하더니, 이내 하나의 두터운 공간장벽을 이루었다.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보이는 이 장벽은 절대로 뚫리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이때, 소칠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참(斬)!”
음성과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검이 그대로 백발노인을 향해 떨어졌다.
쉭-!
그야말로 공간을 으깬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이윽고 거대한 검이 공간장벽 위를 강하게 때렸다.
쾅-!
장벽이 크게 흔들리며 여기저기 균열이 일었다.
“참(斬)!”
소칠의 음성과 함께, 검이 다시 한번 검광을 흩뿌리며 떨어졌다.
쾅-!
기어코 공간장벽을 무너뜨린 검은 그대로 백발노인의 머리 위에 생성된 황금방패 위에 떨어졌다.
쾅-!
방패가 그대로 산산이 부서지면서, 백발노인의 신형이 천장 가까이 밀려났다.
겨우 제자리에 멈춰 선 노인. 그는 입가에 잔뜩 피를 머금은 채, 눈앞의 소칠을 어두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디서 이런 괴물이 튀어나온 건지…….”
한편, 지상에서 이를 지켜보던 엽현 역시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알던 소칠보다 몇 배는 더 강해졌던 것이다.
한편, 백발노인을 밀어낸 소칠은 아무 말 없이 대장로 곁으로 돌아갔다.
백발노인은 고개를 들어 인왕을 바라보았다. 이때 인왕의 몸에 새겨진 부문들은 거의 다 지워져 가고 있었다.
이 부문들은 인왕을 속박하는 금제, 만약 이 금제가 풀리게 되면…….
이에 생각이 미치자 노인의 표정이 점점 타들어 갔다. 이때 문득 그는 엽현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노인과 눈이 마주친 엽현이 손을 흔들었다.
“어이-”
순간, 노인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엽현, 뭘 그리 우쭐대고 있는 것이냐!”
“하하하! 네가 처맞고 있는 꼴을 보니 즐거워서 말이지!”
백발노인이 죽일 듯이 엽현을 노려보았지만, 엽현은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자신 있으면 어디 한 번 들어와 보든가!”
“…그 여인이 죽은 후에도 그렇게 말할 수 있나 두고 보겠다.”
순간 엽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설마 너희들… 그녀를 찾아가려는 건 아니겠지?”
“후후, 기다리고 있거라. 두고 보면 알 것이니.”
“…….”
천녀를 찾아가겠다고?
엽현은 도무지 신전의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도대체 왜 그의 적들은 하나 같이 눈앞의 자신은 내버려 두고서, 천녀를 못 찾아서 안달인 걸까?
무슨 강박증이라도 있는 것인가?
엽현은 어렴풋이나마 그 이유를 느낄 수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그만큼 약하기 때문이었다.
신전의 입장에서는 천녀만 해결할 수 있다면 엽현 정도야 언제든지 찍어 누를 수 있는 존재였다. 다시 말해 굳이 정력낭비를 할 필요가 없는 상대였다.
이와 같은 사실을 깨달은 엽현은 어쩐지 기분이 언짢아졌다.
“이봐, 영감. 솔직히 말해봐. 내가 그렇게나 약한 건가? 도저히 죽일 가치를 찾지 못할 정도로?”
“…엽현, 네가 약한 것이 아니라 우리 신전이 강한 것이다. 신전 앞에서는 네가 아니라 설령 그 여인이라 해도 벌레와 다를 바 없다.”
“그렇게 강한 자들이 왜 아직도 그녀를 죽이지 않았지?”
“그건 신전의 진정한 고수들이 대부분 부재중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있었더라면 그녀는 진작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엽현이 다시 뭐라 받아치려 할 때, 그의 머릿속에 연천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뭐 하러 계속 말을 섞는 것이냐? 저능아와는 거리를 두는 편이 낫다!]“…….”
“엽현!”
백발노인의 목소리에 엽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백발노인이 인왕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이느냐? 저것이 그 옛날 역천의 실력을 지녔다는 인왕의 최후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건…….”
바로 이때, 기둥 위에 묶여 있던 인왕이 돌연 눈을 번쩍 떴다.
쾅-!
이 순간, 파랗던 하늘이 순식간에 색을 잃었다.
이와 함께 대지가 균열을 일으키면서, 성 주변을 맴돌던 까마귀 떼들이 일순 썰물처럼 장내를 빠져나갔다.
엽현은 인왕의 얼굴이 기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백발노인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인왕을 향해 서 있었다.
이때, 깨어난 인왕이 천천히 창궁계로 통하는 천문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신의 기운…….”
인왕의 정면, 대장로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소리쳤다.
“인왕을 뵈옵니다!”
이에 장내에 있던 도문의 무인들이 일제히 싸움을 멈추고 인왕을 향해 예를 차렸다.
“인왕을 뵈옵니다!”
한편, 신전의 무인들은 표정이 다소 굳어갔다.
인왕!
그들은 한 번도 인왕과 마주한 적은 없었지만, 분위기만으로도 눈앞의 남자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눈에 봐도 최소 미지경 이상이었다.
바로 이때, 천문 근처의 구름 사이에서 검은 뇌전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이를 본 신전의 무인들은 사색이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신벌(神罰)! 모두 흩어져라!”
대장로의 외침에 도문 무인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대장로 역시 소칠과 함께 순식간에 천 장 밖으로 후퇴했다.
엽현은?
그는 뇌전이 콩알만 할 때 이미 이천 장 밖에 도착해 있었다.
그의 위기감지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것이다.
엽현은 집채만 하게 커진 뇌전을 바라보며 사뭇 진지해졌다.
잠시 후, 엽현이 문득 인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인왕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바로 이때, 검은 뇌전이 지면을 향해 뚝 떨어졌다.
쾅-!
이와 함께 온 하늘이 순식간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세상을 멸망시켜버릴 것만 같은 강대한 기운의 등장에 장내 모든 무인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신벌?”
인왕이 가볍게 중얼거리며 오른팔을 휘둘렀다.
쾅-!
한 줄기 금광이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무시무시한 속도로 떨어지던 뇌전이 순식간에 종적을 감췄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를 보자 백발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가볍게 신벌을 막아내다니, 진정 괴물인 것인가!
이때 인왕이 대장로 등을 내려다보았다.
“너희는…….”
“저희는 인간의 후예들입니다!”
대장로가 곧바로 공손히 예를 갖추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다소 흥분된 기색이 담겨 있었다.
“인왕께서 부흥하셨으니, 인간은 다시 부흥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 말에 인왕이 고개를 젓고는 천문을 향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신의 힘이 예전 보다 더욱 강해졌구나… 헌데…….”
인왕이 다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이런 몸으로 어찌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겠느냐?”
“인왕, 걱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