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25
725화 용의 내력?
여전히 뇌전에 쫓기고 있던 엽현은 어느 구름 속에 도달하자 자리에 멈추고는 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쉭-!
뇌전은 그대로 두 동강이 나 사라졌지만, 엽현 본인 역시 그 충격에 백 장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겨우 한숨 돌린 엽현은 검을 갈무리하고는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때 그의 시야에 들어온 하늘은 온통 흑암으로 변해 있었다.
특히 천문 근처의 공간은 이미 모두 무너져 내려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어둠 속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드는 두 개의 그림자.
천둥과 벼락이 난무하는 이 광경은 마치 종말을 연상케 했다.
과연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물론 엽현은 인왕이 이기길 바랐지만, 예감이 썩 좋진 않았다.
바로 이때, 검게 그을린 공간에서 돌연 일곱 개의 뇌전이 튀어 나왔다.
쾅-!
경천동지할 굉음과 함께 그림자 하나가 어둠 속에서 튕겨 나갔다.
다름 아닌 인왕이었다.
뒤로 물러나는 인왕 주변을 감싸고 있던 금광은 점점 옅어지더니 결국은 눈에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인왕이 진 것이다.
엽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천문 위쪽을 바라보았다. 세상을 오시하는 듯한 자세로 서 있는 여인은 그가 만나본 그 어떤 적보다 더 강해 보였다.
“우습군! 당시 무적에 가까웠던 인왕이 이렇게나 약해질 수 있다니!”
말을 멈춘 여인이 문득 엽현이 위치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목을 빼놓고 기다리거라. 다음은 네가 될 것이니!”
“내가 무서워할 줄 아느냐!”
당연히 무서웠다. 하지만 이렇게 큰소리라도 치지 않으면 자리에 주저앉을 것만 같았기에, 엽현은 용기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성공했는지, 여인은 엽현에게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병아리만큼이나 약한 녀석이 말을 함부로 하는구나! 만약 멍청한 신전 놈들이 네 배후를 두려워하지 않았더라면 너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놈들이 널 죽이지 않고 그녀를 찾아간 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에 엽현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내 생각엔 그래도 그녀를 먼저 찾아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흥! 어차피 죽일 건데 지금 죽이나 나중에 죽이나 뭐가 다르단 말이냐!”
엽현은 침묵했다.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저 백발여인은 신전의 무인들과 달리 천녀에 대해 아무 두려움도 느끼지 않고 있다. 혹 실력에서 오는 자신감일까?
이때 백발여인의 시선이 문득 인왕에게로 향했다. 순간, 엽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일단 살고 보자!
엽현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자 여인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말과 동시에 여인이 소매를 펄럭였다. 그러자 엽현 앞에 돌연 거대한 번개의 장벽이 놓이더니, 무수한 뇌전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엽현은 미간을 찌푸리는 한편 들고 있던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쉭-!
쾅-!
한 줄기 강렬할 검광이 방출되자, 눈앞의 장벽이 순식간에 터져 나갔다.
“제법 한 수가 있는 놈이었구나!”
여인이 날카롭게 소리치며 재차 출수하려 했다. 바로 이때, 그녀가 불현듯 인왕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때 인왕의 몸 주위에는 거대한 황금거룡 한 마리가 등장한 상태였다.
거룡을 발견한 순간 백발여인의 표정에 변화가 일었다.
“진명천룡(真命天龍)! 아직 기운이 남아 있었구나!”
“후후, 오너라. 다시 한번 붙어보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인왕이 황금거룡과 함께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솟구쳤다. 순간 현황대세계 전체에 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만수신복(萬獸臣服)!
공중.
빠르게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거룡과 인왕을 보며 백발여인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는 동시에 일장을 뻗었다. 그러자 일곱 색깔의 뇌전이 순식간에 그녀 손바닥에 응집되더니 그대로 하늘을 찢으며 뚝 떨어졌다.
순간 고요해진 장내.
쾅-!
천공이 다시 한번 찢어질 듯 갈라지면서, 엄청난 양의 금광과 뇌광이 사방팔방으로 터져 나갔다. 이윽고 충격의 파도가 불어 닥치자 엽현은 순식간에 천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가 막 자리에 멈춰 섰을 땐, 그의 눈앞의 공간은 완전히 파괴되어 말 그대로 ‘어둠’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어둠 가운데 서로를 마주 보고 잠잠히 서 있는 인왕과 백발여인.
누가 이겼지?
엽현이 심각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살피던 이때, 인왕의 몸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백발여인은 처음과 다를 바가 없었다.
또 진 건가?
엽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인왕이 고개를 돌리더니 돌연 손가락으로 엽현을 가리켰다.
“가거라!”
음성이 떨어지자마자, 인왕의 손가락에서 한 줄기 금색 기운이 엽현의 몸 안으로 날아들었다. 그 순간, 엽현은 온몸에 힘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인왕, 이건…….”
“가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제야 엽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보고 있던 백발여인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엽현이 사라지자 인왕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재밌는 녀석…….”
인왕은 곧 백발여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보았느냐? 인간은 영원히 멸망하지 않는다.”
말이 떨어진 순간, 인왕이 황금빛으로 변해 백발여인에게 달려들었다. 이때 인왕의 몸 전체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순간 백발여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연소본원(燃燒本源)!”
여인이 빛과 한데 어울려 날아드는 불덩이를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찰나의 순간, 엄청난 수의 뇌전이 마치 하나의 그물처럼 하늘에 드리워졌다.
쾅-!
곧 거대한 굉음이 하늘 너머로 울려 퍼졌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반경 수십만 리의 공간이 순식간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찾아온 것은 철저한 암흑세계.
이 암흑상태는 무려 반 시진이 돼서야 겨우 조금씩 회복되었다.
그리고 원상 복구된 천문 앞에는 단 한 사람, 백발여인만이 서 있었다.
여인의 상태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안색은 창백했으며, 입가에선 끊임없이 피를 흘리는 것이 심각한 내상을 입은 듯했다.
잠시 숨을 고른 여인은 엽현이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이때, 여인의 앞에 웬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중년인이 여인을 향해 공손히 예를 갖추는 순간, 갑작스레 여인의 손이 날아왔다.
짝-!
그대로 수백 장 뒤로 날아가는 중년인.
당황한 중년인은 뺨을 부여잡고 멍하니 여인을 바라보았다.
“멍청한 놈들!”
“주인, 어째서…….”
이때 백발여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짝-!
경쾌한 소리와 함께 중년인의 신형이 재차 붕 떠서 날아갔다.
이번에는 무려 천 장 밖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일격으로 중년인의 육신은 군데군데 갈라져 밖으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자, 신전의 강자들은 깜짝 놀라 황급히 여인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백발여인이 얼음장 같은 눈빛을 방출하며 조금 전 날아간 중년인을 향해 소리쳤다.
“이 쓸모없는 놈들아! 엽현이 저렇게 허약한데 왜 먼저 해결하지 않았단 말이냐!”
“주, 주인… 하지만 엽현에게는 뒤를 봐주는 자가 있지 않습니까?”
“고작 그 이유 때문에 놈을 살려두었단 말이냐?”
백발여인의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자, 중년인의 얼굴은 금세 땀범벅이 되었다.
“주인… 그 여인만 해치우면 엽현 따위는…….”
퍽-!
다시 한번 타격이 가해지자, 중년인의 육신은 완전히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신전의 무인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기 시작했다.
백발여인이 영혼밖에 남지 않은 중년인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하나 물으마. 우리는 어쨌든 그녀와 결전을 벌여야만 한다. 맞느냐?”
“그, 그렇습니다.”
중년인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의 음성이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떨려왔다.
“결국 그녀와 적이 되어야 한다면 무엇 때문에 엽현을 남겨둔 것이냐! 너희 머리에는 똥만 가득 하단 말이냐!”
순간 여인의 체내에서 강대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쾅-!
이에 버티지 못하고 미친 듯 밀려나는 신전 무인들.
격분한 백발여인이 아래쪽의 신전 무인들을 향해 또다시 독설을 뱉어냈다.
“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놈들! 죽일 수 있는 놈을 죽이지 않고, 한심하게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천 년을 수련해도 개, 돼지를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여인이 소매를 거칠게 펄럭이며 돌아섰다.
“당장 엽현을 찾아서 죽여 버려라! 더 이상 머뭇거린다면 내가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 말과 동시에 여인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여인이 떠난 것을 확인한 신전 무인들은 그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당장 엽현의 위치를 파악해라!”
“하지만 그 소복의 여인은…….”
“빌어먹을, 주인이 한 말을 듣지 못한 것이냐! 엽현의 배후는 신경 쓰지 말고 당장 엽현부터 처리한다!”
곧 장내에 있던 신전 강자들이 하나둘 어디론가로 떠나갔다.
* * *
이 시각, 어느 깊은 숲속.
추격을 따돌린 엽현은 한적한 공터가 나오자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때 그의 주변에는 황금빛을 발하는 거룡 한 마리가 맴돌고 있었다.
이는 바로 인왕이 마지막으로 넘겨주었던 진명천룡이었다.
이와 동시에 엽현은 마치 자신의 몸이 불길에 휩싸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때, 때마침 나타난 연천이 그의 모습을 보더니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탑 안으로 가자!”
연천은 곧 엽현은 데리고 계옥탑 안으로 진입했다.
탑 안으로 들어온 엽현의 주변 공간은 마치 물이 끓듯 들끓었고, 이와 함께 그의 신체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으악-!”
바로 이때, 엽현이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번쩍 떴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에서 두 줄기 빛이 튀어나왔다.
쾅-!
빛이 벽을 강타하자 계옥탑 전체가 크게 요동쳤다.
잠시 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엽현.
이때 그의 몸에는 이전에는 없었던 황금색 용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이를 알아차린 엽현이 당황해하며 연천을 바라보았다.
“연천, 이게 뭐야?”
“네 육신은 등봉경 절정이 되었다.”
등봉경 절정!?
엽현은 다소 어리둥절했다.
“이 금룡 때문인 건가?”
연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조금 전 네 몸이 금룡을 흡수하면서 너의 육신 강도 역시 상승하게 된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금룡이 이미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네 육신은 더욱 강해졌을 것을.”
“그런…….”
“게다가 변한 것은 육신의 강도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 네 힘을 한 번 점검 해 보도록 하거라.”
엽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오른손 주먹을 꽉 쥐었다. 순간, 그의 주먹에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강대한 힘이 응집됐다. 뿐만 아니라, 그의 등 뒤로 금룡의 허영까지 나타났다.
“이건…….”
순간 엽현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금룡!
이때의 그는 자신의 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금룡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금룡의 강력한 힘까지!
이 힘은 자신에게 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힘이었다.
금룡의 힘!
“네 몸에 있는 그 용은 보통 존재가 아니다.”
“용의 내력을 알고 있나?”
엽현의 질문에 연천이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 하지만 네 혈맥과 충돌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존재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지. 그 내막이야 어쨌건, 금룡의 힘은 네 육신의 강도를 보충해 줄 뿐만 아니라, 원래 네가 갖고 있던 신혼의 결점도 어느 정도 채워 줄 것이다. 이에 따라 일검무량의 위력 또한 대폭 강화됐을 것이고.”
“혹시, 그 백발의 여인도 죽일 수 있을까?”
“여전히 그녀에게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다만, 다른 자들이라면 손쉽게 상대가 가능할 것이다.”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녀 역시 인왕의 마지막 공격에 부상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몸으로 계속해서 나를 노리려 할지 의문이군.”
“신전에는 그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굳이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아마도 다른 신전 강자들이 부재한 까닭일 것이다. 어쨌거나, 네 처지는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흠… 일단 천강성으로 돌아가 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