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26
726화 이제는 내 차례인가?
계옥탑을 빠져나온 엽현이 자리를 뜨려 할 때, 그의 앞에 소칠과 대장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칠이 먼저 엽현을 향해 말했다.
“나도 너와 함께 간다.”
“그건 안 된다!”
소칠의 말에 대장로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지금 너의 상태로는…….”
“신국을 지키는 건 나의 일이기도 하오. 계속해서 엽현 혼자만 부담을 지게 할 수는 없소.”
“소칠! 지금 네 실력으로 신전을 상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이다! 너는 인간의 마지막 희망, 절대 무슨 일이 생겨선 안 된단 말이다!”
대장로가 다소 안절부절못해 하며 말하자 소칠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무슨 인왕도 아니고, 도문의 무언가는 더더욱 아니오. 그러니 나는 나의 업보를 짊어지러 가겠소. 가자!”
소칠이 엽현을 향해 말하자 엽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물론 소칠의 합류를 환영하는 바였다. 그녀가 돌아오면 자신이 받는 압력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막 자리를 떠나려 할 때, 대장로가 앞을 가로막았다.
“소칠, 너의 손에 인간 전체의 명운이 달려있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란 말이다!”
이때 엽현이 대장로를 향해 말했다.
“대장로, 방금 그 말은 조금 언짢게 들리는구려. 나 역시 친구인 소칠이 안전하게 지내길 바라오. 하지만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려하는 사람을 굳이 이렇게 막아서야 하겠소?”
“엽현!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소칠의 생명이 무엇과 연관되어 있는 줄 아느냐? 그녀의 목숨은 네 것과는 확연히 무게가 다르단 말이다!”
바로 이때, 엽현이 검을 뽑아 들었다.
이에 대장로가 황급히 정면으로 일권을 내질렀다.
쾅-!
커다란 굉음과 함께 대장로가 백 장 뒤로 물러났다. 이때 대장로의 오른팔은 이미 잘려나간 상태였다.
순간 대장로의 얼굴에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여 나타났다.
“엽현, 네 이놈-!”
이에 차가운 얼굴로 대장로를 바라보는 엽현.
“대장로, 소칠은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소. 그녀를 무슨 도문의 도구처럼 여기는 것은 매우 불쾌하오.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계속해서 그녀의 앞을 막으려 든다면 이번엔 팔이 아니라 목을 베겠소! 가자!”
소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장로를 바라보았다.
“도문은 신전과 신국이 양패구상하길 바라겠지만, 나는 그걸 지켜볼 수 없소. 왜냐하면 신국은 나의 것이고, 신국의 백성들을 지키는 것이 신주인 나의 책임이기 때문이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칠은 엽현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대장로가 그들을 향해 무어라 소리치려 할 때, 그의 곁에 웬 노인 하나가 나타났다.
노인을 본 순간 대장로가 깜짝 놀라며 황급히 예를 차렸다.
“이(李) 상존(上尊)!”
이 상존이라 불린 자가 멀리 떠나가는 엽현과 소칠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게 두어라. 다시 붙잡았다간 저 아이의 마음이 도문으로부터 떠날까 두렵구나.”
“하지만 지금 도문의 전력으로 신전과 맞붙기에는 무리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신전이 엽현을 처리하느라 힘이 빠져 있을 때, 우리가 어부지리를 취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네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 아이더러 자신의 백성을 모른 척 하라는 것도 안 될 일이다. 게다가 두 사람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휴… 그럼 이제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기다린다.”
“그저 이렇게 말입니까?”
대장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더 말을 하려 할 때, 그의 앞 공간에 물결처럼 파문이 일었다.
순간 대장로가 어두운 표정으로 이 상존을 바라보았다.
“신전이 출수했습니다!”
* * *
천강성.
이날, 천공성 상공에는 수많은 강자들이 몰려들었다.
모두 신전의 무인들이었다.
그러자 북경의 전 병력은 물론이고 헌원가, 무족 그리고 검무문의 강자들도 천강성 안에 빠르게 집결했다.
이들은 이미 엽현과 운명 공동체가 된 상태였다.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는 상황이었다.
다만 신전의 강자들과 대면했을 때, 성 안의 모든 무인들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신전에서 보내 온 무인들은 단 서른 명.
그러나 이 서른 명 중에서 가장 경지가 낮은 것은 등봉경이었고 반보미지경은 무려 여섯 명, 특히 선두에 창을 들고 서 있는 노인은 경지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이 노인은 이미 백발이 성성했으나, 마치 한 자루 창을 세워놓은 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노인을 포함한 서른 명의 신전 강자들이 흉흉한 기운을 쏟아내는 장면에서 성 안의 무인들은 압박감을 느끼기 충분했다.
이와 비교해서 북경 무인들 중에는 약한 자들이 많이 섞여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특별히 약하다고 볼 수 없었다.
헌원가 등의 강자들이 합류한 후, 전력이 크게 증강 됐던 것이다.
알다시피 헌원가와 검무문 등은 현황대세계를 대표하는 거대 세력들이었기에, 그 저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들 세력이 보유한 등봉경 강자만 스물이 넘었으며, 반보미지경 강자도 넷이 존재했다.
그리고 북경에는 등봉경 강자조차 몇 되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의 핵심 전력은 바로 엽현이니까.
엽현!
이 미지수의 전력을 보유한 것만으로도 북경은 다른 세력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한편, 현황주 역시 도착해 있었다.
다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어서 잠잠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때 그녀 곁에서 신전 강자들을 응시하고 있던 양로가 침묵을 깼다.
“보아하니, 이번엔 매우 진지하게 임할 모양입니다.”
“후후,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 했다. 지금도 많이 늦은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는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하겠지.”
“아마 그 녀석은… 또 성장하지 않았겠습니까?”
엽현. 그는 정말 매번 볼때마다 놀랍게 성장해있었다.
“전하, 이번에 출수하시겠습니까?”
“우리도 출수한다.”
“하지만 신전과 적이 되는 것은…….”
“지금 나서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내는 언제나 옳지만, 영원히 인내하는 것은 거북이와 다를 것이 없지 않느냐?”
말을 하던 현황주가 슬쩍 창궁계를 바라보았다.
“자, 준비하자꾸나.”
그 말에 양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사라졌다.
한편, 상공에서 창을 든 채로 흔들림 없이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노인.
성 안의 무인들의 진용을 살피는 그의 표정은 극도로 차가웠다.
후회!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개미새끼인줄로만 알았던 엽현이 어느새 세력을 이렇게 불려놨을 줄이야.
반드시 미리 제거해야만 했다.
그러나 아직은 여유가 있다.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니니.
이윽고 노인의 낭랑한 목소리가 천강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엽현은 어디 있느냐?”
“그는 이곳에 없다!”
어느새 노인 앞에 나타난 안란수가 소리쳤다.
이에 노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다리지.”
“지금 출수하지 않는 건가?”
안란수가 묻자 노인이 가소롭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희 같은 피라미들을 잡아서 무엇 하겠느냐?”
이때, 안란수 곁에 등장한 연만리.
그녀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없을 때 출수 하는 게 더 좋지 않은가?”
창을 든 노인은 연만리를 흘끔 쳐다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제 어떡하지?”
“기다리자. 그가 금방 도착할 거야.”
안란수의 말에 연만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리, 가서 봉제경 이하의 무인들… 아니, 성 안의 모든 사람들을 대피시켜 줘.”
“그렇게 할게.”
연만리가 자리를 떠나고, 곧 성 안에 있던 약한 무인들과 백성이 성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강성은 몇몇 무인들을 제외하고 텅 비어 버렸다.
신전은 이때에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이때, 창을 든 노인이 불현듯 한 쪽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먼 하늘로부터 두 줄기 검광이 빠르게 날아오더니, 신전 무인들 앞에 떨어졌다. 검광이 흩어지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엽현과 소칠이었다.
소칠!
소칠의 얼굴을 본 순간, 아래쪽의 신국 강자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꽤나 오랫동안 떠나있긴 했지만, 그녀는 그들의 마음속에 항상 진정한 신주였던 것이다.
어찌 보면 신국의 정신적 지주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신국의 무인들은 엽현에 대해서도 많은 지지와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엽현 덕에 신국은 큰 위기에서 탈출한 것은 물론, 오히려 적진이라 할 수 있는 현황대세계에 까지 진출할 수 있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엽현이든 소칠이든 신국 무인들의 마음속에서는 똑같이 신주로 여겨지고 있었다.
“어떻게 더 강해진 것이냐?”
엽현이 나타나자 창을 든 노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에 엽현이 아래쪽을 한 번 바라본 후 노인에게 말했다.
“장소를 옮기는 게 어떤가.”
상대는 모두 일격에 산 하나를 박살 내 버릴 강자들. 그런 자들과 이곳에서 싸우게 되면 천강성은 가루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묏자리라면 너를 위해 봐둔 곳이 있지. 따라서 오너라!”
창을 든 노인이 그대로 어디론가로 몸을 날렸다.
이때 엽현이 아래쪽의 헌원가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들도 합류하겠소?”
엽현의 말에 헌원가의 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곁으로 날아왔다.
이를 본 다른 무인들 역시 일제히 엽현의 뒤편에 섰다. 현재 현황대세계 최강이라 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엽현은 또 고개를 돌려 현황주가 숨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에 현황주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시오. 엽왕을 실망시키진 않을 테니.”
“그러길 바라겠소.”
이 말을 끝으로 엽현은 소칠 등의 무인과 함께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들 중에는 안란수, 연만리 외에도 막사도 섞여 있었다. 이들 세명의 실력은 이미 자신들보다 높은 경지의 무인과도 붙어 볼 수 있는 정도였다.
게다가 중요한 전투이니만큼 흔쾌히 엽현을 따라나섰던 것이다.
구름을 뚫고 끝없이 상승한 무인들은 마침내 성공 중에 도착했다.
성공!
성공은 공간의 제약이 없을뿐더러, 도칙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는지라 큰 전투를 벌이기에 손색이 없는 장소였다.
잠시 후, 정면의 연합군을 둘러보던 노인의 시선이 마침내 엽현에게로 향했다.
“누가 나와 겨뤄 보겠느냐?”
이에 엽현이 가볍게 웃으며 소칠을 바라보았다.
“소칠, 내가 할까? 아니면 네가 갈래?”
“내가 한다. 나머지를 처리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엽현이 노인의 뒤편에 있는 무인들을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일검에 한 명씩 잡으면 일각이면 충분할 것 같군.”
일검에 한 명!
노인 뒤편에 서 있던 신전 무인들은 그 말을 듣자 황당함으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일검에 한 명이라고? 머리가 돌아버린 것 아닌가?
“좋아, 내가 제일 강한 놈을 맡는 동안, 나머지를 부탁한다. 그리고…….”
소칠이 헌원가의 무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대들은 상황을 봐서 진입하도록 하시오!”
이 말을 끝으로 소칠이 노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윙-!
한 줄기 검명 소리와 함께 장내에 번뜩이는 검광. 이를 본 노인이 일보 전진하는 동시에 창을 깊게 뻗어냈다. 순간, 창끝과 검 끝이 한 점에서 만났다.
쾅-!
순간 큰 울림과 함께 수만 장 내의 공간에 균열이 일었다.
바로 이때, 어느새 노인 앞에 나타난 소칠이 노인의 목을 노리고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노인의 반응도 뒤처지지 않았던지라, 그의 창끝은 눈 깜짝할 사이 소칠의 복부에 도달해 있었다.
노인의 창은 검보다 길었고, 게다가 빨랐다.
이에 소칠은 어쩔 수 없이 검을 거두고는 재빨리 몸을 비틀었다.
펑-!
공간을 뚫으며 날아간 창은 아슬아슬하게 소칠의 곁으로 빗나갔다. 이때 한 줄기 검광이 노인의 미간으로 날아들었다.
쉭-!
바로 이때, 소칠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황급히 뒤쪽으로 신형을 물렸다. 그녀가 막 자리를 이탈한 순간, 그녀가 서 있던 공간이 폭삭 주저앉았다.
다소 진중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는 소칠.
노인의 창끝은 어느새 그녀가 있던 자리를 겨누고 있었다.
“놀랍군. 엽현만한 자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한 자가 있었다니… 역시 인왕의 운명을 타고난 자인가…….”
소칠은 아무 대꾸 없이 손목을 비틀었다. 다음 장면에서 한 줄기 검광이 뱀처럼 또아리를 틀며 날아갔다.
이와 거의 동시에 검을 향해 뻗어 나가는 노인의 창!
한편, 멀리서 둘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엽현은 노인 뒤에 있는 스물아홉 명의 신전 강자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제 내 차례인가? 변신!”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