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28
728화 어째서?
하늘을 환하게 밝힌 백광을 보며 엽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 이대로 끝날 리가 없지.’
신전은 또 어떤 패를 꺼내 보일 것인가?
엽현이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밝은 빛 가운데서 한 명의 중년인이 걸어 나왔다.
중년인은 짐승의 가죽으로 지은 옷을 입고 있었다.
한 손엔 길고 거칠어 보이는 도끼를 들고 있었다.
눈으로 상대를 확인한 순간, 엽현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갔다.
강자였다.
분위기로 보건대 보통 강자가 아님은 분명하다.
‘제길, 산 넘어 산이군.’
엽현이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자, 강대한 기운이 마치 운무처럼 전신을 통해 흘러나왔다.
바로 이때, 성공 중의 백발여인이 아래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나하나 나올 생각 하지 말고 싹 다 튀어나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엽현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노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손에 검은 지팡이를 쥐고 있었는데, 손잡이 부근에는 뱀의 머리가 조각되어 있었다.
게다가 엽현의 왼편에도 검은 치마를 입은 여인이 부지불식간에 나타나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찬 기운이 가득한 도륜(刀輪)이 들려 있었다.
새로이 등장한 이 세 사람을 번갈아 보며 엽현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들은 이미 전설 속의 미지경 강자처럼 느껴졌다.
세 명의 미지경 강자들!
도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한단 말인가?
엽현이 먼저 가장 근처에 있던 지팡이를 든 노인을 향해 말을 걸었다.
“일 대 일로 해 보겠소?”
“훗… 애송이 녀석이…….”
노인이 엽현을 향해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성공 중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헛짓거리하지 말고 셋이 모두 달려들어라!”
“…….”
백발여인의 명령이 떨어지자 세 명의 강자가 동시에 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세 명의 미지경 강자의 합공이었다.
엽현에게는 그 어떤 희망도 없어 보였다.
사실 미지경 강자 하나만 해도 충분했지만, 더 이상 엽현에게 작은 승산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기에 백발여인은 이 같은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엽현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미지경 강자 셋이 달려드는 상황에서 누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때, 엽현이 팔을 뻗자 한 줄기 묵광이 빠르게 쏘아지듯 날아갔다.
쾅-!
순간, 가장 앞서 달려오던 노인의 신형이 순식간에 천장 멀리 날아갔다.
이를 보자 여인과 중년인은 황급히 자리에 멈춰 서서 상황을 살폈다.
노인의 정면에는 한 명의 남자… 아니, ‘남자였던 물체’가 서 있었다.
제시(帝屍)!
생전 마주의 모습을 한 제시가 장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엽현은 생전 마주로 만든 제시를 이렇게 함부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있는가? 일단 살고 봐야 하는 것을!
지팡이를 든 노인이 진중한 얼굴로 제시를 응시하며 소리쳤다.
“내가 저 괴물을 막을 동안 엽현을 처리하시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노인이 제시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와 거의 동시에 여인과 중년인 또한 엽현을 노리고 덤벼왔다. 바로 이때, 갑자기 나타난 여인 하나가 도륜을 든 여인 앞을 막아섰다.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도칙 연천이었다.
“나머지 하나 정도는 혼자 처리할 수 있겠지?”
말을 마친 연천의 몸이 순식간에 희미해지더니, 도륜을 든 여인과 함께 마치 신기루처럼 자리에서 사라졌다.
엽현은 더 이상 두 여인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순간 자신의 눈앞으로 거대한 도끼가 하늘을 쪼개며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엽현이 눈을 가늘게 뜨며 출수했다.
쾅-!
엽현의 신형이 천장 가까이 밀려나는 동시에 중년인 역시 수백 장 뒤로 밀려났다.
이때 중년인은 자신의 도끼에 갑자기 나타난 균열을 확인하고는 엽현의 검을 바라보았다.
천주검!
“좋은 검이군!”
말을 마침과 동시에 중년인이 들고 있던 도끼를 내던졌다.
부웅-!
섬뜩한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도끼를 바라보며 엽현은 피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러기엔 그 속도가 너무나 빨랐던 것이다.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엽현은 천주검을 양손으로 단단히 쥐고서 그대로 맹렬히 휘둘렀다.
쾅-!
검과 도끼의 날이 부딪친 순간, 엽현이 비틀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이때 튕겨 나간 도끼는 다시 중년인의 손으로 돌아가 있었다.
중년인은 쉴 틈을 주지 않고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그의 도끼가 번뜩이자, 마치 천지를 그대로 쪼개버릴 듯한 강대한 기운이 엽현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중년인의 정면.
엽현이 황급히 보법을 밟으며 천주검을 앞쪽으로 길게 찔러 넣는 순간 검 끝에서 황금색 검기가 방출됐다.
쾅-!
검광이 무수한 파편이 되어 날아가고, 엽현과 중년인이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이 과정에서 엽현이 왼손 검지로 중년인을 가리키자, 몇 줄기 검광이 중년인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쾅……
찰나의 순간, 중년인의 모습이 검광 사이에 파묻혔다.
엽현은 자신의 팔을 확인했다. 검을 잡은 손에 작은 균열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엽현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만약 일찍이 금룡과 융합한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조금 전의 충돌에서 그의 몸은 산산조각나고 말았으리라!
애당초 미지경 강자를 상대로 지금껏 버텨 온 것도 사실 기적이었다.
한편, 반대쪽에서는 검광이 사라지고 중년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몸에 남아 있는 십여 개의 검흔과 군데군데 금이 가 있는 도끼가 조금 전 엽현의 공격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증명하고 있었다.
중년인의 시선은 다시 엽현이 들고 있는 천주검으로 향했다. 검을 뚫어져라 바라볼수록, 그의 미간에 패여 있는 골짜기가 점점 깊이를 더해갔다.
엽현 본인의 실력은 결코 그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위협이 되는 것은 바로 그의 검이었다.
단단한 육신으로 공격을 버티고, 변태 같은 검으로 반격을 해대니, 실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바로 이때, 엽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창공에 검명이 울려 퍼지면서 날카로운 검광이 중년인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번뜩였다.
쾅-!
엽현의 검이 떨어진 순간, 중년인이 도끼를 들어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의 신형은 백여 장 뒤로 주르륵 밀려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도끼의 손상 정도가 더욱더 심해졌다. 이러다간 언제 박살나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이를 눈치챈 중년인의 얼굴색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만약 도끼가 부서진다면 정말 난처한 상황에 처하고 말 것이다. 지금 그의 육신은 엽현의 검을 견뎌 낼 정도로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엽현은 잠시 검을 내려두고서 장내 상황을 둘러보았다. 소칠을 필두로 한 북경 무인들은 신전 강자들을 상대로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소칠 혼자서도 능히 여럿을 상대할 수 있는 데다가, 현황주가 보낸 스무 명의 등봉경 강자들까지 합세하니, 무인의 능력은 물론 절대적인 숫자에서도 모두 북경 측이 앞서고 있었다.
엽현은 다시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성공 중엔 간자재와 백발여인이 용호상박의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여전히 당분간은 승부를 내기 힘들어 보였다.
엽현은 백발여인에게 밀리지 않는 간자재를 보며 자신이 그녀의 실력을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
백발여인 앞에서 단 일 합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던 기억을 떠올리니, 간자재의 강함이 더욱 여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때 엽현은 문득 고인이 돼 버린 마주를 떠올렸다.
간자재가 저 정도인데 그녀보다 더 높은 곳에 갇혀 있던 마주의 실력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을까?
굳이 직접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엽현의 시선은 자연스레 제시가 된 마주에게로 향했다. 과연 제시는 미지경 강자를 맞아 압도적인 무력을 보이고 있었다.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이대로 반 시진 정도가 지나면 자신들 쪽의 승리가 확실시되어 보였다.
깜빡하고 있었군.
엽현이 잠시 잊고 있던 연천을 향해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연천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엽현의 시선은 곧장 그녀 손에 들린 절단된 머리통으로 향했다.
금방 잡은 돼지처럼 붉은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머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방금 전 도륜을 사용하던 여인이었다.
“…….”
이렇게 빨리 끝내 버렸다고?
“여, 연천… 수고했…….”
“밥값은 했다. 들어가서 쉬겠다.”
연천은 들고 있던 머리통을 엽현 손에 들려주고는 계옥탑으로 돌아가 버렸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정신을 차린 엽현은 다시 도끼를 든 중년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슨 대화가 더 필요할까?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진 순간, 장내에 검명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이에 반대쪽에 있던 중년인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반쯤 부서진 도끼를 들어 올렸다.
“개(開)!”
도끼가 뚝 떨어진 그 순간, 그의 앞쪽 공간이 길게 갈라지며 화산 같은 기운이 터져 나왔다.
콰쾅-!
순식간에 검광을 집어삼킨 도끼는 그대로 엽현을 천 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중년인이 여세를 몰아 추격하려 할 때, 그가 들고 있던 도끼가 ‘빠직’ 소리를 내며 부서지더니, 이내 여러 개의 파편으로 지면에 흩뿌려졌다.
중년인은 제 자리에 멈춰 섰다.
부서졌다고!?
놀랄 시간도 없었다. 중년인은 자루만 남은 도끼를 집어 던지고는 곧장 엽현을 향해 내달렸다.
콰쾅-!
그의 무쇠와 같은 주먹이 바람을 뚫고 날아간 순간, 엽현 정면의 공간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균열이 일었다.
이에 엽현 역시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쉭-!
쾅-!
엽현이 이번에는 선혈을 한 움큼이나 토해내며 날아갔다. 하지만 아직 그의 육신은 중년인의 강력한 일격을 견뎌낼 수 있었다.
등봉경 급의 육신과 금룡의 방어력.
이 둘의 조합은 단순히 하나의 하나를 더한 것으로 볼 수 없었다.
엽현의 정면에 있는 중년인은 더 이상 출수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주먹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이때 그의 주먹 위에는 깊은 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검흔 사이로 처음에는 방울방울 맺히던 선혈이 곧 강이 되고 바다를 이루어 바닥으로 흘러 내렸다.
“도대체… 너는 어째서 그런 신물을 들고 있는 것이냐?”
분노를 넘어서 억울함까지 담겨져 있는 목소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저 검만 아니었더라면 이미 승부는 진작 결정되지 않았겠는가?
원래도 전투력이 강한 검수가 강력한 검을 든 것도 모자라 미지경 강자의 주먹도 견뎌내는 육신이라니…….
중년인으로서는 충분히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엽현은 전혀 그 말을 들어 줄 생각이 없었다. 그저 검을 길게 빼 들고 출수할 준비를 할 뿐이었다.
바로 이때, 성공 중에 날카로운 검명이 울려 퍼지더니, 전신이 칠흑과 같이 어두운 검 한 자루가 천천히 중년인 앞으로 떨어졌다.
흑검!?
검을 알아본 순간 엽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는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흑검이었던 것이다.
“그 검을 사용하거라!”
성공에 있는 백발여인의 말에 중년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었다. 바로 이때, 흑검이 그의 손아귀를 피해 엽현에게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중년인은 너무나 당황해서 제 자리에 굳어 버렸다.
이는 눈앞의 흑검을 바라보고 있는 엽현 역시 마찬가지.
…어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