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29
729화 얼마나 강한 것인가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앞의 흑검을 바라보고 있는 엽현.
검이 어째서 내게 온 거지?
당황스럽기는 중년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발여인이 준 검이 홀연히 적의 손으로 달아나버리다니…….
중년인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성공 중의 백발여인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때 엽현이 손을 뻗어 흑검을 쥐었다.
그러자 미동하며 중후한 검명 소리를 내었다.
문득 뭔가 떠오른 엽현, 그가 손을 펼치자 세 자루의 검이 흑검 옆에 더해졌다.
천녀의 검, 소칠의 검, 천주검… 그리고 마지막 조각인 흑검까지!
드디어 다 모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 자루 검을 모두 모은 것은 엽현으로서도 매우 뜻밖이었다.
한편, 반대편에 서 있는 중년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엽현 앞에 나타난 네 자루 검은 모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내뿜고 있던 것이다.
한 자루 검도 버거운데 네 자루라니, 날 더러 어쩌란 말인가!
중년인은 지금이라도 당장 도망치고만 싶었다.
이치를 따져 보자면 경지가 한참 높은 자신이 압도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이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 엽현이 가지고 있는 신물들은 하나 같이 말도 안 되는 물건들이었다.
중년인의 시선은 다시 엽현에게로 향했다.
이때 엽현은 이미 네 자루 검을 합치고자 하는 결심이 선 상황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흥미진진한 일이 생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엽현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걸린 순간, 그의 검의가 네 자루 검을 휘감기 시작했다. 곧 검의에 인도하에 네 자루 검들이 천천히 융화를 이루어 갔다. 그러나 천주검과 검수검이 접촉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쾅-!
돌연 커다란 폭발이 발생하면서 엽현의 신형이 수천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엽현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무적인 줄로만 알았던 그의 육신에 무수히 많은 검흔이 생겨난 것이다!
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엽현.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북경과 신전 강자들 또한 갑자기 발생한 상황에 의아할 뿐이었다.
왜 혼자 저러고 있는 거지?
바로 이때, 엽현의 몸 안에서 금룡의 울음소리가 구슬피 울려 퍼졌다.
금룡 역시 타격을 입은 것이었다.
엽현은 금룡의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네 자루 검의 융합!
큰 기대를 품고 실행에 옮긴 일이었지만, 이런 문제가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엽현은 이제야 검을 합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더불어 그는 나머지 세 자루 검이 천녀의 검에 커다란 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때문에 나란히 있을 때는 상관없지만, 하나로 합쳐지려 할 때, 극도로 저항했던 것이다.
‘이거 참, 곤란하게 됐군.’
엽현이 고심에 잠겨 있는 이 순간, 돌연 성공 중에 강대한 뇌광이 터져 나왔다. 이 충격으로 주변의 성공이 마치 거북이 등껍질처럼 길게 갈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모든 무인들이 싸움을 멈추고 성공을 응시했다.
이번 전투의 관건은 어쨌거나 저 두 여인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엽현 역시 성공을 바라보며 주먹에 힘을 쥐었다.
간자재가 과연 백발여인을 잡을 수 있을까?
백발여인의 강함을 알고 있는 엽현은 이에 다소 회의적이었다.
게다가 오늘의 그녀는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 보였다.
바로 이때였다.
성공이 마구 들끓더니, 이내 모든 성공 공간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세상은 순간 붉게 물들어 버렸다.
금방이라도 지상으로 옮겨붙을 것만 같은 거대한 불길이 나타나자, 모든 무인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곧 두 사람의 대격돌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엽현 역시 다른 자들과 마찬가지로 원래 있던 자리에서 만 장 뒤로 물러났다.
시뻘건 지옥 불 사이로 뇌광이 끊임없이 터지길 일각 여, 드디어 성공이 조금씩 평정을 되찾아가고, 모두의 시선 속에 두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발여인과 간자재!
이때 백발여인의 주변으로 뇌전이 계속해서 번뜩이고 있었다. 마치 뇌신(雷神)이 강림한 듯했다.
반대쪽의 간자재는 양손을 뒤로 한 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
백발여인이 간자재를 향해 소리쳤다.
원래 한 수 아래로 봤던 간자재가 이토록 강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나?”
간자재가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
“누구긴 누구야, 간자재지!”
“들어 본 적 없다!”
“이제 들었으니까 됐지?”
간자재를 바라보며 백발여인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때 그녀가 문득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장내에는 스무 명의 신전 강자 중 열여섯만이 남아 있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손실이었다.
이를 본 순간 백발여인의 표정이 흉악한 맹수처럼 일그러졌다.
“쓸모없는 놈들!”
당시 엽현을 무시했던 신전은 그를 죽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배후를 찾으러 간다며 시간을 낭비했다. 그사이에 성장한 엽현은 더 이상 그들이 죽이고 싶다고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설령 죽인다 해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엽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눈앞의 간자재만 해도 쉽게 제압할 수 없었다.
백발여인의 시선은 곧 이 모든 것의 원흉인 엽현에게로 향했다. 그를 바라보는 여인의 눈에는 짙은 살기가 꿈틀거렸다.
“왜, 대화라도 해 볼 셈인가?”
“너와 나 사이에 대화할 게 있느냐! 어차피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싸움…….”
“소칠! 신전 무인들을 다 죽여버려. 하나도 남김없이!”
소칠이 그 말을 듣자마자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신전 강자들에게로 쏘아져 날아갔다. 뒤이어 북경의 무인들 또한 일제히 그녀의 뒤를 쫓았다.
이를 본 신전 강자들의 표정은 곧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지금 상태로 싸우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전멸하고 말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이때 다행히도 백발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모두 신전으로 퇴각한다!”
순간 신전 강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뒤로 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퇴각!
이에 북경 무인들이 서둘러 추격을 시작했다.
“멈춰!”
성공으로부터 들려온 간자재의 목소리.
그녀의 음성을 들은 북경 강자들은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백발여인은 여전히 엽현을 노려보며 살의를 감추지 않고 있었다.
아래쪽의 엽현은 상대가 얼마나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때 백발여인이 돌연 간자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 참견 좋아하는 계집, 엽현이 죽을 때 너 역시 함께하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끝으로 백발여인이 뒤돌아섰다.
순간 한 줄기 뇌광이 번쩍이자, 백발여인의 모습이 완전하게 사라졌다.
여인이 떠난 후, 잠시 자리에 머물러 있던 간자재가 순식간에 엽현 앞에 나타났다.
“누님, 괜찮…….”
“가자!”
엽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간자재가 엽현의 어깨를 낚아채더니,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자리에 남은 무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다.
* * *
간자재는 엽현과 함께 어느 어두운 성공 중에 들어왔다.
뒷짐을 진 채, 평온한 얼굴로 먼 곳을 응시하는 간자재.
엽현은 말이 없는 간자재를 대신해 먼저 입을 열었다.
“누님, 왜 그러십니까?”
이때 간자재가 엽현을 향해 돌아섰다.
“그 여인은 보통 존재가 아니었다.”
“그 백발여인 말입니까?”
간자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전 역시 간단하지 않다. 예상컨대,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저 여인이 나타난 이상 신전은 ‘그녀’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서 네게만 집중할 테니까.”
“그건 예상하고 있는 바입니다.”
“…….”
“누님, 무슨 말을 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이시는 겁니까? 들을 준비가 돼 있으니 기탄없이 말씀하십시오.”
간자재가 창궁계가 있는 방향을 응시하며 대꾸했다.
“조금 전, 저쪽에서 커다란 기운을 느꼈다.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구나.”
강대한 기운이라고?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그건 나도 확실하지 않다. 어쩌면 신(神)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 신이란 게 도대체 어떤 존재입니까?”
“알 수 있는 건 하나, 매우 강력한 존재라는 것.”
강력한 존재라고?
엽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간자재가 강하다고 한다면 정말로 강한 것이니까.
“하… 인생이 참 고달프군요.”
엽현은 어린 시절부터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살아왔었다. 그의 인생은 싸움을 제외하면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대체 언제쯤, 이 고통스러운 굴레를 끊게 될 수 있을까?
이때 엽현이 계옥탑을 꺼내 들고는 탑을 향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 혹시 오유계에 아는 친구 없어? 와서 나 좀 도와주게 하면 안 될까?”
웅- 웅-
“소령아!”
“너무 멀어서 연락할 수가 없대!”
그 말을 들은 엽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연천, 만약 이 녀석이 오유계의 강자들과 연락할 수 있게 되면 어떻게 될까?”
연천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엽현은 직감적으로 만약 탑이 오유계 강자들을 불러들인다면 좋은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 느끼고 있었다.
십중팔구, 자신을 죽이고 탑을 빼앗으려 들지 않겠는가.
이때 연천 대신 염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탑이 오유계 강자들과 연락할 수 있게 놔둬선 안 된다.”
“어째서? 역시 문제가 생기는 건가?”
“물론이다. 그거도 아주 큰 문제가.”
염가의 음성에는 진중함이 묻어났다.
“오유계의 존재들 역시 이 탑을 노리고 있다. 왜냐하면 오유계 안에서 이 탑의 쓰임새가… 어쨌든, 그들이 이곳에 넘어오게 되면 미쳐 날뛸 것이 뻔하고, 그렇게 되면 설령 천녀라 할지라도 널 지켜주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 순간 엽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염가, 겁주지 마!”
이때 엽현 앞에 나타난 염가가 엽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널 겁주는 게 아니다. 천녀가 강하긴 하지만 항상 널 돌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들은 반드시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널 해하려 들 것이고, 너는 그들이 이용하는 시간과 공간에 절대 대항할 수 없다.”
“하… 그럼 계속해서 이렇게 비참하게 살 수밖에 없는 건가?”
염가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진정으로 탑을 정복하고 아홉 개 도칙을 모두 모은다면, 설령 오유계 강자들이라 할지라도 널 쉽게 죽일 수 없을 것이다.”
“탑을 정복…….”
아직 영지를 회복 못 한 탑도 지배할 수 없는데, 나중에 완전히 깨어날 생각을 하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때 간자재가 염가에게 물었다.
“오유계 강자들은 얼마나 강한 거지?”
“…….”
“왜 말이 없나?”
“그게… 설명하기 매우 복잡하다.”
“그럼 좀 더 간단히. 만약 내가 이대로 오유계로 간다면 매우 떨어지는 수준일까?”
염가가 고개를 저었다.
“너나 마주 정도 되는 자는 분명 그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다만 오유계라는 곳은…….”
바로 이때였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머나먼 창궁계에서 붉은빛이 눈 깜빡할 사이 날아와서는 순식간에 엽현의 미간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이윽고 엽현의 미간 사이에 붉은 글씨로 한 글자가 새겨졌다.
罪(죄)
신벌(神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