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33
733화 수비보다는 공격
이때 대전 안으로 강구와 상관선아가 들이닥쳤다.
두 여인을 보자 엽현이 팔을 활짝 벌리며 환하게 웃었다.
“어서들 와. 그런데 이걸 어쩌지? 이제 신주의 업무는 소칠이 보게 되었는데? 보고할 일이 있거든 그녀를 찾아가도록 해!”
“이렇게 빨리 손을 털어버리는 겁니까?”
상관선아의 말에 정곡을 찔린 엽현은 그저 하하 웃어버리고 말았다.
소칠이 돌아온 후 사실 그는 어떤 일에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수련을 하고 남은 시간은 엽령과 보내고 싶은 마음뿐.
그런 그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떨어졌다.
“안타깝지만, 소칠 전하께서는 조금 전 폐관에 들어가셨습니다.”
폐관!
엽현은 순간 머리가 핑 돌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운명을 받아들였다.
당시 소칠은 인왕에게 많은 것들을 부여받았으니, 그것들을 소화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긴 했을 것이다.
인왕의 전승을 흡수한 소칠은 얼마나 더 강해지게 될까?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자기가 아는 한 사유계 최강의 재능을 가진 소칠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칠, 그녀는 그의 또래 중,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거의 유일한 존재였다.
“그런 의미에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헌원가와 무족, 검무문 그리고 선검종이 모든 무인들을 이끌고 북경으로 오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습니다.”
“어째서 그러지? 신전이 각개 격파할 것을 염두에 둔 것인가?”
“그렇습니다. 현재 그 어떤 세력도 단독으로 신전과 맞설 수 없는 실정입니다. 한곳에 뭉쳐 있는 것이야말로 유일한 살길이라 판단한 것이지요. 즉, 북경과 생사를 함께 나누는 관계가 될 것입니다.”
“허락한다.”
상관선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신주의 윤허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말해 보거라.”
“저와 강구 소저는 지금이 창고를 열어 북경의 무인들에게 자원을 나눠줄 적기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신전과 일전을 앞두고 그들의 실력을 높이는 것이 절실하니 말입니다.”
“그렇게 처리하거라.”
엽현은 사람이 곧 미래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만약 신전에게 패해 버린다면 아무리 많은 보물을 안고 있다 한들 소용없는 것이니까.
상관선아가 말을 마치자 이번엔 강구가 입을 열었다.
“우리 사이니까 솔직히 말해줘. 우리에게 승산이 얼마나 되지?”
승산?
“솔직히 말해서 자신은 없어.”
엽현의 말에 두 여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신전에는 신이란 존재가 있어. 그가 얼마나 강한지 알아내기 전에는 승산에 대해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지.”
그의 말대로 신이란 존재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에 강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찌 됐건,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봐야지.”
“그래. 나는 현황계에 다녀올 테니, 북경을 부탁할게!”
두 여인과 눈빛을 교환한 엽현은 그대로 한 줄기 검광이 되어 사라졌다.
* * *
현황계.
현황전 안으로 들어온 엽현. 현황전 안에는 현황주 한 사람뿐이었다.
엽현을 보자 현황주가 웃으며 그를 반겼다.
“어서 오시오, 엽 왕. 오늘은 무슨 일로 왔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신은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 않았소. 내 말이 맞소?”
“도착했더라면 벌써 출수했을 것이오. 그런데 그건 왜… 설마, 그대 혹시?”
현황주가 눈을 크게 뜨자 엽현이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흉악한 미소를 보였다.
“왜 그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오?”
“그건 너무 위험한 발상이오!”
“위험? 지금의 신전은 우리가 충분히 해 볼 만한 상대요. 하지만 신이 도착하면 어떻게 되겠소? 과연 제대로 반항이라도 한 번 해 볼 수 있겠소?”
“…….”
“그러니 그 신이란 존재가 없는 지금이 신전과 한 번 붙어 볼 마지막 기회요. 그렇지 않소?”
현황주는 굳게 입을 다문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이를 본 엽현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다소 열세라고는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 되지 않소. 우리가 선공을 가해야만 희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란 말이오. 먼저 그 백발여인을 죽입시다!”
백발여인!
현재 신전을 상대하면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다름 아닌 이 여인이었다. 만약 그녀가 신과 연합해 공격해 온다면 북경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것이다.
하나도 막기 힘든 마당에 둘을 어찌 막겠는가?
설령 간자재가 나선다 해도 한 명 이상을 맡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니 엽현으로서는 차라리 선공을 가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판단한 것이다.
“승산은?”
“그리 크지 않소.”
“…….”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죽는 거, 까짓것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아니겠소?”
현황주가 입을 다물었다.
“어떻소. 결정하겠소?”
“이번 일은 정말로 위험하오. 정말 제대로 생각한 것 맞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오.”
“…….”
현황주는 한참 동안 엽현을 응시하더니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와 함께하겠소. 시간을 정해 주시오.”
“우선 내가 기별을 넣을 때까지 대기하시오.”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엽현은 잠시 후 현황계를 빠져나왔다.
잠시 후, 한 줄기 검광이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이내 창궁계 전체에 벼락같은 음성이 울려 퍼졌다.
“나 엽현! 신전에 도전하러 왔다!”
이렇게 신전에 도전한다고?
순간 현황대세계 전역이 들썩였다.
신전의 천문 앞에 당당하게 서 있는 엽현. 그는 손에 천주검을 들고서 여유 있는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이때, 천문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났다.
온몸에 뇌전을 마치 장신구처럼 달고 있는 여인.
바로 그 백발여인이었다.
“엽현, 이제 아주 미쳐버린 것이냐?”
“헛소리 집어치우고, 누가 나와 상대할 텐가? 설마 너는 아니겠지?”
“안 될 이유라도 있느냐?”
“하하, 신전의 낯짝이 이렇게나 두꺼울 줄이야. 내가 약관도 지나지 않았단 걸 잊은 건 아니겠지? 그런데 족히 몇만 년은 살았을 네가 나를 상대한다면 지나가던 개도 욕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신전의 젊은 무인을 대령해라!”
순간, 백발여인의 소매에서 뇌광이 방출됐다.
콰쾅-!
굉음과 함께 천 장 밖으로 튕겨 날아간 엽현.
그가 멈춰 섰을 때, 주변 공간은 모두 순두부처럼 으깨져 있었다.
“너는 어찌 가면 갈수록 멍청해지는 것이냐? 지금 상황에서 공정한 대결을 요구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게냐?”
콰쾅-!
다시 한번 휘몰아치는 뇌전.
이를 본 엽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과연 눈앞의 여인에게는 다른 자들에게 써먹던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일단 위기는 넘기고 봐야 하는 법!
쉭-!
콰쾅-!
엽현이 검을 휘두른 순간 한 줄기 검광이 날아가 뇌전과 함께 폭발했다.
이에 엽현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천 장 밖으로 밀려났다. 그가 멈춰 서기도 전, 상대의 뇌전이 뱀처럼 혀를 날림거리며 날아들었다.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몰아치는 백발여인!
그녀는 이미 엽현을 죽이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윙-!
이때 상공에 검명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뇌전이 산산이 흩어졌다. 이와 동시에 백발여인이 백여 장 뒤로 밀려났다.
그녀가 자리에 멈춰 선 순간, 엽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일검무량(一劍無量)!
백발여인이 자신의 손바닥에 깊이 패인 검흔을 바라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큰 상처는 아니지만, 타격을 입었다는 자체가 못마땅했다.
경지로만 보자면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
하지만 실전에서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다.
엽현은 지금도 그녀에게 상처를 낼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조금 더 성장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상처가 아니라 손 전체가 날아가지 않을까?
겨우 약관도 되지 않은 녀석이 벌써…….
이 생각이 미치자 백발여인의 표정이 점점 차갑게 변해갔다. 이와 동시에 주변 공간이 요동치면서 곧 반경 수십만 리 내의 공간이 뇌전으로 가득 채워져 갔다.
그러나 문제는 어디에서도 엽현의 기운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엽현은 마치 증발한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백발여인이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백발여인이 문득 손을 쥐었다. 그러자 주변의 공간이 그녀 쪽으로 수축되며 기이한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엽현은 발견하지 못했다.
“없다? 이게 무슨…….”
이때 백발여인이 아무 망설임도 없이 손을 뿌렸다.
그러자 한 다발의 뇌전이 곧장 천강성을 향해 떨어졌다.
엽현을 불러내기 위한 계략이었다.
과연 뇌전이 천강성 상공에 진입한 순간. 한 줄기 검광이 뇌전 위로 떨어졌다.
쾅-!
뇌전이 사라지고 엽현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내게 상처를 내다니, 어린놈이 제법이구나!”
“이봐, 이러지 말고 공정하게 하는 게 어때? 늙은이는 빠지고 젊은 무인들끼리 붙자!”
“흥! 자꾸 헛소리를 하는구나. 우리가 너를 압도하는데 뭐 하러 그런 싸움을 한단 말이냐?”
말을 마침과 동시에 여인이 하나의 뇌전으로 변해 엽현을 향해 돌진했다.
쉭-!
그녀가 지나간 자리는 마치 종이처럼 찢어져 나갔다.
이내 엄청난 압력이 천강성 상공을 장악했다.
목표는 엽현. 그러나 엽현이 도망칠 경우 천강성이 그녀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게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천강성을 한숨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실력이 있었다.
결국 엽현은 백발여인으로부터 곤란한 선택지를 강요받게 된 것이다.
이때 엽현은 도망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뒤에 천강성이 있기 때문이다.
벼락이 되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여인을 응시하며 엽현의 안색은 점점 차갑게 물들었다. 이와 함께 그의 손에 들린 천주검으로 강대한 검의가 끝도 없이 응집됐다.
바로 이때였다.
윙-!
창공을 울리는 검명 소리.
일검무량(一劍無量)!
눈앞의 여인을 상대로 그가 낼 수 있는 패는 일검무량뿐이었다. 일검무량만이 여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쾅-!
엽현의 검광 앞에 뇌전이 가로막혔다.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은 상황.
천강성 상공.
뇌전과 검광이 대치하는 장면이 벌어졌다.
이때, 뇌전 뒤에 있던 백발여인이 흉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서 두 줄기 뇌전이 쏘아져 나갔다.
콰쾅-!
그대로 검광이 사라지고 백발여인이 출수하려는 순간, 엽현의 모습이 장내에서 귀신처럼 사라졌다.
이에 여인이 눈을 가늘게 뜬 상태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수(囚)!”
음성이 떨어지자, 반경 수만리의 공간이 온통 뒤흔들리더니, 순식간에 수만 갈래의 뇌전으로 뒤덮였다.
“무슨 은신술이 이다지도…….”
그 순간, 여인이 말을 멈추고 황급히 뒤돌아섰다. 이때 어느새 코앞으로 날아든 날카로운 검날. 찰나의 순간, 한 줄기 뇌전이 검신을 강타했다.
쾅-!
커다란 폭음과 함께 여인의 신형이 수백 장 뒤로 밀려났다.
이때 그녀가 원래 서 있던 자리에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 엽현.
그의 얼굴은 상당히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이는 일검무량을 연달아 쓴 대가였다.
엽현의 정면, 여인이 손을 들어 미간을 문지르자 손가락에 선혈이 묻어 나왔다.
이번에도 엽현의 공격은 그녀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다.
백발여인은 손에 묻은 피를 바라보며 잠시 침묵에 잠겼다.
“너… 도대체 무슨 검기인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