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40
740화 돼지사육
떠났다…….
성공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엽현.
이 순간 그는 가슴이 뻥 뚫린 듯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 아니, 상실의 고통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처음 만난 청아에게서 그녀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만 같은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
이는 마치…… 가족과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그녀는 전생에 자신과 혈연관계에 있던 것일까?
저 멀리 눈앞으로 유성이 꼬리를 달고 날아갔다.
마치 유성처럼 이어져 있을 것만 같은 현생과 전생.
도대체 그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쳔녀, 청아……
그들은 왜 이리도 자신을 따듯하게 대하는 것일까?
전생… 현생…
엽현은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청아의 말처럼 언젠가 자연히 깨닫는 날이 올 테니까.
하지만 허전한 마음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청아……”
엽현은 상념에서 벗어나고자 고개를 흔들어 보았다. 바로 이때였다.
쾅-!
커다란 폭발이 계옥탑 안에서 발생했다.
엽현이 깜짝 놀라 탑 안으로 진입하려 할 때, 그의 눈앞에 검 한 자루가 다가왔다.
진혼검!
이때 진혼검의 기운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팽창한 상태였다.
“이 무슨…….”
쾅-!
진혼검 내부에서 또다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이 충격으로 인해 엽현은 수백 장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자리에 멈춰 선 엽현은 매우 당혹스런 눈초리로 진혼검을 바라보았다.
곧 경지를 돌파한다고 들어갔던 진혼검이 왜 갑자기 이런 꼴이 되었는가?
혹시 소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어떻게 된 거지?
의혹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있을 때, 진혼검이 몸을 부르르 떨며 사방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이와 함께 사방의 공간이 순식간에 들끓기 시작했다.
폭주하는 진혼검을 보며 엽현은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진혼검이 방출하고 있는 기운은 결코 천주검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소혼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주인… 성공했습니다.]“소혼, 그럼 어떤 등급인 된 게냐?”
[모르겠습니다…….]“그나저나 어떻게 이렇게나 강해진 것이냐? 혹시 그때 신전 강자의 영혼이 도움이 됐던 것이냐?”
[…아마도?]아마도?
“거짓말! 겨우 영혼 하나 주워 먹었다고 이 정도로 강해질 리가 없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았다.
고작 영혼 하나를 흡수했다고 천주검에 견줄 정도로 성장하는 게 가능한 것일까?
이때 소혼이 말했다.
[주인, 사실 다른 이유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강해졌으니 좋은 일 아닙니까?]“…….”
잠시 침묵하던 엽현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진혼검이 그의 손 안으로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진혼검의 외관에도 변화가 있었다.
검 날 주위로 한 줄기 검광이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검광?
검광을 살펴보던 엽현의 표정이 다소 기이하게 변했다.
어쩐지 다소 익숙한 느낌 아닌가!
엽현이 의심을 품고서 뭔가 물으려 하는 순간, 간자재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갔느냐?”
“누님. 조금 전에 떠났습니다.”
“이제 앞으로 어찌할 생각이냐?”
“후…….”
엽현이 어두운 표정으로 멀리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신전이 이대로 물러날 것 같습니까?”
“훗, 그럴 리가 있겠느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그리 생각합니다.”
청아가 신 하나를 죽이긴 했지만, 예감상 신은 하나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신전이 여기서 포기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호되게 당했으니, 쉽게 덤비지도 못할 것이다.”
“후후, 그 말은 다음번엔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뜻이군요.”
“그렇다고 봐야지. 게다가 이제부터는 오유계의 적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오유계…….
엽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그가 조심해야 할 것은 비단 오유계 뿐만이 아니라, 팔층과 구층의 존재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황으로 짐작해볼 때, 두 존재는 결코 자신에게 호의적이진 않았다.
“우선 신전의 궁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 *
신전의 궁전 앞.
엽현이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신전의 무인들은 여전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도망쳐봐야 신을 죽인 그 여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청아가 심어둔 절망의 씨앗은 순식간에 자라나 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엽현이 다시 돌아오자 신전 강자들의 안색이 일순 잿빛으로 변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엽현은 마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저승사자와 같았다.
이때 엽현의 입에서 짧은 한마디가 튀어 나왔다.
“살(殺).”
죽여라!
그 말을 들은 북경 강자들의 얼굴에 당황스런 기색이 떠올랐다. 엽현이 신전의 강자들에게 항복을 권유할 줄 알았지, 곧바로 죽이라고 할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의외의 상황에 충격을 받은 것은 신전 강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미 승부가 난 상황에서 항복할 기회는 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왜 꾸물거리고 있는 것이오?”
엽현의 단호한 어조에 머뭇거리던 북경 강자들이 신전 무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잠깐!”
이때 아직 살아있던 금광남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엽현, 우리는 북경에 귀순하길 원한다!”
이에 엽현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가 널 어찌 믿겠느냐?”
엽현이 거절 의사를 분명히 하자 금광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을 감아쥐었다. 최후의 발악이라도 해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를 포함한 모두는 자신들에게 승산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청아라는 여인이 보이지 않는다 한들, 간자재와 외눈박이 남자만으로 이 자리에 있는 병력은 전멸하고 말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금광남자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항복의 표시로 영혼 일부를 넘기겠다.”
순간 엽현이 손을 번쩍 들었고, 막 출수하려던 북경 강자들이 자리에 멈췄다.
엽현이 금광남자를 향해 다가오는 동안, 남자는 궁전 안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금강남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신전을 향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여태까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신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이다.
신들조차 그 여인을 두려워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 때문에 금광남자는 투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크게 호흡을 고른 남자가 손을 펼쳤다. 그러자 한 가닥의 혼백이 그의 손을 떠나 엽현에게로 날아갔다.
엽현은 별 고민 없이 남자의 혼백을 거둬들이고는 다른 신전 강자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신전 강자들은 선뜻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혼백을 건넨다는 것은 이후로 영원히 엽현의 통제를 받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말 그대로 엽현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그들의 생사가 결정되는 것이었다.
이때 망설이는 그들을 향해 금광남자가 소리쳤다.
“고민할 것 없다.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 한 마디는 신전 무인들로 하여금 현실을 깨우치게 했다.
싸워서 이길 수도 없고, 신들에게도 버림받았으니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이다.
항복하지 않으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
이런 생각이 들자, 신전 강자들은 저마다 혼백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신전 강자들의 혼백이 엽현 손에 들어왔다.
바꿔 말하자면 신전 무인들은 이제 엽현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때 엽현이 뒤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상관선아가 그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신전의 재물을 모두 거둬들이고 공평하게 분배하도록!”
그 말을 듣자 북경 강자들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명실상부, 현황대세계 내에서 가장 신비하고도 강력한 세력인 신전이었다.
그런 그들이 모아 놓은 재물은 얼마나 많겠는가!
또한, 신전 소유하던 토지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순간 북경의 무인들은 신전의 재물을 받을 생각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만약 패했더라면 모든 것을 잃었겠지만, 그들은 승리했다.
고로, 모든 것을 차지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장내에 있던 북경 무인들이 일제히 엽현을 향해 예를 올렸다.
“감사합니다, 엽왕!”
“감사합니다, 엽왕!”
사실 엽현이 마음만 먹으면 이 재물을 독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욱 엽현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때 엽현이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이는 그대들의 노고와 희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오. 앞으로도 모두가 단결해서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길 희망하겠소!”
“엽왕의 말이 옳소! 우리 모두 살기 위해서는 단단히 뭉쳐야 하오!”
“옳소!”
헌원가 가주의 말에 다른 이들이 앞다투어 동의했다.
현재 현황대세계 내에서의 엽현의 입지가 매우 단단해진 만큼 그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이에 엽현이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궁전 안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를 본 금광남자가 잠시 머뭇거리다 황급히 그를 따라 들어갔고, 나머지 무인들 역시 줄지어 신전의 궁전으로 향했다.
잠시 후, 궁전 안에 집결한 엽현 일행.
이때 실내에는 다섯 개의 조각상만이 남아 있었다.
원래 여섯 개였던 것에서 하나가 준 것이다.
“방금 죽은 자는 무슨 신이었지?”
“모르오.”
엽현의 물음에 금광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이름?”
“임해(林海), 신전의 신존사(神尊使)요.”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해, 정말 어떤 신인지 모르는가?”
“정말이오.”
“그거참 이상하군.”
“사실 나와 교천아(喬天兒) 역시 신을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소. 그전에는 전음으로만 교류했을 뿐… 아니, 일방적으로 그쪽에서 연락을 취해왔소.”
“교천아?”
“그대의 탑에 의해 어디론가로 끌려간 백발의 여인을 말하는 것이오.”
“아!”
엽현이 그녀를 기억해 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적이지만 인상이 깊었던 여인.
다른 자들과 달리 그녀에겐 자신의 잔머리가 통하지 않아 애를 먹었던 엽현이었다. 만약 그녀가 조금 더 일찍 나타났더라면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으리라.
엽현은 잠시 생각을 접어두고서 눈앞의 다섯 신상을 바라보았다.
둘은 여자, 나머지 셋은 남자를 조각해 놓은 것이었다.
“이 신이라는 자들은 어디에 있지?”
“알 수 없소.”
“…….”
“그런 눈으로 봐도 할 수 없소. 그들은 단 한 번도 이 성역에 나타난 적이 없으니 말이오. 단지 이쪽 성역에 미지경 강자가 나타나면 그때에만 연락을 취해오곤 했소.”
“좀 더 자세히.”
“미지경 강자가 나타나면 우리가 그 자에게 먼저 접촉하게 되어 있소. 만약 그가 신들에게 충성을 맹세하면 신들은 그들에게 은혜를 베풀고 진정한 미지경 강자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오.”
“진정한 미지경?”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우자 임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가 아는 미지경은 진정한 미지경이 아니오. 오직 신에 의해 특수한 영기를 흡수해야만 진정한 미지경에 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오.”
“만약 제안을 거절하면?”
“그대가 예상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오.”
죽음!
엽현은 조각상들을 바라보며 청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돼지사육…….
신?
애당초 그것은 거룩하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존재였던 것이다.
탐욕스러운 놈들…….
엽현은 역겨운 생각에 당장 자리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때, 그의 앞에 있던 신상 하나가 돌연 두 눈을 번쩍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