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43
743화 절호의 기회
지선?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선이란 게 정확히 뭘 뜻하는 것이오?”
“시간이 없소. 일단 가면서 이야기합시다.”
“좋소.”
두 사람은 곧 천강성을 떠나 성공으로 진입했다.
어두운 성공을 어검을 타고 가르는 엽현, 그 옆에는 아죄가 나란히 날고 있었다.
“그래서, 지선이란 게 도대체 뭘 지칭하는 것이오?”
“어떤 특수한 경지 또는 경계라 이해하는 게 빠를 것이오.”
“특수한… 경지?”
아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경 너머에 있는 특수한 경지요. 지선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조극경(造极境)에 대해 알아야 하오. 조극이란 말 그대로 한 무인이 이를 수 있는 극한이요. 영혼과 육신이 완전한 하나가 된 상태로 볼 수 있소. 이 경지에 이르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 이상 어지간해서는 죽을 수 없소. 예를 들어 신의 사자라고 칭했던 그 백의의 남자는 아마 조극에 달한 무인이었을 것이오.”
아죄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른 침을 삼켰다.
“만약 그녀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 있던 자들은 모두 죽었을 것이오.”
청아!
그 말에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조극경이 다 뭐란 말인가? 청아 앞에선 그 잘난 신조차 한주먹 거리일 뿐인데.
“어쨌든, 지선은 이 조극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간 경지로, 범인의 몸에서 벗어나 지선지경(地仙之境)에 이른 자들을 칭하는 것이오.”
“조극경 다음의 경지?”
아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지선이 되었다는 것은 육신이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몸이 아니란 뜻이오. 지선 정도가 되면 그때부턴 발길질 한 번에 작은 성역 하나쯤은 날려버릴 수 있소. 그렇다고 암살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오. 몇몇 신병이기(神兵利器)를 제외하면 그의 몸에 상처조차 낼 수 없으니 말이오.”
이 말을 들으니 엽현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죄, 혹시 그 소복을 입은 여인과 신을 죽인 여인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소?”
엽현의 말에 아죄가 침묵했다.
“왜 그러시오?”
이에 아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감히 가늠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오. 두 사람은 완전히 상식에서 벗어난 자들이었소.”
상식을 벗어난 강자들!
엽현은 두 여인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비정상적으로 강한 여자들. 엽현조차 그들이 두 번째 검을 뽑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때문에 두 사람의 경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엽현은 잠시 궁금증을 접어 두었다.
“그렇다면 그 신이라는 자는? 그자의 경지는 알고 있소?”
“그것이… 출수하기도 전에 죽어버린지라…….”
이 순간, 말을 하던 사람도, 듣던 사람도 표정이 기이해졌다.
신이라는 자가 단숨에 죽는 바람에 실력조차 알 수 없게 되다니……. 이보다 더 우스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죄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소복의 여인과 청아를 만난 후, 마치 갓 입대한 신입 병사가 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건 뭐였지……?
아죄의 자존감이 한없이 땅굴을 파고 있을 때, 엽현의 목소리가 구원처럼 들려왔다.
“아죄, 이 사유계에서 신전이 가장 강한 것이오?”
“그럴 리가!”
아죄가 어이가 없다는 듯 엽현을 쳐다보았다.
“신전이 약한 것은 아니나, 사유계 최강이라 할 순 없소.”
“다른 강자들이 있단 말이오?”
엽현이 황망히 묻자 아죄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전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강한 세력이 내가 아는 것만 두 군데는 되오. 하나는 이곳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생명성역(生命星域)이란 곳이오. 그곳의 주인은 이미 두 번이나 오유계에 도전했다 하니, 그 실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오.”
“소복녀 만큼이나 강하단 말이오?”
“그건… 아마 아닐 것이오.”
자신 없어 말하는 아죄를 보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머지 하나는 누구요?”
“양계천(兩界天)!”
“양계천…? 그건 또 어디에 붙어 있소?”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그것은 사유계에서 가장 강한 자들이 모여서 형성된 특수한 지역이오. 그곳에 있는 자들의 목표는 단 하나, 오유계를 뚫는 것이오. 때문에 그 분위기가 사뭇 비장하다 할 수 있소. 왜냐하면 대부분은 오유계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죽고 마니까. 그리고…….”
“그리고?”
“지금 그대가 만나러 가는 그분 역시 오유계에 도전했다가 육신이 파괴되고 말았소.”
“그 사람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오유계에 도전한 것이오? 그 위험을 무릅쓰고서?”
엽현의 질문에 아죄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야 물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 아니겠소?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끝없이 자신을 몰아세우고 극복하지 않으면 결국 정체될 수밖에 없는 것이오.”
“흠… 확실히.”
엽현은 그 말을 듣고 가슴 속 깊이 공감했다.
인간의 잠재력이란 본디 무궁무진하지만, 절경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꽃 피울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엽현은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때 아죄가 문득 진지한 얼굴로 엽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엽형, 그대와 같이 젊은 나이에 이 정도 성취를 이룬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경우요.”
“하하! 과찬이시오! 아직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햇병아리일 뿐이오.”
그 말은 진심이었다. 천녀나 청아 등이 중요할 때마다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날고 기는 그라 해도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으리라.
“너무 겸손할 필요는 없소. 그대의 잠재력으로 보건대 가까운 미래에 그대 혼자서도 충분히 신전을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오.”
“하하, 그때까지 날 살려 뒀을지 의문이오.”
그 말에 아죄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내가 신전이었더라면 절대 그대가 성장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오. 어쨌든 엽형.”
아죄가 문득 엽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대의 길은 앞으로도 순탄할 것 같지가 않소. 그러니 최대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게 좋을 것이오.”
“그 말,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하겠소.”
엽현이 웃으며 다시 정면의 성공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그 지선이란 분의 성격은 어떻소? 혹여 내게 괴팍하게 굴까 걱정되는구려.”
“지선은… 그리 친절하다고 할 순 없지만, 악의를 품진 않을 것이오. 적어도 그대에게만큼은.”
아죄는 순간 지선의 미간에 검을 박아 넣던 소복의 여인을 다시 떠올렸다.
“하지만 그대도 알다시피 내게는 오유계의 신물이 있지 않소. 혹시라도 그가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엽현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두려운 건 아니지만, 기껏 구해줬다가 공격을 당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이에 아죄가 가볍게 미소를 흘렸다.
“걱정 마시오. 그럴 일은 없을 테니. 자, 앞을 보시오. 다 왔소.”
아죄의 말에 엽현은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연 그곳엔 전신을 붕대로 둘둘 감은 남자가 공중에 떠 있었다.
순간 엽현은 남자의 몸에서 누군가의 검기를 느꼈다.
자신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한 검기!
이때,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야, 오느라 고생이 많았겠구나.”
이에 엽현이 지선의 앞으로 다가갔다.
“제가 어찌 도와드리면 됩니까?”
“그저 내 몸 안에 있는 검기를 뽑아내 주면 된다.”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선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체내에 박혀 있던 검기가 그의 손 안으로 딸려 나왔다.
지선이 자유를 찾은 이 순간, 그의 체내에서 강대한 기운이 풍랑처럼 밀려 나왔다. 하지만 이 기운은 엽현에게 닿기 직전 눈 녹은 듯 사라졌다.
잠시 숨을 고른 지선은 웃는 얼굴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 여인과는 사제지간인 게냐?”
“음… 반은 맞습니다.”
엽현에게 있어 천녀는 이미 무공을 전수해 준 사람을 넘어서 가족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렇군. 어쨌든 이렇게 날 구하러 와 주어서 참 고맙구나.”
“하하, 별 수고스러울 것도 없었습니다. 달리 더 해드릴 게 없다면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엽현이 돌아섰다.
지선에게 어떤 대가를 요구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상대에게 하나의 인정을 남긴 것에 만족할 뿐.
바로 이때였다.
“잠시 기다려라.”
“음?”
엽현이 뒤돌아서자 지선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관군(關君)이라 한다. 사람들은 나를 관선(關仙)이라 부르기도 하지.”
“관선… 혹시 더 하실 말이라도 있습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돌려보내서야 어디 체면이 서겠느냐? 내 너를 비경(秘境)에 데려가 주마. 운이 좋다면 기연을 얻을 수 있을 게다.”
“비…경? 그게 어떤 곳입니까?”
“아주 특별한 비밀이 숨겨진 곳이지. 너만 좋다면 나도 한 번 가서 운을 시험 해 보고 싶구나.”
“음…….”
엽현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염치불구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기연!
봉제경인 그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중간에 기연 한두 개쯤 얻는다면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을 터. 그렇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엽현이 승낙하자 관군이 기분이 좋아졌는지 소리 내어 웃었다.
“좋다! 그럼 바로 떠나자꾸나!”
그렇게 세 사람은 곧 성운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 * *
현황대세계.
대전 안에서는 강구와 상관선아가 정무를 보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북경을 중심으로 한 연맹이 형성된 후, 그녀들에게 돌아오는 업무는 가히 몇 배 이상으로 증가한 상태였다. 다만 엽현과 소칠은 마치 남의 일인 양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있었다. 고로, 이 막대한 업무는 자연히 그녀들의 몫이 되었다.
다만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현황대세계의 모든 일을 관리하다 보니, 이 두 여인의 신분은 그야말로 엽현의 바로 아래, 아니, 어떤 경우에는 그보다 더 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여, 헌원가 등 거대 세력의 수장이라 해도 두 사람 앞에서는 깍듯이 예를 갖추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날, 도문의 대장로가 다시 천강성을 찾았다.
대장로가 막 대전에 들어서려 할 때, 북경 무인 하나가 나타나 그를 막아 세웠다.
“무슨 용건으로 오셨소? 이곳은 아무나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오.”
“…신국 신주 소칠에게 기별을 넣어라. 도문의 대장로가 찾아 왔노라고.”
이에 무인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소칠 전하께서는 폐관 중이시니 지금은 접견할 수 없소.”
“아직도?”
대장로가 다소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엽왕이라도 보고 가겠다.”
“엽왕 역시 출타 중이시니 용건이 있거든 다음에 오시오.”
“둘 다 없단 말이지…….”
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다소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잠시 후, 천강성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대장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중년인이 서 있다.
이 자가 바로 현 도문의 문주인 강무(姜武)였다.
강무에게 가까이 다가선 대장로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엽현은 부재중이고 소칠 역시 폐관에 들어갔다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