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54
754화 그녀가 기다리는 순간
상대가 기습공격을 가하자 엽현은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말하는 중에 치사하게 공격하는 건 자신의 전매특허가 아니던가!
더 생각할 틈도 없이 엽현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창을 피했다.
이에 이성이 재빨리 봉을 길게 잡으며 재차 창을 깊숙이 찔렀다.
쉭-!
공기를 거칠게 가르며 날아드는 창을 바라보며, 엽현이 양손으로 도를 잡고 맹렬히 휘두른다.
퍽-!
도와 창이 부딪친 순간, 두 사람이 동시에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자리에 멈춰 선 엽현이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갑자기 도를 잡고 이성을 향해 던져 버렸다.
패도 넘치게 날아오는 도를 보며 이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면으로 막기에는 도에 실려 있는 기세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이성은 뒤로 물러나 도를 피한 후, 반격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가 막 한 발을 뒤로 뺐을 때, 엽현의 도가 갑자기 느려졌다.
그리고 이때, 어느 순간 도의 뒤에서 나타난 엽현이 장도를 잡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쉭-!
순간, 이성의 머리 위로 대지를 쪼갤 것만 같은 기운이 날아들었다.
빠르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성은 할 수 없이 전방으로 크게 한 발 내디디며 엽현의 목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만약 엽현이 공격을 포기한다면 한숨 돌릴 것이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은 창이 도보다 더 기니까!
그의 생각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는 보통 무인이 아닌 엽현이었다.
엽현은 순간적으로 손목을 비틀어 도를 눕히고는 날아오는 창끝을 후려쳤다.
퍽-!
도의 거친 단면이 나무로 된 창끝을 그대로 잘라냈다. 엽현은 여세를 몰아 재차 아래쪽으로 도를 내리쳤다.
하지만 이때 이성은 이미 십여 장 뒤로 신형을 물린 상태.
지면에 착지한 엽현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도를 치켜들었다.
쩌억-!
공간을 가르며 날아드는 엽현의 도!
엽현의 정면, 이성이 정면을 향해 몸통만 남은 창을 힘껏 찔러 넣었다.
강 대 강!
정면 대결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서 또 물러나게 되면 그때부터는 끊임없는 압박을 받을 테니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쯤에서 엽현의 기세를 끊어 놓아야 했다.
쾅-!
큰 충격과 함께 이성이 비무대 가장자리까지 밀려났다.
멀리 엽현이 재차 출수하려 하자 이성이 황급히 소리쳤다.
“내가 졌소!”
그 말이 터져 나온 순간, 엽현의 도가 이성의 머리 반 촌쯤 떨어진 곳에 멈췄다.
그리고 이때, 이성의 코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조금 전 있었던 충격에 중상을 입은 것이다.
한편, 잠시 고민하던 엽현은 이성의 미간을 겨누고 있던 도를 거둬들였다.
상대는 비무를 하기 위해 만난 것이지 원래 적이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꼭 죽일 필요는 없던 것이다.
엽현이 도를 치우자 이성이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맙소.”
“별말씀을. 그대의 창술 역시 날카로웠소. 다음에 다시 겨뤄보도록 합시다.”
“좋소! 그런데 형장은 이름이 어떻게 되시오?”
이성이 멋쩍게 웃으며 질문했다.
조금 전 엽현이 이름을 말하려는 틈을 노려 출수했던 장면이 떠오른 것이다.
좋게 말하면 상대의 허를 찌른 것이고, 나쁘게 말한다면 파렴치한 행동을 한 것이었다.
이때 엽현이 웃으며 대꾸했다.
“엽현이오.”
“엽현… 그대의 도법은 매우 거칠고 강했소. 언젠가 다시 겨룰 기회가 오길 바라오.”
말을 마친 이성은 그대로 비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엽현은 곧장 비무대 옆에 앉아 있던 노인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노인이 두말하지 않고 이정 이십 개를 꺼냈다. 그러나 이때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묻고 두 배로 가겠습니다. 다음 상대를 붙여 주십시오.”
묻고 두 배로?
순간 노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계속 싸우겠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여전히 전투에 목마른 엽현이었다.
특히 검도가 진경에 도달한 이후, 그의 갈증은 더욱더 깊어져 가고 있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실전.
더욱이 외물이나 신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본연의 실력을 키우기 더없이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흔하지 않았다.
만약 조금 전의 비무가 밖에서 벌어졌더라면 이렇게 오랜 시간 싸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천주검을 꺼내 들기만 하면 상대는 창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죽어 버렸을 테니까.
게다가 거기에 일검무량을 더한다면 결과는 더욱더 참혹했을 것이다.
외물!
이 순간 엽현은 자신이 의지했던 물건들과 검기를 떠올리며, 그동안 자신의 실력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끼어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극단적으로 말해 만약 천주검과 일검무량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간다면 그 사람 역시 자신만큼 강해지지 않겠는가?
결국 이런 외물들을 걷어내야만 비로소 진정한 실력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노인이 엽현을 향해 말했다.
“과유불급이다.”
과유불급!
엽현은 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고 있었으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걱정은 고맙지만, 아직 충분히 더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파란색 원 하나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짐작건대 이렇게 실력이 맞는 상대를 찾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무대 위에 흰옷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고, 엽현의 두 번째 비무가 곧바로 시작됐다.
그날부터 엽현의 비무는 밤낮도 없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잠깐 휴식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전투에만 집중한 것이다.
그 와중에 그는 두 명의 무인에게 패할 뻔하기도 했다.
운이 작용했다고 해도 반박할 수 없을 만큼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하지만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수록 엽현은 더욱 흥분을 느꼈다.
패배.
그것은 이미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만약 패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으니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으로 비무에 임하니 언젠가부터는 자신을 이겨줄 상대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소망하게 되는 엽현이었다.
그리고 그의 소원대로 비무대 위에 나타나는 무인들은 점점 더 강해져 갔다.
* * *
장봉성.
대전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소창. 그녀의 손에는 비첩 한 장이 들려 있다.
엽현의 출생부터 지금까지의 정보가 모두 적혀 있는 비첩이었다.
이때, 흑의노인 하나가 모소창의 뒤편에 섰다.
“성주, 엽현이란 자… 알면 알수록 수수께끼 같은 남자입니다. 부친에 대한 기록이 전무한 것도 그렇고, 현황대세계의 거대 세력의 조사들이 그를 알고 있다는 것도 매우 괴상한 일입니다. 모두 수천 년, 심지어 만 년 가까이 최고로 군림하던 자들이 어찌 엽현과 같이 젊은 무인과 인연을 맺고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그 여인… 그 소복의 여인은 그중에서도 가장 신비하기 그지없는 존재입니다.”
소복의 여인!
“그 여인에 대한 정보는 있느냐?”
모소창의 물음에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어디서 왔는지, 실력은 어떠한지, 어느 세력에 속해 있는지……. 그 무엇 하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 말에 모소창이 말없이 비첩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성 안에 있는 한 객잔을 찾았다. 마침 옥련이 객점 밖에 놓여 있는 탁자에 앉아 홀로 술잔을 훌쩍이고 있었다.
조용히 다가가 옥련의 앞에 앉은 모소창.
“지선 열이면 그 여인을 잡을 수 있나?”
지선 열 명.
이 정도 화력이라면 웬만한 세력 정도는 가뿐하게 가루로 만들어 버릴 정도다.
이에 옥련이 웃으며 반문했다.
“네가 볼 때 내 실력은 어떤 거 같나?”
“…매우 강하다. 지선 정도는 네 상대가 되지 않지.”
“하하하! 답이 나왔군. 나 같은 무인 백 명이 몰려가도 그녀를 이길 수 없다. 아니,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의미가 없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군.”
“말도 안 돼!”
모소창이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잔을 입에 털어 넣은 옥련이 웃으며 말했다.
“말이 안 되긴, 왜 안 돼? 이봐, 바보같이 굴지마. 후회할 짓은 시도도 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도대체 그 여자의 정체가 뭐냔 말이다!”
“그 어떤 신보다 강한 여인……. 우리는 응당 엽현에게 감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녀가 이 세상을 부숴버리지 않는 유일한 이유가 바로 그 녀석 때문이니까.”
옥련은 계속 의구심을 갖는 모소창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자신도 직접 그녀와 만나보지 않았더라면 사람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몰랐을 테니까.
게다가 그녀는 분명 이 세상을 증오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신경 쓰는 것이 바로 엽현뿐이었다.
그런 엽현이 죽기라도 한다면…….
순간 옥련은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이때, 옥련을 보고 있던 모소창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포기하겠다.”
“음?”
“조금 전 네 눈에서 두려움이 느껴졌다.”
두려움!
모소창은 조금 전 옥련이 소복 여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녀가 몸을 떨고 있는 것을 느꼈다.
옥련이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
포기하는 게 합당하리라.
게다가 옥련의 말마따나 오유계의 신물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장봉성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이때 옥련이 모소창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탐욕과 야심은 가끔씩 필요할 때가 있긴 하다. 다만 과도하면 목숨을 해칠 수도 있지. 기왕 포기했으니, 그와 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라. 그의 적은 따로 있으니까. 예를 들어 오유계의 강자들이라던지……. 내 말 이해하겠나?”
“무슨 말인지 알겠다. 절대 엽현과 적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절대 그 여자의 눈 밖에 나서는 안 된다. 그녀가 이곳에 없는 이유는 잠시 누군가를 상대하고 있기 때문일 뿐이니까.”
“옥련, 도대체 그녀는 얼마나 강한 것인가?”
옥련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른다. 이 세상에서 그녀의 두 번째 검을 볼 자격이 있는 자는 단 두 명이라는 것밖에는……. 게다가 그 둘도 엽현과 관련이 있지…….”
“혹시… 그들은 엽현을 단련시키기 위해 이 세상에 홀로 던져 놓은 건가?”
“…….”
옥련이 침묵하는 모습을 보자 모소창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이때 옥련이 말했다.
“사실, 그가 처한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워진 상태다. 예상보다 더 많은 자들이 그를 노리려 하고 있으니…….”
순간 옥련의 표정에 근심이 드러났다.
천녀는 매우 강하다.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도 약점은 있으니, 바로 엽현이었다.
천녀가 당장 모습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녀가 움직이는 순간 그녀의 강력한 적들이 엽현을 노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것은 엽현이 충분히 강해지는 것이었다.
엽현이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만 강해지게 된다면…….
그 순간 마침내 천녀의 살계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