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56
756화 극한의 인내심
비무대 위에 도광과 검광이 꽃잎처럼 흩날리고, 장내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순간을 지켜보는 무인들은 비무를 진행하는 두 사람 만큼이나 흥분한 상태였다.
초절정 검수와 도객의 대결!
이와 같은 장관을 또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게다가 현기나 신물을 제외한 순수한 기량 간의 대결이었기에 더욱더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비무대 위의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엽현은 속으로 앞서 그의 검도가 진경에 오른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그 전의 그였더라면 결코 눈앞 여인의 상대가 되지 못했으리라!
쾅-!
바로 이때 굉음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붙어 있던 두 사람이 떨어져 나왔다. 이 순간, 엽현이 돌연 들고 있던 검을 놓았다.
“가랏!”
쉭-!
순간 강철검이 한 줄기 검광이 되어 튀어 나갔다.
이 검광은 현기가 아닌 오직 육신의 역량만으로 펼쳐낸 것이었다.
이때, 이혁도가 도의 넓은 면을 들어 앞을 막았다.
챙-!
도에 막힌 검이 튕겨 나오는 순간, 어느새 나타난 엽현이 발등으로 정확히 검의 손잡이를 가격했다.
쉭-!
재차 빠르게 이혁도를 향해 날아가는 엽현의 검.
이에 이혁도가 오히려 정면으로 한 발을 내디디며 강하게 도를 휘둘렀다.
쾅-!
재차 튕겨 나가는 엽현의 검.
하지만 이때, 엽현이 검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정면으로 튕겨 나온 검을 다시 잡은 엽현이 그대로 이혁도의 미간을 노리고 검을 찔러 넣었다.
조금 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였다.
계속해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이혁도.
이대로 가다간 주도권을 빼앗기기에 십상이었다. 결국 결심을 내린 이혁도는 날아오는 검을 막기보다는 엽현의 목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두 사람 모두 아무런 방어도 없이 상대의 급소를 노리는 상황!
피픽-!
순간 비무대 위로 두 줄기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동귀어진!
비무를 지켜보던 무인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설마 둘 다 죽은 건 아니겠지!?
비무대 위, 꼼짝 않고 서 있는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은 죽은 것은 아니었다. 이혁도의 도는 엽현의 목에서 반 촌쯤 들어간 위치, 엽현의 검 역시 이혁도의 미간 반 촌쯤에서 멈췄던 것이다.
둘 다 마지막 순간에 힘을 거둔 결과였다.
두 사람은 애초에 원한도 없거니와, 이는 비무에 불과하니 서로 절경에 이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엽현이 먼저 검을 거두자, 이혁도가 도를 내려놓았다.
“강하군!”
이혁도가 잠시 엽현의 눈을 응시했다.
“강해지고 싶소?”
이혁도가 묻자 엽현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
“그럼 따라오시오.”
이혁도가 그대로 돌아서서 비무대를 떠났다.
이에 잠시 망설이던 엽현이 비무대 아래에 있던 남자에게 검을 던졌다.
“빌려줘서 고맙소!”
미친 듯 싸우다 순식간에 사라진 두 사람.
장내에 남은 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 * *
잠시 후, 이혁도는 엽현을 데리고 어느 숲길로 들어섰다.
한참 걷던 중, 이혁도가 말을 꺼냈다.
“이곳에는 매우 노련한 흉수(凶獸)가 살고 있소. 전투력과 방어력이 극강인 그들을 상대하려면 정면 대결은 어렵고 두뇌를 이용해야만 하오. 이런 식으로라도 그들과 싸울 수 있다면 실력에 큰 보탬이 될 것이오.”
“그럼 우리는 어떤 흉수를 잡으러 가는 거요?”
“가장 강한 놈!”
가장 강한 놈!
엽현은 이곳의 요수들이 얼마나 강한지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게다가 가장 강한 흉수라니…….
결코 만만치않은 전투가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전!
엽현이 크게 한 번 심호흡을 들이켰다.
이곳에 머무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확실히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그가 남들보다 빨리 강해질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끊임없는 실전 경험이었다.
엽현은 고개를 들어 산속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생각보다 오래 머무르기도 했거니와, 신전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미리 가서 준비를 해 두어야 했다.
때문에 그는 곧 떠날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떠나기 직전까지는 싸움을 멈추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언제 또 이곳에서 수련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
지금 이 상태로 밖에 나가 천주검을 휘두른다면 어떤 위력이 나올까?
엽현이 이런저런 망상을 펼치고 있을 때 두 사람 앞에 커다란 산 하나가 나타났다.
산 입구에는 커다란 요수 한 마리가 엎드려 있었는데, 생김새는 마치 범과 같았으며, 등에는 한 쌍의 날개, 그리고 전신은 철갑처럼 보이는 검은 비늘이 빽빽하게 뒤덮여 있었다.
이때 인기척을 느낀 요수가 눈을 뜨고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상대를 바꾸겠다.”
이혁도의 말에 요수가 턱으로 엽현을 가리켰다.
“저놈?”
“그렇다.”
“어차피 결과는 뻔할 것을, 자 덤벼라!”
이때 엽현이 요수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싸워도 상관없는 건가?”
“눈을 찌르던 입을 잡아 찢던 네 마음대로 하거라.”
“좋아!”
말과 동시에 요수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 엽현.
바로 이때, 엽현이 뭔가 떠오른 듯 다시 이혁도 앞으로 돌아와 말했다.
“이 소저, 혹시 검 남는 거 있소?”
눈앞의 요수는 얼핏 봐도 매우 강한 존재였다.
맨손으로는 어림도 없을 게 분명하다.
게다가 엽현의 육신 역시 지금은 일반 무인과 다를 게 없으니, 다분히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했다.
엽현의 요청에 이혁도가 장검 한 자루를 꺼내 내밀었다.
사 척 정도 길이의 검은 보통 흔히 볼 수 있는 철검이었다.
검의 상태를 본 엽현의 표정이 다소 심각해졌다.
과연 이 검으로 요수의 몸에 상처라도 낼 수 있을까?
이때, 엽현은 스스로가 얼마까지 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음을 먹은 엽현이 그대로 요수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이혁도는 한쪽으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학습.
그녀가 이곳으로 엽현을 데려온 이유는 바로 엽현이 어떻게 요수를 상대하는지 보고 학습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그녀는 이미 여러 차례 요수와 겨뤄보았지만, 한 차례도 이긴 적이 없었다.
타고난 열세를 극복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여, 그녀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요수의 약점을 살펴보고 엽현의 실패 경험을 흡수할 요량이었다.
이때 엽현은 이미 요수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바로 이때, 요수가 거대한 앞발을 들어 엽현을 후려쳤다.
기습에 당황한 엽현이 황급히 사선으로 몸을 굴리며 공격을 피했다. 여세를 몰아 엽현이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이미 자세를 잡은 요수가 몸통으로 엽현을 들이받았다.
퍽-!
검을 쥔 채로 수십 장 밖으로 날아가 버린 엽현.
지면에 다시 선 엽현의 입에선 선혈이 흐르고 있었고, 손의 든 검은 이미 반쯤 부러져 있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엽현이 고개를 들자, 요수가 어슬렁어슬렁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엎드렸다.
“저 녀석은 전투경험이 매우 풍부하니 일반적인 방법은 먹히지 않을 것이오!”
이혁도의 외침을 들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좀 더 일찍 말해 줬더라면 하는 것이었다.
이때 이혁도가 엽현을 향해 새 검 한 자루를 던졌다.
검을 낚아챈 엽현이 웃으며 이혁도를 바라보았다.
“이 소저, 혹시 검 장사라도 하는 것이오?”
“지금까지 싸우고 얻은 전리품이오.”
엽현은 새 검을 들고서 재차 요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것이 그가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요수의 움직임이 그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엽현이 자리에 멈춰 선 순간, 이번에는 요수가 먼저 달려들었다. 순간, 엽현은 거대한 태풍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위압감을 느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엽현이 황급히 왼편으로 몸을 굴렸다.
쾅-!
엽현이 서 있던 자리가 움푹 패임과 동시에 요수의 앞발이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요수의 공격은 비단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반격할 의지조차 꺾어버리는 공격이었다.
요수는 상대가 어디로 도망칠 것인지 예측하고 공격을 날렸는데, 이런 식으로 몇 차례 진행되면 상대는 어차피 피해도 맞는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눈앞에 날아드는 발을 보며 엽현이 검을 세웠다.
쾅-!
검이 산산조각 나면서 엽현이 다시금 뒤로 날아갔다. 요수는 마찬가지로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인간, 너는 아직 나를 상대하기엔 모자란 듯하구나.”
엽현이 누워 있는 곳. 그 주위의 땅은 심각하게 갈라져 있었고, 엽현은 연신 입으로 선혈을 토해냈다.
겨우 몸을 일으킨 엽현은 요수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순간 엽현은 과연 무기력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무슨 짓을 해도 어쩔 수 없는 힘의 차이 앞에 엽현은 더 이상 싸우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바로 이때, 그의 앞으로 검 한 자루가 툭 떨어졌다.
“계속하시오.”
엽현이 이혁도를 바라보며 입을 삐죽였다.
“왜 그러시오. 더 싸울 힘이 없소?”
“…그대도 저 요수와 싸워 본 적이 있소?”
“물론이오.”
“이겼소?”
“그건… 비밀이오.”
“…….”
“그래서 어찌 더 싸울 거요, 아니면 이대로 포기할 거요?”
엽현이 고개를 돌려 요수를 바라보고는 돌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대로 끝낼 순 없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엽현이 검을 집어 들고 돌진했다.
그리고 의심할 여지 없이 재차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매번 나가떨어질 때마다 그는 조금씩 정보를 얻어갔다.
엽현의 계획은 이러했다.
첫째, 일단 몸으로 부딪친다. 둘째, 맞으면서 상대의 약점을 파악한다. 셋째, 알아낸 약점을 집중 공략한다.
하지만 이 계획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검은 실질적으로 요수의 피부에 상처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에 요수에게서 받았던 심리적 압박감은 흐려져 갔고, 그만큼 요수에게서 받는 피해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엽현도 간혹 반격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눈앞에서 지켜보면서 이혁도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이 순간, 그녀는 엽현이 얼마나 인내심이 강한지 알게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엽현은 검 끝으로 요수를 한 번 건드릴 기회를 얻기 위해 반 시진도 넘게 요수 주위를 얼쩡거리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엽현은 털끝의 신경 하나하나까지 집중하고 있었다.
요수에게 한 대 얻어맞는 순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의 실수도 존재해선 안 된다!
이렇게 한 인간과 요수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 지 벌써 두 시진 째.
그동안 날도 어둑어둑해졌건만 엽현과 요수는 아직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이혁도는 한 가지 사실을 더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요수 역시 참을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었다.
쉬지 않고 틈을 노리는 엽현이 귀찮을 법도 한데, 그럼에도 요수는 서두르지 않았다.
엽현과 요수를 번갈아 바라보던 이혁도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들의 인내심이야말로 이혁도가 부족한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