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59
759화 실패하면 죽는다
이때, 천주검이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순식간에 참선검호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엽현이 원소도를 가리키며 흉흉하게 소리쳤다.
“죽여!”
엽현은 미리부터 공명 상태가 깨질 것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원소도가 나타난 순간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는 참선검호를 지체하지 않고 꺼내 든 것이었다.
엽현이 소리친 순간, 참선검호가 크게 진동하더니, 한 줄기 검광이 참선검호의 주둥이 안에서 벼락처럼 튀어 나왔다.
윙-!
검명 소리와 함께 날아드는 천주검을 바라보며 원소도의 표정에도 처음으로 변화가 생겼다.
고대 인간 최고의 보물인 참선검호에 천주검이 합쳐진 위력은 신이라 해도 놀랄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에 원소도 역시 허리춤에 고이 모셔 두었던 도를 꺼내 들고 말았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다는 의미!
원소도의 도가 번뜩이는 순간,
쾅-!
경천동지할 굉음과 함께 원소도의 신형이 눈 깜짝할 사이 수만 장 뒤로 밀려났다. 게다가 그녀의 육신이 지나친 공간은 완전히 파괴되어 검은 기운이 흘러들고 있었다.
그녀가 들고 있던 단도는 충격을 견디지 못해 소멸된 상태였고, 오른팔 역시 반쯤 찢겨져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고 있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원소도가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엽현의 모습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침묵한 채 제 자리에 서 있는 원소도.
이때 그녀는 엽현이 그저 힘없는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 전의 그 일 검은 실로 매우 위협적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 그녀는 엽현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인간 주제에 신을 두근거리게 하는 재주가 있군.”
바로 이때, 원소도의 정면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굳이 힘 뺄 것 없다. 물건을 손에 넣었으면 신속히 신허(神墟)로 복귀하거라.”
이에 원소도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그럴 순 없소. 지금 놈을 없애지 않으면 훗날 큰 화근이 될 것이오.”
이 말을 끝으로 원소도가 소매를 펄럭였다.
그러자 성공에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그녀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한편 멀리 도망친 엽현은 벌렁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히 회심의 일격이라 할 수 있는 참선검호와 천주검의 합격으로도 결국 상대를 죽이지 못했던 것이다.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도망… 도망 쳐야 해……
엽현은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검의 속도를 전속력으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이때, 그의 눈앞 공간이 돌연 길게 갈라졌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안에서 원소도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하! 놀랐느냐? 이제 도망쳐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겠지?”
“…더 이상 날 자극하지 마라. 네 얼굴에 똥을 싸 버리기 전에.”
엽현의 말에 원소도가 씩 웃어 보였다.
“그거 참 기대되는군. 자, 어디 네가 가진 것을 모두 펼쳐 보거라!”
엽현은 말없이 원소도를 쳐다보았다.
원소도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
“조금 전의 그 공격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내게도 그런 신물이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지.”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질문? 하하, 지금은 기분이 좋으니 들어주마.”
“너는 신인가 아니면 인간인가?”
순간 원소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엽현이 이런 질문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왜, 말하지 못할 이유라도 있나?”
“그럴 리가. 나는 인간이다. 네가 본 여섯 신들은 모두 너와 같은 인간이지.”
“그런데 어째서 신을 자칭하는 것이지?”
그 말에 원소도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 반대다. 우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강해지고 난 후, 너희들이 스스로 우리를 신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신이 되는 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판단하여 신전을 건립했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현황대세계를 봉쇄하고 무인들의 경지를 미지경 이하로 한정시켜 놓았지.”
“하하, 지금 우리의 도덕성을 비판하려는 게냐?”
“…….”
“우리를 비판하기에 앞서 네 주변을 둘러보거라. 어디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사는 자가 있더냐? 너만 해도 너와 북경을 위해 다른 이들을 죽이지 않았더냐?”
원소도가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이 세상에 옳고 그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힘이 모든 것을 결정할 뿐. 요컨대 네가 신전을 무너뜨리면 그때부터는 네가 하는 말이 곧 진리가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전에는 모두 뜬구름 잡는 말일 뿐이지.”
“그래… 그렇군.”
엽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를 본 원소도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 내게 질문하는 의도가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함이라면 충분히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
순간 엽현이 마음속으로 뜨끔했다. 그녀의 말대로 그는 시간을 끌고 있던 것이다.
잠시 후,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 시진이면 충분하다.”
말을 마친 그는 원정을 꺼내 흡수하기 시작했다.
원기를 회복하던 중, 엽현이 문득 물었다.
“왜 내게 기회를 주는 거지?”
“내가 너를 얕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냐?”
엽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평생을 수행하면서 살아왔는데 고작 너 하나 잡지 못한다면 그것도 참 웃긴 일이겠지.”
자신감!
순간 엽현은 원소도의 행동이 자만이 아닌 자신감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얕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것이 엽현에 대한 원소도의 태도였다.
이게 다 내가 아직 충분히 강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엽현은 이를 악물며 다시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이때, 이번에는 원소도가 말했다.
“그 소복의 여인은 지금 어디 있느냐?”
“…왜, 찾아가기라도 하려고?”
원소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를 맡을 자는 따로 있다. 지금 나의 목표는 오직 너뿐이다.”
이때 원소도가 잠시 뜸을 들이고는 입을 열었다.
“그 여인과 한칼에 신을 베어 버렸던 인물은 동일인인가?”
“글쎄… 그건 상상에 맡기겠다.”
“그녀가 널 구하러 오지 않는 이유는 이미 소멸했거나, 아니면 오지 못할 이유가 있어서겠지?”
“…….”
“훗, 표정을 보니 내 생각이 맞았나 보군.”
“…그래서 출수한 건가?”
“그렇다고 봐야겠지. 네 배후에 있는 자는 우리에게도 매우… 꺼림칙한 존재인 게 사실이니까.”
원소도가 엽현을 바라보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만약 오유계의 신물이 우리에게 중요한 물건이 아니었더라면 굳이 너를 노리지 않았을 것이다.”
“후후, 지금까지 신물을 노리는 자들은 하나 같이 그렇게 말하더군.”
이에 원소도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너는 절대 모른다. 양계천… 그곳을 뚫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양계천(兩界天)!
엽현은 일찍이 관군으로부터 양계천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사유계 최강자들 모두 모여 있는 곳, 양계천.
그들이 그곳에 모이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오유계로의 돌파였다.
다만 양계천을 뚫는 것은 그들에게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데 현재, 오유계로 곧바로 갈 수 있는 물건이 이 세상에 나타났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계옥탑이었다.
그들이 이 계옥탑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는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자명한 일이었다.
엽현은 신전 이후로도 양계천의 강자들이 지속적으로 몰려오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원소도의 말에 엽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다시 마주 보게 된 두 사람.
이때 원소도가 웃으며 말했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고맙군.”
엽현은 천천히 두 눈을 감더니, 입으로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곧, 두 사람의 주변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면서 신비한 기운이 장내에 등장했다.
기운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자 원소도가 눈을 가늘게 떴다.
“미안하지만, 기회는 줄 수 없을 것 같군.”
말이 끝나자마자 원소도가 몸을 날렸다.
팟-!
이와 동시에 한 줄기 도광이 허공을 밝혔다.
사망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일도(一刀).
이는 분명 엽현이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원소도가 시간을 더 이상 주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왜냐하면 마음 한편이 왠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비록 불안의 크기는 크진 않았지만, 손가락에 박힌 가시처럼 신경이 쓰였다.
이제까지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엽현에게 자비를 베풀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번 일도는 자비라고는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엽현이 아니라 설령 지선이라 할지라도 막아내지 못하리라!
그리고 바로 이 순간, 엽현의 눈이 번쩍 뜨이면서 붉은빛을 밝혔다.
“수신(囚神)!”
육도진언(六道真言)!
생사를 가를 전투에서 엽현이 마지막으로 꺼내든 패는 다름 아닌 육도진언이었다.
탑의 주인이 남긴 유산, 육도진언의 한 가지인 수신!
수신(囚神).
탑의 주인이 정말로 신을 가두기 위해 이 진언을 새겼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다만 그가 아는 유일한 한 가지는, 눈앞의 여인을 어쩌지 못하면 자신의 인생은 여기서 끝난다는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공격.
실패하면 죽는다!
엽현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그의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지며 오공으로는 많은 양의 피가 분출됐다. 그리고 이때 신비한 힘이 순식간에 원소도의 전신을 감싸더니, 그녀의 미간 사이에 붉은 글씨로 ‘囚(수)’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찰나의 순간, 도를 내리치던 원소도가 보이지 않는 유리방에 갇힌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이에 원소도가 황급히 현기를 끌어올려 보았지만…….
아뿔싸!
조금의 기운도 운용할 수 없었다.
천천히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원소도. 그녀의 눈동자에는 불신의 기색이 역력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비술이더냐?”
이 모습을 본 엽현은 속으로 매우 기뻤다. 설마 했는데 정말 육도진언이 성공한 것이다!
소위 신이란 존재조차 가둬버리는 육도진언.
그렇다면 그는 이제 무적이 된 걸까?
바로 이 순간, 원소도의 미간에 있던 붉은 글자가 점점 어둡게 변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변화에 엽현이 당황하고 있을 때, 연천이 한 손에 계옥탑을 들고서 그의 앞에 나타났다. 엽현이 눈을 크게 뜨자, 연천이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은 탑 안에 저 여인을 가둘 수 없다. 그러니 일단 이대로 물러나자꾸나.”
“어째서?”
“네 실력이 너무 약해 육도진언의 힘이 삼 성밖에 발휘되지 않았다. 게다가 육도진언 자체도 현재로는 완전한 것이 아니다.”
“…가둘 수 없다면 직접 죽일 순 있겠지!”
엽현이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연천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이때 연천이 엽현의 눈을 응시하며 전음으로 말했다.
[일격에 죽일 수 있겠느냐? 그러지 못하면 네가 죽는다. 왜냐하면 네가 검을 휘두를 때 육도진언의 힘도 풀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네 실력으로 저 여인을 죽이는 것은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설령 가만히 서 있는다 하더라도.]“…….”
[자, 어서! 너 역시 육신이 많이 약해진 상태이니,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잠깐만 기다려.”
얼굴이 어두워진 엽현이 원소도의 바로 앞까지 가서 멈춰 섰다.
“이번 한 번은 그간의 정을 봐서 살려주도록 하겠다. 하지만 다음번에 만나면 반드시 은혜를 갚길 바란다. 알았나?”
원소도는 그저 엽현을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엽현은 마지막으로 원소도를 한 번 노려본 후 돌아섰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나빴다.
진심으로 일검에 상대의 목을 베어버리고 싶건만, 실력이 모자라 그럴 수가 없었다.
심지어 상대는 가만히 서 있는데도…….
분하다!
이 순간 엽현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이 분노의 대상은 원소도가 아닌 여전히 너무나도 약한 자기 자신이었다.
그렇게 엽현은 불편한 기색을 마구 드러내며 연천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장내에 홀로 남겨진 원소도 그녀의 얼굴은 마치 귀신처럼 일그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