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65
765화 거침없는 돌파
신물의 주인이 바뀌었다!
장내, 무인들이 잠시 멍하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엽현이 이렇게 선뜻 계옥탑을 내어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과감하군!
많은 무인들이 엽현의 결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보물을 포기하는 일은 보통사람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선단을 단숨에 삼킨 것도 다른 이들의 관심을 원천 차단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
계옥탑이 사라진 후, 무인들의 관심은 이제 엽현에게서 벗어났다. 비록 그에게 다른 보물들이 있긴 하지만, 엽현을 적으로 삼을 정도로 매력적이진 않았던 것이다.
오유계의 보물을 눈앞에서 본 이들인데 사유계의 물건이 성에 차겠는가?
곧, 장내를 가득 메우고 있던 무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경매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난 탓에 더러는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엽현과 원소도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먼저 엽현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허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네 실력으로는 무리니까.”
말을 마친 엽현이 그대로 돌아섰다.
원소도는 떠나가는 엽현의 뒷모습을 보며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으로는 엽현을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주먹을 내려놓는 수밖에 없었다.
무리였다.
엽현의 실력은 확실히 예전보다 더 늘어나 있었다. 게다가 어딘가에서 옥련 등이 지켜보고 있을 테니, 단숨에 그를 격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잠시 후, 원소도는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엽현을 무척이나 죽이고 싶었지만, 동시에 계옥탑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원진이 탑을 완전히 장악하도록 내버려 둘 순 없는 법!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끌벅적했던 경매장 안은 몇 사람 남지 않게 되었다.
대전 입구, 모소창은 한참 동안이나 말없이 대전 안쪽을 향해 있었다.
“성주, 정말 놈이 신물을 포기한 것입니까?”
그녀 곁에 있던 노인의 말에 모소창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물건은 이미 원진의 손에 넘어갔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되찾아올 방법이 없다.”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떡하면 되겠습니까?”
“하하하, 양계천의 괴물들을 상대로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겠느냐? 그저 뒤편에 서서 재밌게 구경하는 것 말고.”
“그 말이 맞습니다. 다만, 엽현이 정말로 신물을 포기한 건 의외였습니다.”
“그저 직감일 뿐이지만…….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
그 말에 노인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성주 말씀은 놈이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다는 것입니까?”
“정확히 알 순 없다. 다만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구나. 우리는 그저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자꾸나.”
잠시 후.
두 사람마저 떠나고 어두운 성공에는 경매장으로 쓰던 대전만이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 * *
북경.
계옥탑을 보기 위해 몰려든 강자들이 모두 떠나고, 북경은 다시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았다.
한편, 천강성의 어느 대전 안.
엽현이 가부좌를 튼 채로 고요히 앉아있다. 이때 그의 주변에는 뜨거운 불길이 솟구치고 있었다.
지선단을 복용한 이후, 엽현은 매우 정순한 기운이 자신의 몸 안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제야 엽현은 원진이 한 말이 거짓이 아님을 믿게 되었다.
지선단이 전해오는 기운이 실로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이런 단약이 몇 알만 더 있다면…….
엽현은 잡생각을 비운 채, 지선단의 기운을 미친 듯이 흡수해갔다.
* * *
현황대세계에서 벗어난 성공한 복판, 옥련의 시선은 계속해서 어느 한 지점을 향해 있다.
평온하기만 한 북경과 달리 현황대세계는 큰 소동에 휩싸인 상태.
게다가 이 소동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
계옥탑!
계옥탑을 둘러싼 추격전이 시작됐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원진은 검은 무복을 입은 남자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눈들이 호시탐탐 탑을 노리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저 녀석은 정말로 포기해버릴 셈인가?”
바로 이때, 옥련이 문득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한 여인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여인은 다름 아닌 원소도였다.
“정말 머리가 좋은 놈이지 않나?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단숨에 다른 이에게로 옮겨버리다니……. 단지 놈이 진심으로 신물을 포기한 것인지는 모르겠군.”
“후후, 너처럼 똑똑한 여인이 왜 내게 그런 걸 묻는 거냐?”
“그의 의도는 분명하다. 다만 이렇게 쉽게 탑을 포기한 것은 매우 의외였지. 그래서…….”
“그래서 지금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 말인가?”
“그렇다.”
원소도의 말에 옥련이 어깨를 으쓱 해 보이며 반문했다.
“낸들 알겠느냐?”
“만약에 정말로 포기한 것이라면, 신전 역시 놈을 노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찌, 그가 성장해서 너희들에게 복수하는 것이 두렵지 않은 모양이지?”
“우리가 엽현을 죽이려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 신물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다른 자의 손에 넘어갔지. 물론 놈을 죽여 후환을 없애는 것이 좋겠지만, 우리 쪽의 피해도 생각해야겠지.”
옥련이 가볍게 웃고는 다시 원진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엽현과 신전 간의 은원에 그녀가 끼어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에 엽현과 마주친 것도 매우 뜻밖의 일이었다.
엽현의 미래에 대해서는 크게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인생의 길 위에서 그를 잠시 감싸주는 것뿐이었다.
이때 원소도가 원진과 겨루고 있는 흑의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자가 누군지 아나?”
옥련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굳이 알아야 하나?”
원소도는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러는 동안에도 원진과 흑의인의 싸움은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진이 등을 보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불리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 자리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듯했다.
원진이 달아나자 흑의인 역시 빠르게 그의 뒤를 추격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지켜보고 있던 눈을 또한 두 사람을 따라나섰다.
이때 원소도가 웃으며 말했다.
“가보지. 재밌을 것 같군.”
원소도가 먼저 떠나자, 옥련이 곧장 그녀의 뒤를 따랐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몹시 궁금했던 것이다.
* * *
그리고 한편에선 또 다른 두 여인이 한 곳을 향해 서 있었다.
다름 아닌 연천과 염가였다.
“정말로 이대로 포기하는 걸까?”
염가의 말에 연천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지지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가 그런 소리 하는 게 말이 돼?”
“…무슨 뜻이야?”
“사람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있어. 그건 바로 탑이 스스로 주인을 선택한다는 거지. 비록 지금은 다른 자의 손에 넘어갔지만, 언젠가 엽현에게로 돌아오게 될 거야.”
“정말 돌아올 수 있을까?”
연천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돌아올 거야. 그렇지 않으면 곤란해지거든.”
“팔층과 구층 존재들을 말하는 건가?”
연천이 재차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설령 본체를 어찌할 순 없다 하더라도, 영지를 제거해 버리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 망할 탑이 그들에게서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엽현과 붙어 있는 것뿐이야. 왜냐하면 엽현의 뒤에는 천녀가 있으니까.”
“하지만 저 강자들의 손에서 빠져나온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닐 텐데…….”
이에 연천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저 녀석이 얼마나 음흉한지 모르는 거야? 분명 무슨 수를 써 놓았을 테니, 우리는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염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 아월이 큰 언니를 찾았을까?”
“그건 알 수 없어. 그렇지 않아도 최근 아월과 연락이 닿긴 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금방 끊겨 버리고 말았지.”
연락이 끊겼다고?
순간 연천의 눈빛에 가벼운 파문이 일었다.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수밖에… 어쨌든 큰언니는 반드시 찾아야 해…….”
염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 * *
북경.
이때의 엽현은 체내로 들어온 순수한 기운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와 함께 그의 기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미 그의 경지는 지경(至境)을 지나고 있는 상태.
뿐만 아니라, 그의 육신도 지대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지선단(地仙丹)!
엽현은 지선단의 효과가 자신의 생각 이상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만큼 대단한 물건이었던 것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다.
엽현은 자꾸만 능천전갑과 검경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그 것들이 있다면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결국 지선단을 선택한 것 결정은 탁월하다고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투력이나 방어력이 아닌, 낮은 경지였으니까.
그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엽현의 기운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으며 상승했다.
이와 더불어 그의 육신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느 경지쯤에 도달한 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치 개미가 깨문 것처럼 온몸이 근질근질해 견딜 수가 없었다.
다시 두 시진이 흘렀을 때, 엽현의 체내로부터 강대한 기운이 터지듯 흘러나와 사방을 요동치게 했다.
등봉(登封)!
단숨에 지경을 넘어 등봉경에 이른 것이다.
지경과 등봉경 사이에는 반보등봉경이라는 경지가 있었으나, 엽현은 이를 무시했다.
반보등봉경이란 등봉경에 문턱에 이르기는 했지만, 경험과 심경(心境)이 다소 부족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다만 엽현은 그간 무수히 많은 등봉경 이상의 강자들과 겨뤄 왔기에, 굳이 반보등봉경에 멈출 이유가 없었다.
심경 역시 그의 검도가 진경에 이른 후, 전혀 부족할 것이 없었다.
다만 지선단의 기운이 등봉경 이상을 뚫으려 할 때는 엽현도 사력을 다해 그 힘을 억눌러야만 했다.
이 기세대로라면 미지경이 아니라, 곧바로 지선경까지 도달해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경지를 급속도로 끌어올리는 것은 반드시 문제를 야기하는 법이었다.
엽현은 우선 등봉경을 단단히 다진 후, 지선으로 오르기로 결심했다.
무도란 반드시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선단의 기운을 제한하자, 엽현의 육신이 크게 떨림과 함께 체내의 혈맥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이에 깜짝 놀란 엽현이 황급히 힘을 더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럴수록 지선단의 기운이 더욱 강렬해졌다.
특히, 기혈이 들끓기 시작한 이후로는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뭔가 잘못됐다!
안색이 어두워진 엽현이 재빨리 두 손을 모으며 다시 한번 체내의 기운을 짓눌렀다.
하지만 역시나 소용이 없었고, 오히려 몸 안의 기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팽하게 불어났다.
이렇게 반 시진 가량을 씨름하고 있던 때였다.
콰쾅-!
한 순간, 화산 같은 강대한 기운이 순식간에 엽현의 몸 밖으로 터져 나와 온 사방에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