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68
768화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검존은 곧바로 현황대세계를 향해 날아갔다.
다급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원소도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이때, 그녀가 웃음을 뚝 그쳤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뭔가 떠오른 원소도가 어디론가로 황급히 신형을 날렸다.
* * *
북경.
검존이 막 북경에 도착했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옥련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검존의 눈동자에는 다급함이 묻어났다.
“무슨 일인가?”
“한 가지 묻겠소. 이 신물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오?”
“그건…….”
“두 분, 무슨 일입니까?”
옥련이 막 대답하려는 찰나, 엽현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혹시 탑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물어보러 오셨습니까?”
검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보는 눈이 많으니 일단 자리를 옮기는 게 어떻습니까?”
“좋다.”
잠시 후, 성 안의 작은 뜰에 도착한 두 사람.
엽현이 한켠에 마련된 탁자를 향해 손짓했다.
“앉으시지요.”
검존이 자리에 앉자 엽현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일절 거짓이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 역시 이 물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 말에 검존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끝까지 들어 보십시오. 저도 탑을 통제하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만약 방법을 알았더라면 일찌감치 오유계로 떠났겠지요. 그러나…….”
“그러나?”
“탑 안에는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탑 안에 들어간다고?”
검존이 확인하듯 묻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탑을 통제하는 것은 저의 능력 밖의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신물에 영이 있는지라, 아무나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흠… 그도 그렇군. 우선 나를 데리고 탑 안에 들어가 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엽현이 손을 뻗자 검존이 아무런 의심 없이 엽현에게 계옥탑을 넘겼다.
바로 그 순간, 엽현은 검존과 함께 탑 안으로 진입했다.
마침내 소원대로 탑 안을 구경하게 된 검존.
이때의 탑은 먼지 하나 없이 텅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탑에 둥지를 틀고 있던 연천과 소령 등을 일찌감치 밖으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한편, 탑의 진면목을 보게 된 검존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감격!
검존 정도 되는 고수라 할지라도 오유계의 신물과 마주하게 된 것은 신비한 경험이었다.
검존이 커다래진 눈으로 탑 구석구석을 바라보고 있을 때, 엽현이 웃으며 다가왔다.
“제가 무어라 부르면 되겠습니까?”
“검존이라 부르거라.”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존, 이 탑은 총 구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팔 층과 구 층을 제외한 나머지는 마음대로 드나드셔도 상관없습니다.”
검존이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팔 층과 구 층에 혹시 누가 있는 것이냐?”
“바로 그렇습니다.”
“어떤?”
“그건… 저도 알지 못합니다.”
엽현은 곧 검존에게 탑에 내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엽현은 거짓말은 하진 않았지만, 모든 걸 말해 준 것도 아니었다.
잠시 후, 이야기를 모두 들은 검존이 고개를 들어 탑 위쪽을 바라보았다.
“어떤지 탑에서 자꾸만 위험한 느낌이 들더라니……. 그게 바로 팔 층과 구 층 때문이라는 것이로구나.”
“아마 그럴 것입니다. 매우 위험하기에 저는 감히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죠. 그리고…….”
엽현이 아직 말을 하고 있을 때, 검존이 훌쩍 뛰어올라 탑 꼭대기에 올라섰다.
탑에는 천녀의 검을 제외한 두 자루 검이 꽂혀 있었다.
뒤이어 탑 꼭대기에 오른 엽현의 눈에 비친 것은 온몸을 떨며 두 자루 검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검존이었다.
“범검… 범검이라니!”
범검(凡劍)!
이는 검도의 한 경지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검도 경지 중 가장 높은 경지였다.
검존이 놀란 이유는 두 검에서 범검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때 검존이 엽현을 보며 물었다.
“이 검들의 주인은 지금 어디 있느냐?”
“알지 못합니다.”
“어찌 모를 수 있단 말이냐?”
“당장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언젠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건 어째서지?”
“왜냐하면 검들의 주인이 바로 저의 배후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검존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너… 그들에게서 검을 배운 것이냐?”
엽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취라 생각했건만……. 역시 이런 귀인을 모시고 있을 줄이야.”
검존의 말에 엽현은 천녀와 청아를 떠올렸다.
천녀는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아는…….
이때 들려오는 검존의 목소리에 엽현은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쳐버렸다.
“네 뒤에 범검의 고수가 있을 줄이야……. 신전은 얼마나 멍청한가. 아니, 우리 모두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던가!”
검존은 범검에 이른 검수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 어렴풋함만으로도 그의 손발을 떨게 할 만큼 범검이란 경지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 범검 검수의 눈에 비친 자신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신전의 신들이든, 양계천의 다른 강자들이든 범검 검수의 눈에는 모두 한낱 미물일 뿐인 것을!
그제야 검존은 어째서 엽현이 이런 신물을 지니고도 아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검존이 눈앞의 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여기 남겠다!”
그 말에 엽현이 의아한 듯 검존을 쳐다보았다.
“검존, 그게 무슨…….”
“범검과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구나……. 나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 탑은…….”
“네가 갖거라. 이 탑은 이제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
“…….”
검존은 그렇게 두 자루 검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눈앞의 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어딘가 넋이 나간 듯했다.
잠시 망설이던 엽현은 결국 검존을 내버려 둔 채 탑을 빠져나왔다.
다시 밖으로 나온 엽현은 눈앞에 둥둥 떠 있는 계옥탑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제 헤어지나 싶었는데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구나.’
이때, 계옥탑이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를 보자 엽현이 가볍게 웃고 말았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르지.”
계옥탑을 돌려보낸 엽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채비를 했다. 이때 문득 고개를 든 엽현은 성공 속에서 한 여인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음을 발견했다.
여인은 다름 아닌 원소도였다.
이때 그녀의 곁에는 하얀 장포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신형을 날린 엽현은 곧 원소도의 앞에 도착했다.
“자주 보는군? 이러다 정들겠어. 하하하!”
“…검존은 어디 있느냐?”
“검존?”
엽현이 손으로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금 전에 이쪽으로 떠났다.”
“방금 떠났다고?”
원소도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묻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에 내게 탑을 사용하는 법을 물어보고는 곧바로 떠났다. 지금 바로 쫓아간다면 따라잡을지도 모르겠군.”
“…….”
“그 표정은 뭐지? 지금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건가?”
“네게 한 번 당한 사람 치고 네 말을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흥! 내가 굳이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엽현이 목청을 가다듬고는 말을 이어갔다.
“솔직하게 말할 테니 화내지 말도록. 검존은 아직 완전히 탑을 장악한 상태가 아니다. 그러나 탑이 그를 주인으로 인정하는 순간, 너희 신전은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다.”
“정말로 그에게 방법을 일러줬단 말이냐?”
“사실이다.”
그 말을 듣자 원소도가 돌연 분을 내며 소리쳤다.
“네 머리는 장식품인 게냐! 왜 그런 중요한 정보를 알려준단 말이냐!”
“어이, 그게 그렇게 흥분할 일인가?”
“화를 안 내게 생겼느냐! 아직 나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네 강력한 무기인 신물을 날름 넘기는 게 말이 되느냐!”
엽현이 귀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그때 물어봤잖아. 경매에 참여하겠느냐고. 그때는 싫다 했으면서 왜 이제 와서 딴소리?”
“놈!”
원소도가 매서운 눈으로 엽현을 노려보았다. 순간 가히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은 지독한 살기가 그녀의 눈에서 흘러나왔다.
“이봐… 그나저나 안 따라갈 거야? 검존이 정말로 탑을 장악해 버리면 그때부터 신전은 이류로 전락해 버리고 말 텐데?”
“…어린 녀석이 꽤나 기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저 겁쟁이에 불과했구나.”
마지막으로 차갑게 한 마디 쏘아붙인 원소도는 백의 남자와 함께 그대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엽현 역시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다시 성으로 돌아온 엽현은 곧장 계옥탑으로 들어가 검존부터 찾았다.
그는 이미 검경을 한 번 훑어보긴 했지만, 의문이 드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이 의혹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생각하는 찰나, 뜻밖에 검존이 돌아와 버린 것이다.
돌아온 것은 물론, 심지어 계옥탑까지 돌려주었으니, 엽현으로서는 이득만 본 장사를 한 셈이었다.
한편, 검존은 엽현의 질문에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 그의 부족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지적해 주었다.
이렇게 검존의 지도 아래, 엽현의 무위는 호랑이 날개 단 듯 빠르게 발전했다.
* * *
한편, 이 시각.
원소도와 백의 남자는 벌써 열 번째 성역을 돌아보고 있지만, 검존의 흔적은 그 어디서도 찾지 못한 상태였다.
성공에 멈춰 선 원소도는 주변을 둘러보며 연신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빨라도 이렇게나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
“혹시 엽현이 거짓말을 한 걸까?”
원소도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그가 얻는 게 뭐가 있지?”
원소도가 고개를 돌려 멀리 북경을 바라보았다.
“두 개의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정말로 검존이 우리의 추격에서 벗어났을 가능성. 다른 하나는 검존이 여전히 북경에 남아 있을 가능성. 다만 북경에 남아 있다면 어디에 있단 말이지? 게다가 남아 있을 이유는?”
“흠……. 모든 상황을 아는 것은 엽현이 유일하겠군.”
엽현!
남자의 입에서 엽현의 이름을 들은 순간, 원소도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엽현, 이 버러지 같은 놈…….”
“소도, 괜찮나? 요즘 들어 기분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원소도가 차가운 눈으로 북경 방향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북경으로 돌아간다!”
말과 동시에 원소도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 모습을 본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그녀의 뒤를 쫓았다.
북경.
원소도와 백의 남자가 북경으로 돌아오자, 옥련이 또다시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났다.
“방문이 닳도록 들락날락하니, 북경에 애인이라도 생긴 건가?”
옥련이 웃으며 말하자, 원소도가 무뚝뚝하게 내뱉었다.
“엽현은 어디 있지?”
“그는 지금 바쁘다.”
“내가 보자고 한다고 전해 주거라.”
“하하하! 또 엽현이랑 실랑이하려고 온 건가?”
“잔말 말고 엽현이나…….”
바로 이때였다.
“원소도가 나를 찾는다고?”
음성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멀지 않은 곳에서 엽현이 천천히 다가왔다.
엽현을 향해 말 무슨 말을 하려던 원소도.
그러나 이 순간, 그녀의 낯빛이 크게 변했다.
“너, 너……. 명경(明鏡)……. 잠깐 안 본 사이에 어떻게 검도 수위가 명경이 된 것이냐? 네 놈이 또 무슨 사기를 치려는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