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69
769화 잠깐 대화 좀 합시다
원소도는 매우 황당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미지경이라니! 명경이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 하지 않는가!
원소도와 함께 온 백의 남자의 표정 역시 심상치 않았다. 그 또한 엽현의 검도 조예가 단시간 동안 명경에 오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에 빗대어 보면 이것은 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때 엽현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뭘 그리 놀라고들 있어? 물 한 잔 마셨더니 바로 경지가 쭉쭉 올라오던걸?”
순간 원소도는 거의 이성을 잃을 뻔했다.
물 한 잔?
물 한 잔 마셔서 경지를 끌어 올렸다고?
점점 엽현을 바라보는 원소도의 눈빛에 살기가 흘렀다.
엽현의 빠른 성장이 그녀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때 엽현이 웃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래서 아직도 검존을 찾지 못한 건가?”
“…엽현 솔직히 말하거라. 검존이 북경을 떠난 게 확실한가?”
원소도가 날카롭게 말하자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떠났지, 안 떠났겠어? 검존이 여기 남아서 뭐해? 그 양반이 나랑 친한 것도 아닌데.”
원소도가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엽현을 노려보았지만, 엽현의 표정은 한가롭기만 했다.
잠시 후, 원소도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엽현, 또 무슨 꿍꿍이인 게냐?”
이에 엽현이 짐짓 진중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원소도, 뭔가 오해하고 있군. 나 엽현, 일평생 거짓말 따위는 입에 달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내가 하는 모든 말은 양심을 거쳐 나오는 것이니 의심할 필요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검존은 북경에 없다.”
“그럼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냐?”
“하하! 그걸 내가 알 턱이 있나! 다만 네게 한 가지 충고를 해 줄까 하는데?”
“말해라.”
“원소도, 내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았을 때도 계옥탑의 힘으로 너와 두어 수 겨룰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물건이 검존에게 넘어갔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뭐라고 생각하나?”
“…….”
“일단 그가 탑을 장악하게 되면 어쩌면 이 사유계는 그의 의해 통일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신전은 영영 탑과 인연이 없을 수밖에 없겠지. 그러니 그가 아직 탑의 힘을 완전히 깨우치지 못했을 때, 기회를 봐서 손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찌감치 신전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다.”
말없이 엽현을 응시하는 원소도.
이에 엽현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원소도, 그렇게 노려봐야 내가 탑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의미가 있나? 계속 이렇게 시간만 낭비할 것인가?”
“…….”
잠시 후, 원소도는 아무 소득 없이 돌아서고 말았다.
“엽현…….”
그녀는 하늘 높이 사라지기 전, 엽현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하지만 그 후로는 아무 말도 없었다.
원소도와 백의 남자가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엽현도 잠시 후 자리를 떠났다.
검존의 실종!
한편, 검존이 사라졌다는 소식은 입소문을 타고 사유계 전체로 퍼져나갔다.
검존이 오유계의 신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이런 상황에서 검존이 실종됐다고?
곧 무수한 강자들이 검존을 찾기 위해 사유계 구석구석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신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하늘로 솟아버린 것인지 그 후로 검존의 모습을 보았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건은 이대로 종료 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점점 더 많은 세력들이 검존 찾기에 뛰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 시각, 평온하기만 한 현황대세계.
신전이나 다른 강자들이 검존 찾기에 미쳐 있는 탓에 이제 현황대세계에 관심을 두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천강성의 천강성의 대전 안은 요즘 들어 유달리 평온했다.
엽현과 상관선아, 그리고 강구가 북경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사실 경청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렸다. 엽현이 하는 일이라곤 두 여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그렇게 한 시진이 지나고 대부분의 안건이 마무리될 즈음.
“도문은 여전히 예전 천문의 땅을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야, 아직도 포기 안 한 건가?”
엽현이 지루한 듯 하품을 하며 물었다.
“한 번도 포기한 적 없었습니다. 게다가… 끊임없이 소칠 전하와 연락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소칠?
“소칠은 아직 폐관 중이지 않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곧 나오실 것으로 보입니다. 요 며칠 전하의 방에서 나오는 기운이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 말에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나오면 우리의 전력은 한층 더 강화되겠군.”
누구보다 더 소칠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는 엽현이었다. 애당초 그보다 더 자질이 뛰어났던 그녀가 인왕의 전승까지 이어받고 있으니, 폐관에서 나온 후 그녀의 실력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와는 별개로 엽현은 소칠이 매우 그리웠다.
왜냐하면 동년배 중에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들은 그녀 외에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란수…… 막사…….
“란수와 막사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엽현의 물음에 상관선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 두 사람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 소저의 실력은 이미 미지경 강자를 압도할 정도이고, 관군 지선께 개인적으로 지도도 받고 있으니 그야말로 일취월장이십니다.”
“음… 잘들 하고 있군. 그나저나 도문은 정말로 나를 만만히 보고 있는 건가?”
그 말에 상관선아가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엽현의 참을성이 한계에 이르렀다 느끼고 있었다.
남의 집 안마당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면 누구라도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리라.
안색이 다소 어두워진 엽현.
그가 막 무어라 말하려 할 때, 갑자기 조그마한 소녀 하나가 대전 문을 박살 내며 들어왔다. 그녀는 다름 아닌 소령이었다. 숨을 크게 헐떡이는 소령의 손에는 손톱만 한 단약 두 알이 들려 있었다.
곧장 엽현에게로 다가온 소령은 씩 웃으며 들고 있던 단약을 엽현에게 건넸다.
“받아!”
소령의 손 안의 단약을 바라보는 엽현의 눈이 점점 커다래졌다.
단약은 그가 예전에 복용했던 지선단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이었다.
지선단!
멍하니 소령을 향해 고개를 드는 엽현.
소령이 정말로 완성했단 말인가!
엽현은 그제야 소령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소령의 얼굴은 온통 재투성이였고, 옷은 뭐가 그렇게 묻었는지 거지가 따로 없었다. 게다가 초췌한 그녀의 얼굴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단번에 알게 해 주었다.
고생했구나!
가슴이 아파져 온 엽현은 소령 앞에 한 쪽 무릎을 꿇으며 눈높이를 맞췄다.
“피곤하지?”
“히히, 받기나 해.”
엽현은 지선단을 받는 대신 자신의 옷소매로 검정이 묻은 소령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소령아, 고마워.”
이때 엽현을 바라보던 소령이 돌연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가족!
소령의 마음속에서 엽현은 이미 그녀의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영과를 기르고 단약을 제조하는 것은 취미인 것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엽현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이었다.
사실 그녀는 엽현을 매우 신경 쓰고 있었다.
단지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지 못했을 뿐.
소령의 진심을 느낀 엽현은 그녀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은 좀 쉬도록 하자.”
“응! 근데 더 필요해? 아직 재료가 많이 남아 있어!”
“하하, 그래. 근데 나중에, 나중에 휴식을 잘하고 난 뒤에. 알겠지?”
“안 피곤한데…….”
“어허, 어른이 한번 말하면 네 하는 거야. 알았어?”
엽현이 엄한 표정으로 말하자 소령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하하, 그래! 그럼 어서 가서 쉬도록 해!”
엽현이 소령의 머리를 만져주며 말하자, 고민하던 소령이 엽현을 다시 한번 안아 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런 소령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 짓는 엽현.
이윽고 그의 시선에 소령이 놓고 간 두 알의 단약이 들어왔다.
지선단.
당시엔 부탁을 하면서도 소령이 정말로 지선단을 만들어 내는 것을 반신반의했던 엽현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만들어 오자, 엽현은 기쁘면서도 다소 놀란 상태였다.
지선단의 효과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엽현 역시 단 한 알만 복용하고도 단숨에 미지경으로 올라서지 않았던가.
지선단을 보며 잠시 고민하던 엽현이 고개를 들어 강구와 상관선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엽현과 눈이 마주친 상관선아가 허둥지둥 양손을 저었다.
“저에게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귀한 물건을 낭비하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이 맞아. 우리보다 더 실력이 강한 자들에게 주는 것이 좋을 거야.”
강구마저 동의하자 엽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그럼 잠시만 기다려. 소령이 또 만들어 올 테니까. 너희도 거절할 생각은 하지 마. 너희도 실력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어.”
“엽왕, 하지만…….”
“그래, 알았어!”
상관선아가 거절하려 할 때, 강구가 먼저 나서서 대답했다.
상관선아가 강구를 쳐다보자, 강구가 웃으며 말했다.
“아무 이유 없이 거절할 필요는 없소.”
“강구 말이 맞아. 어쨌든 너희 둘은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만큼 그만한 대가를 받는 건 당연한 거야. 알겠나?”
엽현은 눈앞의 두 여인에게만큼은 원하는 대로 퍼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왜냐하면 이들이야 말로 북경을 지금과 같이 발전시킨 일등 공신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없으면 그 많은 일을 누가 하겠는가? 엽현 자신이?
지나가던 개도 웃을 말이다.
엽현은 두 사람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 대전을 나섰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 그가 도착한 곳은 어느 한적한 장원이었다. 그가 장원 안에 들어섰을 때, 한 여인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먼지 하나 묻지 않은 흰옷을 입은 여인.
그녀는 다름 아닌 안란수였다.
엽현과 마주한 안란수가 그를 가볍게 훑어보았다.
“명경?”
“맞아.”
엽현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하자, 안란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엽현이 지선단 한 알을 안란수에게 건넸다.
“받아.”
“…이게 뭐지?”
“지선단. 지금 너 정도 경지라면, 단숨에 지선경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야.”
안란수는 자질로만 봤을 때 결코 소칠의 아래가 아니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소칠은 어려서부터 각종 영약을 밥 먹듯이 퍼먹었다는 것이다.
만약 그녀에게 충분한 자원이 돌아간다면 미래의 성취는 한계를 정하기 어려우리라.
“네가 전에 복용했던 그 단약인 거지?”
“맞아. 똑같은 거야.”
고개를 끄덕인 안란수는 엽현이 건넨 지선단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 들었다.
“그럼… 출관할 때까지 기다려줘.”
이 말과 함께 안란수는 다시 방 안으로 돌아갔다.
엽현은 잠시 자리에서 서서 안란수의 방을 응시했다.
지선단을 복용한 후 안란수의 실력은 과연 어떻게 변할 것인가?
섣불리 예상할 순 없겠지만, 결코 작은 변화는 아닐 것이다.
장원을 빠져나온 엽현은 곧장 막사에게 찾아가 마찬가지로 지선단을 내어주었다.
혼돈우주 최고의 재능이라 할 수 있는 막사이기에, 다른 이들보다 먼저 지선단을 복용할 자격은 충분했다.
지선단을 받은 막사는 마찬가지로 곧바로 폐관에 들어갔다.
이로써 볼일을 모두 마친 엽현은 자신의 침소로 돌아와 문을 걸어 잠그고서 계옥탑으로 들어왔다.
그는 이번에 검존을 찾아가지 않았다. 그 대신 곧장 팔층 입구로 올라갔다.
팔층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움직임이 감지되는 상황.
하지만 상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는 전혀 짚이는 바가 없었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한동안 팔층 입구의 봉인을 바라보던 엽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흠흠, 계십니까? 말씀 좀 나누시지요?”
잠시 후, 잠잠하던 방 안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