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73
773화 또 한 명의 기재
생기, 사기.
엽현은 난생 처음으로 이런 종류의 힘을 느껴 보았다.
엽현으로서는 생소한 경험이었다.
물질?
힘?
여전히 이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진 못했다.
다만, 여인의 해석을 들은 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만일 이 우주의 구조와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검도에 연결시킬 수만 있다면, 여인이 앞서 말한 것처럼 일검파만법(一劍破萬法)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검도와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것이 필요했다.
엽현은 옥련이 왜 자신을 이곳에 데려왔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때 그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여인이 말했다.
“수행이란 단지 자신의 길만을 걷는 게 아니라, 네가 서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가 곁들여져야만 한다.”
“그러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네가 볼 때 어찌해야겠느냐?”
여인이 반문하자 엽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바로 이때, 엽현은 어떤 커다란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눈앞의 상대방이 말하는 강하다는 개념과 자신의 강하다는 개념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옥련과 눈앞의 여인은 모두 스스로의 무도 외에도 우주의 오의를 깨달았거나,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는 지금까지 그가 강해지기 위해 행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었던 것이다.
우주를 꿰뚫어 본다!
이 생각이 떠오른 순간, 엽현은 머릿속에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이에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의 눈으로 우주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통제하고… 결국엔 무너뜨려야 한다.”
“우주를… 파괴한다는 말입니까?”
이때 옥련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정말로 파괴한다는 뜻이 아니다. 물론 과거에 어떤 미친 여자는 정말로 그러려고 하긴 했다만.”
“아…….”
“너는 원소도의 경지가 어디쯤인지 아느냐?”
“응당 지선 이상일 것입니다.”
“지선 위에 무엇이 있느냐?”
“모릅니다.”
엽현이 고개를 젓자 옥련이 대답했다.
“지선을 지나면 명경(命境)이 나온다. 이 경지에 이른 무인은 우주에 대한 이해가 일정 수준에 달했을 뿐만 아니라, 하늘의 뜻도 엿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너는 어디에 있느냐? 하늘은커녕 사람의 뜻도 읽지 못하지 않느냐? 그러니 네가 아무리 외물의 힘을 빌린다고 하더라도 그녀를 이기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럼 명경 다음은 무엇입니까?”
“파명(破命).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나 도(道)를 추구하는 단계다.”
“그다음은?”
“그다음을 알아서 뭐 하려는 게냐?”
옥련의 말에 엽현이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저 호기심입니다.”
“너는 지금 미지경이지만, 이 넓은 우주에서 네 위치가 어디쯤인지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평범한 무인을 상대로는 절대로 패하지 않겠지만, 사유계의 진정한 강자들과 비교하면 아직 한참 멀었다. 심지어 원소도 정도 되는 자도 최강자와는 거리가 멀다. 더 중요한 것은 오유계의 강자들은 이들보다 더 강할 것이라는 것이다.”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사유계 그다음은 또 오유계…….
무도의 끝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옥련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현재 네 경지는 미지경이다. 그리고 육신은 조극, 검도 경계는 명경이다. 확실히 약하다고만 할 순 없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네가 자만심을 가질까 봐 그런 것이다. 무도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아, 조금만 나태하면 후퇴하게 돼 있다. 그러니 조그만 성취에 만족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만!
그는 결코 자만한 적이 없었다. 지금도 그를 죽이려 하는 자들이 도처에 깔렸는데 어찌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겠는가?
지금 그가 자만하고 있다면 그것은 오만일 것이다.
지금 엽현에게는 그럴 여유도, 자격도 없었다.
“그럼 여기서 잘 배우도록 하거라.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래의 네 적은 분명 도칙을 활용할 줄 아는 강자들일 테니까!”
“알겠습니다.”
엽현은 이것이 하늘이 내려 준 기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눈앞의 여인 같은 강자가 아무에게나 가르침을 줄 리 없으니 말이다.
반드시 이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일 수 있으니 말이다.
말을 마친 옥련은 엽현을 남겨두고 돌아섰다.
“이대로 떠나시는 겁니까?”
엽현이 황급히 묻자 옥련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아니다. 네가 어찌 되는지 지켜보고 갈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엽현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옥련이 여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잘 가르쳐 줘. 아주 혹독하게!”
“물론! 그런 걱정은 하지 마!”
“…….”
그렇게 옥련은 당황하는 엽현을 한번 힐끔 보고는 왠지 모를 웃음을 지으며 퇴장했다.
한편, 대전 밖으로 나온 옥련은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원소도와 마주쳤다. 원소도의 얼굴은 거무죽죽하게 변해 있었다.
“왜? 스스로에게 화라도 난 건가?”
“저 여인은 도대체 누구냐!”
“원소도… 너는 이 우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아니, 신전은 우주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지?”
원소도는 옥련을 바라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에 옥련이 웃으며 말했다.
“이 우주는 크기도 넓지만 그만큼 강자도 많다. 그렇지 않나?”
“만약 지금 나를 겁주려 하는 것이라면 집어치우시지?”
“하하하! 내가 널 겁줘서 얻을 게 뭐가 있겠느냐? 널 위해 특별히 한 가지 알려주지. 지금 너는 엽현을 죽이려 혈안이 되어 있다. 그가 성장해서 적이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지. 다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오히려 그에게 은혜를 베풀고 친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가 성장하면 할수록 너희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원소도는 말없이 옥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물론 오유계의 신물이 눈에 아른거리겠지. 하지만 너도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물건은 아무나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가져선 안 되는 것에 욕심을 부리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고 있겠지?”
“하지만 그 탑은 우리에게 있어 유일한 희망이나 마찬가지다.”
“어리석군. 정말 그 탑이 있으면 오유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뭐라고?”
원소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옥련을 바라보았다.
이에 옥련이 웃으며 말했다.
“말 그대로다. 먼저, 오유계와 사유계의 근본적인 관계가 강자와 약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눈에 우리는 그저 개미 같은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설령 오유계로 진입한다고 할지라도 실력이 없다면 발을 디디는 순간 밟혀 죽고 말 것이다.”
말하던 중, 옥련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사유계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어찌 오유계로 갈 생각을 한단 말인가? 그런 상황에서 오유계로 간다는 게 정녕 자살행위라는 걸 모르는 것이냐?”
“…….”
“너는 총명한 여인이니 내가 하는 말을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물론 계속해서 엽현과 탑을 노리고자 한다면, 그건 너희의 자유니 그렇게 하거라. 다만 그 결과는 죽음이라는 걸 잊지 말거라.”
“그 소복의 여인 때문에?”
“하하, 순진하구나. 엽현의 뒤를 봐주는 게 그녀 한 명뿐이라 생각하느냐?”
그 순간 원소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말은 그녀 말고도 엽현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 더 있단 말이냐?”
“하하, 내 할 말은 여기까지다. 부디 현명한 결정을 내리도록!”
이 말을 끝으로 옥련은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은 원소도는 생각에 잠겼다.
사실 그녀는 최근 들어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엽현을 향한 살심에 동요가 있었던 것이다.
죽일 수 있었더라면 이미 죽였겠지만…….
문제는 엽현이 쉽게 죽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련의 사건을 경험하면서, 그녀는 엽현의 성장 속도가 얼마나 거짓말 같은지 똑똑히 목격해 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엽현의 뒤를 봐주는 자들이 하나같이 보통의 존재들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엽현의 뒤에 어떤 거대한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들이 과연 어떤 자들인지 그녀는 물론 신전도 알지 못한다.
도대체 어떤 자들일까?
신전이 대항할 수 있는 집단일까?
원소도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또한 옥련이 말했듯, 오유계의 신물을 얻는다고 해도 자신들이 지킬 수 있을까?
설령 신전이 오유계로 넘어가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유계의 강자들과 겨룰 수 있을까?
이미 사유계에서 강한 축에 속하는 원소도는 이 세상이 얼마나 강자 위주로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신전의 실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오유계로 넘어가도 개 취급받으며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오유계로 가야 하는 걸까?
간다고 하더라도 왜 스스로의 실력이 아닌, 외물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걸까?
원소도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던 이때, 옆구리에 걸려 있던 도가 갑자기 가볍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대략 반 시진쯤 지났다.
원소도의 눈빛은 조금 전과 달리 매우 또렷해진 상태였다.
왠지 모르게 생각이 좀 더 정리된듯했다.
이때 원소도가 문득 성공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천하의 원소도가 굳이 왜 지름길로 간단 말인가?”
말을 뱉은 순간, 그녀가 도를 뽑아 들었다.
쉭-!
이 한 번의 칼질에 그녀 눈앞에 있던 시커먼 공간이 길게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이때!
쾅-!
강대한 기운이 원소도의 전신에서 빠르게 흘러나오더니, 순식간에 성공 전체가 그녀의 도의(刀意)로 가득 찼다. 이 도의는 마치 성공을 단숨에 날려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흉흉하고 날카로웠다.
돌파!
이 순간, 명경이었던 그녀의 도의(刀道)가 파경(破境)에 도달했다.
한편, 유명전 구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옥련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너 역시 하늘이 내린 기재였구나…….”
원소도가 자신의 한 마디에 경지를 돌파할 줄은 옥련 역시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비록 명경과 파경은 한 단계 차이이긴 하지만, 가면 갈수록 성장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였다.
그녀가 파경에 이른 만큼, 이제는 엽현이 어떤 수를 쓰더라도 승산이 없으리라.
바로 이때, 옥련의 귓가에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일까?”
“…조금 더 지켜본다.”
옥련이 대답을 마쳤을 때, 원소도가 그녀의 앞으로 날아왔다.
이에 옥련이 웃으며 말했다.
“축하한다.”
원소도가 유명전을 흘끗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앞으로 다시는 그를 노리지 않을 것이며, 찾아와 귀찮게 하지도 않겠다. 그러나 신전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겠군.”
“후후, 상관없다. 신전이 누굴 보내던지, 그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렇군. 어쨌든… 조금 전의 충고는 고마웠다.”
말을 마친 원소도가 마지막으로 대전 안을 바라본 후 뒤돌아섰다.
바로 이때, 강대한 기운이 대전 안으로부터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검의!
이 기운은 두 개의 검의가 합해진 것이었다.
이 순간, 옥련의 눈빛이 번뜩였다.